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7월의 단상(斷想)
휴전 협정
7월을 거슬러 살펴보면 수많은 역사적 사실을 열거할 수 있겠지만 필자에게, 7월은 6.25 한국 전쟁과 휴전 협정으로 압축된다. 1950년에 유엔군이 지원해준 군용 텐트에서 중학교 공부를 시작했으며 전쟁의 포성(砲聲) 소리가 가까이 들리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TV는 있지도 않았고 라디오를 가지고 있는 가정이 있어서 그 주인을 통해 전쟁 양상을 간간히 들을 수 있었다. 어느날 등교하니 휴전반대 군중대회를 한다고 하면서 소재지 초등학교 운동장에 면민들과 학생들을 모아 놓고 말빨게나 있는 유지(有志)들이 돌아가며 열변을 토하던 장면이 생생히 떠오른다. 그런데 군중대회로 끝난 것이 아니라, 관권으로 동원된 데모대는 경기도의 경우, 중립국 감시 위원회의 공산권 회원국이 머무르고 있는 인천으로 가서 “첵코 폴랜드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고 왔다. 최근에 한국 전쟁 휴전 협정 자료를 검색해보니 너무나 복잡다단(複雜多端)한 문제들이 얽혀 있어서 휴전(休戰)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고 그 후유증이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韓半島)가 지정학적으로 소위 열강(列强) 틈바구니에 끼어있다 보니 독자적(獨自的)으로 국운(國運)을 결정할 처지가 못 되는 것은 잘 아는 사실이다. 일반 백성들이 책임없이 마구 떠들어 댈 수 있지만 국정 책임자는 이를 슬기롭게 풀어야 된다. 하지만 남북한의 최고 지도자들은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북한은 러시아나 중국에 떠밀려 마지못해 휴전 협정에 서명은 하였지만 아직까지도 휴전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이고 남한은 이승만 대통령의 옹고집으로 휴전 반대만 하고 국운을 생각하는 협상에 특별한 전략을 행사하지 못했다.
반공 포로 석방
그의 공이라면 미국에 눈치보지 않고 반공 포로들을 석방한 것이다. 한국은 엄연히 전쟁 당사국인데 휴전 협정에 서명하지 않아 통일 문제 논의에 불편을 겪고 있는 현실이다. 그동안 일부 냉전 극보수 세력은 북한을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怨讐)로 상대하는 것만이 정의(正義)고 통일의 길이라고 오치면서 이에 조금이라도 배치(背馳)되는 언행이 있으면 빨갱이로 몰아 부치며 탄압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냉전 보수 세력도 이 논리가 효력이 없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인지(認知)하고 있다. 진보충의 북한에 우호적인 태도나 정책을 깎아 내리기에 광분(狂奔) 하였지만 세월이 흐르고 국제 정세가 바뀐 현 시점에서는 이 망상(妄想)을 떨쳐 버려야 한다. 말이야 누군들 못하나? 북한 당국자의 험악한 말을 당할자 없다. 그렇다고 험악한 말에 상응하는 엄포로 대응 해봤자 효과를 얻지 못하는 것을 수 없이 봐 왔다.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북한 당국자의 폭언이나, “미친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다”라는 전직 대통령의 말을 그 파장은 대단하였으나 불꽃을 튕기지도 못했고 몽둥이로 미친개를 크게 혼내 주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분통(憤痛)을 생각하면 별별 생각을 다 하겠지만 얽혀있는 현실을 냉혹하게 직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북한이 유지비와 사용료 포함 총 235억 상당을 들여 북한 개성시에 세워진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북한이 폭파하겠다며 일방적으로 협박 통보한 지 사흘 뒤인 2020년 6월 16일 오후 2시 49분경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를 동의없이 폭파한 사건이며 이는 북한이 판문점 선언과 9.19 군사합의를 사실상 파기하며 막다른 골목으로 치달을 것 같았지만 점차 그 강도는 약화돼 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6·25전쟁 70주년 기념사를 통해 최근 관계가 급 경색된 북한을 언급했다. ‘남북 상생’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통일의 문’ 등의 키워드가 눈길을 끌었다.
유엔군 참전 용사들의 희생
기념사 초중반에서는 국군 및 당시 우리 편에 섰던 UN군 참전 용사 및 그들의 국가를 언급했다. “참전 용사와 유가족들의 예우에 계속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면서 “보훈에는 국경이 없다. 세계가 함께 고귀한 희생을 치렀다. 우리 국민들은 미국을 비롯한 22개국 유엔 참전 용사들의 희생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어 6.25전쟁 70주년 이후에 대해서도 비전을 밝혔는데 북한을 향한 대북 메시지도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의 GDP (국내총생산)는 북한의 50배가 넘고 무역액은 북한의 400배를 넘는다. 남북 간 체제 경쟁은 이미 오래 전에 끝났다. 우리의 체제를 북한에 강요할 생각도 없다”며 “우리는 평화를 추구하며, 함께 잘 살고자 한다. 평화를 통해 남북 상생의 길을 찾아낼 것이다. 통일을 말하기 이전에 먼저 사이좋은 이웃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전쟁을 겪은 부모 세대와 새로운 70년을 열어갈 후세들 모두에게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는 반드시 이뤄야 할 책무이다. 8천만 겨레 모두의 숙원”이라며 “세계사에서 가장 슬픈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노력에 북한도 담대하게 나서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박광하 (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38khpark@hanmail.net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생명과학이야기’(북랩)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