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DNA에 새겨진 혈통과 인류의 발자취(2)
불철주야 DNA에 매달려 사는 전문학자들도 DNA관한 궁금증을 쾌도난마[快刀亂麻]처럼 속 시원하게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이 분야의 지식은 그동안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량이 생성되었고 폭발적으로 계속 증가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일반인들과 대화 하다보면 DNA라는 낱말은 구사하지만 기본적인 개념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자주 접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DNA와 관련된 기본적인 어휘의 개념을 풀이 하고자 한다. 유전자[Gene, 遺傳子]는 복제가 되는 성질의 분자 조합물이자 부모가 자식에게 특성을 물려주는 현상인 유전을 일으키는 단위의 유기화합물을 말한다. 모든 생물체는 세포로 이루어져있고, 이 세포의 핵에 염색사가 들어있는데 이것이 분열 하기전기 염색체로 응축이 된다. 이 물질이 육안으로 보이지 않고 염색해야 보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 염색체다. 염색체는 일반적으로 한 쌍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를 2n으로 표시하며 정자나 난자 등 생식세포를 만들 때는 분리되어 반쪽이 되며 n으로 표시한다. 이 염색체를 부모로 부터 물려받게 되는 것인데 염색체라는 유기물질이 DNA라는 화학적인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DNA는 한국의 전통 과자인 다식을 만드는 다식판[茶食板]과 같다고 할 수 있다. DNA(核酸, Deoxyribonucleic acid, 디옥시리보핵산?)는 한국어로 표현하자면 핵산(核酸)이다. 핵 안에 들어 있는 산성을 띤 물질이라는 뜻이다. RNA도 핵산이다. DNA나 RNA는 화학용어다. 핵산은 스위스의 생물학자 프리드리히 미셔가 1869년에 환자의 고름으로부터 처음으로 발견하였다. 뉴클레오타이드로 구성된 생명체의 유전 물질로, 가장 잘 알려진 핵산으로 DNA와 RNA가 있다. DNA를 구성하는 5탄당은 디옥시리보스이며, RNA를 구성하는 5탄당은 리보스이다. DNA를 구성하는 염기에는 아데닌, 티민, 구아닌, 시토신이 있으며, RNA는 티민 대신에 우라실을 가지고 있다. DNA의 경우 N-H와 O-C 사이의 수소 결합으로 인해 안정된 이중 나선 구조를 하고 있다.
게놈(Genome)
게놈(Genome)이라는 어휘가 있다. ‘게놈’이라는 낱말은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에서 유래하였으며, 1920년 함부르크 대학교의 식물학 교수 한스 빙클러가 만든 말이다. 우리말인 ‘유전체’ 역시 동일한 뜻으로, 최재천 교수가 제안하였다. 게놈 즉 유전체는 현대 생명과학 연구의 시발점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세계의 유명한 연구소에서 DNA에 관한 수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인간 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 HGP)는 $30억이라는 막대한 투자를 하며 수년에 걸쳐 인간 게놈에 있는 약 30억개의 뉴클레오티드 염기쌍의 서열을 밝힌 세계사에 기록된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5개국의 공동 노력과 셀레라 게노믹스(Celera Genomics)라는 민간 법인의 후원을 받아 이루어 졌다. 이 프로젝트의 첫 단계는 효모와 선충류 등을 포함한 다른 종의 게놈 서열을 밝히는 것으로서 이미 완성되었고 인간 게놈의 초기 지도는 2000년 6월에 발표되었고 이것은 예상보다 5년 앞서 완성된 것이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결과는 의학과 과학 분야에 많은 충격을 주었고, 이 결과로 많은 질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의 염색체 상에서의 위치를 알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목적은 인간 유전자의 종류와 기능을 밝히고, 이를 통해 개인 간, 인종 간, 환자와 정상인 간의 유전적 차이를 비교하여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는데 있다. 이렇게 알아낸 유전 정보는 질병 진단, 난치병 예방, 신약 개발, 개인별 맞춤형 치료 등에 이용될 수 있음은 물론 인간사회에 광범위하게 연관되어 그 확산의 끝을 아무도 예측할 수 없게 되었다. 이와 같은 연구결과를 토대로 해서 인류의 발자취도 추적할 수 있게 되었고 계속 진행중에 있는 것이다.
이종호 국가과학박사
한국민족의 뿌리에 관한 연구 내용중에 김욱 단국대 교수(인류유전학) 연구내용 못지않은 이종호 국가과학박사의 연구 결과가 있다. 우선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국가과학박사”가 무엇인가?하는 것이다. 프랑스에 행해지고 있는 학위 제도로 이학박사나 공학박사를 받은 후 다시 받는 박사학위를 말한다. 이종호 박사의 양력을 보면 별로 들어보지 못한 “국가과학박사”라고 되어있다. 이종호 박사는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페르피냥 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와 과학국가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프랑스 문부성이 주최하는 우수논문제출상을 수상하고 해외 유치 과학자로 귀국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소,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등에서 연구 활동을 했으며, 프랑스 유학 시절부터 세계의 여러 유적지를 탐사하며 연구해 기초없이 50층 이상의 빌딩을 지을 수 있는 ‘역피라미드 공법’ 등 10여개 특허권을 20여 개국에 출원하는 등 과학, 문명, 역사를 넘나들며 연구와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과학자다. 2016년 7월 12일에는 과학도서 100권 출판 기념회를 가졌다. 이와 같은 찬란한 경력의 괴짜 과학자가 한민족의 이동경로에 관해 연구한 내용을 발표한 것이다. 다음은 이종호 박사의 칼럼에서 발췌한 것이다. 모든 동물들 중에서 원숭이와 인간이 가장 비슷하다는 것은 동물원에 한번이라도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러면 원숭이, 침팬지, 고릴라 중 어느 것이 인간과 가장 가까울까. 지금 우리는 분자유전학적 연구를 통해 인간은 침팬지와 가장 가깝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후 지금은 멸종된 많은 중간 단계의 유인원들과도 관계가 있었다는 것을 리키 등의 연구로 알게 되었다. 다윈과 헉슬리는 인간이 아프리카에서 발생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단순히 사람과 비슷한 원숭이와 고릴라 등이 아프리카에 가장 흔하기 때문이라는게 그 이유였다. 그러나 고고 인류학적 연구 결과 인류의 기원은 약 600만년 전 침팬지의 조상과 분리된 후, 오스트랄로피테신[사람아족속(Hominina) 내에서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2개의 속을 가리키는 용어]과 플리오세에를 거쳐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가 출현한 뒤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가 나와 지금으로부터 3만년 전까지 세계 여러 지역에서 살았다고 추정하고 있다. 학자들은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자바원인, 북경원인, 아슐리안토기를 만든 프랑스원인 등 호모 에렉투스가 세계 각 지역에서 살았으며, 이른바 네안데르탈인(Homo neanderthalensis)을 거쳐 현대 인류가 각 지역에서 진화하였을 것이라는 ‘샹델리아 모델’을 생각하고 있었다. 가령 우리 한반도의 선조는 수십만년 전부터 한반도에 살았고, 유럽에 살던 사람들과는 조상이 아주 다르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오면서 영국의 고인류학자 크리스토퍼 스트링거와 미국의 앨런 윌슨은 각각 두개골 화석을 비교하는 방법과 분자유전학적 방법(분자시계)으로 현대 인류가 약 15만년 전 동아프리카의 사바나 지역에서 돌연변이를 일으켜 발생한 후 이 후손들이 세계 각 지역으로 이주하여 모든 인류의 부모가 되었다는 ‘노아의 방주 모델(또는 Out of Africa theory)’을 주장하였다. 지금은 수많은 자료가 이 이론과 합치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호모 에렉투스, 네안데르탈인은 현 인류(크로마뇽인)에 의하여 ‘대체’되어 사라진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윌슨이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하여 얻은 결과와 부합된다. 여기서 유전자 분석법에 대해 좀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1995년 독일의 느봔테 파아보가 1856년부터 보존되어 있던 네안데르탈인의 유골에서 뼈를 조금 떼내 유전자를 분석해본 이후 여러 사람들도 이와 유사한 연구를 한 바 있다. 그 결과 네안데르탈인들 사이에는 유전적 차이가 거의 없었으나, 네안데르탈인과 현 인류와는 그 차이가 상당히 큰 것으로 확인되었다. 유전되는 생물체의 특성은 기본적으로 DNA 염기서열에 의하여 결정된다. 생명체의 종(種)이 다르면 당연히 이 염기서열도 달라진다. 염기서열에 어떤 생명체의 청사진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미토콘드리아와 분자시계
이러한 차이점들을 근거로 결론지어 말하면 인류는 어떤 ‘공동의 조상’으로부터 약 60만년 전에 나뉘었다고 계산되고, 아프리카에 있던 네안데르탈인의 일부가 유럽으로 이주하여 살다가 멸종되었고, 아프리카에 남아 있던 네안데르탈인에서 현 인류의 부모가 나타난 것으로 본다. 최근 들어서는 분자시계 개념과 DNA 돌연변이론으로 인류의 기원을 풀어보려는 연구가 매우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1963년 주커칸들[칸들은 빈에서 태어나 아홉 살 때 나치의 홀로코스트를 피해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망명. 하버드대학에서 역사와 문학을 공부한 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 매료돼 뉴욕대 의대에 입학했고 인간정신의 근원을 파헤치기 위해 뇌과학자가 됐으며, 2000년에는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음]과 폴링[라이너스 칼 폴링(Linus Carl Pauling, 1901년 2월 28일-1994년 8월 19일)은 노벨 화학상과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미국의 화학자] 의해 처음 제시된 분자시계 개념은 대략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진화에는 시간이 걸리고 환경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어떤 환경에 잘 적응한 생물은 변화를 일으키지 않으나, 환경의 변화가 크면 그 지역에 살던 생물의 수는 줄어들고 새로운 형질을 가진 생물의 수가 증가할 기회가 부여된다. 이러한 현상을 뒤집어보면 새로운 형질을 가진 생물체가 많을수록, 즉 다양성이 증가할수록 그러한 진화가 진행된 시간이 길고 아마도 환경의 변화도 컸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어떤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크면 클수록 진화가 일어난 시간이 오래되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렇게 돌연변이에 의하여 나타나는 단백질의 변이(나아가 단백질을 만들도록 지령하는 DNA의 변이)를 조사하여 진화가 일어난 시간을 측정할 수 있다는 ‘분자시계’의 개념은 이후 직접 DNA 분석자료와 지질학적으로 얻어진 자료들을 대비함으로써 확립되었다. 이러한 분자생물학적 방법들은 지금은 모든 생물학 연구의 핵심 기법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분자시계 개념은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을 통해 더 확실히 알 수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발전소 같은 것으로, 우리가 먹은 당분이나 지방질들을 태워서 화학에너지인 ATP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미토콘드리아는 수억년 전에 외부에 존재하던 어떤 미생물이 세포 안으로 들어와 공생을 하게 되면서 생긴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에 대한 가장 그럴싸한 이유는 미토콘드리아에는 자체적으로 유전정보를 가진 DNA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염색체가 가지고 있는 DNA와 구별하기 위해서 mtDNA라고 한다. 미토콘드리아 DNA(mtDNA)는 세포질에만 있어서, 세포의 핵 DNA와 달리 어머니의 난자를 통해서만 유전된다(정자에 있는 mt DNA는 수정될 때 들어가지 않는다). 미토콘드리아는 극히 정교한 전자전달장치를 가동하여 에너지를 생성하는데, 이 과정에서 유리(遊離) 전자가 나오고, 이것은 소위 (산화)스트레스로 작용하여 mtDNA에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더구나 mtDNA는 잘 보호되고 있지 않아서 나이가 들면서 돌연변이가 축적되고, 결국 이것이 산소호흡을 하는 생명체가 노화를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된다. 운동, 특히 유산소 운동을 하면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활발해져 산화 스트레스를 같이 막아줄 경우 장수하게 된다는 것이다.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