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수 칼럼
JS 2세 보고서(1) 권위적인 부모
한인2세 청소년들에게 발견되는 첫 번째 특징은 대부분의 자녀들이 한국 문화가 강한 가정분위기에서 성장한다는 것이다. 한국 문화가 강한 가정에서는 부모나 어른들을 공경하고 순종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유교적 가치들이 매우 강조된다. 이러한 경향은 가정 안에서 권위주의적이고 계급적인 부모의 리더쉽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는 부모와 자녀간의 열린 대화에 장애가 되며 가정 개개인의 의견보다 가장인 아버지의 의견이 강조되는 경우가 많다.
한인이민자 가정의 권위적인 그리고 상하적인 환경은 동료 의식(mateship), 평등주의(egalitarianism), 개인주의(individualism) 등과 같은 호주의 가치들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러한 두 문화의 충돌은 2세 자녀들에게 크고 작은 혼란과 문제의식을 초래하는데, 왜냐하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집단주의적인 사회(a highly collectivist society) 중의 하나이고 호주는 아주 개인주의적인 사회(a highly individualistic society)이기 때문이다. 거트 호프스테드(Geert Hofstede)는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개인주의적인 사회는 “나” 의식, 자율, 감정적 독립, 개인적 주도권, 프라이버시 보호권리, 개인적 행복추구, 재정적 안정, 특별한 친구관계의 필요, 그리고 일반성의 가치를 강조한다 … 반면, 집단주의적인 사회는 “우리” 의식, 공동체 정체성, 감정적 의존, 공동체적 유대감, 나눔, 의무와 책임, 미리 정해진 관계의 중요성, 공동체 결정, 그리고 특수성의 가치를 중시한다.
이민 가정과 2세 자녀들의 삶 속에서의 이런 문화 충돌의 정도는 부모의 한국 문화에 대한 집착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전 장에서 언급했듯이 호주 한인1세들은 부정적인 이민경험들과 언어장벽, 그리고 단일문화에 익숙한 삶의 성향들로 인해 한국 문화를 보존하기를 원하며, 삶의 지경도 한인공동체에 국한되는 경향이 매우 높다. 1세 부모들이 한국 문화와 가치들에 집착하면 할수록, 2세 자녀들이 느끼는 문화 충돌과 혼돈의 정도는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제니스 임(Janice Im)은 이민1세 부모들의 이민 경험은 자녀들의 주류 사회 적응과 정착뿐만 아니라, 그들의 민족정체성 형성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한인 가정에서 부모의 권위는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미국 한인2세들에 대한 그녀의 연구는 부모의 권위와 자녀들에 대한 기대가 2세 자녀들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임을 보여준다. 유리 브론펜브레너(Urie Bronfenbrenner)의 인간 발달에 관한 생태 이론(ecological theory of human development)은 제니스 임의 주장을 뒷받침해 준다. 브론펜브레너의 생태 이론에 따르면 인간 발달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네 가지 생태학적 영역이 있다. 마이크로시스템(Microsystem), 메소시스템(Mesosystem), 엑소시스템(Exosystem), 매크로시스템(Macrosystem) 이상 네 가지이다. 이 중에서 부모의 영향은 마이크로시스템 그리고 엑소시스템과 긴밀한 연관을 갖는다. 마이크로시스템은 한 개인의 전체 생태시스템에서 가장 내재적인 영역으로 가족, 학교, 친구 등이 여기에 속한다. 엑소시스템은 “성장하는 개인의 직접적인 경험 영역은 아니지만, 성장하는 개인에 영향을 주거나 영향을 받는 사건이며 또한 그 개인을 포함한 환경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의미한다. 마이크로시스템의 관점에서는 부모와의 관계는 2세 자녀들의 정체성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부모와의 긍정적인 관계는 건강한 정체성 탐구를 격려하고 도우며 정체성 문제나 혼란을 최소화시키는 반면, 부모와의 부정적 관계는 균형 잡힌 정체성 형성을 막고 정체성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다양한 엑소시스템 중에서 부모의 이민 경험은 2세 자녀들에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부모의 주류 사회의 적응과 정착이 긍적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면 부모들은 새로운 땅의 문화와 가치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자신의 자녀들도 주류 사회에 잘 적응하며 정착하도록 돕고 새 문화와 전통 문화 사이에서 균형 잡힌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도록 격려할 수 있다. 반면, 부모의 이민 경험이 부정적이면 그 자녀들은 주류 사회에 적응하고 건강한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제니스 임은 권위적인 한인 부모의 부정적인 정착 경험이 자녀들의 정체성 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부정적인 이민 경험을 가진] 부모들은 더 강한 가족 연대를 원하고 전통적인 가치들에 대해 향수적인 집착을 하게 된다. 이는 필연적으로 자녀들의 주류 사회 적응과 통합을 늦추게 한다. 더 나아가 고국에 대한 그리움으로 인하여 부모들은 과거의 영광을 곱씹으며 자녀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자신의 경력을 포기하고 희생한 것을 자녀들에게 환기시킨다 … 자녀들은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갖게 된다. 주류 사회로부터의 고립과 가족 연대감에 대한 부담은 주류 사회에서 자율적으로 살아가려는 자녀들의 의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미국화”되려는 자녀들의 시도는 부모의 반대에 부딪히게 되고 이는 부모와의 갈등과 정체성 혼돈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박종수 목사(이교연 소장, 오션그로브연합교회 담임, Ph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