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 칼럼
여우의 생존문제
몇일전[2014-09-17] 한국의 국립공원 공단에서 여우가족 9마리를 방사하였다는 뉴스를 보았다. 암컷 새끼 여우 2마리와 중국에서 도입한 암컷 여우 4마리, 수컷 3마리를 소백산국립공원에 방사한다는 기사였다. 새끼 여우들은 경북 영주의 자연방사장에서 태어나 야생 적응훈련을 받았으며, 중국에서 도입한 7마리는 연령이 3년 이하로 야생성과 자연적응 상태가 우수한 개체들이라고 한다. 이 여우들은 8월 초부터 방사장에서 먹이 포획, 굴 파기 등 자연적응훈련을 받아왔다는 것이다.
필자가 살아오면서 야생여우를 2번 보았다. 초등학교 4-5학년쯤 되었을때인데 어둠이 깔리는 저녁나절 야트막한 고개를 넘는데 여우 한 마리가 불과 몇십m 옆에 있는 묘위에 앉아 있어서 반사적으로 소리를 지르며 쫓으려고 하였는지만 꼼짝하지 않아서 겁이 덜컥 낳던 기억이 있고, 또 한번은 등교길에 길 건너편으로 뛰어가는 여우를 목격하였다. 휴전 직후였는데 그때까지도 야산에 여우가 있었던 것이다. 그후에 쥐잡기 운동으로 독극물이 무차별 살포되며 여우도 함께 떼죽음을 당하고 멸종의 길을 걷게 되었다. 한국에서 멸종되어 볼 수 없게된 여우를 복원해 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호주에서는 여우때문에 골머리를 않고 있으니 이런 아리러니[irony]를 어떻게 설명하여야 할까?
필자의 집앞에는 상당히 넓은 계곡의 자연보존지역이 있다. 계곡속에서는 냇물이 흐르고, 물고기, 가재, 뱀장어들도 서식하고 고슴도치, 뱀, 개구리 등이 눈에 띠는 자연생태가 잘 유지되고 있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숲속에 여우떼들이 살고 있으며, 개체수가 증가 하면서 생태균형을 파괴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섬멸 작전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매년 8월초에 여우잡는 독극물을 놓으니 개나 고양이가 숲속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라며 위반하면 벌금이 부과 될 수 있다는 경고표지판을 세운다. 벌써 몇년째 계속 되는 것을 보면 여우섬멸 작전이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우뿐만 아니라 토끼도 호주대륙에는 살지 않았던 외래종으로 그 숫자가 기하급수 적으로 늘어나 개체수를 줄이려는 작전도 펼치고 있다.
호주대륙은 탄생부터가 다른 대륙과 다르기 때문에 자연환경이 너무나 판이하다. 식물이 그렇고 동물도 다른 대륙에서는 볼 수 없는 기이한 것들이 부지기수다. 약 1억4천만년전 공룡의 전성기였던 쥬라기[Jurassic]에 지각에 큰 변화가 있었다. 그 당시 지구에는 거대한 대륙 하나였으나 지각의 변화로 남과 북으로 갈라지게 되며, 남쪽은 지금의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인도 그리고 호주와 남극이 뭉쳐 떨어져 나왔다. 이를 곤드와나[Gondwana] 대륙이라고 한다. 그후 아프리카대륙과 남미대륙은 둘로 갈라져 동, 서쪽으로 이동했고, 인도대륙은 아프리카에서 분리돼 북반부 유라시아대륙에 붙은 것이며, 호주대륙은 남극과 함께 남하하면서 지금의 위치에 정착한 것이다.
6천5백만년 전에 지구가 혜성과의 충돌로 번성을 누리던 공룡이 멸종되면서 막강했던 공룡의 시대가 끝이 나게 된다. 그런 연유로 호주에서는 공룡화석이 많이 발견된다. 그후에 대기가 안정을 되찾으면서 한 단계 높게 진화한 생명체들이 나타나기 시작 했는데, 동물은 알 대신 새끼를 직접 출산해 젖을 먹이는 포유동물이 번창하기 시작한다. 이때 호주대륙은 6천만년전 파충류에서 포유로 진화속도가 느려 지는 바람에 초기 단계의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동물들이 현재까지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타임캡슐로 약 6천만년 전의 포유동물의 생태계를 보는 것과 같다고 표현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이키드나[echidna]를 들 수 있다. 개미와 지렁이를 잡아먹고 살며, 파충류처럼 알을 낳아서 10일 동안을 품어 부화시킨 후에 배에 있는 주머니로 옮겨 젖을 먹여 키우는 것이다.
이키드나 보다 좀더 진화한 것이 코알라, 캥거루이다. 그러나 200여년 전 호주대륙이 발견되고 개방되면서 격리된 특수한 환경에서 형성되었던 톡특한 자연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멸종위협을 받고 있는 것도 있지만 다른 대륙으로 부터 이주한 동식물들이 토박이 동식물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 더 큰 골칫거리다. 주범은 사람들이다. 19세기에 호주로 이주한 영국인들이 여우를 들여다 풀어 놓은 뒤에 사냥도 즐기고 숫자가 늘어나 문제가 되는 토끼를 견제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였으나 토끼보다는 조류, 파충류, 농가의 새끼양, 염소, 병아리 등을 닥히는 데로 공격을 해서 퇴치 작전을 펼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여우뿐이 아니라 사막이 많은 호주에서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려고 낙타를 들여다가 번식시켜 왔는데 교통수단이 발달하다 보니 낙타가 필요없게 되었고, 방사한 낙타들이 번창하여 여러 가지 환경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낙타 1마리가 연간 메탄가스[방귀]를 45kg을 방출하는데 소보다 훨씬 많은 양이며, 대기 오염과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호주 오지[奧地]에 야생화 된 낙타수를 약 100만마리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호주의 토종인 캥가루도 초식동물이지만 소나 낙타처럼 되새김질을 하지 않고 메탄가스를 방출하지 않는다. 이는 소화기관에 서식하는 박테리아 종류가 다르기 때문으로 캥가루 소화기관에 있는 박테리아를 소나 낙타의 소화기관으로 옮겨 보려고 하였지만 실패하였다고 한다. 한국에서 황소개구리, 불루킬 배스 등의 외래종이 생태환경을 어지럽히는 것으로 문제되고 있지만 오랜 세월 격리되어 있던 호주가 더 심각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몇년전 시드니의 혹스베리 강에서 낚시를 하다다 30cm가까운 숭어와 잉어를 그릇이 모자랄 정도로 잡은 일이 있었다. 잉어가 호주에서 외래종이며 개체수가 증가해서 문제가 되는 어종이라고 한다. 유럽인들은 잉어를 식용하지 않기 때문에 낚시로 잡아도 놓아 주니, 마냥 개체수가 증가 하는 것이다. 전쟁으로 배고픈 시절을 겪은 한국의 연노한 세대는 자연속의 동식물을 먹거리로 보일 수밖에 없었으며 환경문제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야생의 새들이며 번식기에 알까지도 알뜰하게 빼앗으니 야생동물들이 살아남을 수가 있는가! 어린 시절에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종달새, 꾀꼬리. 콩새, 때까치, 딱따구리, 매, 부엉이, 올뺌이 등이 거의 자취를 감춘 것들이다. 야생에서 멸종한 여우나 반달곰 등을 복원 시키려는 시도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하는 것은 전문가가 아니라도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한국 국립공원 관리 공단에서 여우 3쌍을 방사 하였지만 3마리는 밀렵군 등의 덫에 걸려 폐사하고 3마리 만 남은 것으로 확인 되었다고 하며, 이번에 방사하는 9마리를 필두로 2020년까지 50마리가 서식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라고 한다. 인류가 경제논리로 자연파괴를 아무 거리낌 없이 자행해오다가 이제서야 위기의식을 통감하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국가마다 대처하는 의식수준과 대처방안이 천층 만차이기에 공감대를 좁혀가며 공동목표를 향해 매진하기는 요원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통신망 교통망의 발달로 지구가 세계화된 것이며 환경문제에는 국경이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누구의 잘못은 불문하고 지구의 온난화 문제만 하여도 예상되는 심각성에서 비껴갈 사람은 지구상에 한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지구의 유일성[唯一性]이라는 인식을 외면 할 수 없게 되었다.
여우생태문제는 국지적인 협소한 환경문제 일수도 있고, 지구전체의 동물 생태문제와 연관된 것이기도 하다. 학교의 학습프로그램으로 다루기에 적합한 학습주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기성세대는 여우를 교활한 동물이라는 막연한 이미지로 바라보게 하는 것도 얼마나 무모한 시각인가 하는 것을 여우가 자취를 감춘 후에야 깨달을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자연계에서 교활한 것을 따지자면 인간보다 더한 생명체가 또 있겠는가? 지구의 생명체는 어느 것이나 구성 요소로서 역할이 있는 것이며, 그 권리를 인정하려는 인식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정부에서 과거에 극약을 무상공급하며 쥐잡기 박멸사업을 펼칠 때 여우까지 멸종 시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자연생태문제에 상당한 지식과 가치관을 갖춘 정책결정자가 있었다면 신중을 기하며 자연과학적인 접근을 했을 것이다. 시드니에서 겨울인 8월 달에 여우 잡는 독극물을 놓고 숲속에 개나 고양이를 데리고 들어가지 말라고 경고판을 달아 놓는데 다른 동물들의 관련문제는 어떻게 고려하며 시행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자연질서를 파괴하는 불법이주자를 단속하고 퇴치시키는 것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기성세대가 무분별하게 자연파괴와 훼손한 것을 원상복구 한다는 것은 블가능한 일이나 이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함계 하지 않으면 암울한 지구의 미래가 필연적으로 빨리 다가 오게 되어 있다. 환경학자들은 연구의 박차를 가하여야 하고 환경운동가들은 활동을 좀 더 확대해 나가야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미래를 짊어질 어린세대들에게 환경문제에 관한 뚜렷한 가지관을 갖도록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문제는 인간의 존엄성 만치나 중요한 가치이며, 인간의 생물 물리학적 환경관계를 올바로 이해하고 평가하는데 필요한 기능과 태도를 계발시키는 교육이 절실한 것이다.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