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소금에 얽힌 이야기(3)
소금섭취가 과소 해서 발생하는 문제를 연구한 사례도 많이 나와 있다. 뉴잉글랜드 의학지에는 바로 이 문제에 대한 연구도 실렸는데, 하루에 나트륨 섭취량이 3g이 안 되는 사람들은 심혈관계 질환이나 그로 인해 사망할 확률이 하루 7g 이상 나트륨을 섭취하는 소위 너무 짜게 먹는 사람들보다도 더 높았다고 한다. 비슷한 연구는 앞서 2011년 미국 의학협회지에도 실린 적이 있다. 그런데 왜 전문가들은 똑같이 위험한 나트륨 과소 섭취에 대해서는 과다 섭취만큼 경고를 하고 주의를 주지 않는 걸까요? 이는 사실 나트륨 뿐 아니라 건강에 대한 잘못된 상식이 통용될 때마다 흔히 일어났던 일이기도 합니다. 한때 콜레스테롤이라면 무조건 다 나쁜 것처럼 비춰지던 때가 있었다. 사람들은 너도 나도 계란을 안 먹거나 먹더라도 노른자는 빼고 먹곤 했다. 머지 않아 모든 콜레스테롤이 나쁜 것은 아니라는 사실과 계란을 먹는 것과 콜레스테롤 수치에 별 관계가 없다는 사실, 나아가 혈청 콜레스테롤은 우리가 먹는 음식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콜레스테롤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분명히 지나치게 요란한 편이다. 비타민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특정 비타민 결핍은 좋지 않지만, 그렇다고 비타민을 약으로, 그것도 지나치게 많이 복용하는 것 또한 건강에 별 도움이 안 된다. 이 세상에 지나치게 많이 먹어서[過用]해서 좋은 것은 하나도 없다. 물은 독이 없어 해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 할 수 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물 많이 퍼먹다가 죽은 사람이 꽤 있다.
약과 독의 차이는?
2007년 제니퍼 스트레인지(Jennifer Strange)라는 미국 여성이 ‘물 많이 마시기’ 대회에 참가해서 우승 하였지만 경기 후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다가 사망했다. 엄청나게 물 퍼먹고 물 중독으로 사망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물은 생명에 가장 중요한 영양분이지만 나트륨이 없는 과도한 물 섭취는 건강에 치명적이다. 현대 약리학의 시조인 파라셀수스는 “농약및 동물약, 의약품을 포함하는 모든 약은 독이며, 약과 독의 차이는 용량의 차이에 있을 뿐이다”라고 하였으며, 20세기 들어 생물학적 인식론을 개진한 철학자 프랑수아 다고녜에 의하면 “모든 약은 약리학적으로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고 하였다. 또한 선택적으로 질병부위에만 작용하는 이상적인 약물은 아직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는 약물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즉, 약은 주작용인 효과와 부작용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서 약이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어 그 안에 이미 두 얼굴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코브라나 살모사 같은 치명적인 뱀의 독도 처리하기에 따라서는 난치병이나 사람을 살리는 놀라운 약효가 있다는 것은 명백하게 입증 된바 있다. 경계하여야 할 것은 입증되지 않은 “00가 몸에 좋다” “00가 해롭다”는 매스컴의 보도에 현혹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으로서도 “어떤 것이 몸에 좋다, 혹은 나쁘다” 하는 것을 단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전제하고 세상에 떠도는 건강상식에 접근이 필요 한 것이다. 소금의 두 얼굴이 있는 것은 유별난 것이 아니다. 이를 알고 소금에 다가 간다면 손해 볼 일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소금은 인류에게 있어서는 필요 불가결한 요소였으므로 소금 생산자는 동 서양을 막론하고 경제적, 사회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평양감사보다 소금장수
우리나라의 속담에 “평양감사보다 소금장수”라는 말이 있고, 또 이유 없이 싱글벙글 웃고 있는 사람을 가리켜 “소금장수 사위 보았나”라는 말에서 단적으로 표현된다. 또한 소금은 가장 중요하고 오랜 무역의 품목이었고 황금과 맞먹는 결재의 수단이었으며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다. 실제로, 12세기에는 모로코 남부의 시딜마사에서 가져온 소금이 가나에서 금값으로 거래 되곤 하여 노예 한 명이 그의 발 크기만한 소금판 하나와 맞교환 되기도 했다. 소금이 얼마나 귀한 존재였길래, 그 좋다는 평양감사보다 소금장수가 더 좋다고 했을까? 모르긴 몰라도 이런 속담이 생겨난 것을 보니, 소금장수가 돈 많이 벌어서 평양감사 못지 않게 떵떵거리고 살던 때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오늘날의 소금은 성인 질환을 일으키는 대표적 식품으로 꼽히면서, 그러나 우리 조상들은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는 약물로 소금을 활용했다. 소금으로 이를 닦는 것은 물론, 혀에 백태가 끼거나 발가락에 무좀이 생겼을 때 소금을 바르거나 문질렀다. 또한 치통이나 피부병이 발생했을 때도 소금으로 닦고 씻는 등, 소금을 거의 만병통치약처럼 여겼으며 현재에도 이를 굳게 믿고 실천 하며 예찬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 외에도, 소금은 병을 걸리게 하는 귀신을 쫓는 주술 행위에도 많이 사용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줌을 자주 싸는 아이에게 키를 씌워서 소금을 얻어오는 풍습이다. 해독과 살균작용이 있는 소금이 오줌의 냄새를 없애고, 어린이들의 야뇨증을 방지시켜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소금이 건강에 안 좋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식탁에서 퇴출 시키려는 것은 지나치다.
동물도 소금 없이는 못 살기에 야생염소는 소금을 섭취 하기 위해 거의90*각도의 암벽을 기어 오른다. 몇 주전에 서커스 공연장면을 연출하듯 수직으로 절벽에 달라 붙어서 절벽의 소금을 빨고 있는 염소 사진이 화제기 된 일이 있었다. 염소가 절벽에 오르는 위험천만한 모험을 하는 것은 소금도 생사를 걸만한 소중한 물질이기 때문이다. 초점이 다른 이야기 일지 모르겠으나 1만명의 후궁을 거느렸다고 전해지는 황제가 있었으니 진나라의 무제[武帝]다. 삼국지로 잘 알려진 유비의촉[蜀]나라와, 조조의 위[魏]나라, 손권의 오[吳]나라의 3국을 통일 한 후 나라이름을 진[晉]이라 하고 황제에 오른 자니 기고만장 하기가 하늘을 찌를 듯 하였던 것 같다. 독재자가 다 그렇듯 진무제도 초기에는 혁신정책을 쓰며 백성들의 칭송까지 들었으나 날이 갈수록 타락해서 황제들의 향락하면 진무제가 빠지지 않는다. 그 많은 후궁들 중에서 잠자리를 같이할 후궁을 고르는 것이 만만치 않아서 양이 끄는 수레를 타고 후궁의 처소를 지나다가 양의 멈추는 처소의 후궁과 잠자리를 같이 하였다는 것이다. 머리가 팽팽 돌아 가는 후궁 하나가 양이라는 짐승이 소금과 대나무 잎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문 앞에 소금과 대나무 잎을 비치해 놓았더니 양들이 백발 백중 멈춰 서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야기가 있다. 염소나 양은 동물중에서도 소금을 좋아 하는 것으로 알려 졌다. 발가락이 2 또는4개의 짝수[偶數]인 소, 염소, 양 돼지, 낙타 등을 우제류(偶蹄類)라고 하는데 우제류인 산양이 염분을 찾아 다니는 것은 “염분이 부족되면 모든 동물은 발톱, 치아에 결핍이상이 생겨 이에 필요한 염분을 섭취하려고 암반, 미네랄을 섭취해야 한다” 는 것이다.
동물들의 소금 섭취 전략
모든 동물은, 나트륨(Na)이 생명에 필요한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초식동물은 나트륨 부족에 빠지기 쉬우므로 소금에의 갈망이 대단히 강해서 소금을 얻기 위해선 죽음조차도 마다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사냥꾼들은 짐승들을 총 쏘기 좋은 곳으로 유인하기 위해 소금 덩어리를 이용하거나 천연의 소금이 쌓여있는 곳 부근에서 짐승을 기다리기도 한다. 코뿔소의 뒤뿔은 33- 41Cm정도로 주로 소금을 얻기 위하여 땅을 파는데 사용한다. 개미도 소금을 먹어야 한다. 바다 가까이 사는 개미는 설탕을 좋아하고 바다에 멀리 떨어져 사는 개미는 설탕보다 소금을 좋아한다는 것도 밝혀진 사실이다. 케냐 서부의 엘르곤산의 표고 2,400m 등성이에는 코끼리가 소금을 얻기 위해 여러 세대(世代)에 걸쳐 파헤쳐 온 동굴이 있다. 과거 200만 년에 걸쳐 500만ℓ의 바위를 파냈다고 하는데 여기를 가기 위해서는 매우 위험한 길을 거처야 하지만 그 많은 세월에 걸쳐 어마어마한 소금동굴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북극곰은 바다표범 등을 먹으면서 소금을 취하는데 바다 표범이 없는 계절엔 소금을 보충하기 위해 해조를 즐겨 먹는다고 한다. 나비떼가 코끼리의 등 에 앉아서 피부에 배어 있는 소금기를 핥는다. 동물들이 소금을 얻기 위해 벌리는 행위는 사투에 가깝다. 동물들이 소금을 먹어야 살기 때문에 이런 법석을 떠는데 인간들은 소금 하면 가까이 하기를 꺼리게 되었으니 irony가 아닐 수 없다. 우리 몸이 필요한 소금의 농도가 늘 가장 정확하게 유지되는 장기는 심장(心臟)이라고 하는데, 고기를 소금에 절여 두면 썩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 때문인지 아직까지 심장암이 발견된 사례는 없다고 한다.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소금이 가장 적당하게 늘 유지되는 심장에는 암이 걸리지 않는다. 이처럼 소금은 생체의 유지에는 필수적인 것이지만 적당한 농도가 아니고 모자라거나 남게 되면 틀림없이 신체의 신진대사의 흐름을 흩트려 놓는다.
순수한 소금
천연의 곡식이나 과일, 열매 등을 통하여 영양을 흡수하지 않고 우리들이 좋아하는 가공식품에 의해 영양분을 섭취할 때는 소금의 섭취 양이 크게 달라진다. 천연의 곡식에도 약간의 소금은 들어 있다. 그러나 가공한 많은 식품 중에는 자연 상태와는 영양성분이 달라질 뿐만 아니라 소금을 비롯한 여러 가지의 첨가물이 들어간다. 이러한 첨가물에는 천연의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인공적인 것이므로 자연의 조화를 깨뜨린 것이 많다. 알기 쉬운 조미료의 예를 들어보더라도 글루타민산 나트륨, 구아닐산 나트륨, 이노신산 나트륨과 같이 대부분의 나트륨 염으로 되어 있다.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필요한 소금이 바로 염화나트륨이라는 것이므로 소금을 적게 먹어도 화학조미료를 많이 먹으면 자연히 나트륨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소금을 많이 먹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소금 자체가 아니라 바로 나트륨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평소에 싱겁게 먹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식품 첨가물이 많이 들어 있는 가공식품을 많이 먹는다면 소금을 많이 먹는 것과 같은 결과가 된다. 소금을 순수하게 정제하면 미네랄이 없어져 몸에 좋지 않다고 들 한다. 과학적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소금에서 기대할 수 있는 미네랄 성분은 소량의 칼륨(포타슘), 마그네슘, 칼슘 등이 전부다. 철과 같은 미네랄 양이온과 요오드, 브롬, 탄산과 같은 음이온들도 미량 들어있긴 하다. 성분과 양이 분명하지 않은 불순물이 들어있는 소금이 인체에 좋을 것이라는 주장도 논리적으로 근거가 부족하다. 소금을 미네랄의 공급원으로 먹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며 건강을 위한 미네랄은 다른 식품에도 충분히 들어있다. 천일염도 100% 믿을 수 없는 것이 바닷물에 수은, 납, 카드뮴 같은 중금속이 오염 될 수 있는데 이를 보장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소금은 순수할수록 좋다고 밖에 할 수 없는 것이다.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