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성[性-sex]의 기원과 진화과정 살펴보기(4)
암컷과 수컷이 결정되는 핵심 인자
사람의 경우 Y염색체가 있으면 남자, Y염색체가 없으면 여자가 된다. Y염색체를 성염색체라고 하며 체세포 속에는 모양과 크기가 같은 염색체가 서로 쌍을 이루고 있는데, 이러한 염색체를 상동 염색체라고 한다. 대부분의 고등 생물은 암수의 구별이 뚜렷하며, 특히 암수 중 어느 한쪽은 크기나 모양에 있어서 뚜렷한 차이가 나는 염색체를 가지게 되는데, 개체의 성을 결정하는 역할을 하는 이러한 염색체를 성 염색체[sex chromosome]라고 한다. 남자의 경우 XY로 쌍을 이루게 되며 여자의 경우 XX로 쌍이 된다. 남자의 겨우 정자를 만들 때 감수 분열시에 X와 Y로 분리되기 때문에 정자는 X염색체를 가진 정자와 Y염색체를 가진 두 종류의 정자가 생기게 마련이며, Y염색체의 정자가 수정하면 남자가 되고, X염색체를 가진 정자가 수정하면 여자가 되는 것이다. 정상적인 수정의 경유 감수 분열 과정에서 난자는 X와 X로 정자는 X와 Y로 분리되게 돼 있지만 이 과정에서 종종 사고가 발생한다. 난자는 X 한 개여야 하는데 떨어져 나가지 않고 분리되지 않은 채 XX 두 개짜리 난자가 생길 수도 있고 XY의 정자가 생기게도 되는 것이다. 이와같은 기형의 정자와 난자가 수정되어 새로운 자식이 태어나게 되면 성의 전형적인 특성 발현의 이상이 생긴다. 크린필터[Klinefelter] 증후군이라는 것이 있는데 핵형이 47, XXY이며, X염색체가 하나 더 많은 성염색체 이상으로 표현형은 남자이다. 남성 성선 기능 저하증[hypogonadism]의 가장 흔한 원인의 하나로 출생 남아 약 1,000명에 1명꼴로 비교적 흔하고, 지능 박약아 중 1%에서 볼 수 있다. 고령 산모와 관계가 있다. 여자에게 타나나는 터너증후군[Turner syndrome]은 성염색체 중의 하나가 전부 소실 또는 부분 소실된 것으로, 반수에서는 45, x를 보이며, 다른 반수는 성염색체의 다양한 이상을 보인다. 모자이크로는 45, x/46/xx가 가장 흔하다. x 염색체의 단완의 결실은 난소 기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나 단신 및 터너 표현형을 초래하며 난소 발달 부전이 따른다. 생식 세포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중에도 비교적 정상적인 쿼러티[quality]의 정자와 난자가 생성됐다 하더라고 둘이 만나는 과정은 그리 순탄하지 않다. 체내 수정하는 정자의 경우 몇 가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인프라[infra]가 있다. 동물의 종류에 따라 유사한 것도 있지만 부분적으로 상황에 맞게 진화된 것을 알아 낼 수 있다.
다양한 생식기 구조
다소 낯 뜨거운 이야기지만 생식기 구조를 살펴본다. 수컷의 생식 기관은 정액을 만드는 기관[사람의 경우 전립선]과 정자를 만드는 정소, 그리고 정자를 담은 정액을 힘껏 사출하기 위한 페니스로 이루어져 있다. 이중에서 페니스는 수컷에게 고민을 안겨주는 기관이다. 교미를 빼곤 신체에서 가장 가로거치는 기관인데 신체 외부에 자리잡고 있어야 하니 여러 행동에 신경을 쓰게 만든다. 체내 수정을 하는 동물들은 페니스를 다 갖추고 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 새종류 중에 참새, 까마귀, 까치, 굴뚝새, 딱새 등 조류의 절반을 차지하는 새들이 페니스가 없다. 이들은 서로의 배설강을 맞대기만 하면 된다. 대부분의 포유류는 요도와 항문 길이 따로 있으나 알을 낳는 새들은 이들이 모두 하나의 기관으로 통합되어 있는데 이를 배설강이라고 한다. 수컷의 배설강에서 나온 정자는 암컷의 배설강으로 들어가 수정이 된다. 사람은 페니스에 뼈가 없지만 50%정도의 조류와 수중 동물들도 뼈가 없다. 포유류의 경우 일부일처형 동물들은 뼈가 없는 경우가 많고, 난교형 동물은 뼈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사람은 뼈가 없고 난교형인 침팬지는 뼈가 있는 것은 그 이유다. 교미를 자주하지 않는 동물들도 뼈가 있다. 발정기가 1년에 한 두 번인 개나 고양이 등이 그들이다. 고래는 사용하지 않을 때는 페니스를 몸 안에 넣고 다닌다. 페니스의 진화추이는 일단 교미할 때만 커지고[발기] 평소에 작게 만드는 쪽으로 개선돼 온 것 같다. 페니스도 중요한 기관이지만 더 중요한 기관은 정자를 만드는 정소다. 이 정소와 관련 기관들이 모여 있는 곳이 고환이다. 정자의 생산 능력은 대개의 경우 이고환의 크기에 의해 정해진다. 생산 공장이 크면 생산량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무턱대고 공장을 크게 가질 필요도 없다. 공장이 크면 관련 에너지가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적정선을 유지하게 된다. 고릴라의 예로 보자면 고릴라는 비교적 고환이 작은 편이다. 왜냐하면 고릴라는 수컷 한 마리가 암컷 몇 마리를 거느리는데 다른 수컷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텃세를 부리는데 온갖 신경을 쓰고 있다. 발정기에만 교미를 하다보니 정자의 수요가 적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큰 공장의 필요성이 없는 것이다. 이럴 경우 정자의 생산 공장인 고환을 키우고 정자를 많이 만드는데 드는 에너지를 몸집을 키우고 근육을 강화해서 다른 수컷으로부터 자기 휘하의 암컷을 지키는데 쓰는 것이 유리한 것이다. 하지만 침팬지는 난교를 한다. 여러 마리의 수컷과 여러 마리의 암컷이 같이 생활을 하며 4-5일 되는 암컷의 발정기가 되면 하루에도 몇 명씩 상대를 바꿔가며 난교가 이루어진다. 이런 경우 더 많은 정자를 암컷에게 전달하는 것이 자신의 유전자를 퍼트리는데 도움이 된다. 따라서 고환을 키우고 정자 생산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가 되었다. 침팬지의 경우 유전적으로 가까운 사이인 고릴라보다 몸집은 더 작지만 고환의 크기는 훨씬 크다. 다른 동물들을 살펴봐도 정자의 생산력이 높은 동물들은 주로 난교형인 경우가 많은 것이다. 사람은 어떨까? 사람은 생식 기관만 보면 고릴라와 침팬지의 중간정도로 어림하고 있다. 페니스도 고릴라보다 큰 편이나 뼈가 없다. 일부일처제이면서 무리를 이루는 사람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다. 페니스에 뼈가 있을 경우 수컷들의 치열한 쟁투의 상황에서 골절의 치명적인 위험 부담이 있으며, 이를 해소하는 방법은 뼈를 없애야 한다는 욕구가 혈관 팽창에 의한 발기[勃起, erection]시스템이 채택된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오르가즘과 sex[性]상대 선택권
오르가즘은 성행위시에 자신으로 부터나 상대로 부터 받는 성적인 자극, 특히 성기의 애무를 받을 때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대뇌 변연계의 자율 생리 반응이다. 오르가즘에 관한 많은 연구와 주장들이 있다. 그중에 한 가지 가설을 소개하면 암컷의 임신에 대한 선택적 권리라는 주장이다. 암컷에게 오르가즘이 오게 되면 자궁내 급격한 공기압의 변화가 있게 되고 이것이 정자를 자궁 쪽으로 빨아들이는 효과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오르가즘을 느낀 암컷은 그 교미로 임신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실제로 덴마크 등의 농가에서는 인공 수정을 시킬 때 암돼지용 바이브레이터[성기구]를 이용한다고 한다. 어찌됐든 오르가즘은 종족 번식의 근원적이고 선택적인 욕구에서 기원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오르가즘에 관한 주장들은 많지만 아직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다음으로 크게 관심을 가지게 되는 부분은 sex[性] 상대의 선택권이다. 암컷의 입장에서 봤을 때 sex상대를 신중하게 고를 수밖에 없으나 수컷에게는 근원적인 무책임성이 따르게 된다. 수컷은 이 순간에 이 암컷과 교미를 하고 다시 재빨리 다른 암컷을 만나 또 교미를 하는 바람둥이가 되는 편이 자신의 정자를 널리 퍼뜨리는데 유리한 것이다. 따라서 그 자식들도 아비를 따라 바람둥이가 될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암컷은 바람둥이 수컷이 교미를 하고 자취를 감추어도 난자가 수정되어 알을 낳고 그 알이 부화될 때까지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상대를 신중하게 골라야 유전적으로 우수한 자식들을 번식시킬 수 있다. 암컷은 발정기에만 가능한 sex 기회에 유능하고 성실한 배우자를 고르지 않으면 육아에 기진맥진하게 에너지를 소비할 수 없게 되고, 나약한 후손을 남기게 되는 것을 감안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같은 근원적이고 내재적 요인들이 인과론적으로 성의 진화에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동물들이 교미에 안달이 난 수컷에게 선뜻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다는 것을 주변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다. 특수한 경우도 많다. 바우어새 수컷은 손수 지은 ‘호화 저택’으로 암컷을 유혹한다.
동물들의 유혹전략
호주와 뉴기니에 주로 서식하는 바우어새는 바우어[bower, 약 1m 높이의 집]라고 하는 둥지를 지어놓은 뒤 암컷을 유인하는 습성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새 이름도 바우어다. 특히 바우어 수컷은 집 주위 정원까지 만드는 등 집짓기에 열을 올린다. 이들은 각종 열매, 꽃, 오색 빛깔의 조약돌, 조개껍데기 등을 물어와 집을 꾸미고 심지어 과일즙으로 외벽을 칠하기까지 한다. 혹여나 장식물이 시들거나 낡으면 새로운 것으로 바꿔 가는 등 정성을 다한다. 으리으리한 저택을 완성한 수컷은 잔뜩 부푼 가슴으로 노래하며 암컷을 유혹한다. 하지만 암컷을 유인하여 교미에 성공한 수컷은 돌변한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한 수컷은 냉정하다. 이들은 암컷을 부리로 쪼아대는 등 못살게 괴롭힌다. 물론 새끼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수컷은 다시 집짓기에 열중하며 새로운 짝 찾기에 열을 올릴 뿐이다[출처: 중앙일보-암컷 얻으려 으리으리한 ‘집’ 짓는 새의 반전].
곤충류에도 짝짓기의 유혹과 사기 전략까지 동원하는 사례가 있다. 파리중에 유럽풍선파리[Hilata maura]라는 종이 있다. 이들의 수컷은 암컷에게 짝짓기를 하러 갈 때 맨손으로 가지 않는다. 작은 곤충을 잡아서 선물을 싸들고 가야한다. 그리고 그 선물을 암놈의 눈앞에 대고 흔들며 춤을 추고 구애를 한다. 암컷이 허락을 하면 수컷은 암컷이 그 먹이를 먹어치우는 동안 짝짓기를 한다. 그 중에 어떤 녀석들은 교미 시간을 오래 끌기 위해 선물을 포장하기도 한다. 암컷이 포장을 풀고 먹이를 먹는 동안 교미를 하는 것이다. 인간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지 않은가?
Sex의 부끄러움
Sex 행위를 부끄러워하는 것은 생물종 중에 Homo spiens[사람]뿐이다. 난교를 하는 동물들이나 일부다처형 동물들의 경우 그들의 교미가 들어나는 것에 아무런 문제도 없고 실제로 옆의 다른 무리들이 보는 적나라한 상황에서 Sex행위를 한다. 또한 그러한 Sex행위 자체가 무리내의 소통행위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반대로 일부일처형 동물의 경우는 무리를 짓는 경우가 별로 없다. 따라서 Sex행위를 다른 동물들이 볼 일도 없고 봐도 그리 큰 문제가 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인간은 일부일처형이면서 무리를 짓는다. 여기서 인간의 Sex패턴의 특별한 시스템이 생성되었을 것으로 추론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 이외의 동물들은 암컷의 발정기를 만천하에 들어 내놓고 요란을 떨지만 인간은 여자들이 발정기의 명백한 증상도 없고 육감적으로 안다고 해도 기밀처럼 들어내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은 Sex행위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Sex행위를 숨기게 되고 옷을 입기 시작한 것도 성을 숨기게 되는 과정에서 한 몫을 했을 것이다. Sex행위가 둘만의 것이 되면서 일부일처제는 더욱 공고해진 것이다. 일부일처제가 확고해지니 자기 배우자 외의 Sex행위는 불륜으로 금기사항이 되었다는 의미다. 불륜이 사라지지는 않았으되 겉으로 들어나지 않게 된 것이다.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38khpark@hanmail.net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 성[性-sex]의 기원과 진화과정 살펴보기(4)](https://chedulife.com.au/wp-content/uploads/성의-기원4.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