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모기에 관하여
모기의 화석이 중생대 쥐라기 지층에서 발견된 것으로 봐서 모기의 조상은 1억7천 만년 전에도 살았다. 작년[2013]에 미국 몬태나 주의 강바닥에서 배에 마른 피가 가득 들어 있는 4600만년 전의 암컷모기 화석을 발견하였다는 뉴스가 있어서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문제의 화석은 매우 희귀한 것으로 이런 종류는 유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첨단장비로 모기 배에서 피의 철 성분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 DNA 검출이 불가능해 그 피가 어떤 생명체의 것인지는 확정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인류의 기원을 200만년 전쯤으로 본다 하여도 모기는 인류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지구생명체의 구성요소로 존재 하여 왔다. 그 오랜 세월을 버텨온 생명체인데 절대로 우습게 볼 대상이 아니다. 모기들은 수천 만년동안의 경험과 시행착오를 거치며 동물의 피 맛을 감별하고 채혈기법을 터득한 생명체로서는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인간이 고안해낸 어떤 첨단적인 과학기술로도 따라가지 못할 흡혈기[吸血機]를 가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피를 빠는 모기의 주둥이는 1개처럼 보이지만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6개로 복잡하게 되어 있다. 피부에 구멍을 뚫는 침 2개, 피부를 써는 톱날 침 2개, 빨아들인 혈액의 응고를 막기 위해 히루딘이라는 항응고체를 주입시키는 타액관[唾液管], 흡혈관[吸血管], 내장 속으로 들어가는 혈액의 중력을 지탱해주는 지지대 역할의 껍데기. 이들은 그 굵기가 머리카락의 1000분의 1인 아주 가는 정교한 구조로 되어 있다. 이와 같은 점단장비를 갖추고 내노라 하는 지구상의 생명체와 치열한 경쟁을 하며 자자손손[子子孫孫] 생존해 오고 있는 것이다. 모기는 완전변태를 하는 파리목의 곤충이다. 전세계적으로 3000여종의 모기 종류가 알려져 있으며 한국 에는 52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 되었다. 모기는 고여 있는 물에는 어느 곳이고 알을 낳게 되는데 물 표면에 뜰 수 있는 알덩어리[난괴-卵塊]를 100-300개정도의 알을 뗏목 형태로 띠워 놓는다. 모기 종류중 숲속 모기인 Ochlerotatus는 습기가 있는 땅에다 산란하는데 건조하면 휴면상태를 유지하다가 비가 오면 부화한다. 모기알은 산란 후 1-2일 만에 부화하며 이 유충을 장구벌레라고 한다. 장구벌레는 siphon이라는 호흡관으로 산소를 흡수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수면위에 떠오르기를 한다. 유충은 약 1.5cm까지 성장하고 4번 허물을 벗은 후 번데기 가 된다. 모기 번데기는 다른 곤충의 번데기와는 다르게 활동적이며 방어적으로 몸을 숨기기도 한다. 번데기는 약 4일만에 우화[羽化]한다.

모기는 암컷만이 흡혈활동을 하며, 동물을 무는 습성을 가진다. 모기의 무는 흡혈 행동은 이산화탄소, 온도, 습도, 냄새, 색상 그리고 움직임 등이 모두 포함되어 상호연관적으로 촉발 되어진다. 수컷모기는 물지 않으며, 꽃의 즙(nectar) 또는 다른 당분원을 섭취한다. 대부분의 모기의 암컷과 수컷의 영양분은 식물즙 섭취을 통해 얻어진다. 모기종류중에 Aedes와 Ochlerotatus라는 속의 모기는 지속적으로 흡혈을 시도하는 편이며, 아침 일찍이나 일몰시 또는 저녁시간대에 흡혈원을 찾아다닌다. 몇몇은 주간(특히 구름이 많은 날이나 그림자가 있는 지역)에도 활동을 한다. 이들은 집안으로 잘 들어오지는 않으며 사람과 같은 포유동물을 선호한다. 이들은 강한 비행능력을 가지고 있어 자신들의 유충 발생지에서 상당히 먼 거리를 이동하여 올 수 있다. 이들은 흡혈을 위해서 집안으로 쉽게 침입하며, 사람, 소, 말보다는 도심내외의 야생 조류를 더욱 선호하는 편이다. Culex라는 종류는 최대 약 3km 정도 이동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집주변에 서식하는 모기들은 대략 90m반경 안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대부분의 모기들은 32-60km거리의 흡혈원[吸血源]까지 알아 낼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모기의 비행 최장 기록은 160km라고 한다. 암컷모기는 알을 낳기 위해서 단백질원으로 피를 필요로 하며, 먹이로서 흡혈하는 것은 아니다. 모기가 에이즈[AIDS]를 옮길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에이즈의 원인 바이러스인 HIV가 혈액과 함께 모기의 체내에 들어오면 소화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모기는 35m밖에서도 공기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변화를 인지할 수 있어 이산화탄소는 모기가 흡혈원을 찾는 가장 기본적인 유인물질이다. 암컷모기가 이산화타소를 인지하게 되면 지그재그 방식으로 비행하면서 흡혈원의 위치를 찾아간다. 다른 인지원[認知源]은 체취(땀, 젖산 등)와 체온이 있다. 피부미생물에 의해서 만들어진 냄새는 모기의 흡혈착륙을 유도하며 이러한 사람피부에서 만들어지는 냄새성분으로 350개 이상의 화합물이 추출되어졌다. 이들 물질에는 유인물질도 있고 기피물질도 포함되어 있다.
과학기술 전문매체[媒體]인 사이언스데일리[Science Daily]는 모기의 유전자 조작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밝힌 것 외에도 모기들이 왜 그토록 사람의 체취에 끌리는지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고 모기에게 물리지 않는 대처법을 알려주는 단초가 될 연구 결과를 발표한일이 있다. 록펠러 재단 의학연구소 연구진은 아프리카 등 열대지방에서 유행하며 치명적인 전염병인 뎅기열[뎅기 바이러스(dengue virus)에 의해 발병하는 전염병]을 전염시키는 모기에게서 모기의 후각[嗅覺]과 관련이 있는 오로코[orco]라는 유전자를 찾아냈다.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모기의 배아[胚芽]에 주입한 후 부화[孵化]시켜 유전자 조작 모기를 만들었으며 그 결과, 이 유전자 조작 모기는 후각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이 감소되면서 사람의 냄새를 제대로 맡지 못하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유전자 조작모기가 사람에게는 달려들려고 하지 않는데 동물들은 선호하였다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의 냄새를 숨겨 피를 빠는 곤충의 후각을 무력화시킨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인간이 선천적으로 좋은 향기와 악취를 구별할 줄 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이를 결정하는 유전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곤충의 경우는 당연히 특정한 유전자가 특정한 냄새에 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과학계는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농업 발전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인류의 건강을 저해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곤충들을 막으려면 곤충의 냄새 감각을 무디게 하는 방법이 가장 좋은 방어 전략이라는게 연구진의 주장이다. 모기가 미운 것은 사람의 피를 빨며 고통을 주고 전염병을 옮기는 것인데 이 습성을 차단한다면 모기의 나쁜 습성을 뿌리채 뽑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사천성의 모기 눈 요리는 세상에 널리 알려진 진기한 요리중에 하나이다. 이 박쥐의 안식처인 동굴속에 배설물이 쌓이게 되는데 박쥐의 소화기관은 모기 눈을 소화시키질 못해서 그대로 나오게 된다고 한다. 이 박쥐의 배설물[똥]을 물에다 담그면 모기 눈만 물에 뜨게 되며 이걸 건져내서 요리하기 때문에 극히 위생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상당한 인내심과 용기가 있어야 모기 눈 요리 밥상에 앉을 수 있을 것 같다.
유전자변형이나 살충제 등으로 모기에 방어 전력으로 이용하는 것은 2차적인 부작용이 따르기 때문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으며 천적을 이용한 생물학적 방제법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자연자체가 오묘하게 설계된 과학이며 모기의 구석구석이 너무나 정교하게 꾸며져 있어서 첨단 과학에 이용되고 있기도 하다. 미국 플로리다 대학의 지흥선 박사와 빈지앙 박사팀은 모기의 눈은 사람의 눈과 달리 각막이 매끄럽지 않고 작은 털들이 규칙적으로 나 있어서 빛이 반사되지 않아 밤에 돌아다녀도 천적에게 쉽게 발견되지 않는 것을 착안하여 태양에너지 흡수률이 높은 태양전지를 개발한 것이다. 이런 특성은 햇빛을 받을 때 반사시키지 않고 최대한 흡수해 에너지로 사용하는 태양전지의 조건과 딱 맞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빈지앙 박사는 “기존 태양전지에 비해 제작과정이 간단할 뿐 아니라 반사율이 2%미만으로 우수하다”며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조만간 사용화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달리안 기술대, 첸웨이우 박사는 모기 다리를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나노미터[nanometre-10<-9>m]의 미세한 털들이 나있고 이 털 덕분에 물에 젖지 않고 표면장력이 생겨 물위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으며, 자기 몸무게의 23배만한 힘에도 저항해 벽에 오래 붙어 버티게 된다는 것을 알았으며, 이를 모방해서 물에 떠다니는 로롯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한다. 공기중에는 이산화탄소[CO2]가 있는데 사람의 입에서는 이보다 훨씬 많은 CO2가 배출되며 사람이 만든 이산화탄소 분석기는 1ppm정도의 농도를 감식할 수 있지만 모기는 0.001ppm까지 감지할 수 있어 20m전방에서도 사람의 위치를 포착하고 공격한다.
모기가 가진 또 하나의 놀라운 기술은 통증을 전혀 느끼지 않게 피를 채혈한다는 점이다. 이점에 착하여 연구한 끝에 모기 침을 닮은 ‘아프지 않은 주사 바늘’도 개발되고 있다. 모기가 무는 순간 알아채지 못하는 이유는 침의 크기가 80㎛밖에 안되는 부드러운 키틴질로 세포에 상처를 내지 않기 때문이다. 모기는 공격할 대상자를 정하면 1분 이상 공을 들여 혈관에 대롱을 꽂고 3분가량 피를 빨아 먹는다. 모기가 사람을 물 때 분비되는 모기의 침은 대롱을 꽂을 때 윤활유 역할도 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4종의 곤충을 대상으로 후각과 관련된 연구결과도 발표하였는데, 후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유전자를 제거한 뒤 선호하는 냄새가 있는 공간에 있도록 했으나, 이들 곤충들은 예전의 선호하던 냄새들을 맡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아난다산카 레이 교수팀은 모기가 척추동물이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느끼지 못하게 하는 화학물질을 발견해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화학적으로 모기에 대해 ‘투명인간’이 되는 것이다. ‘2,3-뷰타네다이온’으로 불리는 이 휘발성 화합물은 말라리아와 같은 치명적인 질병을 옮기는 모기를 퇴치할 새로운 물질로 주목받고 있으며 이런물질이 실용화[實用化]된다면 모기의 공격표적에서 숨을 수 있고 모기생태계도 파괴 시키지 않는 이중효과를 기대 할 수 있는 것이다.
모기가 지구상의 구성요소로서의 상당한 긍정적인 역할도 있다고 보고 있기도 하다. 특히 수서생태계[水棲生態系]에는 모기가 자취를 감추면 난감해질 동물들이 많다. 송사리, 미꾸라지가 대표적으로 모기의 유충이 장구벌레가 없으면 굶어 죽을 판이고 천 육상에도 많은 천적이 있지만 잠자리도 모기를 잡아먹으며 모기 만 집중적으로 잡아 먹는 박쥐도 있지 않은가? 자연이라는 환경을 생각하면 사람이나 모기는 각기 자연의 한 요소이며 그 역할은 다르다. 모기가 사람의 천적은 아니지만 인간에게 위협적인 동물임에 틀림없다. 빌케이츠가 자신의 블로그에 “세상에서 가장 치명적인 동물”이라는 그래픽을 올려 화제가 된 일이 있는데 말라리아, 뎅기열, 황열병, 뇌염 등을 일으켜 연간 72만5000명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모기를 1위에 올려놨고 2위는 쓸쓸하게도 인간을 꼽았다. 인간은 한해에 47만5,000명을 살해하는 것으로 집계하였다. 3위는 5만여명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뱀[독사]이 차지하였다.
모기와의 전쟁은 인간이 출현하면서 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모기가 인간보다 먼저 지구상에 나타나 표적물을 골라가며 공격하여 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경과로 봐서는 모기를 박멸한다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기에 이르렀지만 논란은 불가피 할 것 같다. 방어체제 구축은 모르나 모기종의 씨를 말리는 것은 자연질서를 붕괴시키는 것이므로 재고해야 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네이처지는 세계의 저명한 생물학자와 생태학자들을 대상으로 모기를 멸종시키는데 대한 생각을 물었다. 일부 과학자들은 모기가 완전히 사라지면 생태계에 큰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 사실 인간의 피를 빠는 모기는 10여 종에 불과하다며 모기를 먹이로 삼는 조류나 물고기뿐만 아니라 모기가 꽃가루를 옮겨주는 식물들이 생존에 위협을 받으리라는 것이다. 모기는 얄밉게도 선호하는 사람의 체질이 있다. 이산화탄소, 열, 냄새의 발산이 비교적 많은 사람을 좋아 하는 것이다. 살이 찐 사람이나, 운동하는 사람, 어린이나, 임산부는 이산화탄소의 발생량이 많기 때문에 모기를 더 많이 불러 모으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자동차소음, 비행기 소음은 참지만 잠 안 오는 한밤중에 모기 소리는 도저히 못 참는다. 이것이 모기가 인간의 주적[主敵]으로 자리 잡게 되는 시초가 된 것이 아닐까? 여름철이 되면서 모기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박광하 (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38khpark@hanmail.net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3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생명과학이야기’ (북랩)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