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수 칼럼
이민자부모를 위한 “쉬운” 기독교교육이야기 (6)
Q: 부모를 포함한 기독교교육 교사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가요?
A: 가장 중요한 자질을 꼽으라면 교사의 영성입니다.
기독교교육에서도 교사의 학생들에 대한 사랑과 교사직에 대한 거룩한 소명은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교재와 리소스가 있어도, 아무리 최첨단의 교육환경에서 교육이 이루어져도 학생들에 대한 교사의 사랑과 교사직에 대한 소명이 없다면 좋은 교육은 이루어질 수 없다. 학생들에 대한 사랑, 교사직에 대한 소명은 곧 교사의 영성이다.
파커 팔머는 이러한 교사의 영성을 세 가지로 제시한다. 개방(Openness), 경계(Boundary), 환대(Hospitality) 이다. 팔머는 이 세 가지를 진리를 배우는 배움의 공간이 가져야 할 특징이라 주장하였다. 팔머는 교육을 공간 창조라고 정의하였다. 이 때의 공간은 교육환경과 같은 외적인 공간뿐만 아니라, 교사의 내면의 공간을 포함하는 것이다. 외적인 공간에서든, 내적인 공간에서든 진리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교육이다. 이러한 공간창조에서 교사의 영성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개방, 경계, 환대를 통해 진리에 집중할 수 있는 외적인 공간과 내적인 공간을 창조할 수 있다.
교사에게 요구되는 첫 번째 영성, 개방/openness는 배움을 가로 막는 모든 장애물들을 제거하는 것이다. 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성장인데, 성장을 위해서는 나의 편견과 선입관이 제거돼야 한다. 나의 생각과 세계가 붕괴되고 상실돼야 새로운 것에 마음을 열 수 있다. 따라서 개방이란 단순히 새로운 것에 관심을 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들에 삶을 열 수 있도록 나의 닫힌 생각들과 고집스런 관점들을 깨트리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내적인 개방과 함께, 배움이 일어나는 공동체의 개방도 진행돼야 한다. 개인의 생각이 바뀌어도, 공동체의 생각이 변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것에 대한 배움과 성장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사는 늘 자신의 편견과 선입관을 깨트리는 자여야 하며, 늘 새로운 마음과 관점으로 배움이 일어나는 공동체의 집단적 아집도 제거해야 한다.
팔머는 개방의 영성을 위해서는 “숨은 전체성(the hidden wholeness)” 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눈 앞에 보이는 것들에 매몰되지 말고 전체를 볼 수 있는 눈을 길러야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무언가를 알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학습의 자리에 무언가를 채워 넣어야 한다는 두려움을 버리고, 숨은 전체성을 추구하며 우리의 현 모습을 통찰해야 한다. 숨은 전체성을 추구하는 방법으로 팔머는 역설적 사고를 추천하였다. 역설적 사고란 진리의 반대를 잘못된 진술로 보지 않고, 오히려 또 다른 각도/차원의 진리로 생각하는 것이다. 진리를 이분법적으로 생각하여 진리와 비진리로 나눠버리면 상황에 따라 진리이던 것이 비진리가 될 수 있기에, 이분법적인 접근보다는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통합적인 차원의 역설적 사고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전체성을 염두 함으로써 진리에 균형 잡힌 내적 공간과 외적 공간을 창조하는데 큰 동력이 된다.
교사에게 요구되는 두 번째 영성은 경계/boundary이다. 내적 공간과 외적 공간을 창조하는데 필요한 개방의 영성은 경계가 분명할 때 가능하다. 따라서 교사는 자신의 내적 공간에 대한 경계와 한계, 자신이 디자인하는 배움의 자리에 대한 경계와 한계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팔머는 경계에 대한 좋은 예로 사막교부들의 작은 거처인 셀을 언급하였다. 사막교부들에게 자신의 셀은 하나님을 만나는 곳이었다. 자신의 셀에서 하나님을 만나지 못한다면 다른 어떤 곳에서도 하나님을 만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런 의미에서 그들의 작은 방, 셀은 그들의 영성 훈련에 센터가 되었다. 이런 사막교부의 전통은 중세 수도원 전통으로 이어져서 수도승들도 평생 한 수도원에서 수련하겠다는 맹세를 하게 되었다. 이는 내가 처해 있는 환경의 경계와 한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결단이었다. 이 결단을 통해 나의 공간을 배움의 자리로, 진리를 만나는 자리로 만들어갈 수 있었다.
경계의 영성을 가진 교사는 현 공동체와 교육환경의 단점들과 한계들로 인해 불평하지 않는다. 그것들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들을 기회로 여긴다. 우리 공동체의 경계와 한계로 인한 불편함과 고통을 우리 가운데 진리가 태어나기 위한 몸부림으로 생각한다. 이 곳에서만 배울 수 있는 숨은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이 때 경계는 더 이상 한계가 아니다. 개방의 영성이 나의 편견과 선입관을 제거하고, 고집과 아집을 무너뜨림으로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라 할 때, 경계의 영성은 제한과 한계를 또 다른 기회로 인식하는, 또 다른 의미의 개방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팔머는 개방의 영성은 경계의 영성과 상호 연관된다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교사에게 요구되는 영성은 환대/hospitality이다. 모든 교육의 자리는 경계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로 인한 고통과 문제가 있다. 그렇기에 필요한 것이 환대이다. 환대란 개방과 배려의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의 몸부림과 새로운 생각들을 격려하는 것을 의미한다. 환대의 영성을 가진 교사는 학생들이 편안하게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피력할 수 있는 자리와 분위기를 조성한다. 환대를 통해 개방의 영성은 더 촉진될 수 있고, 경계의 영성 또한 개발될 수 있다. 여기서 인상적인 점은 팔머는 환대를 윤리적인 덕목을 넘어, 인식론적인 덕목으로 이해하였다는 사실이다. 즉, 환대는 단순한 배려와 돌봄이 아니라, 보이지 않은 것들을 보게 하는 인식론적인 과정이다. 따라서 진리를 추구하는 모든 배움의 자리는 이방인들과 이상한 진술까지도 환영 받는 자리여야 한다.
팔머는 교육을 진리를 위한 공간, 공동체를 창조하는 것이라 했다. 지금까지 논한 교사의 영성이 중요한 이유는 진리를 위한 공간을 창조하는 것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교사는 개방의 영성, 경계의 영성, 환대의 영성을 길러서, 자신의 내적 공간과 배움의 외적 공간을 잘 디자인해야 할 책임이 있다. 진리를 배우는 공간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진리를 위한 공간은 진리에 대한 순종이 연습되고, 실천되어지는 곳이다. 우리의 교실이 진리를 위한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교실과 세상을 막는 장애물들을 제거해야 한다. 즉 교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은 교실 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상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 교실 안에 있지만, 교실 밖을 나가 세상 속에서 살아갈 때를 염두하며 생각하고, 결정하고, 관계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학습과 삶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 우리의 삶은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배움이 일어나는 바로 이곳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교실 안에서 배움에 대한 순종이 강조되고, 실천되어질 때, 우리는 진리를 가장 잘 배우게 된다.
팔머는 진리를 배우는 공간의 두 번째 특성으로 합의에 의한 학습을 꼽았다. 진리를 배우는 공간에서는 합의에 의한 학습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합의에 의한 학습이란 선포된 진리에 똑같은 방식으로 순응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선포된 진리에 대한 각자의 생각과 느낌을 존중하고 내면의 진실에 순종할 수 있도록 격려한다. 따라서 여기에서 말하는 합의란 다른 사람들과의 합의가 아니라 진리와의 합의이다. 진리와의 합의에 초점을 맞춘 학습은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진리가 내 삶에 제시한 것들을 신뢰함으로 받고 순종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진리와의 합의는 신앙공동체에서만 발생할 수 있다. 진리와의 합의는 개인적인 차원이지만 동시에 공동체적인 코이노니아와 디아코니아를 통해서 완성될 수 있다. 코이노니아와 디아코니아를 통해 진리의 의미를, 말씀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리와의 합의가 일어나는 공간이 되도록 하기 위해 교사는 진리가 말할 수 있도록 뒤로 물러나야 한다. 자신의 생각, 예상, 편견, 심지어 자기 자신도 내려놔야 한다. 오직 진리에 초점을 맞추어 진리가 선포되고, 학생들이 반응할 수 있는 공간을 창조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다.
– 이전 이야기: 신앙을 위한 기독교교육은 어떠해야 하나요?
– 다음 이야기: 신앙발달과 사회심리발달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나요?
박종수 목사 (호주 이민교회교육연구소장/ 오션그로브연합교회담임, Ph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