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진딧물과 무당벌레와 개미의 삼각관계(1)
뒤뜰 햇빛이 잘 드는 담벼락 옆에 내자가 끔찍이 아끼는 장미가 몇 그루 있다. 봄이 되면 가지 치기 한 밑둥치 에서 장미 새순이 탐스럽게 돋아 오르는데 이 소식을 재빨리 알아 차리고 에누리 없이 찾아 오는 손님이 있다. 진딧물이다. 모르긴 해도 곤충 학자 빼고는 진딧물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진딧물은 아랑곳 하지 않고 그들의 삶의 터전을 찾아 자자손손 종족보존의 행로를 이어가고 있다. 대부분 진딧물을 보면 잡아 죽이기에 바빠서 그 생김새를 살필 틈 없겠지만 확대경으로 관찰 하면 날개만 없을 뿐이지 매미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진딧물은 엄연히 매미 족보에 들어 있는 종족이다. 4촌쯤 되는 가까운 친척은 아니지만 10촌은 되는 것 같다. 매미목[Cicadae]에 족보가 올라 있고 독자적인 가계로 진딧물과[Aphididae] 종족의 맹주[盟主]가 진딧물이다. 진딧물의 어원은 확인 하지 못하였으나 진딧물 떼거리가 진득진득 하게 엉켜 있는 것을 보고 부친 이름인 것 같다. 매미목의 무리들은 이빨이 있는 입이 아니라 주사바늘처럼 뾰족한 입을 가지고 있으며 모기가 피 빨아 먹듯 이 주사바늘 같은 주둥이로 식물의 조직을 뚫어서 식물의 즙액을 빨아 먹는다. 진딧물 떼거리의 공격을 받은 식물들은 폐병[결핵]걸린 사람 모양 시들시들 말라가며 처참한 몰골이 돼버린다.
들깨와 재래종 상추
인간이 좋아하는 농작물이라면 진딧물이 달라 붙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인데 몇 가지 농작물은 천하의 진딧물도 접근 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 있다. 들깻잎이나, 갓, 재래종 상추는 진딧물이 좋아 하지 않는다. 진딧물이 맛에 관한 한 도사인 것 같다. 들깨는 꿀풀과[Lamiaciae]에 속해 있으며 진딧물이 들깨의 향[香]을 지겨워 하는 것을 알아서 고추의 진딧물을 예방하기 위해서 간작으로 들깨를 심기도 한다. 진딧물은 갓 을 좋아하지 않으며 한국 재래종 상추에도 진딧물이 접근 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 졌다. 그 이유는 쓴맛이 나는 Lactugerin 이라는 성분 때문이라고 한다. 국화과[Asteraceae]소속인 상추는 Lactugerin이라는 알카리성 성분 때문에 상추쌈을 먹으면 졸리게 된다. 이 성분은 최면 진통작용을 한다. 진딧물이 이걸 모를 리가 없다. 인터넷에서 자료 검색을 하다 37회 과학전람회의 “농약을 사용 않는 진딧물구제방법에 관한 탐구”[대전, 문화초등학교]라는 출품작 소개가 있어 흥미 있게 훑어 보았다.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을 상추 즙, 민들레 즙, 할미꽃 즙, 뽕잎 즙, 씀바귀 즘 을 만들어 진딧물이 얼마나 버티는가를 관찰 한 것인데 뽕잎 즙 만 제외 하고 나머지 즙만 빨아 먹던 진딧물이 버티지 못하고 굶어 죽었으며 특히 상추 즙에는 3회 살포에 90%가 죽었고 5회 살포하니 100%가 사멸 하는 것을 관찰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뽕잎에서는 30%정도가 생존 할 수 있었지만 나머지는 정도의 차이는 있었으나 결국에는 전멸 하더라는 것이다. 진딧물이 쓰고 자극적인 이파리를 좋아하지 않는 깊은 속셈도 있다. 진딧물이 그 작고 연약한 몸뚱이로 생존해 가려면 전략이 있어야 하는데 독특한 생식방법과 동업자 끌어 들이 기가 그들의 오랜 전략이다. 저들의 배를 채우는 것도 중요 하지만 호시탐탐 덤벼드는 적들을 퇴치 하기 위해서 뇌물전략을 쓴다. 뇌물이라는 것이 주둥이로 빨아 들인 당분이며 이 당분을 흡수하고 혼자 먹기엔 너무나 많은 잉여물을 항문으로 배설하게 되는데 개미란 놈들이 찔끔찔끔 흘리는 진딧물의 배설물에 사족[四足]을 쓴다. 개미들에게는 진딧물이 젖소 역할을 하는 것이다.
7점 무당벌레
개미가 진딧물을 잡아먹으려고 덤벼드는 7점짜리 무당벌레를 쫓아 보내는 경호업무를 하면서 진딧물에게 진 빛을 다소 갚아 가는 것이다. 생태계에서 이런 관계를 공생[symbiosis]이라고 하는데 공생관계도 몇 가지 유형이 있다. 진딧물과 개미의 관계처럼 서로 이익이 되는 관계를 상리공생[Mutualism]이라고 한다. 상리공생의 대표적인 예로 악어새와 악어와의 관계를 든다. 악어새가 악어 이빨을 청소 해주고 안전을 보호를 밭는 상리공생의 전형이라고 하는데 이에 관해서 일부 과학자들의 반론이 있다. 악어의 무기는 이빨인데 닥치는 대로 물어 뜯다 보니 이빨이 쉽게 빠지긴 하지만 악어는 새 이빨이 또 쉽게 나온다는 것이며 악어는 치과에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악어 새에게 scaling같은 것을 주문할 필요가 있겠느냐? 는 것이다. 진딧물과 개미의 관계도 연구는 계속되고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진딧물 있는 곳에 개미가 틀림없이 서성거린다. 진딧물이 들깻잎이나 갓물을 빨아 먹고 눈물이 찔끔찔끔 나는 액체를 배설 한다면 개미떼기 기겁을 하고 도망 갈 것이다. 개미는 진딧물 떼거리들 사이에서 설탕물 배설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촉각으로 진딧물을 자극해서 우유[?]를 빨리 배설하라고 재촉을 한다.
진딧물의 처녀 생식
진딧물은 처녀 생식을 한다. 처녀가 애를 낳았다면 시끄러워 진다. 구구한 억측과 별별 사례를 들 추며 열올릴 것이다. 그러나 자연계에서는 흉이 될 것이 없는 생존방식이다. 생식이라는 것은 생명체의 종족 번식의 본능이다. 진딧물이 이른 봄에 해빙과 함께 알에서 부화 하여 활동을 시작하는 것들은 모두가 암놈들뿐이다. 월동란에서 부화해 처음 나오는 암컷 새끼를 ‘간모’라고 하는데 간모가 자라서 성체가 되면 수컷의 도움 없이 무성생식으로 날개가 없는(무시형) 암컷만을 낳는다. 간모가 낳는 이 새끼들을 ‘태생 암컷’이라 이라고 하며. 태생 암컷은 수컷의 도움 없이 홀로 새끼를 낳아 번식하는 ‘단위생식’ 혹은 ‘처녀생식’을 한다. 한 마리의 태생 암컷은 50~100마리의 새끼를 낳고, 새끼들은 태어난 지 일주일 이내에 다시 성체가 되고 30일까지 하루 5마리의 새끼를 만들어낸다. 엄청난 번식력을 자랑하지만 실제로는 진딧물을 먹이로 하는 많은 천적과 여러 가지 요인 때문에 진딧물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는 못한다. 진딧물에게 번식의 장애요인이 배제 된다면 암컷 한 마리로 1년 뒤 5240억 마리로 불어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어찌 됐던 깨끗하던 농작물이 며칠 새에 진딧물로 코팅(?)되는 것이 다 이런 번식전략 때문이었다. 그러나 먹이가 감소하면 암컷과 수컷인 새끼를 낳으며 날개 달린 진딧물이 태어난다. 이들은 먹이가 바닥이 난 숙주를 떠나기 위해서 유성생식으로 새끼를 낳는데 이들은 날개를 달고 나오기 때문에 나랄 오를 수가 있어서 먹이감이 풍부한 숙주를 찾아 가게 되는 것이다. 그들은 다른 새 숙주식물에서 날개 없는 형태의 새끼를 낳아 미친 듯이 번식을 하는 것이다. 한 마리의 태생 암컷은 50-100마리의 새끼를 낳고 이 새끼들이 숨돌릴 새도 없이 계속해서 생산 하기 때문에 천문학적인 수의 새끼가 불어 난다는 소리를 듣게 돼 있는 것이다.
우대 받는 무당벌레
동물의 번식력 하면 쥐를 꼽는다. 한국에서 70-80년대에 “쥐 잡기 운동”을 펼친 일이 있었으며 쥐의 생태습성을 이해하는 간행물을 만들어 쥐의 놀라운 번식력을 홍보하며 박멸 운동을 강력하게 펼쳤었다. 쥐가 한배에 10마리씩 연간 5회 새끼를 낳을 경우 1년 뒤에는 1350마리로 불어 날 수 있다는 놀라운 번식력을 홍보 하였었다. 쥐는 새끼 낳은지 이틀 만에 교미하고 임신하는데 진딧물은 사춘기를 거칠 새도 없이 유아기에 새끼 낳을 준비가 되어 있으니 쥐를 무색하게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천적과 여러 가지 요인 때문에 진딧물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 하지는 않는다. 가을이 깊어져 해가 짧아지고 온도가 낮아지면 진딧물도 자연과 세월, 식물의 변화를 감지해 겨울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이때 수컷과 암컷이 나오고 늦가을에 짝짓기를 해서 수정란을 낳는데 이 수정란은 동면을 하다가 기온이 올라 가면서 부화하고 새순을 찾아 활동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먹이가 풍부한 봄과 여름에는 암컷만 번식시켜 후손을 퍼트려 유전자를 보존하고, 생존이 힘든 시기가 오면 스스로 수컷을 만들어 다가올 봄을 준비하는 진딧물의 생존 지혜가 놀라운 것이다. 생태학자들이 연구를 통해 알을 많이 낳는 것보다 번식을 일찍 시작하는 것이 개체군을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앞에서도 언급 한 바와 같이 자연 생태계는 세상이 온통 진딧물투성이가 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진딧물이 등장하기를 학수고대[鶴首苦待]하는 동물들이 있다. 무당벌레는 진딧물이 없으면 생존하기 조차 힘든 곤충이다. 무당벌레도 종류가 많고 형태도 각양각색이지만 대체로 색갈이 호화스럽다. 무당이 굿 할 때 입는 옷을 무복[巫服]이라고 하는데 신[神]을 상징하는 의례복이기에 울긋불긋 요란스러운 것이다. 무당을 연상하며 지은 이름이다. 무당개구리도 무당벌레 못지 않게 온몸이 총 천연색이다. 겉 색깔을 찬란하게 치장하는 것은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천적들의 시선을 교란시키려는 생존전략에서 나온 진화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무당벌레도 그 종류가 수 없이 많지만 가장 많이 눈에 뜨이는 것은 등 짝에 28개의 검은 점이 있는 것과 7개의 검은 점이 있는 7점 무당벌레다. 두 종류가 먹는 것이 전혀 딴 판이다. 28점 무당벌레는 감자나 가지 등 즙액을 빨아 먹는 식물성 해충이고 7점 무당벌레는 진딧물을 잡아먹는 익충[益蟲]으로 최근에는 우대[優待] 받으며 주가[?]가 치솟은 곤충이다. 무당벌레는 진딧물이 없으면 굶어 죽는다. 7점무당벌레가 진딧물 잡아먹는 익충이라는 것이 인식 되면서 초등학생들까지 관심을 가지고 사육을 사는데, 먹이 감으로 진딧물 구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무당벌레의 영어 이름은 Ladybird 혹은 ladybug라고 한다. 중세기, 농경시대의 유럽에서 농작물에 막심한 피해를 주는 해충방제로 골치를 앓고 있을 당시 기우제[祈雨祭]를 지내듯 성모 마리아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기도를 올렸다고 하며, 기도의 응답이었는지 생각지도 않던 무당벌레 떼가 나타나 골치덩어리 진딧물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워주었다니 이런 고마울 데가 어디 있었겠는가? 이를 본 농부들은 무당벌레를 The Beetles of Our Lady(성모 마리아)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차츰 lady beetle이라는 이름으로 정착되었다. 빨간 날개는 성모 마리아의 외투를 상징하고, 검은 점은 그녀의 기쁨과 슬픔을 의미한다고 한다. 한국에선 됫박벌레라고도 불렀으며 한자어[漢字語]로는 표주박 표(瓢)자에 벌레 충(蟲)자를 써 표충(瓢蟲)이라 한다. 많은 인종들이 무당벌레를 꽤나 높은 족속의 곤충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천[天]자 하면 껌뻑 죽는 일본 사람들이 무당벌레의 이름에다 천[天]자를 붙였다. 풀이나 나무의 위쪽으로만 기어오르는 습성과 고운 빛깔에 앙증맞은 모양이 태양을 향해 날아가는 것 같다고 하여 일본에서는 천도[天道]라고 한다고 한다. 무당벌레가 다른 곤충에서는 관찰하기 힘든 유별난 외고집이다. 나뭇가지에 무당벌레를 올려 놓고 직각으로 세우면 영낙없이 꼭대기로 기어올라가 앉아 있다가 날아 오른다. 무당벌레가 화려한 색깔과 앙증맞고 해충을 잡아먹는 습성때문에 사랑 받고 있지만 지역에 따라서는 골치꺼리[nuisance]로 여기고 있기도 하다. 농약을 별로 쓰지 않는 네팔이나 방글라데시에는 무당별레가 엄청나게 많아서 여행객들을 기겁을 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많은 무당벌레가 페인트 냄새를 좋아해서 칠을 할때 달라 붙어 페인팅을 망쳐 놓기가 일수라고 한다.<다음호에 계속>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