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유인원을 중심으로 한 원숭이 이야기(2)
오랑우탄은 생물학적인 계보[系譜]
“성성이”는 오랑우탄을 중국어로 표현한 원숭이류의 이름이다. 오랑우탄은 생물학적인 계보[系譜]에서 영장목에 속하며 사람과 혈족관계가 매우 가까운 원숭이다. 영장목을 일반용어로 영장류라고 하는 것인데 영장류[靈長類]는 분류학적으로 영장목[靈長目]에 속하는 원원류[原猿類-Prosimians] 원숭이와 진원류[眞猿類 -Anthropoidea]로 나눈다. 진원류를 크게 3부류로 나누면 좌우 콧구멍이 넓게 벌어져 있는 광비[廣鼻]원숭이류, 이와는 대조적으로 콧구멍이 빼꼼하게 좁은 협비[狹鼻]원숭이류와 유인원[Ape]으로 분류한다. 유인원을 또 정의하자면 사람상과[Superfamlily Hominoidea]에 속하는 꼬리가 없는 종을 말하며, 사람을 제외한 원숭이 종류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진원류는 2과 8속 24종이 알려져 있다. “사람상과”란 생소한 학술용어다. 생물분류의 단계인 문(門, Phylum, Division), 강(綱, Class), 목(目, Order), 과(科, Family), 속(属, Genus), 종(種, Species)에 없는 상과[上科– Superfamlily]는 과 보다 반단계[半段階] 상위 단계를 설정한 것이다. 원숭이라면 사람을 제외한 사람상과[Hominadea]의 긴팔원숭이과[Hylobatidae]의 4속[属, Genus] 17종[種, Species]과 사람과[Superfamlily Hominoidea]로 분류되고 오랑우탕, 고릴라, 침팬치 등을 아울러서 말하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유인원(Ape-꼬리 없는 원숭이)이라는 말에 인간은 포함되지 않지만, 사실 생물학적으로 인간 또한 유인원 분류에 포함된다. 견강부회[牽强附會]식으로 사람들의 혈족관계와 결부시켜 설명하자면 같은 종씨에 20대쯤의 조상으로 부터 갈려진 후손들이라고 하여야 할까? DNA를 판독해보면 침팬치는 인간과 99%가 일치하고 오랑우탄은 97%가 같은 것으로 판독되었다고 한다. 그와 같은 근원적인 구조 때문에 행동이나 습성의 유사성이 많아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것이다. 이 동물은 얼굴모습이 사람과 비슷하지만 온몸이 주홍색의 털로 싸여있고 사람의 말을 이해하며 또 술을 좋아한다고 전해진다. 아마도 오랑우탄을 보고 그와 같이 부르지 않았을까? 현재 우리가 실제로 보고 있는 오랑우탄을 성성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상상의 동물이 바로 우랑우탄일 것이라는 짐작이 유력해진다.
오란우탄을 처음 관찰한 서양인
18세기초 ‘다니엘 베크맨‘ 선장은 오랑우탄이 사는 지방을 방문한 최초의 서양사람이다. 그의 저서 ‘보르네오 항해‘에서 보면 “원숭이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으나 그중에서 가장 흥미있는 녀석은 오랑우탄이었다. 이 녀석은 털이 사람과 같은 부분에만 나 있고 골이 나면 돌이나 몽둥이를 던지며 대든다“고 했다. 또 “원주민들은 오랑우탄이 옛날에는 인간이었으나 신의 노여움을 사 천벌을 받고 야수의 모습으로 변했다고 믿고 있다“고 적고 있다. 오랑우탄은 학명이 Pongopygmaeus이며 아프리카의 고릴라에 대비되는 아시아의 대형 유인원이다. 서식처는 보르네오섬과 수마트라섬인데 전체 면적이 불과 13만km²도 안되는 열대우림속이다. 오랑우탄(Orang-utan)은 원래 말레이어로 ‘산림속의 사람‘이란 뜻인데 보통은 ‘빚을 진 사람‘이란 용어로 쓰이고 있다. 성장한 수컷의 경우 신장은 1.36m, 몸무게는 69kg정도 되며 암컷은 신장이 1.15m, 몸무게가 37kg정도 된다. 전신에 거칠고 긴 털이 나있고 털색깔은 적갈색이지만 암수에 따라 또는 나이나 서식지에 따라 약간씩 다르다. 늙으면 점점 붉은 보라빛과 오렌지빛의 수염이 나 있다. 주둥이는 성장하면서 앞으로 튀어나오는데 턱이 발달해 험상궂은 얼굴을 하고 있다. 특히 수컷은 어깨부터 턱밑까지 커다란 지방덩어리인 후낭이 붙어있다. 이 때문에 얼굴이 2배 이상이나 더 커 보인다. 이쯤 되면 본래에도 작은 눈이 살 속에 더욱 깊숙이 묻혀버린다. 귀도 잘 보이지 않고 젖은 축 늘어진 채 배만 불룩하게 튀어나와 있어 흡사 움직이는 달마상 같다.
인간의 친척[親戚], 침팬지
인간과 침팬지의 DNA 정보는 1%[98.6%]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불과 500만 년 전에 공통 조상에서 분리돼 독자적 진화의 길을 걸어왔다고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과 침팬지의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이 수수께끼는 현대 생명과학에서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중요한 이슈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열쇠 중 하나로 ‘유전자의 변화‘가 꼽히는 가운데, 인간과 침팬지의 서로 다른 성문화(性文化)가 진화에 영향을 주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직무대행 최용경) 박홍석 박사 연구팀이 주도하고 일본 국립바이오의학연구소(하시모토 박사)와 동경대학교(스가노 박사) 등이 공동으로 참여한 연구에서 연구진은 인간의 일부일처와 침팬지의 다부일처가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자 변화의 한 근거가 된다는 결과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인간과 침팬지를 확연하게 구별짓는 중요한 특징이 생리적 활동이라는 사실에 주목, 침팬지 수컷의 정소에서 1,933 종류의 유전자 정보를 발굴해 인간과 침팬지의 정소기능(정자생성력, 운동력, 지구력, 수정력 등)과 관련된 유전자들을 포괄적으로 비교 연구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인간과 침팬지의 정자 생성 및 정자 기능에 관련된 50%(30/78개) 유전자들에서 유전자 구조와 유전자 정보가 서로 다름을 밝혀냈다. 특히 정자의 숫자와 운동속도, 지구력과 밀접한 관련성이 깊은 3개 유전자(CD59, ODF2, UBC)에서 침팬지만의 특이 구조가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인간과 침팬지에서 정소에서 유전자 변이가 큰 원인은 인간과 침팬지들이 갖고 있는 뚜렷한 생리적 차이, 즉 전혀 다른 성문화의 방식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했다. 일례로 인간은 대부분 ‘일부일처‘ 사회구조이며, 침팬지는 ‘다부일처‘의 성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인간의 경우 후손을 만드는 난자에 대한 소유 경쟁이 불필요한 반면, 침팬지 사회에서는 한 마리의 암컷에 대해 여러 수컷들이 다발적으로 교미를 하는 성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에 난자의 소유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소의 기능과 관련된 유전자의 기능 강화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진화의 필수적인 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팀은 진화의 과정에서 인간과 침팬지의 성문화의 차이가 유전자 변화에 영향을 줬으며, 궁극적으로 인간과 침팬지의 생태적·기능적 차이를 만드는 데 공헌했을 것이라 분석했다. 박홍석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최초로 규명한 정소관련 유전자 정보는 향후 선천성 남성 불임의 원인규명 등 정자의 기능과 관련된 남성의 비뇨기 질환 진단과 치료 연구를 위한 원천정보로 활용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기대했다.
침팬지와 보노보의 연구사례
인간과 유전자적으로나 외모상 가장 비슷한 영장류 동물인 원숭이의 사회생활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보고서가 많다. 프란스 드 왈(Frans de Waal)이라는 영장류 전문 동물학자의 연구결과도 관심을 많이 집중시킨 사례다. 그의 침팬지와 보노보에 관한 보고서 내용의 일부다. 보노보는 침팬지보다 약간 작고 더 똑바로 서 있으나, 외견상 침팬지와 흡사한 종류라고 한다. 그런데 두 원숭이는 행동에서는 아주 딴판이다. 보노보는 암컷이 지배하는 사회생활을 하는 종류로 침팬지보다 더 평화적이다. 예컨대 이들은 서로 간에 다툴 일이 생기면 싸우는 게 아니라 섹스로 해결을 한다. 반면 침팬지는 남성 지배 중심의 위계구조를 갖고 있고 힘을 우선시하는 사회생활을 한다. 서로 공격하고 살생하며 때론 동족의 살을 먹어치우기도 한다. 드 왈은 보노보와 침팬지의 서로 다른 행동양식에 대해 많은 사례를 제시해 설명한다. 예를 들어 어떤 보노보가 새로 동물원에 와서 적응을 하지 못하자, 보노보의 경우는 그 보노보의 손을 잡고 관리인에게 이끌어 주기도 했다는 것이다. 또 영국의 한 동물원의 보노보는 찌르레기 새 한 마리가 우리 안에 들어와 유리창에 부딪혀 떨어지자, 맹자[孟子]가 주장하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작동한 것일까? 그 새를 나무 위로 갖고 올라가서는 날개를 펴 조심스럽게 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자기와 전혀 다른 종류의 동물에게 도움을 주는 일은 동물세계에서 거의 발견할 수 없는 사례이다. 두 원숭이에게서 가장 다른 점을 찾으면 섹스와 폭력이다. 보노보는 섹스와 친밀감에 의한 접촉을 거의 구별하지 않을 정도로 섹스를 많이 한다. 관찰을 통해 그 회수를 발표한 것을 보면 매 90분만마다 섹스를 하고 최고 하루에 50번하는 암컷 보노보도 있었다고 한다. 반면 침팬지 사회에서는 침팬지 사망률 1위가 아기침팬지 사망이며, 영아살해가 흔하게 벌어질 정도로 폭력이 난무한다. 연구자는 암컷 보노보가 왜 섹스에 집착하는지를 특유의 이론으로 설명하는데, 다른 보노보가 자기의 아이를 먹어치우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모든 보노보가 모두와 섹스를 하면 누가 아비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침팬지 처럼 자기자식이 아니라고 수컷 침팬지에게 살해위험을 줄이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고 추정하였다. 침팬지는 인간처럼 자신과 동류가 아닌 상대에 대해 대단히 공격적이고 잔인함을 드러낸다. 탄자니아의 한 국립공원에서는 어릴 때 함께 자란 침팬지들이 크면서 조직을 분화해 가자, 서로 싸워 한때 친구였던 상대방 침팬지를 죽여 피를 마시는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한 늙은 침팬지는 20분간이나 집단적으로 구타를 당한 뒤 쫓겨나기도 했다. 침팬지도 막말하는 등의 난폭성의 지도자는 기회만 오면 가차없이 탄핵당하고 있는 것이다. 원숭이의 행동양식이 우리 인간에게 내재된 유전자적 기질을 보여주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는 “우리 인간의 마음속에는 두 종류의 원숭이가 있다”고 말한다. 겁 많고 평화를 사랑하는 원숭이 보노보와 힘으로 상대방을 제압하고 살해를 서슴지 않는 침팬지로 갈리는 것은 후천적 학습에 의해 크게 영향받을 수 있다고 연구자는 덧붙여 놓았다. 보노보가 부드러운 교육의 성선설을 주장한 맹자의 교육이론에 맞게 새끼들을 학습시키고 침팬지는 엄격한 교육을 강조한 순자의 성악설 교육론에 부합하는 학습을 시킨 탓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보노보의 특성
원숭이가 리드미컬하게 몸을 흔들면서 가지에서 가지로 옮겨 다니는 모습을 흔히 ‘브래키에이션‘[brachiation-팔그네뛰기]이라고 부른다. 오랑우탄이 공중산보하는 모습은 사람이 땅바닥을 걷는 것만큼 경쾌하다. 또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과일을 따먹기도 하고 때로는 잠깐 쉬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민첩성은 타고난 재주가 아니다. 어미로부터 훈련을 받아 숙련된 동작인 것이다. 그들은 들판에서 사람을 만나면 다른 원숭이들처럼 소리를 지르거나 요란을 떨지 않는다. 오히려 살짝 나무 뒤로 숨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들을 발견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생태를 자세히 관찰하기도 힘든다. 들판에서 살 때는 하루의 60%를 잠으로 보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밤에는 나뭇가지를 활용, 간단한 침대를 만들어 자는데 침대는 사람이 올라가서 앉아도 밑에서는 보이지 않을 만큼 넓고 튼튼하다. 이런 침대는 보통 지상으로부터 6m정도 높이에 만든다. 오랑우탄은 대개 단독생활을 한다. 사회적인 집단이라고도 해도 한 마리의 암컷과 몇 마리의 새끼로 이루어진 것이 고작이다. 또 퍽 조용한 성품을 갖고 있다. 그들의 음성은 몇 가지 밖에 기록된 것이 없을 정도다. 이들의 주식은 고릴라와 마찬가지로 주로 과일, 특히 망고 오얏 무화과열매 듀리언 열매를 즐겨 먹는다. 암컷의 성(性)주기는 30~32일 전후가 된다. 임신후 보통 2백60~2백66일이 지나면 한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새끼는 생후 3~4개월이 지나면서 시력을 얻고 혼자서 걸어 다닌다. 아기오랑우탄은 생후 수년 동안 항상 어미와 함께 지내면서 앞으로 생활하는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익힌다. 오랑우탄의 화석이 아시아의 여러 곳에서 출토되고 있는 것을 보면 옛날에는 오랑우탄이 아시아대륙에 널리 살고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20세기 들어오면서 그 수가 급격히 감소, 지금은 보르네오와 수마트라지역에서 약 4~5천 마리정도가 야생할 뿐이다. 이처럼 세월이 지날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사람들의 남획때문이다. 유인원인, 보노보며 침팬지가 Homo spiens와 그리 멀지 않은 조상에서 갈라선 후손들이기에 이들의 행동거지[行動擧止]에 관심이 집중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