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세포분열을 통해 본 인간의 수명[壽命]문제(3)
세포의 자살은 생명체 내부의 유전자들에 의해 죽음을 유도하는 세포때문이기도 하다. 외부에서 침입한 세균 등을 죽이는 역할의 T-면역세포(T-cell)는 세균이 몸 안에 침입하면 세균에 달라붙어 세균이 원치 않는 자살의 과정을 겪도록 프로그램을 주입함으로써 그 세균이 5분 안에 자살하게 만든다고 한다. 과학자들이 이 사실을 안 이상, 그냥 놔둘 리가 있나? 세포자살을 유도하거나 막는 방법을 개발하면 엄청난 일이 벌어지는데. 암을 비롯한 여러 질병을 제어 할 수 있는 낌새가 보인다. 프로그램 된 세포의 자살 과정을 이용해 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세포들은 죽어야 할 때를 어떻게 정확히 알고 죽음의 유전자를 발현할까? 그 이론 중 하나인 ‘텔로미어(telomere·틸로미어)’ 이론을 발표한 과학자들이 있다. 이를 연구한 세 과학자인 불랙번(Elizabeth Blackburn)과 조스택(Jack Szostak) 그리고 그라이더(Carol Greider)는 2009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다. 이 연구 때문에 한동안 시글 법적 하였고 아직도 계속 되고 있으며 그 추이를 비상하게 주시하고 있다. ‘텔로미어(telomere·틸로미어)’ 이론도 시사[時事]에 눈을 뜬 사람이면 웬 만큼 다 안다. 텔로미어 이론은, 보통 세포는 약 40번 세포 분열을 하는데 이런 세포의 수명은 염색체의 끝부분에 존재하는 텔로미어라는 반복적 염기서열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세포 분열이 진행되면서 그 길이가 매번 일정한 길이씩 짧아지고 일정한 길이 이하로 짧아지면 세포는 분열을 멈추고 결국 죽는다는 이론이다. 즉 텔로미어는 세포 분열 횟수를 기록하는 ‘세포의 시계’로 간주할 수도 있다. 매번 분열할 때마다 세포시계는 똑딱똑딱 시간을 기록하고 그때가 될 때 세포는 자살하게 되는 것이다. 앞에 말한 2009년 노벨상 수상자들은 짧아지는 텔로미어를 원상 복구할 수 있는 효소 ‘텔로머라제(telomerase·틸로머레이즈)’도 발견했다. 텔로머라제는 보통 체세포에서는 억제돼 그 활성을 찾을 수 없지만, 생식세포와 줄기세포, 그리고 암세포 등에서는 그 활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이들 세포는 지속적으로 분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텔로머라제라는 효소는 규정된 세포의 프로그램을 바꾸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진시황의 불로초[不老草]
이런 연구 결과가 나왔으니 흥분을 안 할 수 없게 되었다. 기원전 219년에 중국의 진시황은 대형선박을 건조하고 동남[童男], 동녀[童女] 3000명을 서복[徐福]이라는 신하에게 주면서 불로초[不老草]를 구해 오라고 명하였으나 그가 복귀하지 않았다는 전설에 가까운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fiction이 아니고 사실에 가까운 증거가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으며 제주도에는 그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제주도 정방폭포의 서복과지(徐福過之)라는 글자를 근거로 서복은 제주도를 샅샅이 뒤졌음에 틀림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진시황제는 누구인가? 그 옛날 분열된 중국 대륙에서 6개 나라를 멸망시키고 최초의 제국을 탄생시킨 장본인이 그 아닌가? 진시황 하면 떠오르는 것이 만리장성, 아방궁, 병마용갱인데 천하에 진시황 처럼 인간의 욕망을 마음껏 누려본 인물이 과연 있었는가? 천하의 진시황도 대자연의 철측 마저 마음대로 해 보겠다고 마지막 소원이었을 “불로장생”사업을 위해서 과감한 사업을 전개 하다가 실패하고 갔다. 그가 만약 ‘텔로머라제(telomerase·틸로머레이즈)’이야기 들으면 벌떡 일어날 것 같은데 땅속 깊은 곳에서 듣지 못하니 어떻게 하나? ‘텔로머라제(telomerase·틸로머레이즈)’ 실제로 노화하지 않는 다세포 생물로 알려진 강장동물 [腔腸動物]이 있다.
강장동물[腔腸動物] 히드라의 무한한 생식력
강장[腔腸]은 소화 기관인 일종의 창자라고 말할 수 있는데 강장동물은 복잡하게 식도니 위니 창자니 구분이 되지 않는 강장이라는 비어 있는 공간에서 너끈히 소화도 하고 새끼를 만들며 여유 만만하게 살아간다. 강장동물은 항문이 없다. 입구가 항문이다. 강장동물은 한자리에 눌러 붙어 살며 물과 함께 떠다니는 미생물을 잡아먹는 히드라 같은 종류도 있고 해파리 처럼 떠다니며 생활 하는 종류도 있다. 히드라는 몸의 구조가 해파리를 뒤집어 놓은 형태로 바위에 붙어산다. 그런데 최근에 히드라에 온갖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히드라는 암수의 구분이 없이 일부 세포가 때가 되면 씨앗에서 싹이 나듯 새끼 히드라가 생기면서 자손을 퍼뜨린다. 그래도 히드라가 늙지 않는다는 주장이 널리 인용되어 온 건 1998년 학술지 ‘실험 노인학’에 발표된 한 논문 때문이다. 미국 퍼모나대 생물학과 대니얼 마르티네즈 교수는 히드라 145개체를 4년 동안 관찰한 결과 노화의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과학자들은 사망률과 생식력을 통해 노화 정도를 가늠한다. 즉 노화가 진행될수록 사망률이 올라가고 생식력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4년 동안 히드라를 관찰한 결과 사망률도 별 차이가 없었고 생식력(주로 무성생식인 발아를 통해 번식한다)도 유지됐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가 발표된 이후에 히드라에 흥분하는 사람이 많아 졌다. 학자들은 물론이고 제약업자들과 오래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흥분할 수밖에 없는 일 아닌가? 늙지 않는 히드라에 관해서 수많은 언론에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늙지 않는 세포라면 암세포도 같은 속성인데 히드라의 유전자를 샅샅이 뒤져 보니 암을 유발하는 유사 유전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토마스 보쉬 독일 키엘대 교수팀이 히드라에서 암을 유발하는 종양 유전자를 발견한 것이다. 연구팀은 오랫동안 암 유전자의 기원을 추적했다. 다양한 종류의 유전체를 분석하던 중에 계통학적으로 가장 오래된 히드라에서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있었다고 한다. 연구팀이 히드라가 성장하는 과정과 줄기세포를 분석한 결과 종양이 있는 유생(폴립)을 발견했다. 이것은 히드라의 암컷에서만 발견됐는데, 인간의 난소암과 비슷한 것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암 조직에서 더욱 활성화되는 유전자를 히드라에게서 찾았다”며 이것은 “암의 성장과 확산의 기초가 되기 때문에 인간의 암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암 세포가 건강한 조직에서 왕성한 성장을 한다는 것이 암 세포의 오랜 진화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 과학자들은 왜 암이 히드라와 같은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 연구해왔다. 암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은 매우 특수화된 암의 근원인 암 줄기세포(cancer stem cell)를 제거하는 데에 있다. 암 줄기세포는 기존 치료법으로 제거되지 않아 조용히 잠복해 있다가 새로운 종양을 반복적으로 만들어 내게 된다. 잘려진 머리를 재생하는 히드라 처럼 특정부분만을 재생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부위에도 상관없이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렇기에 암의 완전한 정복을 위해서는 암 줄기세포에 대한 근원적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도마뱀의 재생력[Regeneration]
도마뱀이 위기의 순간에 스스로 꼬리를 잘라 위기를 모면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도마뱀은 생존을 위해서 위기의 순간에 꼬리를 천적들에게 미끼로 내던지고 재빠르게 도망치며 살길을 찾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 곳이나 자를 수 있는 건 아니다. 도마뱀 꼬리 중에서도 잘리는 부분이 정해져 있다. 그 잘린 부분은 스스로 출혈을 막고 상처를 회복시키고, 새로운 세포를 생성해 불과 며칠 만에 다시 꼬리를 재생시킨다. 잘린 부분에 잘려나간 꼬리에 대한 유전정보가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생물은 이처럼 몸의 일부가 손상될 경우 그 부분의 조직이나 기관을 다시 만들어 원래 상태로 복구하는 능력있다. 이런 복구과정을 ‘재생(Regeneration)’이라고 하는데 재생능력이 강한 동물로는 도마뱀 외에도 도롱뇽, 지렁이, 불가사리, 히드라, 플라나리아 등을 들 수 있다. 사람에게도 부분적으로 이런 재생능력이 있다. 살갗에 난 상처가 아물고, 뼈가 부러졌을 때 제대로 접합하면 원래 상태로 복구되는게 재생의 결과다. 간을 이식하면 간세포가 증식하여 원래의 기능을 되찾기도 하고, 적혈구 같은 혈액계 세포나 위장 점막도 재생능력을 보인다. 그러나 얼굴을 비롯하여 손이나 발의 일부에 심각한 손상을 입거나 내장이 심하게 망가지면 도저히 재생할 수 없다. 만약 사람이 도마뱀 수준의 재생능력만 갖출 수 있다면 의료 분야에서 ‘신세계’가 열리는 것이다.
생명체의 지식은 생명체를 사랑하는 마음의 시작이다
최근 이에 도달하기 위한 재생 기술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인체 중 재생의료 개발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관은 피부, 연골과 뼈, 그리고 장기 순이며. 피부 재생 기술에 대한 연구가 가장 활발하다고 한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것이지만 재생기술 연구에 인도산 송사리를 이용하고 있다. 제브라피시[Zebrafish. Danio rerio]인데 머리에서부터 꼬리까지 이어지는 아름다운 하얀색, 남색 줄무늬가 얼룩말[Zebra]을 닮았다 하여 이름마저 제브라피쉬(Zebrafish. Danio rerio)다. 원산지가 인도이고 몸길이가 4-5cm 남짓하다. 담수어종으로 아무 먹이를 줘도 잘 먹고 물이 조금 더러워도 잘 견디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 관상어로서 인기가 높기 때문에 수족관 등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물고기다. 인간과 유전적으로 약 90%가 일치하며 허파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관계를 지니고 있고 무엇보다도 개체 발생 및 기관형성 과정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인류의 질병 정복을 위한 중요 실험종으로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제브라피쉬가 유명해진 것은 심장의 4분의 1을 잃어도 별탈없이 생존한다는 사실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심장을 다친 제브라피쉬는 손상된 부위에서 줄기세포가 만들어져 심장을 재생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인간의 심장병 치료 연구에 새로운 단서를 제시해 줄 것으로 과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의 심장병 전문의이자 세포생물학자인 마크 키팅 박사가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제브라 피시의 손상된 심장을 재생시킨 유전자를 알아내면 인간의 손상된 심장을 수리하는 열쇠도 찾아낼 수 있을 수 있다고 말한바 있다. “인간도 이와 유사한 유전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으며 그렇다면 손상된 인간 심장의 재생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키팅 박사는 밝힌 것이다. 과학자들이 이런 저런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 천지개벽[天地開闢]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며 흥분하기가 일쑤이다. 인간이지구상에 출현한 이래 호기심과 의문속에서 생명이 무엇인가를 밝히고 인간의 영생하는 물리적 방법을 찾아보려고 무던히 애를 썻고 이와 같은 의지는 조금도 꺾이지 않고 계속 되고 있는 것이다. 바이러스에서 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생명체는 생존과 종족번식을 위한 의지는 같으며 DNA라는 기본설계도를 변형시키며 자연에 순응해 오고 있는 것인데 이를 과학의 힘으로 통제 해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구결과로 영생불멸 하는 세상이 오는 것은 아닌가? 하며 흥분하기 보다는 새로운 생명체의 지식을 넓히고 우리자신을 더 많이 앎으로써 자신도 사랑하고 지구상의 생명체를 사랑하는 지혜를 얻는 계기로 삼는 것이 더 중요하며 인간의 수명[壽命]문제를 바람직하게 바라보는 태도라고 생각된다.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 세포분열을 통해 본 인간의 수명[壽命]문제(3)](https://chedulife.com.au/wp-content/uploads/텔로미어.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