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발효와 부패(2)
한국식품과학회(Korean Society of Food Science and Technology)
한국식품과학회(Korean Society of Food Science and Technology)에서 가장 최근에 발간한 ‘식품과학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부패(putrefaction)’란 “유기물이 미생물(또는 효소)의 작용에 따라 악취를 내며 분해되는 과정 또는 그런 현상. 주로 단백질 식품 또는 지방질 식품이 무산소성 세균에 의하여 불완전 분해를 하고 여러 가지 아민(amine)이나 황화수소 따위의 악취가 나는 가스를 발생하는 현상이다”라고 설명되어 있다. 반면 ‘발효(fermentation)’란 “미생물(또는 효소)이 유기 화합물을 분해하여 알코올류, 유기산류, 이산화탄소 따위를 생산하는 과정. 좁은 뜻으로는 산소가 없거나 아주 적은 상태에서 미생물이(또는 효소)이 탄수화물을 분해하여, 외부 전자 수용체의 관여 없이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을 이른다. 예를 들면 에탄올이나 젖산 발효에서 포도당 한 분자가 발효되면 ATP 두 분자가 생성된다. 술, 빵, 김치, 식초, 향 화합물, 된장, 간장, 치즈, 발효 음료 따위를 만드는 데에 쓴다”라고 표현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효소(enzyme)’란 “생물의 세포 안에서 합성되어 생체 속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화학 반응의 촉매 구실을 하는 고분자 화합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 화학적으로는 단순 단백질 또는 복합 단백질에 속한다. 특정 물질의 화학 반응에만 참여하는 특이성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단백질 분해 효소는 단백질 외에 다른 성분을 분해할 수 없다. 활성화 에너지를 줄여 반응 속도를 빠르게 하지만 평형 상수는 변화시키지 않는다. 반응 형식에 따라 크게 산화 환원 효소(oxidoreductase), 전달 효소(transferase), 가수 분해 효소(hydrolase), 분해 효소(lyase), 이성질화 효소(isomerase)와 합성 효소(ligase)의 여섯 그룹으로 나눈다’라고 되어 있다.
발효와 부패를 통한 한국의 음식문화
“발효와 부패(1)”에서 기본개념을 정리 하였지만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보기로 한다. 미생물들이 식품에 번식하면서 산소를 사용하지 않고 에너지를 얻는 분해과정을 통해 유기물을 불완전 분해하게 되는데 유기물의 대상이 되는 식품의 종류에 따라 이 분해의 결과로서 다양한 분해 산물들이 나타난다. 이는 어육이나 축육 식품은 단백질을 주성분으로 하는 질소화합물이고 곡류나 채소 등 식물성 식품은 전분이나 섬유소가 주체로 되어 있어서 분해 과정에서 각기 다른 경로를 걷게 되기 때문이다. 동물성 식품에는 단백질이 분해되어서 아미노산이 되고, 이것은 다시 아민, 암모니아나 황화물이 된다. 한편 식물성 식품에서는 전분이나 섬유소가 분해되어 포도당을 거쳐서 유기산이나 알데하이드(aldehyde)가 되고 다시 이산화탄소로 최종 분해된다. 이렇게 생산된 물질 중에서 아민, 암모니아, 황화물, 유기산, 알데하이드, 인돌 등을 부패 생산물이라고 하는데 이외에 특정식품에 함유된 물질이 분해되는 경우도 있다.[출처http://blog.nongshim.com/1606] 효소나 미생물에 대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들이 많기는 하지만, 효소를 만들 수 있는 존재는 생명체뿐이라는 사실은 확실하다. 효소를 인공적으로 합성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먹을거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 발효음식은 “썩힘”과 “삭힘” 곧 부패와 발효 사이의 아슬아슬한 한계를 유지해야 하는 특수한 방식의 저장식품이다. 또한 인류의 음식문화사적 관점에서 볼 때 발효음식은 익힌 음식보다 진일보 발전한 단계이다. 발효음식과 깊이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감칠맛’의 어휘 및 다양한 비유 표현 속에 함축된 의미는 음식문화의 정수[精修]다. 우리는 감칠맛이란 단맛, 신맛, 짠맛, 쓴맛과 구별되는 제5의 맛으로서, 삭힘의 시간을 거친 발효식품의 숙성된 맛과 깊이 관련된 것으로 보고, 그 속에 반영된 한국 (발효)문화의 정체성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혀끝에 감돌듯 여운을 남기는 감칠맛의 독특한 이미지는 한국인의 문화전통과 깊이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한옥 및 한복, 그리고 태극도의 곡선미와 맞닿는 연금술적 상상력의 미각이라 할 수 있다.
생명체, 유기물, 무기물
생명체를 구성하는 유기물은 에너지를 이용해 합성된 화학물질이다. 유기물[有機物]과 대치되는 무기물[無機物]을 생각하게 된다. 명칭에서 보듯이 ‘有’와 ‘無’의 차이 즉 ‘있고 없음’의 차이다. 생화학적으로 정의 한다면 탄소 화합물이 없으면 무기물, 탄소화합물이 있으면 유기물이다. 탄소화합물이란 것은 탄소원자, “C”를 중심으로 수소, 탄소, 산소, 질소 등으로 이루어진 물질을 말하며 생명체만이 가지고 있거나 이들이 만들어내는 물질을 말한다. 탄소는 생명체의 핵심을 이루는 원소로서 서로 연결되어 사슬을 만들기도 하고 다른 원자들과 결합하기도 하면서 DNA부터 발톱에 이르기까지 생명 자체를 이루는 온갖 유기화합물을 만든다. 유기물은 생명 그 자체이며 필수적인 영양소이기도 하다. 광합성으로 에너지를 얻는 식물과 광합성 미생물 등 일부 미생물을 제외한, 인간과 동물에서부터 세균, 곰팡이, 집 진드기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생명체들은 유기물에서 에너지를 얻어 생명을 유지하고 번식한다. 천연추출물도 생명체가 만든 탄소화합물로 유기물이다. 유기물 이외의 모든 원소를 일괄해서 무기물 또는 미네랄이라고 부른다. 우리 인체는 유기물뿐만 아니라 무기물도 가지고 있으며, 생체활동에 무기물을 필요로 한다. 무기물이란 주로 광물로 부터 얻어지며 주로 자연 상태의 흙, 광석, 금속 등 이다. 또 유기물을 태우면 무기물 만 남게 되는 것이다. 인체를 구성하는 영양상 중요한 무기물은 칼슘, 인, 마그네슘, 칼륨, 나트륨, 염소 등이며, 미량 원소로서는 철, 구리, 황, 요오드, 망간, 코발트, 아연 등이 있다. 또한 인간에게 치명적인 독성을 가지고 있어 사용이 금지되어 있거나, 엄격히 규제되고 있는 중금속들도 있다. “최초에 유기물이 어떻게 만들어 졌을까?”를 밝히는 것은 생명의 근원을 설명하게 되는 것이다. 생명의 근원에 관한 학설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1984년 8월 남극의 알란 힐스 지역의 얼음에 떨어져 있던 암석 한 개가 발견되었다. 암석이라고 하지만 일반인들이 보기엔 굴러다니는 돌맹이에 불과한 것이다. 미항공우주국(NASA)이 발표한 바를 요약하면, 이 돌멩이는 약 36억년 전 화성에서 태어나 1천5백만년 전 화성에서 일어난 엄청난 천체(혜성이나 소행성)의 충돌에 의해 우주 미아가 됐다가 1만3천년 전 지구에 떨어졌다고 한다. 또 이 안에서는 생명체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는 PAHs(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s; 다환식방향족탄화수소군)가 발견됐다고 발표하여 굉장한 뉴스거리가 되었었다. 이 운석의 이름을 앨런 힐스[Allan Hills]의 첫 글자와 발견된 해를 표시하는 84 등을 합쳐서 “ALH84001”이라고 명명하였다. ALH84001는 동위원소 측정법에 의해 36억년 전의 것임이 밝혀졌고, 그 구성물질은 1976년 화성을 탐사했던 바이킹 1, 2호의 분석결과와 일치하였다. 그 안에서 발견된 PAHs는 미생물이 죽어 화석화 과정을 거치면 나타나는 유기물질로 석유나 석탄 등에서 흔히 발견된다. 만약 PAHs가 지구에서 생성된 것이라면 겉이 안보다 더 많아야 되는데, ALH84001에서는 그 반대였다. 또 PAHs 주위에는 화석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탄산염이나 무기성 박테리아에서 볼 수 있는 황화철과 자철광이 함께 발견됐다. 여러가지 반박의견이 있지만 결국 36억년 전 화성에는 미생물이 살았을 것이라는 미항공우주국의 주장은 그리 흠잡을 데가 없다. 과학자들은 화성 운석의 표면에 물이 고여 있는 것을 발견 하였는데 이를 근거로 생명체의 관련이 있음에 주목하고 분석한 결과 두 가지 물질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ALH84001”가 과학계에서 화성에 생명체가 있었다는 증거로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생명의 기원을 밝혀보려는 인류의 끈질긴 집념에 놀라운 뉴스거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석탄·석유의 종말론
생명체의 불모지였던 지구의 육지에 약 4억년 전부터 원시식물이 퍼지기 시작했다. 진화가 일어나 땅바닥을 기었던 식물이 하늘을 향해 자라기 시작했다. 이윽고 20~30m 높이의 울창한 고생대 원시림이 등장했다. 세월이 흘러 이 원시림이 생명을 다해 그대로 묻혔다. 땅속에서 열과 압력을 받게 된 원시림 유해에서 산소와 수소 등이 빠져나가고 탄소만 남게 됐다. 억겁의 세월이 흘러 탄소만 남은 원시림의 유해가 굳어져 석탄으로 변했다. 고생대 원시림의 미라가 된 셈이다. 1822년 영국의 지질학자 윌리엄 코니베어와 월리엄 필립스는 3억5000만년 전~2억8000만년 전에 집중된 지층을 아예 ‘석탄기’라 명명했다. 석탄이 시루떡처럼 층을 이룬 것을 지칭했다. 석탄은 생명체의 잔유물이며 석유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석탄과 석유는 유기화합물이다. 인류의 석탄 사용은 기원전 315년으로 거슬러 간다. 그리스 문헌에 ‘북부 이탈리아와 그리스에서 석탄(목탄과 흡사한 물질)을 대장간 연료로 사용한다’는 기록이 있다. 중국 송나라 시대인 12세기 무렵에는 가정용 연료로 석탄을 사용했고, 세금까지 부과했다. 석탄은 1790년 본격 생산된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에 쓰이면서 산업혁명의 원동력으로 발돋움했다. 석탄은 고생대 원시림이 인류에게 안겨준 축복의 선물이었다. 그러나 200년이 지난 지금 석탄의 시대가 종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석탄연료가 뿜어내는 굴뚝의 매캐한 연기를 예전에는 경제발전의 상징으로 여겼지만 요즘은 아니다. 석탄연소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도 전체 화석연료 배출량의 44%에 달한다. 게다가 ‘침묵의 살인자’라는 미세먼지를 뿜어내는 주범으로 꼽힌다. 유엔환경계획 등이 6일 발간한 ‘재생에너지 투자’ 관련 보고서는 매우 의미심장하다. 지난해 세계 전체에 증설된 신규발전 용량 가운데 친환경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전체의 55%에 이르렀다. 특히 유럽에 신설되는 전력망의 90%를 재생에너지가 차지했다. 이제 석탄화력발전은 청산해야 할 구시대의 잔재가 됐다.
유기물의 위험요인
무기물과 유기물의 기본적인 차이점에서 출발하여 점점 더 그 중요성이 인식되고 있는 것은, 유기물이 일상생활에서 더욱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유기물이 어떤 환경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가 하는 위험성의 문제와 안정적인 무기물을 활용하는 문제다. 뇌와 신경에 이상을 일으켜 아토피 증세를 일으키는 포름알데히드 등의 휘발성 유해 가스들의 독성은 심각한 건강 문제가 되었다.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문제는 탄소를 결합체로 하는 유기물 중에 쉽게 분해되어 특정한 환경, 특히 밀폐된 곳에서 유해 물질로 생성되기 쉬운 유기물들이 있다. 예를 들면 순수 알코올은 그다지 유해하지 않기 때문에 술이나 소독제 등으로 사용되지만, 사람 몸속이나 밀폐된 실내등에서는 인체에 치명적인 아세트알데히드 등으로 새로운 합성물이 된다.(몸속에서는 숙취의 원인). 이처럼 유기물이란 유익한 물질이 대부분이지만, 2차 생성물로 변환 될 때 유해한 물질로 변환되는 유기물질들이 있으며 이는 대부분 휘발성 유기물로 향기나는 인공 화합물이 대부이다. 반면에 무기물은 기본적으로 탄소화합물을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쉽게 2차 반응을 하지 않는다. 최소한 인간의 일상생활에서는 특히 아주 안정적이다. 예를 들면 세라믹이나, 흙, 암석 등이 짧은 시간 내에 다른 물질로 변하지 않는 것은 분해, 결합 등의 화학반응을 쉽게 일으키는 탄소 공유결합이 없기 때문이다. 설령 무기물 중에 탄소로 구성되어있다 하더라도(예: 이산화탄소) 무기물은 대칭구조로 결합이 매우 안정적이거나, 수소, 질소 등의 원소들을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쉽게 분해도 되지 않으며 다른 물질과 결합하지도 않는 것이다. 유기물은 대부분 인간 생명 자체이며 또한 필요한 물질이면서도, 유해한 물질로 변할 수 있는 휘발성물질(알코올, 방향제 등) 등은 2차 유해물질로 쉽게 반응할 수 있는 반면, 무기물은 기본적으로 다른 물질로 변하려고 하면 고온, 고압 등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그 상태를 장시간 유지하며 분해도 결합도 하지 않는 안정적인 물질이다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