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콩에 얽힌 이야기(1)
콩 농사의 시작
한민족의 오랜 역사 속에서 벼와 보리, 콩 등은 불가분의 관계를 유지해 온 농작물인데 복고풍[復古風]이 불었다고 할까? 근래에 와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콩과 관련된 연구며 식품개발, 콩 농사 이야기 등 그 인기가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는 것 같다. 콩의 원산지는 중국의 동북부에서 한반도라는 것이 정설이다. 충청북도 청원의 소로리 유적지에서 기원전 13000년경으로 보이는 쌀과 함께 콩과의 꽃가루가 발견 되였다. 특히 중국의 최초의 농서[農書]라고 하는 ‘제민요술’ 에서는 콩을 ‘고려대두’ 라고 기록하고 있는 것 등 한반도 기원설 을 뒤 받침 하는 기록은 많다. 또 대두가 유럽에 최초로 전래된 것은 18세기 초반이고, 미국에 최초로 전래된 것은 19세기 중반이다. 그렇다고 그 전에 서양에 콩이 전혀 없었던 건 당연히 아니고, 렌즈콩, 병아리 콩, 완두콩 등은 고대 이집트 기록에도 나올 정도로 유럽, 아프리카에서도 오래 전부터 먹어왔다 그러나 한 민족만치 콩에 매달려온 민족은 없는 것 같다. 그러기에 메주며, 두부, 된장, 간장, 고추장, 콩나물, 숙주나물 등 콩과 관련된 수많은 식품이 창출되었고 계속 새로운 식품이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보통 그냥 “콩“이라고 하면 대두를 지칭하는 것이다. 두[豆]는 원래 제사 지낼 때 제물을 담는’豆’라는 제기를 상형화[象形化] 한 것이다. 글자 ‘묘’ 위의 ‘ㅡ’ 자는 담아 놓은 제물을 가리키고 아래 부분’ㅛ’는 다리가 달린 그릇 모양인데 이 ‘豆’라는 제기가 ‘콩’을 뜻하는 글자로 가차[假借-substitution]된 것이라고 한다. 제사 의식[儀式]도 변질되고 제기도 변형 되여 ‘豆’라는 제기를 볼 수는 없으나 제기[祭器] ‘豆’는 나무로 만들었고 뚜껑이 있는 것으로 김치나, 젓, 고기 국 등 국물이 있는 제물을 담는 중간 부분이 붕긋해서 콩 모양을 연상하게 한다. 이 ‘豆’의 이름을 따서 메주도 만들고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흰콩을 대두[大豆]라 하고 팥을 소두[小豆]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한민족은콩을태(太)라고도불렀다. 한자뜻풀이로는으뜸이란뜻이다. 서리태, 서목태등콩중에서도약성[藥性]이뛰어난콩에는태를붙였다.
질소 비료공장을 차린 콩
콩에 포함된 단백질의 양(40%)은 농작물 중에서 으뜸이다. 우리네 선조들은 일찍부터 콩의 우수한 효능을 체험을 통해 알았다. 콩을 “밭에서 나는 고기”라고 부르며 항시 밥에다 콩을 넣어 먹음으로써 건강을 유지해왔다. 신선한 채소가 없는 겨울철에 콩나물을 길러 먹음으로써 충분한 비타민을 섭취해온 것도 놀라운 지혜가 아닐 수 없다. 탄수화물이나 지방의 구성원소는 C[탄소], 수소[H], 산소[0]인데 단백질은 이 3가지 원소에다가 질소[N]를 끌어다 붙인 물질이다. 이 과정에 생명의 기원이 되는 mechanism이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공기 하면 산소부터 생각하지만 공기 중에는 산소가 20.99%고 질소가 5분의4에 가까운 78.03%로 월등히 많다. 질소가 화학적 구조상 2개의원자가 결합한 분자-“N2” 의 상태로 존재하는 질소는 삼중 결합을 포함하고 있어 3000°C이상으로 가열해도 약간의 해리가 일어날 뿐이다. 상온에서 반응 성이 크지 않지만 고온에서는 대부분의 비금속, 금속과 반응할 수 있어서 천둥 번개 칠 때 자연 방전 시에에너지가 매우 높은 상태에서 공기 속의 질소가 질산이온 (NO3–)이나 아질산이온 (NO2−) 으로 산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질산은 물에 잘 녹기 때문에 빗물과 함께 지표에 떨어져 토양 속에 고정된 질소의 농도를 높임으로써 식물의 성장을 돕는다.
농업혁명을 일으킨 프리츠 하버 와 카를 보슈
질소를 제쳐놓고 생명체의 기원에 관한 연구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원시대기(무기물)→ 단순유기물 → 복잡유기물 → 유기물복합체 → 원시생명체가 된 것 이라는 오파린[1894. 3. 2. – 1980. 4. 21.]의 가설이나 이를 증명하고자 했던 미국의 화학자, 생물학자인 밀러[1930. 3. 7. ~ 2007. 5. 20.]는 질소[N]가 탄소[C], 수소[H], 산소[O]가 방전하는 에너지로 단백질의 기본단위인 아미노산[
NH2CHRnCOOH]이 만들어 지는 과정을 보여 주려고 하였던 것이다. 두 과학자의 가설이나 실험이 생명의 기원을 입증하지는 못하였지만 그 중심에는 질소[N]라는 원소가 있음을 주목 해야 한다.
수 십 억년의 지구의 구성성분의 변화 속에서 질소[N]가 끼어 들어 지구상에 생명체가 생기는 엄청난 사건이 발생하였다는 것을 아무도 부인 할 수 없는 것이다. 질소가 생명체의 기원인 단백질이 되고 단백질 생산의 참피언 격인 콩을 제켜 놓고 인간의 먹거리를 생각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어떤 식물이고 빼 놓을 수 없이 질소[N]라는 성분은 필수원소 지만 농작물에 질소가 없으면 농작물 수확을 기대 할 수 없다.
인구는 증가하고 식량이 턱 없이 모자라 인류의 장래를 비관하고 있었는데 20 세기 초에 독일의 프리츠 하버Fritz Haber,1868. 12. 9. ~ 1934. 1.29.]와 카를 보슈[Carl Bosch, 1874.8. 27 ~ .1940..4. 26.]가 인류 역사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화학연구 업적을 남기게 된다. 공기 중에 질소분자[N2]를 고정시켜서 암모니아를 만드는 공정을 발명한 것이다. 인공적으로 암모니아가 합성됨 으로써 이 근심을 씻어 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오늘날 세계인구가 70억을 넘어가도 기아에 굶주리는 인구가 극소수에 그치게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암모니아 비료가 보급되면서 세계의 옥수수 생산량이 6배로 증가하는 가시적인 성과에 세계인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공기 중에서 빵을 만드는 기술이 탄생한 것이라고 열광한 것이다.
콩의 질소 비료공장
그러나 콩은 이미 오래 전부터 조용하게 자체 비료공장을 차리고 공기 중에 무진장으로 섞여있는 질소를 끌어 들여 단백질이라는 생명의 물질을 만들어 여유만만하게 생존하여 왔다. 콩과 식물은 박테리아와 협력하여 그 까다로운 질소 분자 “N2” 을 쪼개서 단백질을 만드는 특허권을 가지고 있었다.토양에서 공급되는 무기 원소 가운데 식물이 많은 양을 필요로 하여 부족되기 쉬운 것으로 질소-N,·인-P, 칼륨-K 을 들 수 있다. 이것을 ‘비료의 3요소‘라고도 하고 이 3요소 다음으로 칼슘-Ca을 포함 시켜 ‘비료의 4요소‘라고도 한다. 논에서 재배하는 벼는 빗물을 통해 자연 속에 있는 유용한 성분도 공급 받을 수 있지만 기타 농작물은 작물 특성에 맞게 비료가 공급되어야 소기의 수확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콩은 100% 충족되는 것은 아니지만 자체적으로 질소비료를 만들어 쓰기 때문에 질소비료는 적게 주어도 만족할 만한 수확을 할 수 있다. 지난해 연말에 인기가수 이효리의 콩 농사 이야기가 뉴스화 된 일이 있었다. 제주도의 전원주택에서 텃밭 농사로 꽤 많은 콩을 수확해서 유기농산물이라고 광고문구를 붙여 시장에 내다 판 것이 문제가 된 사건 이였다. 이효리는 비료를 별반 주지 않았을 것이고 농약도 뿌리지 않았을 텐데 유기 농 콩이라고 확신 하였을 것이라는 짐작이 간다. 다만 유기농산물이라는 당국의 인증 절차를 밟지 않은 것인데, 어느 준법정신이 투철한 의인[義人-?]에게 고발 되여 호된 질책을 받았다[계도처분]. 콩 농사가 기업농에 가까운 대규모는 몰라도 소량 수확을 할 경우에는 논두렁 등에 별반 거름을 하지 않고 콩을 재배하여 왔다.
뿌리혹 박테리아
필자가 몇 년 전에 넝쿨 콩을 울타리 밑에 여기 저기 심어서 큰 공을 들이지 않고 쏠쏠하게 수확하며 콩 가꾸는 재미를 보고 있다. 이 넝쿨 콩은 1년생 식물이지만 뽑아 버리지 않으면 이듬해 다시 움이 나서 성장하며 수확량은 떨어지나 콩꼬투리가 달리기도 한다. 넝쿨 콩이 심겨 졌던 자리에는 거의 대형 고구마 만한 크기의 혹 모양의 덩어리가 들어 앉아 있다. 이것이 공과 식물의 특징인 뿌리혹 박테리아 덩어리다. 이 박테리아 들이 공기중의 질소를 아질산염[NO2-]이나 질산염[NO3-]으로 고정시켜 콩에 전달하면 콩은 이를 원료로 해서 단백질의 기본단위인 DNA, 아미노산 등을 만들고 화학반응을 거치며 효소 등 생명체의 원형질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한국정부에서 쌀 생산 조정 정책의 일환으로 논에서 콩을 재배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지원책도 속속 내놓고 있다. 한 예로 올해부터 논에 벼 이외의 작물을 재배할 경우 소득차 보전을 위해 ㏊당 300만원을 지원한다고 한다. 또 식품업체들이 한국 토종 콩을 이용한 콩 제품의 다양화 작업이 활발해지면서 콩 농사가 활발해 지고 있다고 한다. 콩 제품 회사와 계약재배를 통해 콩 생산 농가에 소득이 보장되고, 이를 통해 다시 재배면적이 늘어나 콩의 공급이 원활해지는 선 순환 구조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콩은 단백질 덩어리다. 단백질[蛋白質]의 한자어 ‘蛋白’은 ‘새알;의 흰 부분’이란 뜻이다. 즉 알의 흰자위에 많이 들어 있는 물질이란 의미이다. 또 단백질을 의미하는 영어 protein은 ‘중요한 것’, ‘최초의 물질’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생명체의 최초의 물질 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콩이라는 식물이 비료공장까지 차려 놓고 단백질을 생산하고 있으니 얼마나 신비스러운 일인가? [콩에 얽힌 이야기2 에서 계속]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필자 박광하 선생은 1963년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여주 대신고등학교 교감과 수원 계명고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은퇴,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