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정유[丁酉]년, 닭의 해 단상(2)
어스름한 새벽, 초가지붕 위에 올라 ‘꼬끼오’ 하고 길게 목을 빼는 닭 울음소리는 자명종이 없던 시절 농가의 아침을 알리는 시계 역할을 했다. 이제는 보기 힘든 풍경이고 듣기 힘든 소리지만 생활 곳곳에 관습적인 표현으로 남아있다. 닭은 보통 새벽 4~5시 동트기 직전에 운다. 닭은 어떻게 동트는 시간을 알고 울까? 기본적으로 닭은 오후가 되면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시력이 낮기 때문에 특히 밤에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또, 닭의 생리 주기는 25시간 가량으로 매일 알을 낳는 시간이 한 시간씩 늦어진다. 며칠이 흐르면 알 낳는 시간이 오후로 넘어가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오후를 싫어하는 닭들은 하루 알 낳기를 거르고 다음날 아침부터 다시 알을 낳는다. 닭은 뼈 속까지 ‘아침형’ 생물인 것이다. 수탉이 아침 일찍 높은 곳에 올라가 우는 이유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개 2가지로 추정된다. 하나는 문화적인 요인이다. 닭은 군집생활을 하며, 한 마리의 수탉이 여러 마리의 암탉과 함께 산다. 자기 영역을 표시하려는 의도로 수탉이 하루가 시작된 시간에 요란하게 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특히 새벽에 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류는 빛에 민감하다. 조류의 뇌 속 ‘송과체’는 피부를 통과하여 들어오는 빛을 직접 감수한다. 송과체는 간뇌 위쪽에 있는 내분비기관으로 하루나 연 단위로 움직이는 생체 리듬을 조절하는 호르몬 분비를 한다. 조류는 뇌에서 직접 빛을 감지하기 때문에 사람보다 훨씬 빛에 민감한 생활주기를 갖게 되는 것이다. 빛에 반응하는 송과체가 닭을 살아있는 자명종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셈이다. 실제로 빛이 차단된 공간에 닭을 두면 새벽이 되어도 울지 않는다. 양계장에서는 닭의 이런 특성을 이용해 알을 낳는 횟수를 조절하는데 사용한다. 외국을 여행할 때 시차 때문에 생기는 피로나 낮에 많이 자도 밤에 자지 못하면 피곤하다든가 하는 경우와 비슷하다. 생체 시계가 작용하는 것이다. 닭뿐 아니라 참새, 까마귀 등 다른 조류들도 모두 빛에 민감해 아침 일찍 일어나 우는데, 닭은 사람과 함께 살고 울음소리가 커서 그러한 특성이 더욱 부각되어 보인 것이다. 닭을 키워보면 알 수 있는 일이지만 닭이 새벽에만 우는 것은 아니다. 또 암탉은 울지 않는다는 것 역시 맞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닭이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기독교에서는 교회당 지붕에 닭을 장식하고 불교에서는 닭 우는 시간에 항시 참선한다는 의미로 ‘계명정진’이란 용어를 쓴다. 닭 1마리가 일생동안 생산할 수 있는 계란은 품종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난황으로 발달하는 난포의 수 1,000-3,000개의 범위에서 알을 낳을 수 있다고 보면 된다. 닭은 서열이 있는데 서열 순위를 인지 능력으로 분석해 보면 96수까지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 닭은 사람의 혀처럼 물은 말아서 먹는 기능이 없기 때문에 먹자마자 고개를 들어 삼키게 된다. 닭은 적색식별 물질이 있지만 청색이나 자색감응 물질이 없기 때문에 빨간색에 잘 보고 놀라기도 하는 것이다. 닭은 난관 [卵管]에 정자를 저장하는 창고[정자소]가 있어서 배란할 때마다 수정이 가능하고 1회 수정으로 2주까지 유정란 생산이 가능하며 정자의 생존기간은 약 4주 정도로 보고 있다.
재래닭의 변천과정
1900년 이전까지 사육하던 닭은 모두 재래종 닭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어서 전국에 걸쳐 널리 사육되고 있었으나 자급자족 하던 원시적인 양계형태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개량종이 사육되기 전까지는 농촌 어디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었다. 1900년대 초, 일본의 강점이 시작되면서 일본으로부터 개량종들이 도입되어 양계업이 시작되면서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 희로애락을 같이하며 아름다운 모습을 지켜온 재래종 닭은 산란수가 적고 성장이 더디다는 이유로 차츰 수적으로 밀려나게 될 수밖에 없었다. 이후 해방과 6.25전쟁을 겪으면서 거의 소멸되다시피 하였고 전후 복구사업의 일환으로 외국의 원조기관으로부터 외국개량종이 대량으로 도입됨으로서 순수한 토종 재래닭은 물론 국내의 닭개량사업도 위축되었다. 또한 1960년대 이후 급격한 사업화와 더불어 축산물 수요가 증가되면서 닭고기와 계란소비가 급증함에 따라서 생산성이 높고 수익성이 좋은 개량종 닭이 대량으로 사육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양계산업은 규모화 또는 전업화로 발전하게 되었으며, 이와는 상대적으로 재래종 닭의 사육감소는 더욱 가속화되어 멸종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처럼 국내 양계산업의 발전 뒤에는 우리의 토종이 수난을 당하는 아픔이 동반된 것이다. 이전까지 농촌 어느 곳에서나 흔히 사육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나 당시 그리 풍족치 못했던 우리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육류공급 역할을 해온 재래종 닭은 양계산업의 양적·질적 변모에 묻혀 1980년대가 되기까지 거의 잊혀진 상태로 지내왔다. 근래에 오면서 국민의 소득과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축산물 소비에 있어서도 기호에 맞고 양보다는 질을 찾는 성향이 높아지면서 재래종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되고 있다. 이와 함께 재래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증가되는 수요증가와 함께 고유 가축의 유지 보존에 대한 의미가 강조되면서 재래종 닭품종의 순수성 확립과 재래닭을 이용한 실용화 및 산업화를 위한 연구가 추진되기에 이르고 있다. 그러므로 재래닭이 생산하는 졸깃졸깃하고 담백한 특유의 고기맛을 선호하는 소비층을 확보하고, 나아가 재래닭을 활용한 닭고기 품질의 고급화를 이루어 간다면 발전여지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서는 재래닭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은 크다고 할 수 없지만 대규모로 사육되고 있는 수입 개량종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에 손색이 없으며 유전자원으로서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여겨진다.
조류인플루엔자
지난해 말에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터지지 않았다면 매스컴을 더욱 떠들썩하게 하였을 뉴스가 조류인플루엔자였을 것이다 닭, 오리, 야생 조류(鳥類, avian)가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하는 전염성 호흡기 질병으로 줄여서 AI(Avian Influenza)라고 말한다. 주로 철새의 배설물이나 호흡기 분비물 등에 의해 전파되지만 철새 등 야생조류는 조류독감에 감염돼도 저항성이 있어 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닭, 오리 같은 가금류에 전파되면 치명적이다. 야생조류와 철조망으로 만들어진 양계장, 달걀 생산공장이라고 표현될 수 있는 좁은 공간에서 오로지 달걀 생산만을 위해 거의 유전자 조작까지 이뤄졌다고 봐야 될 닭종류와는 유전자 패턴이 천양지차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여야 한다. 쉽게 표현해서 닭공장의 닭은 유전자 다양성이 야생조류와는 비교가 되지 않게 빈곤하다는 것이다. 야생조류의 개체군은 유전적으로 다양한 개체들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그들 중에 한 두마리가 감염되어도 좀처럼 전체로 번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면역력이 부족한 개체들 일부가 죽어갈 뿐이고 유전적으로 다른 개체들은 살아남아 자손을 퍼뜨려 죽은 개체들이 비워 준 공간을 메우게 된다는 것이며, 이것은 변이를 통한 자연선택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고 보는 것이다. 조류인플루엔자도 구제역처럼 습도가 낮은 지역에서 발생한 전염병으로, 병명을 줄여서 AI(Avian Influenza)라고 말한다. 인간에게 옮을 가능성은 낮지만 일단 옮으면 치사율이 매우 높다. 구제역과 함께 가축전염병의 양대산맥을 이룬다. 또한 조류인플루엔자의 주요 전파 요인인 철새 등의 야생 조류는 오리와 같이 감염되어도 임상증상이 미약하고 쉽게 죽지 않기 때문에 전염 속도와 범위가 더욱 빠르고 넓다. 때문에 조류인플루엔자가 유행하기 시작하면 주요 철새 도래지 인근은 방역 작업으로 비상이 걸린다. 현재까진 백신은 없다. 타미플루 같은 항바이러스제를 쓰면 낫긴 하지만 100% 장담할 순 없다. 구제역처럼 대한민국에서는 주로 습도가 낮은 가을, 겨울철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실제로 2016년 11~12월 한국뿐 아니라 일본과 유럽에서도 조류인플루엔자 사태가 벌어졌지만 해양성 기후 특유의 습도와 강수량 덕인지 한국만큼 심각해지지는 않았다. 일본은 지난해 11월 H5N6형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직후 즉시 관계 각료회의를 열고 아베 신조 총리가 대처방안을 지시했다. 국내에서는 AI로 닭·오리 3000만마리 이상이 살처분된 반면 일본은 114만마리를 살처분하는 수준에서 AI를 진정시켰다. 축산업 진흥 업무와 방역위생 업무가 한데 있는 한국과는 달리 일본은 2004년 이후 진흥 업무를 맡는 축산부와 방역 업무를 맡는 소비안전국을 분리시켰다. 2001년 광우병 발생 이후 가축 방역조직과 방역시스템을 전면 개편한 결과였다. 현재 유행하는 조류인플루엔자는 H5N6형으로 고병원성이다.
2003년부터 13년 동안 해마다 반복되는 일상이 되어버린 사태의 원인은 과연 무엇인가?
먼저 방역당국은 올해도 조류인플루엔자의 발생 원인을 야생 철새라고 발표하고 야생조류에 원인을 돌리며 방역의 초점을 맞췄다. 한국의 방역당국은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보도가 많았다. 근본적인 방역시스템의 오류였다는 것이다. 초기 검출 및 방역 시스템이 뚫리자 차례차례 전국적으로 무서운 기세로 조류인플루엔자는 확산됐다. 한국의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의 대책은 전염병이 발생하면 정부는 무자비하게 살처분을 시행하는 것이다. 살처분이 하나의 방역대책인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이를 최소화하는 노력 또한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시행하는 발생 반경 3km내 무조건적 살처분은 지나친 행정편의주의적 방식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영국 및 유럽연합의 경우와 같이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해당 농가만 살처분 처리하고 그 외 3km지역 내의 닭과 오리는 철저한 이동제한 및 이동금지 조치를 하여 확산방지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촉구하고 있다. 산 채로 자루에 담아 이산화탄소로 질식사시키고 미리 파놓은 커다란 구덩이에 아무렇게나 던져 넣어 중장비를 이용해 묻는 방식을 현재까지도 시행하고 있다. 애지중지 공들여 기른 자식 같은 가금류를 무기력하게 폐사시켜야 하는 농민들의 심정은 과연 어떻겠는가? 조류인플루엔자 역시 인수 공통 전염병으로 차후에 변이를 통해 더욱 강력해진다면 국가적 재앙수준을 넘어 전세계 인류에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는 충분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조류인플루엔자의 위험성을 예방하기 위해서 공장밀집 사육의 개선이 시급하고 보는 것이 전세계의 공통된 시각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 정유[丁酉]년, 닭의 해 단상(2)](https://chedulife.com.au/wp-content/uploads/닭이미지.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