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효소(1) [소화효소를 중심으로]
한국에 효소[酵素] 열풍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집집마다 식물성 원료와 설탕을 혼합해서 숙성과정을 거치고 있는 효소단지를 진열하고 있다고 한다. 월여 전부터 필자의 집, 장독대에도 몇 개의 효소단지가 자리를 차지하였다. 과학교사를 한 필자의 견해로는 매스컴의 과다한 선전의 여파로 벌어지는 열풍일 뿐 간장, 된장 등 한국의 전통 발효식품과는 거리가 멀고 과학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과학에서 밝힌 효소의 정체를 기술[記述]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많은 효소중에 소화기관에서 작용하는 효소가 직접적으로 인지하기가 쉬울 것 같아 소화효소부터 언급하려고 한다. 330여년 전에 프랑스의 과학자 레오뮈르[1683-1757]는 동물의 소화기능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었다. 당시에 소화에 관하여 두 가지 주장이 있었다고 한다. 생물학자 보렐리는 치아의 저작[咀嚼]과 음식물을 잘게 부스는 소화기관의 작용이라고 주장했고 실비우스라는 학자는 화학작용이라고 주장하였었다고 한다. 레오뮈르는 이런 논쟁에 얽매이지 않고 독자적인 실험을 하였다. 양쪽으로 구멍이 뚫린 작은 쇠 파이프에 고기조각을 넣고 금속망으로 양쪽 구멍을 덮은 후에 독수리에게 강제로 먹였다. 독수리는 먹은 것 중에 소화된 것만 소화기관으로 통과시키고 소화되지 않은 것은 토해내는 습성을 이용한 것이다. 독수리를 비롯한 새들이 삼켰던 먹이를 토해내서 어린 새끼에게 먹여준다. 독수리가 토해낸 금속통의 고기조각을 조사해보니 고기의 일부가 녹아 있었으며 이는 기계적인 작용이 아니라 독수리 위속의 위액이라는 결론을 얻은 것이다. 그는 독수리에게 해면을 삼키게 한 후에 다시 토해내게 한 위액 속에서 고기조각이 녹은 것을 보고 위액의 소화기능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현재에 와서 생각하면 에피소드 같은 이야기이지만 당시에는 획기적인 연구결과인 것이다. 당시에는 연구가들이 아니라도 침이나 위액이 음식물을 삼킨다는 것을 어렴풋이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대표적인 효소음료라고 할 수 있는 맥주의 역사가 기원전 4-5천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을 보면 인류가 효소를 알고 이용한 것은 너무나 오래된 일이다. 액체속에 있는 효소의 정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을 뿐이다.
효소의 크기는 1억분의 1mm
연구하는 사람들이나 아는 일이지만 효소의 크기는 1억분의 1mm로 보고 있으며 무색 투명하니 과학자라 해도 첨단 장비가 아니고는 확인할 수 없는 존재다. 효소의 종류를 3,000여종으로 추산하고 있으나 계속 새로운 효소가 발견되고 있으니 얼마나 많은 효소가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3,000여종 이상이나 되는 효소가 하는 일이 각기 다르다. 효소의 license가 각각 다르다는 것이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침속에 있는 아밀라아제(amylase)는 소화 효소 중의 하나로, 녹말을 말토스와 덱스트린으로 분해하는 license를 갖고 있지만 고기같은 단백질에는 손을 댈 수가 없다. 말토스와 텍스트린이 화학용어라 간략한 해설을 하면 둘 다 넓은 의미로 탄수화물의 종류다. 또 탄수화물이란, 탄소와 물이 결합한 화학물질이다. 탄수화물은 탄소동화작용으로 최초에 합성된 포도당, 영어로 글루코스[glucose]가 계속적인 화학반응을 통해 성질이 다른 탄수화물로 변화해 간다. 포도당 2개가 결합하면 2당류라는 유기물이 되는데 말토스[maltose]와 덱스트린[dextrin]은 쉽게 설명해서 포도당 2개가 결합해서 생성된 탄수화물이며 단맛이 나서 설탕 보조제 역할도 한다. 일반적으로 덱스트린은 생소하지만 말토스는 엿당[맥아당]이라고 하면 다 아는 유기물이다. 밥에다 물을 붓고 엿기름[맥아]을 범벅을 해서 삭히면 달콤한 식혜며 엿이 만들어 지지 않는가? 엿기름 제조의 역사도 엄청나게 오래됐다. 4문명의 발상지의 하나인 메소포타미아의 바빌로니아에서 BC 4,000년 무렵의 기록에서 보리를 쌓고 물을 뿌린 다음 발근되었을 때, 햇볕에 펼쳐 말린 것을 식용으로 활용하였다는 기록이 있으니 선인들이 이미 엿기름의 효용성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아밀라아제[amylase]
필자의 생각이지만 효소의 역사를 엿기름에서 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고 엿기름부터 거론하는 것이다. 밥을 오래 씹으면 달콤해진다. 녹말같은 탄수화물이 침에 있는 소화효소 아밀라아제[amylase]가 2당류인 말토스로 분해하였고 수용성인 말토스라는 엿당이 미각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엿당이 위로 내려가지만 위에서는 본채 만채하고 위[胃]의 유문[ 幽門]을 통과해서, 12지장으로 내려 보낸다. 12라는 숫자는 라틴어의 12라는 의미의duodenum에서 온 것이며 12지장의 길이가 손가락 12개를 옆으로 뉘어 놓은 것 같아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실제로는 이보다 약간 긴 20-30cm다. 위에서만 일하는 license를 가진 효소가 있다. 펩신[pepsin]이다. 330여년 전 프랑스 과학자 레오뮈르가 위액이 고기조각을 녹인다는 것 정도는 알았지만 그 정체는 밝히지 못했었다.
테오도어 슈반[Theodor Schwann, 1810-1882]
독일의 생리학자, 테오도어 슈반[Theodor Schwann, 1810-1882]은 1836년 소화과정을 연구하다가 위(胃)에서 소화와 관계있는 물질을 발견하고 펩신이라고 이름지었으며, 살아있는 조직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변화를 “물질대사”라고 정의하였다. 데오도어슈반 하면은 식물의 세포설을 주장한 슐라이덴과 함께1839년에 동물도 식물처럼 세포로 되어 있다는 동물의 세포설을 주장한 학자로 유명하다. 또한 식도 상부의 가로무늬근을 발견했으며, 신경섬유인 축삭돌기를 싸고 있는 수초를 발견하기도 했다. 펩신의 존재를 확인한 것 뿐만 아니라 펩신을 분리하는데 성공하였으니 대단한 업적을 남긴 것이다. 펩신이라는 효소가 위벽에서 통채로 나오는 것이 아니고 펩시노겐(pepsinogen)이라는 원자재[原資材] 형태로 나오는데 이것이 효소인 펩신이 되기 위해서는 몇개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위벽의 표면은 주름이 굉장히 많은 구조인데 그 표면에서 안쪽으로 움푹 들어간 부분에 위샘조직이 있다. 위샘조직의 세포들도, 종류가 주세포, 부세포, 뮤신[점액]을 분비하는 점액세포 등으로 나뉘는데 각각의 세포에서 분비되는 물질들이 세포의 위벽의 밖으로 나오는 것이며 점액이 위벽의 표면을 덮고 있기 때문에 위샘조직에서 분비되는 염산이 위를 상하게 하지 않는 것이다. 염산이 위샘조직에서 분비되면 펩시노겐이라는 물질이 염산의 작용을 받아 효소인 펩신으로 변하고 펩신은 위속에 들어온 단백질을 분해하게 되는 것이다.
펩신의 단백질 분해
그러나 펩신이 단백질을 분해하지만 작은 창자에서 흡수할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하게 부셔놓는 것이 아니라 토막을 쳐 놓은 정도에 그치는 것이며 그 다음 단계는 단백질을 자질구레하게 손질하는 트립신이라는 license의 효소가 인계를 받아 잔손질을 하게 된다. 트립신[tripsin]은 췌장(膵臓-pancreas, 이자라고도 함)은 췌장에서 생산하는 효소인데 췌장은 복막 뒤에 위치하고 있으며, 기관 자체도 복막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지방덩어리처럼 생겨서 찾기가 힘들고 해부를 할 경우 복막을 걷어내면서 같이 걷어내기가 일쑤라고 한다. 췌장에서는 강력한 소화효소가 나오고 당뇨병과 관련이 있는 그 유명한 인슈린이라는 호르몬도 나온다. 인슈린을 거론하면 길어지기 때문에 제켜 놓고 췌장에서 나오는 소화효소만 살펴본다. 췌장은 리파아제, 아미라제, 트립신, 카이모트립신 등 3대 영양소인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손질할 수 있는 license를 다 가지고 있는 기관이다. 소화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췌관 세포에서 다량의 중탄산 이온(HCO3-)을 생성, 분비함으로서 위산을 중화하여 각종 소화 효소가 화학적 활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적절한 장관내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췌장에서 나오는 췌관[膵管]과 쓸개주머니[담낭]에서 나오는 총담관[總膽管]이 연결되어서 12지장으로 출구가 열려 있다. 쓸개액과 췌장에서 나오는 소화액은 총관을 통해 12지장으로 배출하는데 출구가 자동문[auto]으로 되어 있어 12지장에 음식물이 들어와야만 열리게 되어있다. 음식물이 없으면 닫혀 있어서 휴무다. 그러나 담석증으로 쓸개를 들어내면 auto기능을 상실하고 쓸개즙이 계속적으로 흐르게 됨으로 소화기능이 약화되는 것이다. 이들 소화효소가 췌장에서 분비되어 장으로 흘러들어 가기 전까지는 효소의 원자재[原資材] 형태인 트립시노겐이라는 화학물질이지만 12지장 점막에서 나오는 엔테로키나아제(장액)에 의해 트립신으로 활성화 되어서 장에 들어온 단백질을 분해하는 것이다. 장에서 나오는 중요한 효소 3개를 언급해 보면 2당류인 엿당을 포도당으로 분해하는 말차아제[Maltase], 젖당을 포도당과 갈락토오스로 분해하는 락타아제, 단백질의 중간산물인 펩톤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하는 펩티다아제 등이 있다. 극히 개괄적인 내용이지만 이상이 입과 위, 12지장에서 활동하는 효소들이며 이들 효소에 의해 분해된 포도당, 아미노산, 지방산과 글리세린은 작은창자의 융톨돌기에서 흡수되어 각기 전용통로를 따라 생체의 구석구석으로 퍼져 나가는 것이다. 수용성인 포도당과 아미노산은 융털돌기의 모세혈관으로 흡수되어 지방의 최종분해물인 지방산과 글리세린은 지용성이라 융톨돌기의 암죽관에 흡수되고 림프관과 가슴림프관, 심장, 온몸으로 퍼져 나가는 것이다.
대장의 역할
대장에는 소장에서 인계받은 약 1,5L의 액체성 내용물이 계속 유입된다. 대장은 흡수가 덜 된 잔여 탄수화물로부터 칼로리를 추출하는 일 외에는 소화과정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는다. 대장 내에 살고 있는 혐기성 세균은 대장의 전 단계에서 소화시키지 못한 탄수화물을 발효시켜 지방산을 생성하고, 섬유질을 발효시켜 수소와 메탄가스를 발생시키고, 단백질을 발효시켜 인돌, 페놀 황화수소 등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 소량의 가스로 인해 변이 특징적인 냄새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대장의 점막에는 단순한 장선이 있어 진한 알칼리성의 대장액을 분비하는데, 점액이 많고 소화효소는 전혀 함유하지 않는다. 대장액의 작용은 점막의 보호와 점막표면을 윤활성으로 하여 내용물의 이송을 원활하게 한다. 대장액의 분비는 기계적 자극, 골반 신경자극, pilocarpine의 투여에 의해 촉진되고 대장에는 대장균, aerobacta aerogenes, 장구균, 포도상구균, 웰스균 등의 많은 수의 세균이 있다. 소장에서 소화되지 않은 당질은 위의 세균에 의해 발효되어 젖산, 초산, 낙산, 프로피온산, 알콜, 또는 이산화탄소, 수소, 메탄 등의 가스를 생산한다. 단백질과 지방이 세균의 분해로 부패된다. 단백질과 아미노산이 탈아미노기작용, 탈탄산작용을 받으면 황화수소, indole, skatol 등을 발생시키고 변의 특유한 냄새를 발생하게 하는 것이다.<다음호에 계속>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 효소(1) [소화효소를 중심으로]](https://chedulife.com.au/wp-content/uploads/효소-1.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