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수 칼럼
세월호의 참상을 바라보며: 새순 만이 희망이다
박종수(호주 이민교회교육연구소장, ACME)
세월호의 참상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한국의 지상파 뉴스를 자유롭게 볼 수 없는 처지라 인터넷 포털과 페이스북에서 관련 기사들을 읽으며 가슴 졸이고 있는데, 왜이리 카더라 통신이 많은지 이젠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거짓과 유언비어로 죽이고 죽는 살육의 현장에 서 있는 듯 합니다. 정말 한국전체가 침몰하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세월호의 참상을 보면서 요한복음 10:11-12절 말씀이 떠오릅니다. “나는 선한 목자라 선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거니와, 삯군은 목자도 아니요 양도 제 양이 아니라 이리가 오는 것을 보면 양을 버리고 달아나나니 이리가 양을 늑탈하고 또 헤치느니라.” 세월호의 선장은 삯군의 전형입니다. 승객들이 자신의 자녀도, 자신의 가족도 아니기에 그들을 버리고 도망쳐 버렸습니다. 배에 문제가 생겼다면 어서 빨리 승객들부터 대피하게 했어야 함에도, 자신이 조타실을 비운 사이에 일어난 대형 사고를 수습해서 면피하는 데만 혈안이 되어있었기에 모든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골든 타임을 놓쳐버렸습니다. 승객이야 죽든 말든 안중에도 없었던 거라고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삯군이 배의 선장이 되었을 때 어떤 참상이 벌어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비극입니다.
우리 사회에 이런 삯군이 그 선장 뿐이겠습니까? 국민들을 제 가족처럼 아끼지 않는 위정자들도 삯군 일 것이고,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교인들을 제 양처럼, 제 자녀처럼 아끼지 않는 목회자들도 삯군 일 것입니다. 근래의 한국 사회나 이민 교회를 포함한 한국 교회를 보면 삯군 같은 위정자들, 삯군 같은 목회자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국민이야 어찌 됐든 자신의 잇속이나 챙기고 큰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면피하는 데만 급급한 위정자들이 많은 나라의 국민들은 참 불쌍합니다. 마찬가지로 교인이야 어찌 됐든 하나님의 영광이라는 이름 하에 교인들을 갈취하고 이용해먹는 목회자들을 주의 종이라 섬기는 교인들은 참 불쌍합니다. 이런 목회자들은 대부분 현재 교회를 발판 삼아 더 좋은 조건, 더 좋은 교회, 더 나은 명예를 찾아나서는 삯군들이기에 기회만 있으면 교회를 버리고 달아납니다.
국가든, 교회든 삯군과 같은 리더들이 많게 되면 국가도, 교회도 갈라집니다. 전 국민이 한마음 한 뜻이 되어야 할 세월호 참상의 자리에서도 색깔논쟁으로 두 패로 나뉘어져 서로 공박하는 것을 보노라면 어이없습니다. 한국의 이념갈등, 지역갈등, 세대갈등의 골은 자정능력을 상실한 것처럼 보입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복음과 비복음이, 본질과 비본질이 마구 섞여서 이젠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게 되었습니다. 모두 다 이분법적으로 나뉘어져서 진리에는 관심 없고, 찬성을 위한 찬성, 반대를 위한 반대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이 이분법적인 사고와 논리구조에서는 희망이 없다는 것입니다. 정과 반이 소통이 돼야 건강한 합으로 일 진보할 수 있는데, 정과 반의 싸움으로만 머무르니 소모적인 논쟁, 감정적인 싸움 밖에 되지 않습니다. 한 사람의 화석화된 의식 구조를 바꾸는 것도 어려운데 한 사회의, 한 조직의 의식을 바꾼다는 것은 너무 커 보이고, 그렇기에 무력해집니다.
그러나, 그렇기에, 우리의 희망은 새벽이슬 같은 젊은 세대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젊은 세대들이 기성 세대가 물들어 있는 이분법적 사고에 매몰되지 않도록 그들을 크게 키워야 합니다. 자기 말만 쏟아내고 윽박지르는 몰지각한 사람들이 아닌,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을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진 자들로 키워야 합니다. 자신에게 이야기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게 진술할 수 있는 소통의 능력을 길러줘야 합니다. 그래야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됩니다.
신앙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기독교교육은 더 이상 지식을 심어주는 데만 급급한 교육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으로 잘 소통하는 기독교인이 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나와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내가 만나보지 못한 하나님에 대해 생각하고 배울 수 있는 사람들로 길러야 합니다. 더 이상 진보와 보수 사이에서 매몰되지 않는, 그 간격을 거뜬히 넘어갈 수 있는 큰 사람들로 키워야 합니다. 근본주의의 장단점과 자유주의의 장단점을 아우르는 식견을 가지고 상황에 따라 판단할 수 있는 지성들로 길러야 합니다. 삯군들이 교회를 두 갈래, 세 갈래로 갈라 뜨려도 거기에 놀아나지 않고 참과 거짓을 분별할 수 있는 영성들로 키워야 합니다. 결국 오염되지 않은 건강한 새순이 올라와야 합니다. 한국사회와 한국교회의 희망은 그들입니다.
+ 호주 이민교회교육연구소 (이교연, ACME) 는 이민교회들이 건강한 신앙공동체되어 2세를 비롯한 차세대들을 주님의 제자로 양육할 수 있도록 섬기는 교육전문기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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