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에 세 모녀 동반자살, 우리 시대의 일그러진 자화상
“주인 아주머님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호주교민사회에서 호주복지제도를 두고 “복지덕분에 부자되기도 힘들지만 굶어 죽기도 힘들다”는 말이 있다. 그것은 갓 태어난 아이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관리가 있어 생겨난 말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 고국 한국에서 들려온 세 모녀(박모<60>씨와 그의 두 딸 A<35>씨, B<32>씨) 자살사건은 듣는 귀를 의심케 했다. 어린 아이들도 아니고 어떻게 한가족 성인여성 세 명이 자살하는 데까지 이르렀단 말인가.
한국 서울 송파구의 세 모녀 동반자살, 전형적인 생활고 문제
2월 27일 서울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9시 20분께 송파구 석촌동의 한 단독주택 지하 1층에서 박모(60·여)씨와 그의 두 딸 A(35)씨, B(32)씨가 숨진 채 발견돼 집주인 임모(73)씨가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모녀의 지하 1층 방 창문은 청테이프로 막혀 있었고, 바닥에 놓인 그릇에는 번개탄을 피운 재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모녀는 방문을 침대로 막아 놓아 외부인의 출입도 차단했다. 세 모녀는 각각 이불 두 채와 침대에 누운 상태로 숨졌다.
경찰관계자는 ‘생활고를 비관한 모녀 셋이 외부인의 출입을 차단한 채 방 안에서 번개탄을 피워놓고 동반자살한 것’으로 보았다. 현장에는 현금 70만원이 든 봉투가 발견됐다. 겉면에는 “주인 아주머님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메모가 함께했다.
마지막 말 “정말 죄송합니다”, 세 모녀가 세상에 지은 죄는 뭔가!
지난해부터 50만원으로 오른 월세와 공과금을 남기고 떠난 그녀들이 마지막으로 세상에 남긴 말은 원망이나 저주가 아닌 “정말 죄송합니다”라 사죄의 표현이었다. 누구의 잘못인지 알 수 없는 일에 자신들을 죄인으로 인정하는 그 말이 그래서 더욱 서글프게 다가온다. 왜 그들은 그 좁은 반지하방에서 죽음을 준비해야 했고, 마지막 가는 길에서마저 세상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밖에는 내놓지 못했을까?
살고 싶어도 살 수 없는 현실 속에서 그녀들이 선택할 수 있는 삶이란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희망이 없는 삶이 그녀들에게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겨웠을지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이다. 우리가 그 고통을 알 수 있는 것은 수많은 서민들과 청춘들이 그와 같은 고통을 동일하게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복지제도의 사각지대 존재해 제도보완 필요,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송파구의 박씨와 30대 두 딸이 세상을 등진 사건은 현행 사회안전망의 허점과 복지전달체계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냈다. 이에 서울시에서는 제2, 제3의 ‘송파 세 모녀 비극’을 막기 위해 이번 사건을 사회안전망과 복지전달체계의 관점에서 재구성해 심층 분석하고 대안 마련에 나선다. 서울시 복지정책과는 이번 송파구 세 모녀 사건을 재구성해 사회안전망과 복지전달체계의 허점을 찾아 대안을 제시하려 한다.
자살사건이 발생하면 ‘심리 부검’을 하듯 송파 세 모녀를 극단적 선택으로 이끈 복지제도의 문제점을 파헤치는 일종의 ‘제도 부검’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자살자의 생전 행적과 주변인의 증언을 바탕으로 자살자의 심리를 재구성해 원인을 규명하는 심리 부검의 방법을 적용해 세 모녀 비극을 불러온 제도의 문제점을 철저하게 따져 대안을 찾겠다는 게 서울시의 의도다.
세 모녀는 가장 기본적인 기초생활보장제도나 위기가정 지원제도인 긴급복지제도, 민간자원 연계 지원 등 그 어느 제도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 주목할 점은 세 모녀가 실제 주민센터에 직접 신고를 했다고 하더라도 기초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했을 것이라게 이 분야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긴급지원제도를 신청했어도 실질적인 도움이 됐을지도 미지수다. 아울러 지원 불가 대상자로 파악된다면 어떤 요인 때문인지를 파악하고 세 모녀의 사망 전 모든 과정을 복지제도의 관점에서 되밟아 꼼꼼히 따져 그 결과에 따라 제도 보완에 나선다. 서울시는 또 이번 세 모녀 비극의 주요 원인으로 여전히 낮은 ‘복지권리의식’을 꼽고, 권리의식 확산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