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동물의 감각기능 이용연구의 무한성 (無限性)

암의 조기발견
암은 초기에 발견하면 환자 생존율이 80%가 넘지만 말기라면 20% 아래로 뚝 떨어진다.
암 치료는 조기 발견이 관건인 것이다.
과학자들이 더 정확하고 빠르게 암을 진단할 방법을 찾고있다.
바로 ‘냄새’다.
의료 탐지견에 이어 최근에는 후각이 예민한 작은 벌레들을 통해 암을 찾아낸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곤충이나 선충은 동물처럼 후각이 뛰어날 뿐 아니라 크기가 작아 다루기 쉽고, 훈련 비용도 훨씬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메뚜기 더듬이로 암 종류까지 구별
미국 미시간주립대 바이오의학공학의 데바짓 사하 교수 연구진은 “메뚜기들이 암세포와 건강한 세포를 냄새로 가려낼 뿐만 아니라 암 세포 종류도 구별할 수 있다”고 지난 2022년 8월 10일에 밝혔다. 연구 결과는 논문 사전 출판 사이트인 ‘바이오 아카이브 (BioRxiv)’에 공개됐다. 연구진은 메뚜기의 후각 신경세포를 주목했다. 메뚜기는 더듬이로 공기 중의 냄새 분자를 감지한다. 더듬이에는 후각을 담당하는 신경세포가 5만개 이상 있다. 이를 통해 암세포 특유의 냄새를 찾겠다는 것이 연구진의 구상이었다. 암세포는 건강한 세포와 다른 화합물을 생성해 호흡 과정에서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먼저 메뚜기의 뇌에 전극을 삽입했다. 이후 건강한 세포와 세 가지의 구강암 세포에서 생성된 가스를 메뚜기에게 노출시키고 뇌 신호를 살폈다. 실험 결과 메뚜기는 암세포를 가려낼 뿐 아니라 종류도 구별했다. 연구진은 “이번에는 구강암에 초점을 맞췄지만, 호흡을 통해 화합물이 나오는 모든 암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예쁜꼬마선충
명지대 식품영양학과의 최신식 교수 연구진도 작은 벌레로 폐암을 진단하는 기구를 만들었다. 최신식 교수와 장나리 연구원은 지난 3월 미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미국화학회 연례 학술 대회에서 “예쁜꼬마선충으로 폐암 세포를 정확도 70%로 구별했다”고 발표했다. 몸길이 1㎜ 정도의 실험 동물인 예쁜꼬마선충은 회충과 같은 선형동물의 일종이다. 예쁜꼬마선충은 특정 냄새를 따라가거나 피하는 특징이 있다. 연구진은 투명 플라스틱 칩 한가운데 선충을 두고 양쪽 가장자리 공간에 각각 암세포와 정상 세포 배양액을 떨어뜨렸다. 한 시간이 지나자 암세포 배양액 쪽으로 선충이 몰렸다. 연구진은 “선충이 폐암 세포에서 나오는 2-에틸-1-헥사놀이란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따라가는 것을 확인했다”며 “선충이 좋아하는 먹이에서 나오는 향과 비슷하기 때문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화학적향 (香)
조암세포 특유의 화학적 향을 구별해내도록 훈련시킨 개미를 활용하는 기발한 암 진단법이 발표됐다. 냄새로 마약을 찾아내는 마약견처럼 암세포 특유의 화학적 향을 구별해내도록 훈련시킨 개미를 활용하는 기발한 암 진단법이 발표됐다. 최근 과학학술지 《i사이언스》에 발표된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 (CNRS)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미국 건강의학 포털 웹엠디가 9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암으로 의심되는 종양이 발견되면 조직검사를 한다. 이때 떼어낸 세포를 고해상도 현미경으로 검사하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미국에서만 매년 160만 명 이상이 암 진단을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셈이다. 이를 줄이기 위해 개미의 예민한 후각을 이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CNRS 연구진은 실제 개미를 훈련시켜 이를 테스트한 결과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연구를 이끈 CRNS의 밥티스테 피케레 연구원은 “질병 진단에 후각을 이용하는 것은 새로운 생각은 아니다”라며 “관건은 과연 개미를 훈련시킬 수 있느냐 인데 냄새와 보상을 연결시키는 방법을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명한 ‘파블로프의 개’를 훈련시킨 방식으로 개미들을 훈련시키자는 구상이었다.
암세포의 휘발성 유기화합물 (VOCs)
암세포는 휘발성 유기화합물 (VOCs)을 만든다. 더듬이로 냄새를 구별하는 개미는 이를 감지할 수 있다. 연구진은 개미들이 VOCs를 목표로 삼도록 훈련시키기 위해 유방암 세포와 건강한 세포를 페트리 접시에 담았다. 단 암세포가 들어있는 접시에는 개미에게 간식이 될 설탕용액이 들어 있었다.

중성 자극 (암세포 냄새)을 행동을 유발하는 두 번째 자극 (먹이)과 연관시킨 것이다. 몇 차례 이런 경험을 하게 된 개미는 첫 번째 자극이 두 번째 자극과 연동돼 있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게 된다. 연구진은 훈련을 마친 뒤 학습된 암세포 냄새와 새로운 냄새를 선사했는데 개미들은 새로운 냄새보다 학습된 냄새가 나는 페트리 접시로 더 많이 오랜 시간 머물렀다.
개의 탐지능력
개 역시 같은 기술을 사용하여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탐지할 수 있다. 하지만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수개월에 걸쳐 수백 번의 테스트가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유럽 전역은 물론 한국에서도 흔한 흑개미 (Formica fusca)가 단 3차례의 훈련 만에 암세포가 든 페트리 접시에 몰려들었다고 밝혔다. 아직은 임상시험도 힘든 아이디어 차원의 실험이긴 했지만 비용절감 차원에선 매력적인 대안이라는 의견도 있다.
개미의 페르몬
개미는 페로몬이라고 불리는 독특한 향을 지닌 호르몬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기 때문에 화학적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미국 코넬대의 진화생물학자이자 곤충학자인 코리 모로 교수는 설명한다. 그는 “침입자에게 신호를 보내는 경보 페로몬, 먹이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는 길을 개미가 알 수 있도록 하는 추적 페로몬, 그리고 다른 개미가 같은 무리의 구성원임을 알리는 다양한 페로몬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페로몬은 작은 화학적 차이로 차별화되기 때문에 개미들은 화학적 향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는 것이다.
모로 교수는 1만4000종 이상의 개미 중에서 암세포 향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개미와 그렇지 않은 개미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떤 개미가 암 진단에 더 유능한가는 미지수일 수밖에 없다. 그럼 개미가 과연 암진단의 실질적 도구가 될 수 있을까? 이번 실험에서는 연구실의 순수 암세포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인체 내에서 자라는 암세포를 겨냥하지 않았기에 아직은 단정할 수 없다고 모로 교수는 밝혔다. 미국 뉴욕주 최대 의료기관인 노스퉬 헬스의 종양학자인 애나 완다 코모로우스키 박사는 이번 연구가 흥미롭고 인상적이긴 하지만 개미들이 훈련된 것을 얼마나 오랫동안 기억할 것인지 또 얼마나 오랫동안 실험실에서 생존할 수 있느냐 등에 대한 추가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분명한 매력도 존재한다고 그는 밝혔다. 현재의 암 진단법 보다는 더 저렴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개미를 훈련시킬 사람의 인건비가 얼마나 될지 모른다는 변수도 존재한다. 또 다른 변수는 개미의 암 진단을 연구실에서만 한정시킬 것인지 아니면 환자와 직접 접촉을 통해 암세포가 있는지를 진단하게 하는 것도 가능한지이다. “인체는 다른 많은 냄새를 발산하기 때문에 문제는 개미들이 다른 모든 냄새를 무시하고 목표 향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라고 모로 교수는 지적했다. 이 경우 훈련된 개미들이 잠재적 암세포를 찾기 위해 환자의 온몸을 기어 다니도록 하는데 환자가 동의할 것이냐는 변수도 존재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해당논문링크(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2589004222002292)
꿀벌의 탐지능력
꿀벌이 주둥이를 내밀고 설탕물을 빨아 먹는다. 도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네덜란드 바헤닝언대학 실험실에서 키우는 꿀벌은 차원이 다르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 냄새를 맡을 때만 주둥이를 내밀기 때문이다. 꿀벌은 95% 정확도로 코로나 감염자를 가려냈다. 하찮게 여기던 작은 벌레들이 속속 질병 진단에 참여하고 있다. 코로나 진단 이전에도 초파리와 모기, 선충을 이용해 암 환자의 냄새를 감지했다는 발표가 잇따랐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곤충이나 선충을 이용한 질병 감지는 의료 탐지견보다 훈련과 유지 비용, 시간이 적게 들어 저소득 국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는 논평을 한일이 있다.
바헤닝언대학의 빔 반 데르 포엘 교수는 꿀벌 150마리를 훈련해 코로나 환자를 찾는 데 성공했다고 밝힌바 있다.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38khpark@hanmail.net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3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민주화 실천과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생명과학이야기’ (북랩)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