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십자화과[十字花科,Brassicaceae] 채소(3)
바늘과 실이라고 하여야 할까? 배추 하면 무를 지나 칠 수는 없는 일, 한국인이면 애 어른 할 것 없이 무 싫어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겨울에 1.5m이상의 무구덩이를 파고 지붕을 덮어 얼지 않게 저장하였다가 겨울 내내 꼬챙이로 찍어내서 음식을 해먹었다. 배추김치와 함께 농촌 사람들의 겨울 양식 역할을 하였다. 무도 배추와 마찬가지로 중국으로부터 들어 왔으며 일제시대 이후에 일본인들이 보급한 일본 무는 왜 무라고 해서 단무지 용으로 많이 이용 하였다. 무 품종도 신 품종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품종 별 언급은 할 수 없으나 시드니의 식품점에 나오는 무는 대별해서 3-4종류 는 되는 것 같다. 한국 식품점에서 길쭉한 단무지 용 무, 총각 무, 밑 둥이 크게 부풀은 김장용 무, 물김치를 담그는 열무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 같다. 열무라는 어원은 “여리다”와 “무”의 두 단어 합성어로서 “여린”이 줄어서 “열”그리고”무”가 합쳐진 것이고 온라인에 총각무에 관한 해설이 있었다. 총각은 한자어로 ‘總角’이다. 지금은 ‘결혼하지 않은 성인 남자’를 가리키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총(總)은 ‘거느리다, 묶다’, 각(角)은 ‘뿔’을 뜻한다. 그러니 총각은 ‘머리를 땋아서 뿔처럼 묶는 것’이고, 총각무의 총각은 ‘머리처럼 땋아서 묶을 수 있는 무청’으로 볼 수 있다(조항범, 정말 궁금한 우리말 100가지). 총각김치는 무 머리 위에 무 이파리가 묶인 것처럼 달린다. 십자화과 식물중에서 한국인의 식생활과 관련된 몇 종류를 살펴 보았지만 이제까지 학계에 보고된 십자화과 식물이 200속 1800여 종이고. 한국에는 22속 50여종이 식물분류 학회에 보고 되여있다.
냉이와 꽃다지
냉이와 꽃다지는 한국의 대표적인 봄꽃의 하나이다. 동무들아 오너라 봄맞이 가자 / 너도 나도 바구니 옆에 끼고서 / 달래 냉이 꽃다지 모두 캐보자 / 종달이도 높이 떠 노래 부르네’ ‘봄맞이 가자’ 라는 동요의 가사다. 꽃다지란 이름은 작은 꽃이 다닥다닥(닥지닥지) 붙어서 피는 모습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순수하며 정겨운 우리 이름이다. 이른 봄 햇빛이 잘 드는 밭, 논두렁, 산기슭에서 노란색 꽃을 피운다. 높이는 10~20 센티미터 정도이다. 특이 하게도 꽃다지는 오동통한 이파리가 닥지닥지 붙어 있고 잎과 줄기에는 별 모양의 짧은 털이 빽빽이 나 있다. 지방에 따라서는 냉이와 함께 봄나물로 뜯어 먹고 있으나 필자의 고향에서는 먹지 않았다. 이른봄 밭을 갈아 엎기 전에 냉이와 함께 지천으로 나서 노랑 꽃을 피우는 봄의 전령[傳令]이다. 브로콜리, 케일, 양배추, 강화도의 아이콘, 순무 등이 십자화과 식물이다. 건강과의 관련은 업급 하지 못 했지만 십자화과 채소 예찬논자 중에는 의사를 만날 수 없게 하는 채소라고 하는 이도 있다. 한국인이면 조석으로 만나야 하는 식물임에는 틀림 없을 것 같다.식물을 연구 하는 학자들이라면 빼 놓을 수 없게 된 십자화과 소속의 한 종[種]이 있다. 잡초 중에 잡초인 “애기장대”가 바로 그것이다. 냉이나 꽃다지도 작은 식물이지만 코 딱지만 하게 작아서 거들떠 보지도 않던 존재인데 생물 연구 하는 사람이면 애기장대를 살피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애기장대[Arabidopsis thliana]
애기장대[Arabidopsis thliana]는 배추, 무와 함께 십자화과에 속하는 쌍떡잎식물로, 성체의 폭이 5센티미터, 키가 60센티미터 정도 밖에 되지 않아 눈에 잘 띄지 않지만 한국에서도 엄연히 자생하고 있는 식물이다. 생장 주기가 4~6주 정도로 매우 짧아 다른 식물에 비해 빠른 속도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으며, 자가수분이 가능하기 때문에 곤충이나 바람 같은 수분매개자가 없는 온실에서도 키울 수 있다. 1990년대 초 중반부터 “애기장대”를 이용한 논문 편수가 폭발적으로 늘어 나고 있다. 거들떠 보지도 않던 잡초였던 “애기장대”가 폭발적으로 증가 한데는 뚜렷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애기장대는 게놈[고유염색체의 한 조]크기가 작고 유전자가 많으며 유전자[DNA]분석이 완전히 끝난 식물이다. 생활사가 짧아서 파종하고 짧으면 6주만에 1500개 가량의 씨를 얻을 수 있으니 연구자 들에게는 안성맞춤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꽃대가 장대처럼 올라 오는데 그 자그만 식물의 장대 뻗는 것이 신기 해서 “애기장대”라는 이름을 부친 게 아닌가 생각된다. 장대크기가 15-35cm이고 잎이 깔린 넓이가 5cm이니 재배공간에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애기장대학회”가 있고 전 세계의 6천여. 개의 실험실에서 1만6천여명의 연구자들이 매년 2천500 편이 넘는 논문을 쏟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에 이용하는 생물을 “모델생물”이라고 하는데 대표적으로 멘델의 “완두콩”이 가장먼저 알려 진 것이고 쥐, 초파리, 효모, 대장균 등이 모델생물의 예이다. 애기 장대는 배추와 6촌쯤 되는 가까운 친척이다. 배추는 인간이라는 부자 집으로 양자[?]를 가서 우대 받으며 자손 번식의 번영을 누리고 있는 반면 애기장대는 생물학자들이 애지중지 하는 생물학의 마스코트로 자리 잡았다. 60년대에 생물공부하며 애기장대는 보고, 듣지도 못하였는데 최근의 연구 동향을 보면 애기장대에 매달린 학자들은 부지기수 인 것 같다. 모델생물의 정립은 생명과학자들이 문제의 해결 방안을 가장 효율적으로 찾고자 노력한 결과물로, 식물학자들은 애기장대라는 간단하면서도 훌륭한 길잡이를 이용하여 단시간에 식물 생명과학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모델생물이라고 해서 실제상황을 완벽하게 발현해 보일 수 없다는 것이다. 유전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멘델은 실험과 실증이라는 과학적 연구방법의 모범이다. 무려 만 그루의 완두를 재배하여 13,000여 건에 이르는 데이터를 해석한 그의 연구는, 과학자의 자질을 논할 때 귀감이 되는 표본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멘델의 유전법칙이라는 용어가 멘델의 사후에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 멘델은 유전이나 유전자라는 단어조차 몰랐고, 이후 세명의 연구자에 의해 거의 동시에 재발견된 유전법칙을 가지고 서로 먼저 발견했다고 다투다가 해결방안으로서 멘델을 유전학의 아버지로 추인하게 되면서 멘델의 유전법칙이라 명명된 것이다.
조팝나무
멘델이 발견한 유전 현상이 모든 생물에 다 같으리라는 생각으로 조팝나무로 실험하여 보았지만 완두 가지고 실험 하였을 때 관찰 되던 유전현상을 찾아 볼 수 없어서 실망한 나머지 연구를 중단하고 수도원장이라는 경영자로 자리를 옮기기도 하였다는 일화가 있다. 멘델은 조팝나무가 완두처럼 유성생식이 아니라 무수정식물임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4-5월이면 한국의 들판이나 언덕배기엔 에누리 없이 흰 떡가루를 붙여 놓은 것 같은 꽃이 장관인 야트막한 나무가 눈길을 끈다. 조팝나무[Spiraea prunifolia]다. 4∼5월에 가느다란 가지마다 휘어질 듯 흰 눈가루를 뿌려 놓은 것처럼 수백 수천 개가 무리 지어 핀다. 흰빛이 너무 눈부셔 언뜻 보면 때늦게 남아있는 잔설을 보는 듯도 하다. 조팝나무도 종류가 많아서 하얀색뿐만 아니라 핑크색도 있고 관상목으로 인기가 있는 것 같다. ‘조팝’은 ‘조밥’의 제주도 방언에서 온 것으로 꽃이 피기 전에는 알알이 꼭 좁쌀만 하게 봉오리를 맺어 보는 이들이 조밥 같다고 “조팝나무” 라 불렀다 한다. 비슷한 이름의 “이팝나무”가 있다. “이팝나무”도 “조팝나무”처럼 4-5월에 꽃이 피는데 꽃이 만발하면 벼농사가 잘 되어 쌀밥을 먹게 되는 데서 이팝(이밥, 즉 쌀밥)이라 불리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애기장대 언급하다가 곁길로 흘렀으나 대부분 산림으로 경작지가 협소 하던 시절에 산천초목들이 우선적으로 식용이 가능한 것인가를 가름하다 보니 “조팝”이니 “이팝”까지 끌어다 붙인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잡초 중에 잡초였을 “애기장대”가 덩치가 너무 작으니 국 끓여 먹을 생각을 하지 않았을 텐데 애기장대[Arabidopsis thliana 생물학자들이 애기장대는 16세기에 독일의Harz 산맥에서 Johannes Thai에 의해 발견[그래서 thaliana라고 불리운다]되면서 “생물학의 꽃”으로 스타[star]가 되었다 (그래서 thaliana라고 불리운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십자화과 채소는 인간을 병원에 가지 않게 만드는 식물이라고 하였고 연구자들에 따르면 십자화과 채소류 가운데 케일이나 브로콜리, 양배추, 배추 등은 높은 항암 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알려졌고 브로콜리에 있는 ‘설포라판’이란 식품화합물은 간에서 발암물질을 제거하는 효소를 활성화해 체내에서 발암물질을 분해·제거하는 구실을 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이 되었다. 그러나 이외에도 지금까지 밝혀진 채소의 항암 성분은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채소에 들어 있는 유효성분을 생각하면 채식은 암 퇴치에 주요한 구실을 하는 게 마땅하다. 그런데 채소의 항암 능력을 뒷받침하려는 장기 임상 실험은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지구 생명체의 다양성은 무궁무진하며, 그 속에는 아직 우리가 찾아내지도, 이해하지도 못한 흥미로운 생명 현상들이 숨겨져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자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 십자화과[十字花科,Brassicaceae] 채소(3)](https://chedulife.com.au/wp-content/uploads/십자화가.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