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수 칼럼
JS 2세 보고서(2) 학교 성적에 대한 부모의 높은 기대
자녀에 대한 한인 부모의 강한 영향력은 한인2세 학생들의 학업 열성과 직접적인 연관을 갖는다. 상당수의 호주 한인2세 청소년들은 학업 성취에 대한 강한 열망을 보인다. 인터뷰연구에 참여한 14명의 2세 학생들 중에서 12명의 학생들이 현재 가장 큰 관심으로 미래 성공을 위한 학업 성적이라고 대답하였다. 예를 들어, 중부교회에 출석하는 13세 여학생 아비가일(Abigail) 의 경우 멜번 소재 우수 공립학교(a selective school) 입학시험 합격이 인터뷰 하던 당시의 가장 중요한 이슈였다. 동남부교회에 출석하는 13세 남학생인 윌리엄(William) 에게는 멜번 소재 한 사립학교의 음악 장학생이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다. 이를 위해 윌리엄은 연주 연습을 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었다. 고학년 학생일수록 학업 성취가 현실적인 이슈가 된다. 닉(Nick), 줄리아(Julia), 이안(Ian), 로즈(Rose) 와 같은 고학년 인터뷰 참가자들에게는 좋은 대학, 좋은 학과에 진학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삶의 과제요 관심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부모들의 학업 성취에 대한 높은 기대와 직결된다. 자녀들의 학업에 대한 한인1세 부모들의 높은 관심과 기대는 대부분 한인들의 호주 이민이 경제적 부를 추구하는 경제 이민이기 보다 자녀들에게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교육 이민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언어장벽과 자격증 인증의 문제로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직업을 찾지 못하고 신분 하향화를 겪는 많은 한인1세들의 부정적인 이민 경험과도 큰 관련을 맺는다. 부정적인 이민 경험 가운데서도 이민 생활을 지속하는 이유는 자녀들의 성공을 위한 것이고 또한 자녀들을 통한 신분 상향화를 기대하기에 자녀들의 학업 성취에 큰 기대와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한국 문화 특유의 근면과 열심, 공동체에서 인정받고 싶어하는 문화 또한 한인2세 자녀들의 학업 성취에 대한 성향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호주 한인공동체의 학교 성적에 대한 강한 열망과 지나친 집착은 도리어 학생들에게 큰 부담을 줄 수 있고, 더 나아가 부모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자괴감이나 부모와 학생들의 진로에 대한 생각이 다를 경우 심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남동부교회에 다니는 17세 여학생인 그레이스(Grace)는 자녀들의 학업 성적과 관련하여 서로 경쟁하는 태도를 보이는 부모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한인공동체에서 자녀들의 학업 성적은 늘 부모들의 가십거리예요. 전 그것이 싫어요. 한국 부모님들은 서로에 대해 잘 알고 다른 자녀들의 점수도 잘 알고 그들이 무엇을 배우는지도 잘 알죠. 늘 다른 아이들의 점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구요. 우리 엄마도 늘 다른 아이들과 저를 비교해요 … 나는 늘 엄마에게 이건 경쟁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무언가를 잘 해도 언제나 더 나은 결과를 원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일에 초점을 맞추는 것 같아요. 좋은 점수에 칭찬하기 보다 나쁜 점수에 신경 쓰며 걱정하죠.”
중부교회에 출석하는 15세 여학생인 릴리(Lily) 도 공부와 관련하여 어머니와 겪는 갈등을 이야기했다. “우리 학교엔 우등반이 있는데 엄만 제가 우등반에 들어가기를 바래요. 전 보통반 학생이고 그 반에 들어 갈려고 노력해 본적이 없어요. 엄마는 똑똑한 아이들이 그 반에 들어간다고 생각해요. 그 반에 들어가지 못한 저는 똑똑하지 않다고, 공부를 잘 하지 못한다고 판단하죠.”
역시 중부교회에 다니는 17세 남학생 이안(Ian)은 대학 진학과 관련한 아버지와 형의 심각한 갈등에 대해 나눠주었다. 형이 공부하고 싶은 분야와 아버지가 원하는 것이 상충된 것이다. 이 문제로 형과 아버지는 자주 다퉜고 결국 대학 진학 이후에도 그 상처로 인해 관계가 여전히 소원하다고 이야기하였다.
이처럼 학교 성적에 대한 부모의 높은 기대가 이민 가정 안에서 세대 간의 갈등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2세 자녀들은 부모의 수고와 희생에 감사하면서도 학교성적에 대한 부모의 지나친 간섭, 강요, 집착 등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고백한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미국의 1.5세 신학자 스티브 강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이민 가정에서 세대 간의 갈등의 근저에는 2세 자녀들에 대한 1세 부모들의 비현실적이고 만족할 줄 모르는 기대가 자리한다. 이는 자녀들을 위해 희생한 것들에 대한 보상 차원의 성격이 짙다.”
부모들의 “비현실적이고 만족할 줄 모르는 기대” 는 자녀들과의 자유로운 소통을 막고 자녀들을 사각지대로 내몰 수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인터뷰 참가자들은 학업과 진학문제와 관련하여 함께 고민을 나누고 조언을 얻을 수 있는 대상이 없기에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고 진술하였다.
박종수 목사 (이교연소장, 오션그로브연합교회담임, Ph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