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성[性-sex]의 기원과 진화과정 살펴보기(2)
조류[藻類]의 접합[接合]
성이란 새로운 개체를 생산하기 위하여 두개의 개체로 부터 받은 유전 물질을 결합시키는 과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한편 생식이란 생물이 자기와 같은 개체를 생산하는 일이다. 성의 기원은 생식에서 시작 되었다. 무성 생식을 하는 미생물은 무수히 많다. 성[性-sex]와 관계없이 몸의 일부를 나누어서 후손을 만든다. 나무의 꺾꽂이가 그렇고 박테리아도 유사하게 번식을 한다. 생명의 역사로 볼 때 지구상에 암수가 생기고 성[性-sex]의 역사가 시작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 같은 조류[藻類]가 지구 환경을 오랜 기간 지배해 오는 동안에 무성 생식 방법으로는 예측할 수 없는 환경에 적응할 수 없다는 요인[要因]이 누적 되면서 환경에 적응하는 전략을 추구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환경 적응을 위해서 다양성 전략을 필요하게 되었으며 이를 위해서 두 개체간의 정보 교환이 일어났으며 이는 성의 시발점[始發點]이 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 예[例]가 조류[藻類]의 접합[接合]이라는 생식법이다. 박테리아 등의 접합[接合, Bacterial conjugation]은, 특별한 생식 세포를 분화하지 않고 모세포가 그대로 배우자의 성질을 띠고 행동하는 경우로 제한적이나마 어느 정도의 유전적 교환이 있었다고 보고 있으며 박테리아 단위의 원시적 섹스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접합 조식물에는 단세포인 것과 실모양으로 세포가 이어진 것이 있다. 예를 들어 단세포인 클로스테리움속에는 초승달 모양을 한 세포 중앙부에 핵이 있는데 2개의 세포가 접근하면 중앙부에서 세포질이 대롱 모양으로 뚫고 나와 접합함으로써 접합자를 이룬다. 한편 실 모양의 것도 접합 방법은 원리적으로 같지만 어떤 종류는 2개의 실이 서로 마주한 세포 사이에서 클로스테리움 속과 유사한 접합이 행해진다. 접합자는 2개의 실이 접착하는 중앙부에 생겨 각 세포가 마치 무릎이 접힌 것처럼 굽어진다. 또한 녹조 식물인 해캄[스피로지라속]에서는, 마주 대하는 세포 사이에 생긴 접합관을 통해서 세포 내용물이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이동하여 이것을 받아들인 쪽의 세포속에 접합자가 만들어진다. 형성된 접합자는 얼마 동안 휴면한 후에 발아해서 왕성한 분열능력을 가진 새 개체가 된다. 해캄을 저배율 현미경으로 보면 머리카락 같은 형태로 세포가 이어져 있는데 세포 내용물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이들이 세포 분열로 무성 생식을 하지만 어느 단계까지 가면 두개의 해캄이 서로 접합을 해서 한쪽 해캄의 세포질이 다른 쪽으로 이동해서 접합자를 만들어 위의 설명한 것과 같은 번식 작용을 하는 것이다. 양성 생식의 기원을 엿볼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볼복스[Volvox]와 클라미도모나스[Chlamydomonas]
성의 기원을 이야기 하자면 녹조류의 접합[conjugation]을 예로 들게 되는데 녹조류 중에서도 일반인에게 생소한 볼복스[Volvox]와 클라미도모나스[Chlamydomonas]라고 하는 녹조 미생물을 거론하게 된다. 먼저 볼복스[Volvox]는 한국어로 “좁쌀공말”이라고 하는데 좁쌀 모양의 단세포 미생물이 두개의 꼬리를 가지고 있으며 500-5,000가 군체[colony]를 이루고 있다. 현미경으로 보면 마치 좁쌀 뭉쳐 놓은 것 같아서 “좁쌀공말”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다. 논이나 웅덩이처럼 괸 물에 기온이 높은 때 발생하며 지름 0.5∼1mm로 육안으로도 구별된다. 아름다운 녹색을 띠고 편모로 몸을 회전시키며 운동한다. 전 세계에 분포하며 봄에서 여름에 걸쳐 크게 번성하나 겨울에는 동면(冬眠)한다. 군체를 이루는 세포들은 공 모양의 표면에 편모를 밖으로 내며 배열하는데, 상호 원형질사로 연락한다. 세포는 점액질의 막에 싸여 있다. 무성 생식은 1개의 세포가 분열을 시작하여 일정한 수의 딸군체[娘群體]를 만들어 이를 몸 밖으로 방출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으며, 유성 생식은 가을에 암수 개체가 구별되어 각기 알과 정자를 만들어 수정하여 이루어진다. 이 수정란은 물속에 가라앉아 월동한 후 새로운 개체로 자란다. 볼복스는 체세포와 생식 세포의 분화를 보이는데, 이 현상은 원생 동물로부터 고등 동물로의 진화 경로를 유추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어서 주요한 연구 대상이 되고 있은 것이다. 클라미도모나스도 녹조류로 볼복스와 유사하게 주로 민물에서 발견되며 바닷물이나 얼음 또는 눈 속에서도 발견되는 등 분포범위가 넓다. 영양분이 충분할 때는 단독 생활을 하지만 양분이 전혀 없을 때는 무리를 이루고 세포들이 결합하여 하나의 또 다른 세포를 이룬다. 합쳐진 세포를 다시 영양분이 있는 물속에 두면 다시 이분법에 의해 분리된다. 이들 두 종류의 녹조류는 세계 어느 곳에나 분포하는 단수 조류이며 생식 방법이나 물질 대사의 특이성 때문에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공배양을 통해 유용한 청경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 녹조류 식물은 유전학, 분자생물학, 세포생물학, 생리학 등 기초과학의 연구에 모델로 오래 동안 사용되어 왔다. 이 녹조류 식물을 “단일 클론 항체” 같은 사람이나 가축의 치료용 단백질을 생산하는 분자 농업에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클론항체”는 생소한 학술 용어다. 유전자 조작과는 달리 세포 융합을 이용해 의약품을 만들어내는 방법으로 녹조류 배양은 규모를 극대화 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동물을 이용한 세포 융합을 통해 생체에 침입한 항원인 병원균 퇴치제를 만들 수 있지만 녹조류[綠藻類]의 단일세포를 이용해서 세포 융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성[性] 결정 관련 연구
미국 설크 생물학 연구소[Salk Institute for Biological Studies]의 연구자들은 이 볼복스 [Volvox]에서 성(性)을 결정하는 유전적 부분은 매우 유사한 친족 관계에 있는 다른 녹조류의 하나인 “Chlamydomonas reinhardtii”와 비교해 볼 때 급격한 변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두 가지 성의 진화에 대한 모델을 뒷받침하는 최초의 증거를 제공하고 있다[Patrick Ferris et al. Science, 328: 351-354, 2010]. 이 연구에서 성을 결정하는 유전자 부분의 확대가 이루어지며 생식체라고 불리는 수컷과 암컷 재생산 세포의 생산과 관련되는 새로운 기능이 이 확대 과정에서 부가됨으로써 유전적인 다양성을 창출하게 된다. 이 연구를 수행한 설크 연구소의 식물 분자 세포 생물학 실험실의 부교수인 제임스 우멘[James Umen] 박사는 “지금까지 성을 결정하는 염색체는 일반적으로 성적인 재생산 과정에 관여하지 않는 시간이 지나면서 붕괴되고 지속적으로 손실되는 유전자의 부분으로 생각되었다. 우리의 연구는 기존 생각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즉, 이러한 부분은 확대될 수 있으며 유전체의 나머지 부분보다 더 빠르게 새로운 유전 물질을 생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식물이나 동물과 같은 대부분 다세포 생물은 두 개의 구분되는 성을 갖고 있으며 암컷은 거대한 움직일 수 없는 난자를 만들어내고 수컷은 이동성 정자를 생산한다. 단세포 조직은 또한 성적인 재생산이 가능하지만 단세포 생명체의 두 가지 성은 전형적으로 서로 구분되지 않으며 이러한 구조는 초기 진화 과정을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되어 왔다. 하지만 가장 가까운 관계에 있는 단세포 생물과 그 거리가 먼 식물이나 동물은 암수 두 가지 형태성을 향한 진화 과정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배제되어 왔다. 우멘 박사는 “Chlamydomonas와 같은 단세포 조직에서 생식체는 동일하게 보인다. 반면에 Volvox를 포함하는 다세포 생물체는 난자와 정자를 생산하고 이것은 암수를 구분하는 기준이 된다. 하지만 어떻게 암수 구분의 진화가 이루어졌는지 어떤 유전적 변화가 이러한 진화를 일으키게 되었는가를 알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망막 모세포 종양 억제 유전자[retinoblastoma tumor suppressor]
비록 Chlamydomonas와 Volvox의 유전체는 대부분 경우에 유사하지만 설크 연구소의 연구자들은 엄청난 예외를 보여주고 있다. 연구자들은 암수의 성적인 구분의 기원이 되는 소위 교배지점[mating locus]은 인간의 X염색체와 Y염색체가 성별을 결정하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기능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우멘과 그의 동료들이 Chlamydomonas와 Volvox 교배 지점 유전자를 조사하면서 이들은 이 두 가지 녹조류가 유사한 친족 관계의 생물종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동일한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Volvox의 경우에 이 교배 지점을 확대하는 새로운 다양한 유전자들을 갖고 있다는 것이 발견되었으며 이들 유전자의 발현은 암수 분화 프로그램에 의해 통제된다. 이번 연구의 공동 제1저자인 박사후 과정 연구원인 패트릭 페리스[Patrick Ferris] 박사는 “우리는 Volvox의 교배 지점이 Chlamydomonas보다 다섯 배 정도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우리는 진화론적으로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려고 했다. 어떻게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고 어디에서 새로운 유전자가 생성된 것일까?”라고 말했다. 이 부가된 유전자들의 기원을 추적하기 위해 이 연구팀은 Chlamydomonas에서도 동일한 것을 발견할 수 있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다른 공동 저자인 브래들리 올슨[Bradley Olson] 박사는 “Volvox의 일부 교배 지점 유전자는 완전히 새롭지만 Chlamydomonas에서 이와 대응되는 많은 유전자를 교배 지점 부근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Volvox는 이들 유전자를 성적인 기능과는 전혀 상관없이 끌어들여 교배 지점에 결합 시켰을 것이다. 그리고 이 유전자들의 일부를 성적인 재생산 주기에 사용하기 시작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팀은 현재 성적인 결정과 성적인 발달에서 개별적인 역할을 알아내기 위해 새로운 교배 지점 유전자들을 조사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이미 Volvox의 교배 지점 유전자 중 하나인 MAT3를 찾아냈으며 이 유전자는 성적인 분화 과정에 새로운 역할을 하도록 진화되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MAT3는 인간 유전자인 망막모 세포 종양 억제 유전자[retinoblastoma tumor suppressor]와 연관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유전자는 세포 분할을 통제하고 암세포에서 빈번하게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Volvox에서 이 MAT3는 동물이나 식물에서처럼 세포 분할을 통제할 뿐 아니라 암수 재생산 발달 과정에서 일어나는 차이와 상호 연관된 염기 서열과 발현에 따른 성적으로 특화된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생각된다. 우멘의 실험팀은 Volvox의 성특화 과정에서 MAT3의 새롭게 진화된 역할을 알아내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동족살해에서 비롯된 감수분열
지난 50여 년간 생물학자들은 성의 기원을 유전적 변이성과 진화의 다양성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80년대부터 일부 소장 학자들이 반론을 제기했다. 유전적 다양성은 성의 기능이자 결과일 따름이며 성이 시작된 이유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대표적인 반론은 유전자 이동 이론과 유전자 수복(修復)이론이다. 유전자 이동 이론에 따르면, 지구상에 나타났던 최초의 성은 박테리아 방식의 유전 물질 교환이다. 미생물의 세계에서는 놀랍게도 유전 물질의 교환이 쉽게 이루어진다. 박테리아가 유전 물질을 다른 박테리아와 끊임없이 주고받고 있다는 사실은 오랜 연구의 결과 밝혀졌다. 한 박테리아 세포로부터 섬모[pilus]라 불리는 미세한 돌출부를 다른 박테리아로 연장시켜서 이 다리를 통해 한쪽의 유전물질이 다른 한쪽으로 옮겨진다. 이러한 과정을 접합[conjugation]이라 한다. 접합에 의하여 이동되는 유전 물질은 오로지 자신의 번식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유전자를 갖고 있다. 접합은 여러모로 고등 동물의 섹스와 닮은 점이 많다. 위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일부 학자들은 박테리아의 접합에 의한 유전 물질의 교환이 성의 가장 오래된 형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유전자 수복 이론은 박테리아가 원시 지구의 악조건, 예컨대 과도한 산소 또는 자외선에의 노출로 손상된 염색체를 수리하기 위한 방법으로 유전자의 일부를 서로 교환하게 된 것이 성의 시작이라고 설명한다. 박테리아는 오늘날까지 무성 생식에 의존하고 있지만 두 이론은 모두 성의 원시적 형태를 박테리아의 유전물질 교환에서 찾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박테리아 방식의 성은 약 30억년 전 태고대의 어느 시기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다음호에 계속)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38khpark@hanmail.net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 성[性-sex]의 기원과 진화과정 살펴보기(2)](https://chedulife.com.au/wp-content/uploads/Volvox좁쌀공말.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