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마늘과 쑥
여러해 전에 친지 [親知]로부터 얻어다 심은 쑥이 너무 많이 퍼져서 뽑아내기에 바빴던 적이 있다. 쑥과 마늘하면, 의례히 고조선의 건국신화를 연상하게 된다. 하늘로부터 무리 3천명을 이끌고 내려온 환웅 [桓雄]이 태백산 [太白山] 꼭대기, 신단수 [神壇樹] 밑에 자리 잡고 그곳을 신시 [神市]라고 하며 인간세상을 다스리려고 할 때, 곰 한 마리와 호랑이 한 마리가 같은 굴에 살면서 환웅에게 사람이 되기를 비니, 환웅이 쑥 한 타래와 마늘 20개를 주면서 이것을 먹고 백일 동안 빛을 보지 말고 굴속에서 보내면 사람이 될 것이라고 하였으며, 곰은 마늘과 쑥을 먹으며, 100일을 버텨 사람이 되고 호랑이는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가 사람이 되지 못하였다는 설화를 기억하고 있다. 설화이기에 이에 대한 해석도 각양각색으로 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나 분명한 것은 단군조선이 있었던 수 천년 전에 마늘과 쑥이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당시의 요리법은 어떠하였는지는 알길 없지만 약용이건, 식용이거나 간에 먹은 것은 확실한 것 같다. 건국 설화에 등장하는 마늘과 쑥이 수 천년 간을 한민족과 함께 해 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마늘은 다른 민족들도 음식재료로 애용하고 있지만 쑥을 식용으로 하는 민족은 그리 많지 않은것 같다. 한국의 개국 초기부터 함께 해온 쑥이니 호주 교포들과 함께 따라 온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 였을 것이다. 과학적 근거는 아니지만 쑥이 호주에서 자생하고 있었을 리는 만무하고 타 대륙으로부터 이주한 것이며 이를 결행한 인종은 한민족이라고 추론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단군조선조부터 한반도에 자생하고 있던 쑥의 후손이 시드니에 까지 와서 자리 잡은 것이 아니겠는가? 쑥이 장차 시드니 주변 식물생태계의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미지수이다. 쑥은 야생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인지 강인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웬만한 가뭄에는 까딱도 하지 않고 척박하면 척박한데로 비옥하면 비옥한데로 옆으로 뿌리줄기를 뻗으며 지칠 줄 모르게 세력을 확장해 간다. 거름을 하지 않는데도 다른 잡초들을 압도하며 세력을 넓혀 가고 있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시,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후에 16만 여명이 사망하고 모든 생명체가 자취를 감춘자리에 제일 먼저 살아난 것이 쑥이라고 해서 일본인들은 쑥을 지독한 풀이라며 부정적으로 여겼다고 하는데 반대로 생각하면 얼마나 강인한 생명력인가? 최근에 러시아와 분쟁이 있는 우크라이나 북쪽의 체르노빌에서 1986년4월 26일 원자력발전소의 폭발로 세계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으며 체르노빌하면 방사능 오염지역의 대명사가 되었다. 성경에 쑥에 관한 구절이 많은데 교회에서는 요한계시록 8장 10-11절에 나오는 말씀으로 체르노빌 사고를 예언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체르노빌이라는 말은 우크라이나 지방에서 “쑥”이라고 하며 쑥이 많은 지방이라 붙여진 지명이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쑥과 마늘이 건국설화에 까지 등장하는 까닭을 추적해 보며 몇 가지 이유를 이해 할 수 있었다. 두 식물이 강력한 살균작용이 있다는 것이다. 별다른 의약품이 없었을 개국 초기에, 마늘과 쑥은 민간요법으로 구충제 역할을 하였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개국설화에 곰이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되었다는 것은 허구 [虛構]가 아니라 야생으로 자라고 있는 쑥으로 병고에 시달리는 환자를 소생시켜 주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근자에 들어와서 마늘과 쑥으로 건강 보조식품으로 만들어 광고하며 판매를 하고 있다. 필자가 현직에 있을때 쑥과 마늘로 환 [環]을 만든 보조식품을 판촉물로 우송하고 특히 초로기 [初老期]에 주효하다며 구매하라는 영업직원의 전화를 받은 일이 있었다. 보조 식품은 선호하지 않기에 응하지 않았지만, 쑥을 식품보다는 약용으로 선전하며 활용도를 넓혀 가고 있는 것 같다. 옛부터 이른 봄에 나오는 쑥의 새순으로 국을 끓여 먹었으며 쑥떡을 만들어 먹었다. 쑥을 넣어 만든 연두색 송편은 빛갈도 곱지만 쑥향은 입맛을 한층 돋운다. 한방에서는 탁월한 약리작용을 주장한다. “쑥”의 어원은 아무데서나 쑥쑥 잘 자란다는 데서 나왔다고 하며, 약으로 많이 쓰여서 의초 [醫草]라고도 한다. 한의학 [韓醫學]에서는 쑥 이파리를 애옆 [艾葉]이라고 하며 음력 5월 단오 전후에 줄기와 잎은 그늘에 말린 것을 약쑥으로 하여 복통이나 지혈에 이용하였다. 한방의 쑥의 효능주장과 맥을 같이 하는 학술적인 연구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이에 비해 마늘에 관한 연구는 많이 나와 있다. 식물학자들은 마늘의 원산지가 중앙아시아라고 하며 한민족의 기원과 관련해서도 여러 학설이 있지만 그 지역을 거쳐 오며 야생하고 있었을 마늘을 식용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고 할 수 있으며 원산지가 불분명하게 각 대륙에 분포되어 있는 흔한 쑥을 다양하게 활용하였기에 개국설화에도 등장 하였을 것이다.
서양인들은 마늘 냄새를 싫어한다. 전 축구 국가 대표 안정환이 이태리 같은 팀의 마테라치라는 선수에게 마늘 냄새난다고 인종차별 받은 일화가 공개 돼서 화제가 된 일이 있다. 마늘을 먹지 않는 사람들은 마늘 냄새에 민감하다. 마늘 냄새는 마늘의 주성분인 알린 [alliin]이 마늘을 씹거나 다지면 파괴되고 알리나제 [allinase]라는 효소의 작용으로 알리신 [allicin]과 설파이드 [sulphide]라는 물질로 변하는데, 이 두 물질이 마늘 냄새의 주범 [主犯]이다. 마늘냄새를 없애는 연구나 아이디어도 많다, 마늘이 들어간 음식을 섭취한 후에, 사과를 먹는다던가, 우유, 녹차 등을 마시면 제거된다고 한다. 서양인들이 지독하게 생각하는 냄새에도 불구하고 마늘 소비량이, 미국의 경우, 과거 10여 년간 6배가 증가하였으며 2002년에 타임 [Time]지는 10대 건강식품을 발표하였는데 토마토, 시금치, 브로콜리, 귀리 [보리], 견과류, 연어, 블루베리, 녹차, 레드와인과 함께 마늘을 포함시킨 것이다.
한국의 마늘소비량이 1인당 년 7kg으로, 고추소비량 4kg보다 많다. 마늘없이도 못 사는 민족이다. 한국의 농수축산 신문 [2013.11.28]이 보도한 것을 보면 중국이 세계의 마늘 생산의 81%를 차지하고 수출은 2012년에 141만 ton을 기록해 2위를 차지한 스페인보다 20배가 많은 량이다. 중국이 마늘재배의 오랜 역사도 가지고 있고 자연생태조건도 좋을 뿐더러 풍부한 노동력 때문에 수출시장의 비교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 한국, 미국, 스페인 등이 그 뒤를 따르지만 생산량이나 소비량은 단연 중국이다. 중국의 마늘 수출단가가 1kg당 0.98$로 세계평균 1.14$보가 낮고 스페인의 2.24$의 반도 안되는 가격이니 다른 나라가 경쟁할 수 없는 것이다. 한국은 경북 의성 등 마늘 명산지 들이 있으며, 재배기술의 노하우도 많지만 중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추진 중인 한국으로 서는 농가에 미치게 될 피해를 어떻게 풀어 갈지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신토불이 [身土不二]라고 해서 우리 것을 지키려는 안간힘을 하지만 지구촌화가 급속하여 지는 상황에서 불가항력 [不可抗力]이다. 그보다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속에서 오랜 기간 함께 해온 마늘, 쑥과 같은 식물의 효용성을 과학적으로 더욱 연구 개발해서 보편적인 인류건강에 기여하는 길을 확대해 가야 할 것 같다.
박광하 (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38khpark@hanmail.net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생명과학이야기’(북랩)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