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가치는 어디로 가는가? – 유네스코, 21세기의 대화 : 세계의 지성 49인에게 묻다
자크 데리다 외 / 문학과지성사 / 2008.6.30
– 세계적인 지성 49인이 들려주는 가치에 관한 전망으로 21세기에 대한 성찰과 사유의 깊이를 보여준다.
–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들의 이야기를 한 권으로 묶는 ‘가치는 어디로 가는가’
이 책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교육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세계적인 지성 49인이 들려주는 가치에 관한 전망으로 ‘가치는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성찰과 사유의 깊이를 보여준다.
‘가치는 어디로 가는가’는 유네스코에서 기획안 ’21세기의 대화’의 포럼들을 묶은 것으로 2001년 9월 19일에 있었던 대화의 10번째부터 20번째까지 만남에서 제시된 내용을 담았다. 세계화라는 커다란 흐름 속에서 21세기가 지향하는 가치와 그에 대한 원론적 논의를 보여준다.
2001년 911 사건 직후 기획된 글들을 모은 1부는 근대적 상황이 전통 가치를 어떻게 붕괴시켰는지 살펴보고 2부 세계화와 신기술들과 문화, 3부 새로운 사회 계약을 향하여, 4부 과학과 지식 그리고 전망은 가치들의 진화와 명암,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관점에서 사회적 문제를 논의한다.
한편 ’21세기의 대화(Twenty-First Century Talks)’는 1997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미래지향적인 일련의 포럼들을 개최해오고 있다(유네스코의 미래전망 분과와 인문 및 철학 분과 주최).
유네스코 본부를 비롯해 세계의 각 도시에서 비정기적으로 개최되는 이 ‘대화’는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긴급하게 다루어야 할 사안들에 관한 세계 지성들의 토론의 장으로, 2004년 7월 24~28일에는 서울에서 ‘지식사회 건설’이라는 주제로 개최되기도 했다.
이 ‘대화’를 바탕으로 Keys To The 21st Century(UNESCO 2001), The Future of Values(UNESCO 2004), Making Peace with the Earth: What future for the human species and the planet(UNESCO 2007)이 출간되었으며, 이 책은 두번째 The Future of Values를 번역·출간한 것이다.

○ 목차
들어가기에 앞서
서문 / 고이치로 마츠우라(유네스코 사무국장)
일반적이 서론 / 제롬뱅데
제1부 가치들은 어디로 가는가?
서론 아지자 베나니
제1장 황혼, 가치들의 충돌인가 혼성화인가?
제2장 비인간의 도전들 – 21세기 사회의 가치는 어떤 것들인가?
제3장 진지한 가치들인가, 하찮은 가치들인가?
제4장 심미적인 것은 정치경제와 윤리의 최상 단계인가? 가치들의 심미화를 향하여?
제5장 새로운 가치들의 창조를 향하여?
제2부 세계화, 신기술들과 문화
제1장 세계화와 ‘제3산업혁명’
제2장 신기술과 문화
제3장 우리는 한 가지 형태의 문화적 세계화를 향해 가고 있는가, 아니면 여러 형태의 문화적 세계화를 향해 가고 있는가? 어떻게 문화적 다양성을 보존할 것인가?
제4장 언어들을 위한 어떤 미래인가?
제3부 새로운 사회 계약을 향하여?
제1장 새로운 사회 계약과 모두를 위한 평생교육
제2장 자연 계약과 개발
제3장 21세기의 문화 계약은 어떤 것인가?
제4장 윤리 계약을 향해서?
제4부 과학과 지식, 그리고 전망
제1장 유전학의 혁명과 인간
제2장 세계화와 유전자 혁명 시대가 품고 있는 새로운 인종주의의 얼굴
제3장 자기에 대한 앎 – 영혼의 병에 대한 전망과 예방
제4장 우리는 어디로 향하는가? 우주의 미래와 마주한 인간
결론 / 미래의 윤리를 향해서? : 제롬 뱅데
옮긴이의 말
인명 목록
○ 저자소개: 자크 데리다 (Jacques Derrida)
1930년 알제리(Algérie)의 수도 알제(Alger)의 엘비아(El-biar)에서 불어를 사용하는 유대인 프랑스 시민권자로 태어나 불어로 교육을 받으며 지역의 다른 언어에 둘러싸여 자랐다. 19살에 소위 메트로폴이라 불리던 프랑스, 즉 ‘식민 본국’으로 건너와 수험 준비를 시작해 1952년 고등사범학교(ENS)에 입학한 후 루이 알튀세르(Louis Pierre Althusser)를 만났다. 장 이폴리트( Jean Hyppolite)를 지도교수로 「후설철학에서 기원의 문제(Le Problème de la genèse dans la philosophie de Husserl)」로 논문을 썼다(Paris, PUF, 1990).
1953년에서 1954년 쓰여진 데리다의 이 첫번째 글은 데리다의 초기연구의 기반으로 볼 수 있다. 데리다는 ‘기원(genèse)’을 주제어로 삼아 현상학의 창시자 후설의 사유에서 시간, 변동, 역사에 대한 고려가 초월적 주체의 구성, 감각과 감각 대상- 특히 과학적 대상-의 의도적 생산에 불러온 수정과 복잡화를 분석한다. 이후 데리다는 후설의 사유에 관해 『기하학의 기원(Introduction à L’origine de la géométrie)』(Paris, PUF, 1962)(후설의 원고 번역과 해설),『목소리와 현상(La voix et le phénomène)』(Paris, PUF, 1967)을 썼다.
1957년 교수자격시험에 합격하고 60년부터 64년까지 소르본에서 강의하며 바슐라르(G. Bachelard), 컹길렘 (G. Canguilhem), 리쾨르(P. Ricoeur), 장 발( J. Wahl)의 조교로 일했다. 이 무렵 「텔켈(Tel Quel)」에 글을 게재하고 교류하기도 했다. 1964년 고등사범학교의 철학 교사로 임명돼 1984년까지 일종의 조교수 자격으로 강의했다.
폴 드만(Paul de Man)과의 인연으로 예일(Yale)에서 정기적으로 강의를 시작한 후 미국의 여러 대학에서 강의했다. 국제 철학학교(Collège International de Philosophie) 설립에 참여했고 1983년부터 1985년까지 책임자로 있었다. 1984년부터 데리다의 마지막 세미나가 되는 ‘짐승과 주권(La bête et le souverain)’(2001-2002, 2002- 2003)까지 사회과학고등연구원(L’École des hautes études en sciences sociales)에서 강의했다.

주요 저작들은 다음과 같다.
.기하학의 기원 (배의용 역, 2008) Introduction(et traduction) à L’origine de la géométrie de E. Husserl, PUF, 1962.
.그라마톨로지에 대하여 (김응권 역, 2004) De la grammatologie, 1967, Les Éditions de Minuit.
.글쓰기와 차이(남수인 역, 2001) L’Écriture et la différence, 1967, Seuil.
.입장들 (박성창 편역, 1992) Positions, 1972,Les Éditions de Minuit.
.해체 (김보현 역, 1996) La dissémination, 1972, Seuil.
.에쁘롱 – 니체의 문체들 (김다은, 황순희 역, 1998) Éperons. Les styles de Nietzsche, 1972, Champs Flammarion (Voir Friedrich Nietzsche
.시선의 권리(신방흔 역, 2004) Droit de regards, éditions de Minuit, 1985 ; nouvelle édition :Les Impressions Nouvelles
.시네퐁주(허정아 역, 1998) Signéponge
.정신에 대하여(박찬국 역, 2005) De l’esprit, 1990, Galilée.
.다른 곶(김다흔, 이혜지 역, 1997) L’autre cap
.마르크스의 유령들(양운덕 역, 1996) Spectres de Marx, 1993, Galilée. (Voir Karl Marx
.법의 힘(진태원 역, 2004) Force de loi
.에코그라피 (김재희 외 역, 2002) Échographies – de la télévision
.마르크스주의와 해체 (진태원, 한형식 역, 2009)Marx en jeu (avec Marc Guillaume), 1997, Descartes & Cie.
.환대에 대하여(남수인 역, 2004) De l’hospitalité(avec Anne Dufourmantelle), 1997, Calmann-Lévy.
.불량배들 – 이성에 관한 두 편의 에세이 (이경신 역, 2003) Voyous
.이론 이후 삶(강우성 역, 2007) / Life.after.theory: Jacques Derrida, Frank Kermode, Toril Moi and Christopher Norris
– 편 : 제롬 뱅데 (Jerome Binde)
유네스코 미래전망 사무국의 국장이며, 미래이사회의 사무총장이자 로마 클럽의 회원이다. 고등사범학교를 졸업 후 대학 교원 자격을 취득하고, 에콜 폴리테크니크Ecole Polytechnique에서 사상사를 가르쳤다. 『미래의 윤리, 왜 이렇어버린 시간을 되찾아야 하는가?』(1997)와 『21세기를 위한 준비는 완료되었는가?』(1998)를 포함한 ‘문화’와 ‘사회’, ‘미래 전망’에 대한 물음들과 관련된 수많은 글을 썼다.
– 공편 : 제레미 리프킨 (Jeremy Rifkin)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을 넘나들며 자본주의 체제 및 인간의 생활방식, 현대과학기술의 폐해 등을 날카롭게 비판해온 세계적인 행동주의 철학자이다. 1945년생으로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제학을, 터프츠 대학의 플레처 법과 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했다. 그 후 워싱턴시의 경제동향연구재단(FOET)을 설립해 현재는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전세계 지도층 인사들과 정부 관료들의 자문역을 맡고 있으며 과학 기술의 변화가 경제, 노동, 사회,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활발히 집필 작업을 해왔다.
그의 이름을 전세계에 알린 책은 『엔트로피』다. 기계적 세계관에 바탕을 둔 현대문명을 비판하고 에너지의 낭비가 가져올 재앙을 경고한 것이 바로 ‘엔트로피’ 개념이었다. 그 후 그는『노동의 종말』을 통해 정보화 사회가 창조한 세상에서 오히려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미아가 될 것이라 경고하는가 하면, 『소유의 종말』 통해서는 소유가 아닌 ‘접속’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하였다. 그는 경제학, 국제관계학 외에 정식으로 과학 교육을 받은 바는 없다. 이런 점에서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그의 주장을 비판하거나, 그의 이론이 지나치게 비관적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미래에 대한 전망과 현실 비판은 여전히 호소력을 가지고 있다.
한편 리프킨의 문명비판에는 환경철학자로서의 면모가 두드러진다. 문명에 대한 접근 방식 자체가 환경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엔트로피라는 개념도 그렇다. 육식에 대한 비판이나 생명 현상에 대한 관심도 매우 크다. 생명공학이 21세기에 가장 크고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학문이 될 것이라는 그의 예측도 이런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이러한 입각점 때문에 그는 반문명론자들 사이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저서로『생명권 정치학』, 『바이오테크 시대』, 『소유의 종말』, 『육식의 종말』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이것은 우리가 윤리 없는 세계로 나아간다는 사실을 의미하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가치들은 언제나 존재한다. 우리는 심지어 인간의 역사에서 지금만큼 많은 가치가 있었던 적도 없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 세계화는 그 1차적인 결과들 중 하나로 지금껏 우리가 완전히 무시해온 문화적 다원성과 가치의 다원주의를 드러내지 않았는가? 그러므로 세계화 현상의 낯설음은 가치들의 허상적이고 수사적인 소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어쩌면 오늘날 너무나 많은 가치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는 우리가 윤리적 나침반을 잃어버렸으며, 나아가야 할 지평을 보지 못한다는 것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것은 가치들의 위기라기보다는 가치들이 갖는 의미 자체의 위기이며, 스스로를 통제하는 능력의 위기이다. 따라서 시급한 문제는 어떻게 가치들 사이에서 방향을 잡을 것인가이다. — 서문 중에서
세계적인 것이란 용어와 보편적인 것이란 용어 사이에는 어떤 거짓된 유비가 있다. 보편성은 인권, 자유, 민주주의에 관한 용어이다. 세계화는 기술, 시장, 관광, 정보에 관한 용어이다. 세계화는 되돌릴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반면, 보편적인 것은 사라지고 있는 중인 듯하다. 적어도 서구적 근대에 따른, 다른 어떤 문화권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가치 체계로 구성된 것으로서 보편적인 것은 사라져가고 있는 듯 보인다. 보편화되는 모든 문화는 자신의 독특성을 잃어버리고 파괴된다. 우리가 강제로 동화시키면서 파괴했던 문화들이 이런 경우에 해당하지만, 보편적인 것으로 자처하는 우리의 문화 역시 마찬가지이다. 차이점이라면 다른 문화들은 독특했기 때문에 죽었던 것인 반면, 우리는 모든 독특성을 상실하고, 우리의 모든 가치가 일소되어버리기 때문에 죽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전자가 아름다운 죽음이라면 후자는 ‘나쁜 죽음’이다. — 제1부 제1장 보편적인 것에서 독특한 것으로― 세계적인 것의 폭력/장 보드리야르
윤리적 모순들은 언제나 존재했으나, 오늘날에는 과학적 진보를 통해서 다시 나타난다. 과학적 진보로 인해 의학 그리고 더 넓게는 생물학의 모순적 원칙들은 서로 대립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죽음에 맞서 싸울 것을 명하는 히포크라테스의 명령은 하나의 딜레마에 직면하게 된다. 뇌사자의 삶을 연장해야 하는가, 아니면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해 이 사람의 장기를 꺼내야 하는가? 안락사 문제도 분명 마찬가지로 첨예한 방식으로 제기된다. 또 낙태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해야 하는가? 낙태는 여성 해방의 한 요소이지만, 모든 태아가 갖는 삶의 권리, 공동체가 공인한 살인 금지와 충돌한다. (……)
윤리를 복잡화한다 함은 과학, 윤리, 정치 사이의 관계를 인식하고 이 관계를 확립하고자 노력하는 것, 즉 가치들의 문제를 섬과 같은 고립 상태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윤리를 복잡화한다 함은 각각이 다른 것들만큼이나 강력한 윤리적 명령들 간의 갈등을 인식하는 것이다. 또한 윤리를 복잡화한다 함은 최상의 선의를 갖고 가치들을 존중하며 이뤄진 행위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결국 불확실하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기도 하다. — 제1부 제3장 복잡성의 윤리와 21세기 가치들의 문제/에드가 모랭
성적 차이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던 20세기 역사가 만들어낸 교묘한 해결책들 중 하나는 아마도 이런 차이가 한편에는 남성, 다른 한편에는 여성이라는 어떤 이중성으로 응고되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에 있을 것이다. 만약 이것이 정말 그런 교묘한 해결책들 중 하나라면, 이것은 이분법을 넘어 독특한 것을 향해 우리를 이끌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들 각자는 상이한 하나의 성별을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여성들은 개인들의 수만큼 상이한 성별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독특성을 특수한 가치로서 장려해야만 한다. 여성들의 투쟁은 아마도 이 독특성을 위한 하나의 길이 되어줄 것이다. — 제1부 제5장 가치들의 여성화를 향하여?/줄리아 크리스테바
다음 20년 또는 30년에 걸쳐 우리는 ‘개발’과 ‘진보’란 말이 의미하는 바를 재정의하는 데 공동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이해하는 대로의 ‘발전’이, 즉 고도로 산업화된 국가의 생활 기준들과 물질적 소비라는 측면에서의 ‘발전’이 전 세계에 적용될 수 있는 해석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에너지와 물질 소비의 성장으로 촉진되는 이런 종류의 발전이 개발도상국가들에서 손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21세기로 들어감에 따라 ‘발전’과 ‘진보’에 대한 다른 개념화가 요구될 것이다.
우리는 베이컨적 기획의 종말을 보고 있다. 이 기획은 400년 동안 번영했다. 17세기 초에 베이컨이 말한 대로, 이 기획은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었다. 지식을 생산하는 새로운 도구로 과학을 사용하기, 단순히 신의 신성한 설계를 발견하기 위한 소일거리로서가 아니라 인류의 이익을 위한 발견으로서 지식을 생산하기, 지식을 더 넓히기 위해 제도와 국가 지원을 활용하기. 베이컨은 ‘인간’을 믿었고, 인간을 그 자신의 사유의 중심에 놓았다. (……)
베이컨의 기획은 성공했지만, 그렇게 하면서 그 자신의 토대들을 침식했다. 새로운 기획을 재정의하는 것은 우리의 과제이다. 우리는 지난 400년간의 실수들로부터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지식 생산에 대한 우리의 개념을 확장시켜서 순수한 합리성과는 다른 고찰들을 포함시켜야 한다. 윤리학과 미학이 가능한 선택들일 것이다. 게다가 베이컨적 기획은 서구 문명의 창조였다. 서구 문명이 자본주의적 팽창과 함께 전 세계에 걸쳐 일제히 전개됨에 따라, 그 기획은 다른 문화들을 말살하거나 무시했다. 이제는 이 문화들을 다시 현재로 불러들일 때이다. 변화에 관한 의제의 세 번째 요점은 모든 문명을 포함하되 다음 20년 또는 30년에 걸쳐 ‘발전’과 ‘진보’가 의미하는 바를 재정의할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대화이다. — 제2부 제1장 과학, 기술, 세계화/프란시스코 사가스티
사이버 공간과 세계화의 강력한 출현에 저항하는 방법들이 있다. 바로 지리적 공간과 지역성, 문화적 다양성, 그리고 문화가 가져오는 모든 것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면 문화란 무엇인가? 문화는 우리가 이방에서 맺고 있는 비상업적이고 비정부적인, 형식적이거나 비형식적인 모든 연대이다. 문화는 제3부문보다 훨씬 더 크다. 문화는 교회, 세속적인 것, 우애, 스포츠, 예술, 시민적인 것, 재미, 놀이들이다. 문화는 우리가 놀이에 빠져 있는 영역이다. (……) 우리는 여기에서 내적인 가치를 만들어냈다. 경제는 우리가 일에 빠져 있는 영역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사용 가치를 만들어냈다. 실제 세계에서 우리는 둘 다 하면서, 놀이에 깊이 빠지고 또 일에 깊이 빠지면서 살아간다. 우리는 근대에 이 모두를 망쳐버렸다. 놀이에 몰두하는 것은 언제나 사람들의 삶에서 더 근본적인 것이며, 일은 언제나 우리가 놀이하기 위해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해주는 어떤 것이었다. 우리는 일이 1차적이고 놀이는 여러분이 할 일들 사이에 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런 관계를 19세기와 20세기에 걸쳐 완전히 반대로 바꾸어놓았다. — 제2부 제2장 접근의 시대/제레미 리프킨
나는 불변하는 것이 있다는 점을 내 주제의 범위를 넘어서지 않는 한도 내에서 다시 한 번 단언하고 싶다. 에마뉘엘 무니에는 “인간은 영원토록 자신의 분노들의 형태를 갱신한다”고 말했다. 진보를 향한 인간의 투쟁은 계속된다. 진보를 향한 투쟁이 완전히 승리를 거둔 적은 한 번도 없지만, 투쟁은 되풀이될 가치가 있다. 경제는 인간을 위해, 사회적 기획을 위해 존재하며, 교육은 서로 연결된 자유와 연대라는 가치들의 증진을 보장해야 한다. 우리는 이를 끊임없이 일깨워야 한다. 이와 함께 인간에게는 경쟁의 차원과 그것이 지닌 공격적인 요소가 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매우 평범한 이러한 접근을 통해 우리는 결국 새로운 것에 대한 일방적인 열광을 조심하고, 과거를 망각하고 미래를 등한시한 채 정보가 직접적인 것과 순간적인 것에 집중되는 현상(교육체계의 책임이 얼마나 큰가!)을 경계하게 된다. 또 감정적인 사회와 그 사회가 당면할 당연한 귀결들―가령 여론의 독재와 권위 상실―에 대해 경계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교육의 기초에 있는 것은 권위를 통해 형성되는 교사와 학생의 관계이다. 그 권위는 학생에 의해 인정되며, 교사를 통해 현명하게 행사되어야 하는 것이다. — 제3부 제1장 만인을 위한 평생교육을 향해/자크 들로르
현재 우리가 하나의 중대한 위험에 직면해 있는 만큼 이러한 [자연] 계약은 더더욱 시급하다. 그 위험은 유전공학적 발견들을 특허화함으로써 생명체를 점유하는 것이다. 자연 계약은 그러한 논리가 갖는 한계들을 확정하고 그것으로부터 파생되는 예기치 않은 변화들을 미리 방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나는 이러한 관점에서 홉스의 사회 계약이 타인의 신체에 대한 소유와 예속을 합법적인 것으로 본 바와 반대로, 로크의 사회 계약은 인간 신체에 대한 소유를 금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싶다. 산업의 자유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들보다 우월한 것일 수는 없다. 내가 보기에는 그렇기 때문에 자연 계약이 미래의 세계 계약을 풀어나갈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 제3부 제2장 21세기의 자연 계약과 개발/제롬 뱅데
모든 사람이 경제적?기술적 세계화와 각자의 문화적 유산들, 창조물들, 변화들을 한데 결합하여 각자의 개별적 체험을 형성할 수 있는 것은 어떤 조건들 아래에서일까? 나는 모두가 하나를 이룬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필수적인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문화적인 요소들과 개별적인 경험들 간의 소통은 신앙, 법, 관습이 분리될 때에만 가능하다. 신앙들 간의 소통은 언제나 가능하지만, 제도화된 신앙들 간의 소통은 어렵고, 관습들 간의 소통은 완전히 불가능하다. 사람들이 경제는 모든 사회적 유대로부터 자유로워야 하고, 심지어 다른 사회 체계들에 대해 헤게모니를 행사해야 한다고 여길 때 생각하고 있는 것은, 한 덩어리가 된 사회이다. 내가 거론한 것과 같은, 개인들이 독자적인 해답을 표현할 수 있는 그런 사회를 건설하는 것은 세계를 엄밀하게 자본주의적 개념으로 이해하는 한 실현 불가능하다. 그러한 개념화는 신정(神政)적인 개념화와 마찬가지로 전체주의적이다.
문화를 하나의 본질이나 정체성이 아닌, 다양하게 변화하는 구성 활동으로서 받아들일 때에만 우리는 소통할 수 있으며, 우리들끼리 소통의 계약, 형식과 내용을 지니는 문화 계약을 수립할 수 있다. 이것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상이한 차원들이 분리될 것을 전제한다. 이것은 그러므로 우리가 정치적인 것, 공동 영역, 심지어 시민사회가 지닌 자율성을 인정하고 있음을 전제한다. 관건은 다양하고 무수히 많은 약속, 문화적인 소속관계들을 어떻게 일반적인 정치의 장에 담아내는 가이다. — 제3부 제3장 문화 계약을 위해서/알랭 투렌
유전학의 미래는 어쩌면 오늘날 그것이 쥐고 있는 과학적 헤게모니와 신비스러운 분위기가 믿게 만드는 만큼 화려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런데 만일 유전의학이 단순하지만 가공할 위험을 지닌 분자 감시로 귀결된다면? 한스 요나스가 예고한 것처럼 “자연과학에 토대를 둔 기술이 품고 있는 진정한 위협은 기술의 파괴적인 수단들이 아니라, 그것의 일상적인 평화적 사용에 있다.”
오늘의 인류가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고, 미래가 그들의 운명으로서 예정된 것이 아니라면, 인류는 타자성이 중심적인 자리를 차지하게 될 문명의 기획을 위해 자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타인이 없을 때 나는 나의 자유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을 민주화하는 것이 가능하기 위해서, 인류는 또한 유전학의 공상적이고 기만적인 약속들을 탈신비화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일들은 종종 [신비화에] 현혹되는 대중들과 최신 유행에 민감한 정치가들에게는 만만치 않은 작업일 것이다. — 제4부 제1장 유전학적 허풍에서 분자 감시로/자크 테스타르
○ 출판사 서평
– “미래의 윤리는 무기한 연기되는 미래에서의 윤리가 아니다. 그것은 지금 여기의 윤리, 그래서 나중에도 여전히 지금과 여기가 있도록 하기 위한 윤리이다.”
자크 데리다, 장 보드리야르, 폴 리쾨르, 제레미 리프킨, 줄리아 크리스테바, 미셸 마페졸리, 자크 들로르, 에드워드 윌슨, 나딘 고디머…….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 뛰는 이 시대 최고의 지성들이 한 권의 책으로 만났다. 문학과지성사에서 ‘현대의 지성’ 시리즈로 번역?출간된 『가치는 어디로 가는가?― 유네스코, 21세기의 대화;세계의 지성 49인에게 묻다』라는 책이 그것. 이 책은 정치?경제?사회?문화?과학?교육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세계적 지성 49인의 ‘가치’에 관한 미래 전망적 성찰을 담고 있다. 책에서 저자들은 “가치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물음에 대해 그들 특유의 빛나는 성찰과 사유의 깊이를 보여주는 한편, 이 추상적 물음을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지금, 여기의 구체적 현실로 끌어들여 다양하게 변주한다. 따라서 이 성찰집은 세계적 지성들의 다양한 시각과 사유의 틀을 접할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급속도로 진행되는 신자유주의의 물결 속에서 FTA, 쇠고기 파동, 빈부격차, 공기업의 민영화, 이주 노동자 문제 등의 첨예한 사회적 쟁점들로 인해 정치?사회적 긴장을 겪고 있는 한국 사회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줄 것으로 보인다.
– 세계의 지성 49인이 말하는 21세기의 전망과 성찰
이 책 『가치는 어디로 가는가?』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진단하고 전망하기 위한 의도로 유네스코에서 기획한 ‘21세기의 대화’의 일련의 포럼들에서 나온 글을 묶은 것이다. 1997년부터 시작된 이 ‘대화’는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긴급히 다루어야 할 사안들에 관한 세계 지성들의 토론의 장으로, 이 책에서는 제목이 말하듯 “가치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주제를 논의의 큰 틀로 삼는다. 이것은 윤리적이고 철학적인 물음인 동시에 깊은 정치적 함의를 가진다. 또한 이것은 사회·경제·문화·과학·환경 등의 분야와도 뗄 수 없는 물음으로 인류의 미래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한편, 우리 사회에 자기 성찰을 촉구하는 근본 물음이기도 하다. 책에서 말하듯 윤리에 관한 문제는 “과학, 윤리, 정치 사이의 관계를 인식하고 이 관계를 확립하고자 노력하는 것, 즉 가치들의 문제를 섬과 같은 고립 상태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현 인류가 심각한 ‘가치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전제한다. 그들에 따르면 “비약적인 세계화의 흐름”으로 인해 전 지구를 뒤덮은 세계화의 물결이 “완전히 새로운 영토를 만들어버렸”다는 것. 이제 과거의 가치들은 문자 그대로 과거의 것이 되었다. 그들은 묻는다. “이것은 우리가 윤리 없는 세계로 나아간다는 사실을 의미하는가?”
이 책은 우선 ‘세계화’라는 큰 흐름의 격랑을 맞고 있는 21세기 우리 사회를 저자들 특유의 통찰력으로 조망하는 한편, 가치 ‘자체’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책의 1부 ‘가치들은 어디로 가는가?’는 이렇듯 주로 철학적이고 원론적인 논의들을 싣고 있다. 2001년 9·11 사건 직후 기획된 ‘21세기의 대담’(21세기의 대화와 다르지 않으나 규모 면에서 더 크다)에서의 글을 묶은 이 1부는, 근대적 상황으로 인해 전통 가치 체계가 붕괴하고 그로부터 가치들의 공백 상태가 발생했다는 일반적 문제의식과 더불어 21세기 들어 9?11로 대표되는 새로운 폭력 형태들이 제기하는 가치 자체에 대한 더 근본적이고도 시급한 물음이라는 이중적 맥락에서 논의를 펼친다. 장 보드리야르, 폴 리쾨르, 미셸 마페졸리, 줄리아 크리스테바 등의 국제적 저명인사들이 이 ‘대담’에 참여했다.
책의 2부 ‘세계화, 신기술들과 문화’와 3부 ‘새로운 사회 계약을 향하여’ 그리고 4부 ‘과학과 지식, 그리고 전망’은 이렇게 가치들의 진화와 그 명암이라는 관점, 인간이 만들어낸 가치들과 인간이 다시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한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물음의 관점에서, 각각 세계화와 그 귀결들, 새로운 사회 통합을 위한 사회 계약과 그와 연관된 교육, 환경, 윤리의 문제, 유전공학 및 과학기술의 발전과 그것이 야기하는 사회적 문제들을 논하는 글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렇게 “가치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물음은 이 책의 네 부분을 거치면서 변화하며, 또다시 각각의 글 안에서 다양하게 분화한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가치들은 언제나 존재한다”고 말한다. 우리의 21세기는 “물려받은 관계들과 정립된 정체성들을 파괴하며 점점 더 급진화되어가는 개인주의가 부상하면서 사회적 시멘트(유대)가 해체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문화적 다원성과 가치의 다원주의”를 드러내며 “새로운 유형의 연대가 탄생”하고 있다는 것. 따라서 이 책은 이렇게 말한다. 가치의 상실이라는 현재의 위기는 “우리가 윤리적 나침반을 잃어버렸으며, 나아가야 할 지평을 보지 못한다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며, 우리에게 시급한 문제는 “어떻게 가치들 사이에서 방향을 잡을 것인가”라고. 이 책은 이러한 윤리적 작업들이 다름 아닌 “세계적 공동체의 층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전제한다. 책에 실린 54편의 글은 각기 상이한 관점들 속에서 변형되고 굴절된 현재적 울림들이며,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든 이 물음이 각자의 관점에서 새로운 현재들로 탄생할 차례임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이렇듯 내로라하는 세계적 지성 49인이 한자리에 모여 각기 다른 관점으로 54편의 글을 써내려가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독서를 제공한다. 명성은 익히 들어왔지만 전공자가 아니라면 딱히 그들의 책이나 글을 접할 기회가 적었던 것이 사실. 이 책은 각 분야를 아우르는 명망 있는 저자들의 짧은 글을 통해 깊이 있는 철학적 사유를 느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주제가 우리의 구체적 현실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일반 독자들이 읽을 만한 교양물로 손색이 없다.
현재 유네스코 미래전망 사무국의 국장이며, 저명한 미래학자이기도 한 제롬 뱅데가 엮었으며, 2001년에 프랑스어로, 2004년에 ‘가치의 미래’라는 제목을 달고 영어로 번역되어 나왔다.
“가치들은 어디로 가는가”라는 물음은 한 가치 체계로부터 다른 가치 체계로의 시대적 이행 사이의 공백 속에서 어떻게 새로운 대안적 가치 체계들을 창안하고 인간의 세계를 만들어낼 것인가라는 문제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그것은 또한 어떤 연속성 속에서 가치의 문제를 생가해볼 것을 요구한다. 문제는 이제 인간 대 세계의 단순한 이원적 구도가 아니라, 인간과 인간 자신이 만들어낸 가치들이 공진화하는 세계라는 더 복합적인 관계 속에서 제기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인간과 세계의 관계 맺음으로서의 가치들과 다시 관계 맺어야 한다. -「옮긴이의 말」에서
– 유네스코 ‘21세기의 대화’에 관하여
‘21세기의 대화Twenty-First Century Talks’는 1997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미래지향적인 일련의 포럼들을 개최해오고 있다(유네스코의 미래전망 분과와 인문 및 철학 분과 주최). 유네스코 본부를 비롯해 세계의 각 도시에서 비정기적으로 개최되는 이 ‘대화’는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긴급하게 다루어야 할 사안들에 관한 세계 지성들의 토론의 장으로, 2004년 7월 24~28일에는 서울에서 ‘지식사회 건설’이라는 주제로 개최되기도 했다. 이 ‘대화’를 바탕으로 Keys To The 21st Century(UNESCO 2001), The Future of Values(UNESCO 2004), Making Peace with the Earth: What future for the human species and the planet?(UNESCO 2007)이 출간되었으며, 이 책은 두번째 The Future of Values를 번역·출간한 것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