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까치와 까마귀 이야기(2)
까마귀[영어: Crow]는 넓은 의미로 까마귀속[Corvus]의 새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좁은 의미로는, 한국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까마귀인 Corvus corone만을 까마귀라고 부르기도 한다. 크기는 종에 따라 차이가 있다. 까마귀속 중에서 작은 편에 속하는 갈까마귀는 길이가 34~39cm 정도이며, 까마귀 중에서 가장 큰 큰까마귀는 길이가 63cm에 이른다. 한국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까마귀는 중간 정도의 크기로서, 길이가 48~52cm에 이른다. 까마귀속은 까치속, 어치속과 함께 까마귓과를 구성한다. 까마귀는 아시아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일부 까마귀 종은 도구를 단순히 사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도구를 스스로 만들거나 메타도구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한다. 오늘날 까마귀는 지구상에서 가장 지능이 높은 동물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으며, 전체 체중 중 뇌가 차지하는 비율이 일부 영장류 수준에 근접한다. 까마귀 중에서도 갈까마귀는 뇌가 특히 잘 발달되어 있다. 까마귀속에 속하는 동물 종들은 공통적으로 전체가 까만색으로 되어 있으며 일부분이 흰색이나 회색을 띠고 있는 경우도 있다. 탄탄한 체격에 튼튼한 부리와 다리를 가지고 있다. 외모만으로 암수 구분을 하기는 어렵다. 한마디로 까마귀는 거의 모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잡식성 동물이다. 까마귀가 먹는 음식으로는 다른 새, 과일, 견과류, 곤충, 지렁이, 씨앗, 개구리, 알, 어린 새, 생쥐, 썩은 시체 등이 있다. 까마귀는 암컷의 경우 3살, 수컷의 경우 5살이 되면 성적으로 완전하게 성숙하게 된다. 일부 까마귀는 20년까지도 살 수 있으며, 종이나 환경에 따라 그 이상 생존하기도 한다.
한수산[韓水山, 1946년 11월 13일- ]의 소설 “까마귀”
까마귀하면, 한수산[韓水山, 1946년 11월 13일- ]의 소설 “까마귀”를 지나칠 수 없다. 작가 한수산이 소설 “까마귀”를 쓰게 된 연유[緣由]가 있다. 1981년 5월[중앙일보]에 1년간 연재 중이던 소설가 한수산의 장편소설 [욕망의 거리]로 인해 관련자들이 연행되어 고초를 치른 사건이다. [욕망의 거리] 필화 사건이라고도 한다. [욕망의 거리]는 1970년대를 배경으로 남녀 간의 만남과 사랑을 통속적으로 묘사한 전형적인 대중 소설이었다. 군데군데 등장하는 군인이나 베트남 전쟁 참전 용사에 대한 묘사가 대통령 전두환을 비롯한 당시 제5공화국의 최고위층을 모독하는 동시에 군부 정권에 대한 비판 의식을 담고 있다는 혐의를 받고, 작가 한수산과 문화부장 정규웅 등 중앙일보사의 관계자들, 한수산의 문단 동료인 시인 박정만이 국군보안사령부(사령관 노태우)에 연행되어 고문을 받았다. 국내에서의 창작 작업에 회의를 느낀 한수산은 이후 일본으로 떠나 수년간 머물렀고, 박정만은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다 1988년 사망했다. 이 사건은 당대에는 언론 통제로 인하여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으며, 연재 중인 소설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한 지엽적 표현을 독재 정권의 자격지심 때문에 억지로 문제 삼아 비인간적 결과를 낳은 필화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작가 한수산이 80년대 초, 필화사건으로 고초를 겪은 후 한국을 떠나 일본에 약 10여년 머물렀던 걸로 알고 있는데 이후 2003년에 <까마귀>라는 장편 소설을 내놓았다. 일본에서는 <군함도>라는 제목으로 출판이 되었고 선전하였다는 얘기가 있다. 책 소개를 보니(인터넷 교보문고) 『1989년에 첫 취재를 시작해 15년 동안 매달린 끝에 출간한 중견작가 한수산의 신작소설. 일제 패망기에 나가사키로 징용을 간 뒤 원폭에 희생된 피폭 한국인들의 비극적인 삶을 담고 있다. 그들은 조국을 잃었다는 이유로 조국에서 떠나야 했으며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조국을 빼앗은 나라에게도 버림받았다. 소설의 제목은 ‘1945년 8월의 폭염 속에 썩어가던 피폭 한국인의 시신에 까마귀 떼가 달려들었다’는 증언에서 따온 것. 작가는 “1945년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폭은 우리에겐 광복의 기쁨을 연상시키지만 그로 인해 1만여 명에 달하는 징용 한국인들의 죽음마저 묻혀버렸다”고 밝히며 이 작품을 통해 이름 없는 젊은 넋들의 사랑과 우정, 분노와 희망을 그리며 역사의 아픔과 상처를 씻어내고 있다.』고 되어 있다.
또 저자는 책 서문에 『조국의 이름으로 살다, 조국의 이름으로 죽어 갔으나, 그 주검조차 조국의 이름으로 버림받아야 했던, 나가사키 피폭 조선인의 영령에게 이 책을 바친다.』라고 적고 있는데, 2권까지는 가미카제특공대 자살공격출정, 1944년 12월 7일 나고야인근지역에서의 대지진까지 상황만 기술되고 있을 뿐 원폭얘기는 등장하지 않는다.
나가사키에는 1945년 8월 9일 원폭이 투하되어 지상500m 상공에서 폭발하였는데 당시 나가사키 인구 240,000명 중 사망자 73,884명 부상자 74,909명의 인명피해를 가져 왔으며, 8월 15일 일본은 무조건 항복하게 된 것이며 사망자중에 강제징용으로 끌려가 나가사키 앞바다의 작은섬, 지옥같은 “군함도”에서 동물보다 더 못한 혹사를 당하다가 죽어간 1만여명의 한국젊은이 들이 있었다는 것을 작가 한수산은 “까마귀”를 통해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한국인의 시신을 까마귀떼가 새까맣게 달겨들어 뜯어 먹은 것이다. 아무리 머리가 좋은 까마귀라도 슬프디 슬픈 이 사연을 알 수 있는가? 까마귀에게는 한국 젊은이들의 시체더미가 먹이감의 노적가리였을 뿐이다.
까마귀 설화
어느 지역이나 까마귀의 서식지역은 인간의 생활터전과 가깝기에 예로부터 까마귀와 관련된 설화는 많다. 중국의 고대 신화에는 해 속에는 다리 셋이 달린 까마귀, 즉 삼족오(三足烏)가 살고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후 삼족오 전설은 우리나라와 일본에도 전해지게 되었으며, 특히 고구려 고분 벽화에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예로부터 한국과 중국에서 까마귀는 흉조로 여겨졌다. 까마귀가 우는 것은 죽음이나 불행한 일을 상징한다고 하였는데, 이는 까마귀가 동물의 시체를 뜯어먹는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한수산의 소설 “까마귀”에서 묘사된 바와 같이 까마귀는 시체 뜯어 먹는 습성이 있는 것 같다. 이와같은 정서적인 감정때문에 중국이나 한국에서 까마귀는 흉조로 생각해서 까마귀 짖는 소리를 불길하게 받아 들여 지고 있는 것이다. 새라면 다리가 2개인데 다리가 3개인 까마귀를 상징으로 삼은 이유를 들자면 여러 가지가 있는데, 태양이 양(陽)이고, 3이 양수(陽數)이므로 자연스레 태양에 사는 까마귀의 발도 3개라고 여겼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삼신일체사상(三神一體思想), 즉 천(天)·지(地)·인(人)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까마귀 고기 먹으면 잘 까먹는다고?
우리는 무언가를 잘 까먹는 사람에게 “까마귀 고기를 삶아 먹었냐?”라며 비꼴 때가 있다. 덕분에 까마귀는 건망증 심한 새라는 누명을 쓰게 됐다. 하지만 까마귀가 도구를 사용하고, 심지어 물리학 이론까지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한국과 중국에서는 까마귀 고기를 먹으면 건망증이 생긴다며 구전되는 속설이 있다. 그러나 반대로 중국의 의학서에는 까마귀 고기나 알, 또는 털을 먹으면 건망증을 낫게 할 수 있다고도 되어 있다고 한다. 최근의 많은 과학적 연구에 따르면 까마귀와 건망증을 둘러싼 이야기는 속설보다 의학서의 이야기가 훨씬 맞는 것 같다. 동물의 왕국에서 까마귀는 아인슈타인과 다빈치에 비견할 정도로 대단히 명석한 두뇌를 소유하고 있다.
어린이와 맞먹는 문제해결 지닌 까마귀도 있어
일부 까마귀들은 인간의 얼굴을 기억하고, 특정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도구도 사용한다. 심지어 미래에 일어날 사건을 예견할 수 있는 기이한 능력을 가졌다고 한다. 또한 최근에는 일부 까마귀 종(種)은 5~7세의 어린이와 맞먹는 문제해결 능력을 지녔다는 연구도 나왔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보도에 따르면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 연구자들이 뉴칼레도니아 까마귀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이 까마귀들이 까다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까마귀들은 원래부터 도구를 만들어 쓰는 등 영리하기로 이름이 나 있었다. 그러나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다른 차원의 능력을 찾으려는 계획을 세웠다. 연구자들은 이들 까마귀가 ‘물치환성(water displacement)’을 실제로 이해하는지 확인하는 실험에 들어갔다. 다시 말해서 이솝 우화에 나오는 ‘까마귀와 물병’ 이야기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지에 대한 실험에 들어갔다.
이솝 우화 ‘까마귀와 물병’ 가능한 사실로 나타나
이솝 우화에서 갈증이 난 까마귀는 적은 양의 물이 담긴 물병에 조약돌을 계속 집어 넣어 수위를 높여 물을 마신다. 연구자들은 바로 이 점에 착안해 까마귀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를 알아 보기위해 뉴칼레도니아 까마귀 6마리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그들은 물이 찬 유리 실린더에서 먹이가 부리에 닿을 때까지 수위를 올리려고 여러 가지 물체를 집어넣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표였다. 연구자들은 우선 여러 종류의 물건들을 물이 담긴 유리 실린더 앞에 놓았다. 일부는 물에 가라앉고 일부는 물위에 뜨는 물체였다. 예를 들어 무거운 고무지우개와 가벼운 폴리스티렌(PS) 물체, 그리고 속이 꽉 찬 정육면체와 속이 빈 정육면체 등이었다.
까마귀들은 물병에 들어 있는 고기살점을 먹기 위해 무거운 물체나 단단한 정육면체를 물이 찬 유리 실린더 속에 더 넣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까마귀와 물병’은 결코 우화만이 아니었다. 까마귀는 충분히 그럴만한 능력이 있었다. 새 박사로 유명한 경희대 윤무부 교수가 늘 주장하는 게 있다. “새를 새대가리라 부르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새에 대해 강연할 때 이 말을 절대 빼놓지 않는다. 새는 비록 머리가 작지만 바보 같은 동물이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일상에서 편견에 치우치기가 쉽다. 때로는 동물에 관한 편견이 자연의 질서를 파괴하는 중대한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