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십자화과[十字花科,Brassicaceae] 채소(2)
십자화과 식물중에서 일본인들이 개발해서 식품화한 와사비가 있다. 와사비가 일본말이니 와사비라고 하기가 께립찍 해서 한국어로 고쳐서 “고추냉이”라고 부르고 있다, 고추냉이가 상품화 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것 같다. 60년대에 짧은 기간 동안 춘천의 농사시험장에 근무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일본의 와사비와 곤약꾸를 시험재배 하는 것을 본 일이 있다. 두 가지가 이름도 그렇고 그 당시 한국사회에서는 생소한 것이었는데 상품성이 있다는 것을 예상하였던 것 같다. 고추냉이[와사비]가 고냉지에서나 재배가 가능한 까다로운 성질 때문에 재배를 꺼려 왔으나 강원도농업기술원이 재배기술을 개발해서 보급시키는 바람에 재배농가가 늘고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하니 50여년 전에 구상하던 사업이 이제서야 빛을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본인 들은 고추냉이를 재배해서 잎을 먹는 것이 아니라 뿌리를 갈아서 와사비를 만들어 파는 것이다. 회[膾]라면 사족을 못쓰는 일본사람들이 고추냉이 뿌리를 으깨서 치약처럼 tube에 넣어 마구 쏟아 내는 바람에 지구촌 사람들의 입맛을 버려[?]놓은 것이 아닐까? 한국의 고추냉이[와사비]는 뿌리보다는 이파리를 쌈으로 먹으며 불고기 음식점에서 인기가 있다고 한다. 천남성과[Araceae]에 속하는 식물로 한국어로는 구약나물이라고도 하고 감자처럼 생긴 뿌리를 먹기 때문에 구약감자라고도 한다. 냄새도 나고 해서 날 것으로 먹기는 곤란하나 요리를 하면 별미가 있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와사비와 함께 인기식품이며 곤약과 관련된 업체가 1800여 곳이나 되고 시장 규모도 2조50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뿌리를 갈아서 응고제[석회유]를 섞어 끓이면 곤약이 된다. 묵처럼 말랑말랑하게 탄력이 있으면서 쫄깃한 맛을 내는 것으로 이것을 일본어로 “곤약”이라고 한다. 한국의 재배농가는 얼마 안 되지 않으나 식품회사에서 수입한 구약나물 뿌리로 국수류의 식품을 만들어 선보이고 있다. 곤약에는 “그루코만난[Glucomannan]”이라는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식이섬유의 일종인 글루코만난은 수분을 대량으로 빨아들여 부풀어 오르는 성질이 있어서 곤약을 먹으면 쉽게 포만감을 느낀다. 또 몸 안에서 부피가 커지면서 장운동을 촉진해 변을 보기 쉽게 해준다. 보통 다이어트를 위해 식사량을 줄이면 변비가 생기기 쉽지만 곤약은 변비 예방에 좋기 때문에 다이어트용 식품으로 각광 받고 있는 것이다. 고추냉이[와사비]와 겨자가 헷갈릴 수가 있으나 완전히 다른 식물이다. 고추냉이[와사비]는 광릉에서 채집보고된 Wasabia koreana와 Wasabia japonica가 있는데 일본에서 식품으로 이용하는 것이 이 Wasabia japonica다. 식물분류 학자 들 사이에서 겨자냉이로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어쨌거나 W, Koreana나 W, Japonica는 십자화과 소속이며 성경에서 인용하고 있는 겨자는 완전히 다른 식물이다.
너희가 만일 믿음이 한 겨자씨 만큼만 있으면
겨자도 십자화과 식물이지만 학명이 Brassica cernua로 잎과 줄기를 식용으로 하지만 노랑 빛 갈의 씨앗을 갈아서 조미료 겨자를 만든다. 성경에[마태복음 17장 20절] “가라사대 너희 믿음이 적은 연고니라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만일 믿음이 한 겨자씨(σιναπι 시나피)만큼만 있으면 이 산을 명하여 여기서 저기로 옮기라 하여도 옮길 것이요 또 너희가 못할 것이 없으리라”라는 구절이 있다.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성지순례로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지역을 여행하며 성경과 설교를 통해 수 없이 들은 그 작디 작은 겨자씨를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겨자는 성지 전역에서 잘 자라지만 특히 갈릴리 지방에서 많이 자라며, 2~3월에 이 지방으로 여행하면 온 산과 들판을 노랗게 물들인 겨자 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한인(韓人)들은 어린 싹을 뜯어 김치를 담그거나 살짝 쪄서 말린 후 나물로 먹기도 한다고 한다. 모양이나 맛이 갓과 비슷하므로 갓으로 부르는 사람도 있다. 겨자는 크게 검은 겨자[Brassica nigra] 와 흰 겨자[Sinapis alba]가 있다. 두 가지 모두 키가 비슷한데다 십자화(十字花)의 노란 꽃이 피므로 구분하기 힘들지만, 잔털과 씨방의 모양을 보면 구분이 된다. 즉 검은 겨자는 식물이 매끈하여 잔털이 없고, 씨앗은 한 꼬투리 안에 5~10개가 들어 있어서 흰 겨자 씨앗보다 더 작다. 이에 비해 흰 겨자는 몸에 잔털이 나 있고, 씨앗은 끝이 뾰족한 작은 꼬투리에 2~3개 정도 들어 있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검은 겨자를 성경에 나오는 작은 겨자씨로 지목하고 있으나, 실제 갈릴리에서 자라는 것은 대부분 흰 겨자라고 한다. 겨자씨는 지름이 1~2mm이며 한국의 유채씨와 비슷하다. 겨자는 포기로 자라며 군락을 이루는데, 키는 2~3m 정도로 어른 키보다 크다. 한국인들이 겨자의 씨앗에 깊은 관심이 있는 것을 알고 겨자씨 보다 더 작은 야생담배 씨를 봉투에 담아 “겨자씨! 겨자씨!” 하며 판다고도 한다. 성경의 비유는 겨자의 생태적 특성과는 관계없이 작은 씨앗의 위대함을 언급한 것이지만 씨앗을 직접 보고 만지며 성경 말씀의 의미를 되새기려는 신앙심에서 나온 것일 것이다.
겨자와 배추의 관계
겨자와 배추는 십자화과 식물이면서 속[屬]명이 같다. 혈연으로 치면 4촌 사이는 된다고 할까? 겨자의 학명은 Brassica cernua이고 배추의 학명은 Brassica pekinensis인데 pekinensis는 북경산이라는 뜻이다. 배추의 원산지는 터키, 시리아 등 근동 지방으로 알려 졌으며 중국으로 전파 되여 개량되었기 때문에 통이 안는 김장배추가 영어로 chines cabbage가 된 것이다. 십자화과의 식물들은 거의가 다 식품으로서 사랑받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배추는 한국에서 군계일학[群鷄一鶴]의 부동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배추야 chines cabbage라고 하지만 한국의 배추김치를 어느 누가 흉내 내겠는가? 김치가 한국의 자존심이 되면서 일본인들이 기무치 어쩌고 하는 것까지 아니 꼬아 하기에 이르렀다. 김치가 세계적으로 보급되고 다른 나라 사람들이 김치를 맛있게 먹는 것, 마치 우리 한국의 위대함을 전파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한국 매스컴에서 추켜세우기에 바쁜 한류[韓類]열풍 속에 김치예찬도 빠지지 않지만 냉정하게 배추포기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배추김치가 다른 인종의 입 맛까지 자극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것 같다. 길어 봤자 고작 100년이 될까? 말까? 하다는 것이 학자들의 견해다. 필자가 어렸을 때만 해도 통이 단단하게 안은 배추 포기를 보지 못했다. 중국 사람들이 한국보다 훨씬 먼저 배추의 우수 품종을 개발해서 식품으로 발전 시켜 왔지만 고추가루와 무채, 젓갈류까지 버무려 발효 과정까지 거치며 배추김치 같은 것을 만들어 낼 줄을 몰랐다. 중국인이나 다른 인종들도 절여 먹는 것은 알았지만 맵디 매운 고추 가루와 매치[match]시켜서 매혹적인 미각을 창출한 것이 자랑거리라고 할 수 있다. 음식은 변하는 것이고 그 변화에는 재료도 재료지만 조합과 창의적인 생각의 숙성이 더 중요한 법이다.
배추 신품종 개발
60년대 후반에 학교 실습지에다가 배추 농사를 해본 경험이 있다. 현재는 배추 품종이며 재배방법이 다양하게 발전과 변화를 거듭해서 사시사철 우수한 배추가 생산 되지만 50여년 전만 해도 대관령을 비롯한 산간지역에서 노지 재배로 배추를 생산 하였다. 노지재배의 경우 파종 시기가 생산에 큰 영향을 주었다. 배추는 화아가 형성되면 생식성장을 위해서 이파리 만들기를 멈추기 때문에 결구[포기안기]가 데대로 되지 않는다. 화아[花芽]를 형성시키는 평균기온이 15℃이며 지방에 따라 편균기온 15℃되는 날로부터 역산해서 35일전에 파종 하여야 하는데 이때가 경기지방의 경우 8월 1-5일 사이다. 그 이전에 파종이 어려운 것은 진딧의 창궐[猖獗]로 유묘기에 피해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진딧물은 8월에 들어 서면서 활동을 접는다. 그 지방의 평균기온이 15℃가 되는 날부터 35일 전에 파종하여야 한다. 만일 이보다 늦게 파종하면 충분히 결구되지 못하므로 상품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선 화아형성이나 기온을 뛰어넘는 배추 신품종이 나오고 재배기간이 75일은 되어야 하든 것을 55일에서 60일 만에 수확하는 것에서부터 봄이나 여름 계절에 관계없이 전천후 품종까지 등장하였다고 한다. 한국의 배추 품종을 검색해 보니 2001년 현재 한국에 등록된 품종수가 438개로 나와 있다. 그 이후에도 등록된 새 품종이 있을 것이며 종묘회사에서도 인기 품종 개량이 계속 되고 있을뿐더러 농촌진흥청도 매년 신품종을 발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농촌진흥청에서 신품종 2종류가 발표된 것이 있다. “품종 ‘원교20044호’는 중국에서 수집한 주황색 배추 ‘홍자2호’를 소포자 배양해 육성했다. 무게(1.3kg)가 대조 품종인 불암3호의 무게(2.1kg)보다 가볍다. 속잎의 숫자도 35매로 절반정도 적어 매우 작은 구를 이룬다. 속잎의 빛깔이 은은한 귤색으로 독특하고 크기도 크지 않아 중국 수출에 유리하다” ”교20045호’는 국내 재배 품종인 ‘아시아노랑미니’를 소포자 배양해 육성한 새 품종이다. 속잎은 67매로 노란빛을 띄며 무게가 1.8kg 정도로 작고 단단하다. 숙기도 빨라 핵가족이 이용하기에 알맞은 것으로 평가된다” 퀸스랜드 배추만 바라보다가 눈이 번쩍 뜨이는 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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