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 칼럼
한국학생들과 Blue Mountains에서의 하루
20여년 전 필자가 근무하던 학교의 학생들 13명과 인솔교사 2분이 자매학교인 Black Town의 Tyndale Christian High School의 초청으로 2주에 걸친 교육프로 그램을 소화하고 돌아갔다. Blue Mountains에서 하루를 그들과 함께하며 한국의 고등학교 학생들의 행동과 생각 하고 있는 일면[一面]을 엿볼 기회가 있었다. 생동감 넘치고 패기 발랄한 그들의 행동이 대견스럽기만 했다. 호주를 체험하고 가기에는 너무나 짧은 기간이었다. 한국과는 너무나 다른 호주의 지리적 특징과 호주인들의 삶의 모습을 보며 그들의 사고[思考]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보는 것이다. 최근에는 walking course를 해안가로 바꿨지만 2년 까지만 해도 매주 Blue Mountains일대의 track을 3시간 정도 걸으며, Eucaliptus 숲속의 싱그러운 향기에 흠뻑 빠지기도 하였었다. 학생들은 10월 16일[목]에 the Scenic Railway, Echo Point, Leura 시가지, Megalong valley 전망대[look-out] 등을 짧은 시간동안 주마간산[走馬看山]격으로 보고 가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몇주 전에 English class 에서 Blue Mountains라는 학습주제로 학습활동을 한일이 있다. 영어 선생님이 Blue Mountains에 관한 11개의 question항목을 제시하며 speaking하는 학습활동이었다. 한국학생들은 이날 11개 항목중에 “Have you seen the view from Echo Point?”, “Have you ridden on the Scenic Railway?”, “Can you describe the Blue Mountains to me?”, “Have you been the Megalong Valley’s Look-out?”라는 항목을 실제로 체험하고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Blue Mountains은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와 함께 호주의 아이콘[icon]이라고 할 수 있다. 산악과 계곡전체를 뒤덮고 있는 호주의 나무, 유칼립투스 잎에는 terpenoids라고 하는 휘발성의 기름성분이 있는데 공기중에 떠있는 이들 작은 입자들이 빛을 반사하며 특이한 blue color를 연출한다고 해서 the Blue Mountains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유칼립투스 오일은 톡 쏘는 향이 있으며 코속까지 시원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Eucaliptus 숲속을 걸으면 시원한 느낌을 주고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 들게 한다. 학생들은 the Scenic Railway을 타고 계곡으로 내려가 짧은 거리를 걷고 황급히 올라오는 바람에 Eucaliptus 숲속에 상큼한 향기를 만끽[滿喫]하지 못하고 간 것이 못내 아쉽다.
Blue Mountains는 산이라기보다는 고원지대이다. 호주대륙은 한반도가 있는 북반구보다는 훨씬 이전에 지각을 형성하였다. 그 후에 침식과 단층이 계속되면서 드넓은 평원에 계곡이 생기는 등 현재의 모습을 갖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Echo Point에서 내려다 보이는 계곡을 재미슨 계곡[Jamison Valley]이라고 한다. 재미슨 계곡은 호주대륙의 변화를 한눈에 확인 할 수 있는 경광[景光]이다. 거의 수 천만년의 세월을 걸쳐서 형성되었을 Jamison Valley에는 200여년 전 영국인들이 들어오기 훨씬 이전의 인류가 살았던 흔적이 곳곳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원주민들의 삶의 모습과 살다간 흔적을 암벽에다 그림으로 남겼다. 원주민들은 약 5만년 전에 강수량이 적고 거의 사암지대의 척박한 땅이라 경작하는 방법보다는 수렵[狩獵]과 채취를 하며 살았다. 그들은 언어와 문화 믿음[belief]도 갖고 있었다. 다만 문자가 없어서 기록을 남기지 못했을 뿐이다. 1788년 1월 26일, 죄수들을 실은 11척의 영국함대의 도착은 원주민들에게는 그들의 영토를 빼앗기게 되는 비극의 날이 된 것이다. 호주정부는 이날을 Australian Day라고 해서 국경일로 하여 경축 행사를 한다. 원주민과 호주정부 사이에 극명하게 명암이 엇갈리는 호주대륙의 역사이다. 호주 원주민도 단일 부족이 아니라 여러 개의 부족이 살았다. 부족 간에 전쟁도 하고 생활 습관도 다소 달랐다고 한다. 호주 원주민의 주류[主流]로 Aboriginal과 Torres Strait Islander로 나눈다. 인종의 차이라기보다는 문화적인 차별성을 강조하며 각기 다른 그들의 기[frag]를 내세우고 있다.
Blue Mountains에도 높은 지대에 사는 부족과 Jamison Valley 밑쪽에 사는 부족이 있었다고 한다. Blue Mountains는 수만년 전부터 인류가 살아온 지역인데 영국인들이 호주를 점령하면서 원주민들이 삷의 터전을 잃게 된 것이며, 그들의 고유한 문화가 사라진 것이다. 호주의 제주도라고 할 수 있는 Tasmania에는 또 다른 계열의 원주민이 살고 있었지만 영국의 식민지가 되면서 토벌과 학대로 멸족[滅族]하고 말았다. 1896년 인류학자와 과학자들에 의하여 Tasmania지역의 애버리진에 대힌 인구조사가 이루어 진일이 있으며, 약 5000명의 애보리진들이 살고 있었으나 질병과 학살로 멸종하게 되었으며 “트루가니”라는 여성을 마지막으로 순수혈통의 Tasmania 애보리진은 끝난 것으로 보고 있다. 호주뿐이겠는가? 지구 곳곳에 유사한 비극은 계속 되고 있다. 문명인이라고 자처하는 현대인들이 원주민들을 원시인처럼 취급하며 인간 대접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통열[痛烈]한 반성과 비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학생들이the Scenic Railway로 계곡에 내려가 목조 track을 걷는 동안 곳곳에 나무를 살리려고 꾸불꾸불 곡선으로 track을 만들고 track의 구멍을 뚫으며 나무를 살리려고 한 자연을 위한 배려를 눈여겨 보도록 권유하였으나 호주를 식민지로 만들며 어마어마하게 자연을 훼손한 영국인들의 과오는 이야기 할 겨를이 없었다.
호주의 관광자원은 자연이고 구석구석에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자연을 보존하고 가꾸려는 노력이 엿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개발로 인해 엄청난 자연파괴가 있었던 것이다. Eucaliptus 나무숲만 해도 한반도[22만km2] 한배 반이나 되는 약 30만km2의 Eucaliptus 나무숲이 살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Eucaliptus 잎만 먹고 사는 코알라가 개발로 인해 멸종위기까지 몰렸었으나 보호정책으로 겨우 위기를 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원주민들의 낙원이었을 Blue Mountains의 Jamison Valley가 아직까지는 동·식물의 낙원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Blue Mountains만 제대로 학습해도 어떤 교과 못지않은 최고의 교육과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연이야 말로 교육과정 그 자체이다. 자연속에 생명이 있고 질서가 있으며 경쟁이 있고 진리와 평화가 있다.
“뮤탄트 메시지”라는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 있다. 이 책의 무대가 호주 대륙이다. 이 책의 작가 “말로 모건”은 미국인 의사이지만 우연한 계기로 호주 원주민을 치료하게 되었고 “참사람 부족”이라고 하는 원주민들과 함께 천으로 몸을 감싸고 식량도 없이 그들이 성지여행으로 생각하는 3개월 반의 긴 여행을 함께하며 체험한 내용이다. 여행하는 동안 자연속에 곤충이나 동물들을 잡아먹으며 생활이 가능하였고, 그들이 먹이로 한 동물들은 생태계 파괴라고는 할 수 없는 미미한 것이기도 하였다. 그들의 언어가 있었지만 텔레파시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혼자 식량을 구하러 갔다가 캥거루 한 마리를 잡은 것을 보이지도 않는 먼 거리에서 알더라는 것이다. 말을 하지 않는 공동체에서 의사소통의 텔레파시가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영국인들이 호주 대륙을 점령하지 않았으면 그들은 호주를 낙원으로 생각하고 수 천만년 유지해온 호주의 자연을 거의 훼손하지 않으며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호주의 원주민들이 학살되기도 하였지만 대부분이 영국인등 다른 대륙인과 함께 따라온 천연두, 인플루엔자, 결핵 등의 전염병으로 사망하였다. 호주에는 없었던 병원균이라 호주 원주민의 몸에는 면역체가 없어서 감염되면 사망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세계 각처에 원시인 취급을 받는 원주민들이 지능이 낮을 것이라는 선입감을 떨쳐 버려야 한다. “무탄트”는 애보리진이 영국인등 자연을 마구 파괴하고 있는 외래인을 별종[別種]이라는 의미로 쓰는 말이라고 한다. 그들의 눈에는 외래인들이 아둔하기 짝이 없는 별종으로 보였을지 모른다. 사람들은 미국의 인디안추장 시애틀이 남긴 말을 기억한다. 그는 워싱톤 추장 [미국정부 대표를 지칭한 말이겠지만]이 인디안이 소유하고 있는 땅을 사겠다고 하는 제의를 받고 백인들의 속셈과 지구의 미래에 대해서 통찰[洞察]하는 메세지가 담긴 연설문을 남겼다고 한다. 창조주의 소유라고 생각하는 땅을 사겠다고 하는 제의 자체가 우스깡스럽고 제의를 거절하면 총을 들고 와서 쫓아낼 것을 알고 있었다. “이 땅은 하느님에게 소중한 것이므로 인간들이 땅을 해치는 것은 신에 대한 모욕이다. 계속해서 잠자리인 땅을 더럽힌다면 어느날 밤에 당신들은 황무지에서 숨이 막혀 죽고 하느님에 의해 불태워져 버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땅을 팔더라도 우리가 사랑했듯이 이 땅을 사랑해 달라. 우리가 돌본 것처럼 돌보아 달라. 온밤을 다해서 당신들의 아이를 위해 이땅을 지키고 사랑해 달라. 하느님이 우리를 사랑하듯이….”
학생들이 감탄하고 간 Blue Mountains의 구석구석에는 인간들의 횡포[橫暴]에 몸살을 앓고 있는 수많은 생명체의 신음소리도 있다는 것도 알아야겠다. 자연과 생명체를 존중하는 것은 인류의 가장 보편적인 가치임을 알고 실천적 행동이 있어야 한다.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