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 칼럼
호르몬[hormone]에 관하여[3]
바소프레신[vasopressin]도 옥시토신과 같이 시상하부[뇌하수체 후엽]에서 만들어져 뇌하수체에 저장되었다가 분비되는데, 이 2개의 호르몬은 화학구도도 비슷하며 옥시토신을 모성애의 호르몬이라고 도 하고 바소프레신은 사랑의 호르몬이라고도 한다. 바소프레신은 신장(콩팥)에서 소변을 농축시킴으로써 우리 몸의 수분이 부족하지 않게 유지시켜 주는데 이상이 생기면 지나치게 오줌을 많이 누게 되는 요붕증[尿崩症]이 생긴다. 바소프레신이 배뇨[排尿 ]에만 관여 하는 것이 아니라 옥시토신과 함께 심리작용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옥시토신이 배려와 협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 하였다.
초원들쥐[학명: Microtus ochrogaster]는 오랫동안 동물의 사회적 행동을 연구하는 신경과학자와 내분비학자들의 관심을 끌어 왔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이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독특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초원들쥐가 부부의 연(緣)을 맺고, 새끼를 함께 양육하며, 공동으로 둥지를 짓는 모습은 인간의 짝짓기와 일부일처제 행동의 근저에 깔려 있는 생물학적 원리를 이해하는데 좋은 모델로 간주되고 있다. 초원들쥐를 대상으로 실시된 연구에서,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이 “암수의 유대관계”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입증한 바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기혼(旣婚)의 초원들쥐들은 미혼(未婚)의 초원들쥐들보다 옥시토신, 바소프레신 수용체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초원들쥐의 사촌뻘로 99%의 유전자를 공유하지만 난교(亂交)를 일삼는 일부다처제의 산악들쥐(montane vole)에게 초원들쥐의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 유전자를 도입한 결과, 그들도 사촌벌인 초원들쥐와 마찬가지로 혼외정사를 하지 않는 “성실한 남편” 으로 변하고 암컷도 바람을 피지 않는 “정절[貞節] 아내” 로 돌변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포유류 중에 비버와 수달, 늑대와 여우 등 5%이하만 일부일처제를 유지 하고 있다 인간도 문화권에 따라 일부다처제, 일처다부제 등이 있는 것을 볼 때 옥시토신이나 바소프레신이 성에 미치는 역할은 시사[示唆]하는 바가 크다. 진화생태학자들은 인류가 21세기 들어와서 사회진화의 산물[産物]로 “사회적 일부일처제”가 자리 잡게 되었지만 혼외정사가 증가하는 현상은 호르몬과 관련된 인간유전자의 발현이라고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바소프레신이나 옥시토신을 상업화 하여 “바람 안 피우는 약”이라며 광고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옥시토신 관련 제제는 실질적인 외도 방지나 부부간 애착 형성을 위해 사용하는 데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합성된 옥시토신은 위장관[胃腸管] 에서 쉽게 파괴되므로 주사나 비강(코 안) 스프레이로 투여 하여야 한다. 효과의 유지기간이 3분 밖에 되지 않아서, 반짝 효과는 몰라도 장기간의 인간관계를 변화시키기엔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랑의 제제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가 많기에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다양한 연구를 통해 입증된 사실은 옥시토신의 분비가 신기하게도 남녀 간의 부드러운 대화, 가벼운 스킨십을 통해 세 배나 증가한다는 것이다. 충분한 이완, 여유로운 명상, 안마·마사지 등을 통해서도 옥시토신의 혈중 농도가 올라간다. 출산할 때 옥시토신이 다량 분비되는 것을 제외한다면 옥시토신의 최대 상승은 사랑하는 사람과 안정적인 성행위를 할 때 라고 한다. 반면 애착이 없는 일회성 성행위나 성 매매 등에선 그만한 뇌 반응이 유발되지 않아 옥시토신의 충분한 상승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의 사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도파민, 페닐에틸아민, 옥시토신, 엔도르핀을 꼽으며, 사랑의 4인방 호르몬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를 기분 좋게 하는 물질로 알려진 것은 페닐에틸아민(phenylethylamine, C8H11N)이 있다. 이 물질은 좋아하는 이성을 바라보거나 이성의 손을 잡을 때와 같이 사랑하는 감정을 느낄 때 분비되는 물질이다. 100g의 초콜릿 속에도 약 50~100mg 정도 포함되어 있지만 그 정도의 양으로는 사랑하는 감정을 느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페닐에틸아민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성질이 있으며 비릿한 생선 냄새가 나, 유쾌하지는 않다. 거의 대부분 아민 계통의 화학물질이 생선에서 증발하여 후각으로 느끼는 감각에 불과하다. 아민울 분자식으로 나타낼 때, -NH2 작용기가 붙어 있는 화합물을 말한다. 작용기는 구성성분을 화학식으로 나타낼 때 특정한 분자 배열이 되어 있는 것을 말하며, 같은 작용기를 포함하는 분자들은 대개 비슷한 특성을 가진다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생선 냄새가 나는 아민은 –NH2, 신맛을 느끼게 하는 과일 산을 비롯한 각종 산은 –COOH, 술 냄새의 특성을 나타내는 알코올은 –OH라는 작용기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작용기 앞에 붙은 “-“은 앞에 어떤 화학식이 나와도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잘 아는 술을 화학식으로 나타내 보면 CH3CH2OH라고 표현되며, 보는 바와 같이 작용기 –OH가 있고, 그 앞에 CH3CH2라는 분자구조를 가지고 있다.
사랑하는 감정을 느낄 때 분비되는 물질인 페닐에틸아민은 암페타민(amphetamine, C9H13N)과 매우 비슷한 분자구조를 가지고 있다. 암페타민은 전쟁 중에 공군 전투기 조종사들이 피로감퇴와 주의력집중을 위해 약물로 사용한 적이 있으나, 현재는 마약으로, 의사의 처방이 없이는 살 수 없는 물질이다. 도파민보다 사랑의 독성[毒性?]이 더 강한 호르몬이 페닐에틸아민[phenylethylamine]이다. 페닐에틸아민은 “사랑의 콩깍지 호르몬”라고도 한다. 이 호르몬의 분비가 왕성해 지면 상대방의 좋은 것만 보이며 거의 중독증에 가깝게 되기 때문이다. 유효기간은 길어야 30개월 정도로 보고 있다. 불처럼 타오르던 사랑이 식어 버리는 것은 페닐에틸아민의 분비 기간이 끝 낫기 때문이다.
현대는 스트레스 사회라고 말할 정도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스트레스는 생물체가 외계로부터 유해한 작용을 받을 때 나타내는 생체반응 이다. 사람이 받는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자극에는 정신적인 것도 있고 신체적인 것이 있고, 타인이나 주위에서 받는 외적인 것이 있는데 이런 스트레스에 의해 자신이 스스로 만드는 내적인 스트레스가 치명적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정신적인 내적 스트레스는 불안, 초조, 긴장, 슬픔, 걱정, 시기, 분노, 갈등 등이 원인이 되며 이 때문에 부신 에서 분비되는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의 부조화를 초래 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부신[副腎]의 수질[髓質]에서 분비되는 아드레날린[adrenaline]을 용기와 분노의 호르몬이라고 한다. 아드레날린과 함께 화학적구조가 약간 다른 노르아드레날린도 있고 에피네프린[epinephrine]이라고 도 한다. 외부자극에 반응하는 방식이 엔돌핀이나. 도파민은 신경계에서 직접 분비되며 반응하지만 아드레날린은 부신 수질에 있는 교감신경의 말단에서 분비되는 것으로 혈액과 체액을 따라 수용체와 반응 하기 때문에 반응시간이 늦어 지지만 지속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아드레날린은 1893년에 미국의 아벨(John Jacob Abel, 1857-1938)이 발견하고, 1895년에 폴란드의 시불스키(Napoleon Cybulski, 1854-1919)가 분리에 성공하였으며 현재는 합성된 아드레날린이 의약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아드레날린을 상품명으로 에피네프린이라고 하고 있는데, 부신 이라는 뜻의 희랍어 에서 유래 된 것이다. 한국에서는 에피네프린을 친근하게 사용하고 있다. 엔돌핀이 사랑의 극치 일때 샘솟듯 솟아난다면 아드리날린은 분노가 극에 달했은때 왕성하게 분비된다. 어떤 일에 자신의 능력 이상의 초인의 가까운 능력을 발휘 하는 것은 아드레날린의 분비가 절정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 두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었을 때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다. [생명의 신비 호르몬]의 저자[著者] 데무라 히로시의 말에 따르면 두 호르몬의 독성은 자연계에서 복어와 뱀의 독[毒] 다음으로 강력하다고 한다. 나 자신의 몸에 그런 독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믿기 힘든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가끔 이 독성이 몸에 영향을 주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격렬하게 화를 낸 후에 오는 두통, 심장의 두근거림, 식은땀, 호흡곤란은 물론, 두려움이 극한에 다다르면 자신을 인식하지 못하고 질식감과 발작을 일으키는 것은 아드레날린이 작용한 결과로 봐야 한다. 사람들 앞에서 연설을 해야 하거나, 예상치 않은 나쁜 소식을 들었을 때도 혈류 속의 아드레날린 양이 급속히 증가한다. 아드레날린을 종종 ‘경계, 탈출의 호르몬’ 이라고 부르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위험을 경계하고 그에 대응해야 함을 알리는 호르몬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갈등이 많은 사회는 스트레스가 증폭 되는 것이며 많은 사회문제를 야기 시킨다. 한국의 경제인연합회가 5년간격으로 각국의 갈등지수를 발표한 내용을 보면 2010년의 한국사회의 갈등지수는 OECD 27개 국가 중 터키에 이어 두 번째로 높게 나와있다.
한국이 높은 사회적 갈등으로 OECD국가중 자살률 1위 라는 통계수치와 무관 하지 않다는 것은 전문가 아니라도 추론할 수 있는 것이다. 현대사회의 직업종류가 원천적으로 갈등과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밖에 없게 되어있다. 2011년의 한국의 고용현황을 보면 서비스업 고용비중이 68.9%로 일본(71.7%)과 비슷한 수준이다. 서비스업에 종사자들은 대부분이 소비자들과 감정관리를 하며 직무를 수행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는 필연적으로 따르게 된다. 1983년 미국의 사회학자인 알리 호흐실드(Arlie Russell Hochschild, 1940~)는 [관리된 심장The Managed Heart ]이라는 책에서 소비자본주의 사회에서 증가하고 있는 감정노동을 소개했다. “업무상 요구되는 특정한 감정상태를 연출하거나 유지하기 위해 행하는 일체의 감정관리 활동이 직무의 4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노동 유형이다” 라고 하며. 감정노동자[emotion work, emotional labor] 의 개념을 제시 하였다. 모든 서비스업 종사자를 “감정노동자”로 분류할 수 없지만 전문가들은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감정노동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백화점 점원, 아파트 경비원, 비행기 승무원, 고객 상담원, 은행 창구 직원, 치킨 집 주인 등이 그들이다. 최근 이들과 관련된 사건이 뉴스에 자주 나온다. 대기업 임원의 비행기 승무원 폭행 사건, 고객의 폭언으로 백화점 옥상에 올라가 자살을 시도했던 백화점 직원 사건, 입주민의 폭언으로 자살한 아파트 경비원 사건, 가장 최근에 모항공사 오너 임원이 승무원의 서비스 매뉴얼을 문제 삼아 항공기를 회항시킨 사건 등은 감정노동자가 받는 스트레스를 공감할 수 있게 하였다. 그들의 내면에는 분노의 호르몬인 아드레날린이 넘치며 부조화를 조절하기 위해 신경조직과 내분비기관에 극심한 혼란이 있었을 것이다.
동물에게는 감정노동이라는 개념이 통할 수가 없다. 감정이라는 것 자체가 인간의 대뇌피질에서 자극과 반응을 통해 형성된 고등정신의 산물[産物]이다. 동물의 뇌는 진화단계가 인간의 뇌와 비교해서 저급하기에 감정대응 방식도 자극과 반응의 단순한 행동 범주에 머물게 된다. 실험용 쥐들에게 스트레스를 가한다고 자살을 한다 던지 집단으로 저항하려는 궁리를 하지 못한다. 인간은 스스로 감정을 관리 할 수 있기에 전문가들이 효과적인 관리가 되는 삶의 패턴[pattern]을 제시하고 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은 행복으로 가는 길을 택하려는 시도이다. 해소방법은 수없이 많을 것이다. 그 중에도 가장 보편적인 해소법은 재구성[再構成]이다. 재구성이란 어떤 일에 대해 더 좋은 방향으로 사물을 볼 수 있도록 방법을 변화시키는 기술이다. 재구성 하기 위한 열쇠는 똑같은 상황을 해석하는데 여러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아는데 있다. 물컵에 반이 차있다고 보느냐? 반이 비어 있다고 보느냐? 는, 관점의 차이를 항상 이해하고 선택하라는 것이다. 발상에 따라서 스트레스는 병도 되고 약도 되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자신의 관념방식[belief system]에서 나온다. 우리는 사실상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모든 일에 대한 수많은 전제와 가설이 있다. 우리의 관념의 대부분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무의식으로 지켜지고 있다. 예를 들어 즐기기 전에 일을 해야만 한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다른 일보다 여가를 적게 갖게 될 것이다. 만약 사람들은 자기들의 요구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요구를 들어 주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자기자신에 대하여 소홀히 할 것이다. 이상의 예를 볼 때 관념은 사람들의 철학이거나 가치관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스트레스의 공식이다. 인간의 의지와 관계 없이 신경조직과 내분비 기관의 조절작용이 일어 나지만 관념의 재구성이 가능하다는 것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축복이 아니겠는가? 선인[先人]들이 인체생리까지 밝혀가며 한 말은 아니 지만 스트레스 해소방법은 알고 있었다. “知足 者는 貧賤亦樂 이오, 不知足 者는 富貴亦憂 니라” 만족함을 아는 사람은 가난하고 천하여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며, 만족함을 모르는 사람은 부[富]하고 귀[貴]하여도 스트레스로 가득 찰 것이다.
박광하(전 여주 대신고 교감, 전 수원 계명고 교장)
![박광하 칼럼 – 호르몬[hormone]에 관하여[3]](https://chedulife.com.au/wp-content/uploads/hormone.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