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면역(1) [감기를 중심으로]
면역이란(immunity) 인간과 동물의 몸[신체]이 외부로부터 침입하는 미생물, 세균이 조직이나 체내에 생긴 불필요한 산물들과 특이하게 반응하여 항체를 만들며, 이것을 제거하여 그 개체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현상이다. 즉, 면역반응이란 아군(self)과 적군(nonself)을 식별하는 기구이며, 적군을 항원으로 인식하고 특이하게 항체를 만들어서 이에 대응하는 반응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6.25 한국전쟁 이후 북한의 대남적화통일전략에 의한 무장간첩의 남파, 파괴공작, 요인암살, 시위의 선동 등이 꾸준히 이어온 가운데, 1968년 1월 21일 북한 보위성 정찰국 소속의 무장공비 31명이 청와대를 기습한 사건이 발생했었다. 그 중에 한 사람인, 김신조는 생포되고 그 외 30명은 전원 사살된 바 있고, 그후 1968년 4월 1일 향토예비군이 창설되었다. 이 사건은 생체에서 반응하는 면역체계와 너무나 흡사한 사건으로 생각할 수 있다. 현재는 대부분 제거된 것 같지만 휴전선을 비롯한, 해안가 3면을 철책으로 두르고 무장공비 등 적국[敵國]의 불순분자들이 침투할 수 없게 철통 방어를 하고 있다. 인체도 마찬가지다. 피부를 경계로 끊임없이 호시탐탐 생체속으로 침투를 노리는 바이러스며, 세균 등 각종 미생물을 방어하는 체제가 철저하게 구축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철통같은 방어체제가 뚫리는 사고가 발생하고 아군과 적군을 식별하는 능력이 미약해서 방어체계가 무너지는 경우가 종종 생겨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툭하면 감기 걸리는 사람들이 있다. 방어망이 견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체를 공격하고 싶어 하는 미생물이 무수하게 많지만 그 중에서도 사시사철 한시도 침투의 야욕을 멈추지 않는 무리가 있다. 감기 바이러스다.
한국에서는 ‘感氣’(고뿔), 중국에서는 ‘感冒’감모, ganmao), 영미권에선 ‘common cold’
감기를 한국에서는 感氣, 중국에서는 ‘感冒’(감모, ganmao)라 쓴다. 순우리말로는 ‘고뿔’이라하며, 영미권에선 ‘common cold’라 부르거나, 줄여서 ‘cold’라 한다. 의사들이 사용하는 전문용어로는 ‘상기도 감염’(upper respiratory tract infection, URI)이라고 한다. 감기의 가장 흔한 원인인 라이노바이러스(Rhinovirus)의 경우는 신체 접촉에 의하여 전파되는 경우가 흔하다. 이 바이러스는 주로 콧속의 점막에서 증식하며 콧물 속에 고농도로 존재한다. 따라서 감기에 걸린 환자가 손으로 콧물을 닦은 후에 다른 사람과 악수를 하면 손에서 손으로 바이러스가 전해지고 이 사람이 손으로 코나 눈을 만지게 되면 전염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바이러스가 자리를 잡았다고 해서 감기가 걸리는 것은 아니고 감기 걸린 사람으로부터 선물로[?] 라이노바이러스(Rhinovirus)를 받았다고 할 경우 방어체계가 철통같으면 아무리 선물이라고 하더라도 받아 드려지지 않는다. 바이러스가 피부같이 견고한 성벽은 부수고 기어 올라오지 못하지만 콧속은 비교적 방어벽이 허술해서 바이러스가 만만하게 보게 된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시스템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고 할까? 콧속에는 워낙 공격을 많이 받는 곳이니 출동시스템이 민감하게 반응하며 타격작전이 전개 되지만 안보체제가 허술해서 적을 식별하는 능력이나 퇴치 무기가 미약하면 적이 침투해서 상당한 희생을 치르고 서야 진압하게 되는 것이다. 희생을 치루게 되기는 하지만 안보체제의 재점검을 통해 새로운 방어체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생체의 면역 시스템에서 항원과 항체가 있는데 항원[抗原-antigen]이란 1968년 1월 눈덮인 대관령일대에서 총질하며 살상으로 난동을 부린 무장공비일당에 비유할 수 있으며, 항체[抗體-antibody]란 그 후에 창설된 향토예비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장공비 몇명이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은 후에 항체에 해당하는 예비군까지 창설하였지만 감기 정도의 바이러스는 잡범정도로 간주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보안[保安]임무를 맡고 있는 경찰조직으로 비유할 수 있는 백혈구[白血球]나 림프구가 처리하게 되기 때문에 항체라고 할 수 있는 별도의 조직을 만들지는 않는다. 감기의 일반적인 증상은 재채기, 콧물, 코의 울혈 등이다. 또 목이 그렁거리고 아프고 가래가 나온다. 기침, 발열, 두통, 피로가 주된 증상이다. 심하고 드문 경우에 결막염이 동반될 수 있다. 또 몸이 쑤실 수도 있다.
히스타민[histamine]이라는 유기물
이와 같은 증상에는 빠른 방어 행위를 하기 위하여 분비하는 히스타민[histamine]이라는 유기물이 있다. 상처나 염증이 있는 곳이 붉게 부어오르며 통증을 느끼게 되는 염증반응(inflammation)이 일어나게 하는 물질이다. 체내에서 히스타민의 작용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주요한 것으로는 모세 혈관이나 소동맥 등 혈관을 확장시키는 작용을 해서 쉽게 백혈구와 혈장 단백질들이 혈관벽을 통과해 상처 부위 조직으로 이동, 병균과 싸워 상처부위를 치료하게 되는 것이다. 전쟁터에서 탱크나 군용차량이 이동하려면 길이 있어야 하듯, 경찰관이나 예비군격인 백혈구와 혈장단백질이 출동할 수 있게 길을 터주는 역할을 히스타민이 하는 일이다. 이와 같은 일련[一連]의 매뉴얼이 매끄럽게 진행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게 마련이다. 적을 진압한 경험을 살려서 아예 바이러스가 발을 못 부치게 하기도 하지만, 엊그제 들어왔던 도둑을 방어하는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또 털리는 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감기를 달고 다니는 사람의 이야기다. 면역력은 한 나라의 군사력에 비유할 수 있다. 강한 군사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적당한 강도의 전쟁훈련을 치러야 한다. 그래야만 나라의 긴장이 적당히 유지되고 전쟁경험을 축적하며 꾸준히 힘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기 등 호흡기 질환도 이런 전쟁시스템과 같다. 감기 전문의는 “년에 2~3회, 그리고 일주일 이내로 겪는 감기라면 만병의 근원이 아니라 면역력을 강화해주는 고마운 손님”이라며 “감기에 걸리면 평소에 너무 과로하거나 과식하지 않았는지, 스트레스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반성하고 면역력을 닦고 조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게 작은 감기를 건강하게 앓으면 나중에 큰 병이 나더라도 견뎌낼 힘이 생길 수 있으니 크게 염려 하지 말라고 타이르고 있다.
감기가 ‘만병의 근원’이 아니라 ‘만병의 방파제’가 될 수 있다
감기가 ‘만병의 근원’이 아니라 ‘만병의 방파제’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감기로 대표되는 호흡기 질환은 우리 몸의 휴식을 유도한다. 열이 나고 온몸이 쑤시니 움직이기 싫어지고 어두운 데서 자고 싶어진다. 식욕이 나지 않으니 식사량이 줄고 위장은 덜 움직인다. 이는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데만 모든 기운을 집중하고 육체활동이나 위장활동에 소비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몸이 시키는 대로 하면 감기는 빨리 나을 수 있고 나은 후에는 면역력이 강해진다. 그런데 생활에 바쁜 사람들은 약을 먹고 그 증상을 억눌러 몸을 계속 쓰려고 한다. 게다가 몸이 허해졌다고 영양보충을 한다며 고기류를 먹으려 노력한다. 그러면 증상이 억눌려 당장 덜 고생하고 지나가는 것 같고 잘 먹은 포만감에 힘이 나는 것 같지만 역시 몸은 정직하다. 또다시 감기에 걸려 잦은 감기로 고생하거나 식체, 장염 등이 감기 끝에 이어지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아픈 동안에는 위장도 쉬게 해야 한다. 몸의 에너지를 감기를 이겨내는 데 집중하기 위해 기름진 것, 면류, 고기류 등과 과식은 피해야 한다. 소화가 잘되는 부드러운 음식으로 평소의 70% 정도만 먹고 푹 쉬는 것이 감기를 이겨낼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대응책이라고 말한다. 면역력이라는 것이 특별한 영양제나 내복약으로 배양되는 것이 아니고 건전한 생활 습관으로 자연스러운 방어체제를 구축하라는 것이다.
냉수마찰과 감기
필자는 근 40여 년간 기상과 동시에 사시사철 냉수로 샤워를 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건강법으로 생각하고 한 것도 아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던 농촌지역에서 살다보니 아침 jogging후에 땀에 젖은 몸을 닦는 방법이 냉수를 퍼서 끼얹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냉수 샤워를 하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기 위해 온몸을 문질러 대면 냉기로 몸이 오그러 드는 것이 아니라 열이 활활 나듯 추위가 싹 가시고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버릇이 돼 버렸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던 신체의 변화가 왔다. 이전에는 추위를 몹시 타서 내복을 겹겹이 껴 입고 다녔는데 냉수 샤워가 생활화 된 이후에는 추위가 별로 느껴지지 않아서 내복을 다 벗어 던져 버렸고 툭 하면 감기가 걸려서 쿨럭 거렸는데 언제 감기를 앓았느냐 하는 듯이 감기가 멀어져 갔다. 이와 같은 나의 체질의 변화가 냉수마찰로 부터 온 것인지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검증하지 못한 것이지만 분명한 것은 확실히 냉수마찰 이후 신체변화가 생겼다. 이 괴이한 습관을 이따금 자랑삼아 떠들어 대면 “큰일 날 일을 하는 것”이라며 객기 부리지 말라고 충고하는 사람에, 미지근한 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니 바꾸라고 하기도 하고, 허풍으로 듣는 사람 등 반응이 가지각색이다. 자랑할 것이 없는 잡사[雜事]에 속하는 것이겠지만 주변에서 비슷한 습관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고 동조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냉수마찰하면 등소평을 떠 올린다. 93세를 살은 등소평은 낙관적인 성격에 평생동안 냉수마찰을 하는 등 평범한 건강법을 실천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냉수마찰과 면역과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는 확인하지 못했으나 필자의 잡학[雜學]에 가까운 지식으로 풀이하면 면역력을 높이는 긍정적인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다음호에 계속>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 면역(1) [감기를 중심으로]](https://chedulife.com.au/wp-content/uploads/면역-1.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