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진 박사의 특별기고

행복한 부부관계를 원한다면…
언젠가 남편이 일에서 돌아오면 남편에게 잘 해줘야 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남편이 돌아온 후 작은 일에 다툼이 생기자 남편에게 잘해 줘야 겠다고 생각한 것이 사라지고 차갑게 돌아서서 방으로 혼자 들어가 버렸던 기억이 있다. 마음먹고 오랫동안 생각한 대로 하기보다 그 후 잠깐 느낀 감정대로 행동한 것이다. 이런 경험은 비단 우리부부에게만 일어났던 일은 아닐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부부들에게서 일어나곤 한다. 마음으로는 긍휼이 여기고 잘 해줘야 겠다고 생각하다가도 마음에 들지 않는 배우자의 말이나 행동 때문에 나의 행동이나 말이 바뀌는 경험이다. 처음에는 좋은 의도로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작은 일로 다툼이 되어 관계가 힘들어지게 된다. 내가 의도한 좋은 가치들은 사라져 버리게 되고 그 반대되는 가치대로 말과 행동이 바뀌어져 버리는 것이다.
이런 부분을 감안해서 부부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도록 도와주는 부부 치료법이 있는데 부부 치료에 ‘수용 전념 치료’ ( 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를 도입한 것이다. 치료사는 부부 관계에서 표현하기 원하고 경험하기 원하는 가치를 각자 표현하게 한다. 그러면 어떤 사람은 ‘정직, 존중, 사랑, 신뢰, 친절한 말’ 과 같은 것을 이야기 할 것이다. 현재 부부 관계에서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부합하는 행동이나 말을 얼마나 하고 있는 지를 점검하게 하고 점수를 매기게 한다. 그리고 갈등이 있을 때는 그 점수에 어떤 변화가 있고 그리고 어떤 행동과 생각을 하는 지 기록하게 한다. 부부 관계에서 실천하고자 하는 가치가 어떻게 실현되지 못하고 어떤 양상으로 흘러가는 지를 분석하는 것이다. 비록 갈등이 있더라도 가치에 부합하는 삶을 살기 위해 배우자에게 어떻게 반응하여야 하는지 생각해 보고 그것을 부부 사이에서 실천하게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상호 작용으로 이루어지는 관계의 패턴 때문에 서로에게 영향력을 주고 받는다. 영향력을 주고 받다 보면 어떤 경우에는 내가 추구하지 않는 반대되는 가치의 행동을 선택하게 되고 내가 추구하지 않는 가치를 따라가게 되기도 한다. 특히, 사회적 민감성이 많이 발달되어져 있는 사람들 중 자아가 강하지 않고 타인에 의해서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가치를 선택하는 일들이 많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가장 행복하고 자신감 있는 사람은 자신이 믿고 있는 가치에 부합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와 부합하지 못할 때 사람들은 갈등하고 그 안에서 만족함을 경험하지 못하게 된다. 어린 아이는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나? 부모로 부터 안정감과 사랑을 받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부모가 그 부분에서 채워주지 못하게 되면 자신이 추구하는 안정감과 사랑을 느낄 수 없게 되고 그것에 대한 반응으로 욕구 불만이 생기기거나 정서적으로 늘 불안정감을 경험하게 되어 불행한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다. 그 아이가 추구하는 기본적인 인간으로서의 욕구가 부모로 부터 그리고 가정으로 부터 가능해야 한다. 이 아이는 욕구(가치)에 부합한 삶을 살아감으로 행복하고 안정감있게 살아갈 수 있다. 또한 삶에서 그런 가치를 계속해서 추구하며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있게 되는 것이다.
부부 안에서 내가 정말 원하는 가치가 무엇인가를 명확하게 아는 것은 중요하다. 필자가 아는 지인 한분은 부부 관계에서 정직함이 제일 중요하다고 한다. 어린시절 아버지가 정직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어서 그것으로 인한 불신이 많아서 정직함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그런 사람의 경우 배우자가 정직한 가치를 실천하지 않는 사람일 경우 실망이 클 수 밖에 없고 다른 사람보다 더 힘들 수 밖에 없다. 이런 경우 상대 배우자는 내 배우자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의 우선 순위를 알고 그 부분을 배려하고 노력하는 것이 부부 관계의 개선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다. 반대로는 비록 배우자는 정직하지 않더라도 나에게 정직이 중요한 가치라면 그것을 계속해서 실천하는 모습을 보임으로 배우자에게 긍정적 영향력을 줄 수 있다.
그리고 때로는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지금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결혼 후에 한쪽 배우자가 기독교인이 되어서 신앙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게 되었는데 다른 배우자가 기독교인이 아닌 경우 신앙을 중요한 가치로 실천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런 경우에는 내가 원하는 가치대로 100%는 살아갈 수 없지만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그러면서도 나의 가치를 놓치 않고 추구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내가 가치있게 여기는 것이 만약 즐거움인데 결혼이라고 하는 제도에 묶여 있다면 결혼이라는 것이 나를 옭아매는 족쇄처럼 생각되어지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경우라면 즐거움을 결혼 관계에서 누리는 법과 즐거움의 의미를 새롭게 만들어가고 찾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부부 관계가 좋아지기 위해서는 부부 각자가 자신의 가치에 부합하는 삶을 향해서 나아갈 수 있어야 하고 서로 서로에게도 그 가치를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말로 하면 서로가 함께 추구하는 가치, 비전, 꿈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부부 관계의 작은 실천 안에 사용할 수 있을 때 부부 관계는 안정감을 얻고 성장할 수 있다.
한 부부가 있는데 아내는 자신의 친정식구들을 돌보는 것이 자신에게는 중요한 가치다. 그런데 어떤 계기로 그 친정 식구를 돌보는 일을 남편이 충분히 허락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남편이 아무리 많은 돈을 벌어도 아내는 즐겁지가 않고 행복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아내가 선택한 것은 자신이 돈을 따로 벌어서 친정 식구들을 지원하는 것이다. 아내는 자신의 가치를 위해서 하고있고, 그것으로 인해 결국 부부 관계는 개선이 되지 못하고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남편이 보기엔 돈도 많이 되지 않고 힘든 일을 하는 아내가 한심하기만 하다.
행복한 부부의 삶을 위해 내가 정말 꼭 지키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부부 관계에서 잘 나누고 실천할 수 있는 법을 공유할 때 부부는 이전 보다 더 깊은 관계와 의미를 누리게 된다. 갈등이 있는 상태에서 놓쳐버리는 가치가 생기지 않도록 부부 관계를 잘 살펴보아야 한다. 모든 좋은 부부 관계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좋은 가치를 향해 함께 노력할 때 부부 관계는 성장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서미진 박사
(호주카리스대학 부학장, 호주한인 생명의 전화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