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강조해야 할 것
수전 손택 / 이후[시울] / 2006.4.21
수전 손택의 마지막 에세이 모음집. 41편의 길고 짧은 에세이들을 모은 『강조해야 할 것 : Where the Stress Falls』 (2001)속에는 깊이 있고 다양한 관심사와 열정, 관찰, 아이디어가 가득하다.
‘내가 본 것들’에서 손택은 영화와 회화, 춤, 오페라, 연극, 사진에 대한 뛰어나고도 날카로운 관찰을 보여준다. ‘내가 읽은 것들’에는 그녀 자신만의 정전을 이루는 작가들, 즉 마리나 츠베타예바, 랜달 재럴, 롤랑 바르트, 마샤두 지 아시스, W.G. 제발트, 보르헤스, 엘리자베스 하드윅 등에 대한 열정적이고도 자유로운 사유가 담겨있다. 마지막으로 ‘그곳과 이곳’에서는 양심의 역할과 행동, 역사적 이해의 구체성, 작가라는 소명 등에 대한 손택 스스로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강조해야 할 것』은 한 위대한 작가가 20세기의 미학적이고 도덕적인 주요한 쟁점들에 몸담았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으며, 새로운 세기에 접어들면서 20세기에서 살아남은 것들 중 가장 관건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쾌한 시선으로 평가하고 있다.

○ 목차
Ⅰ. 내가 본 것들
영화의 한 세기
소설에서 영화로: 파스빈더의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분라쿠에 관한 노트
환상을 위한 공간
이미지가 주는 즐거움
호지킨에 대하여
?유효한 빛?을 위한 어휘 사전
그들의 느낌을 기억하며
무용수와 춤
링컨 커스틴
바그너의 묘약
슬픔의 황홀경
이탈리아 사진 백년사
벨록에 관하여
볼랜드의 아기들
어떤 매플소프들
사진은 의견이 아니다. 아니, 의견인가?
Ⅱ. 내가 읽은 것들
시인이 쓴 산문
강조해야 할 것
사후의 삶: 마샤두 지 아시스의 경우
비탄에 잠긴 정신
지혜를 얻는 기획
글쓰기 자체: 롤랑 바르트에 관하여
발저의 목소리
다닐로 키슈
곰브로비치의 ‘페르디두르케’
‘뻬드로 빠라모’
‘돈키호테’
보르헤스에게 보내는 편지
Ⅲ. 그곳과 이곳
핼리버턴에게 경의를 표함
혼자라는 것
읽기와 쓰기
30년이 지난 후
여행에 대한 질문들
유럽에 바치는 또 한 편의 비가
퓌라모스와 티스베의 매우 희극적인 슬픔(막간극)
어느 설문조사에 대한 답변
사라예보에서 고도를 기다리며
‘그곳’과 ‘이곳’
조지프 브로드스키
번역된다는 것에 대하여

○ 저자소개 : 수전 손택 (Susan Sontag)
미국 최고의 에세이스트이자 평론가, 소설가로 1933년 1월 뉴욕에서 태어났다. 첫 소설 ‘은인’ (The Benefactor, 1963)과 에세이 ‘캠프’에 대한 단상’ (Notes on ‘Camp’, 1964)을 발표하면서 문단과 학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66년 평론집 ‘해석에 반대한다’에서 서구 미학의 전통을 이루던 내용과 형식의 구별,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구별에 반기를 들며 화려한 명성을 얻었다. 그 뒤 극작가, 영화감독, 연극연출가, 문화비평가, 사회운동가 등 끊임없이 변신을 거듭한 손택은 ‘새로운 감수성의 사제’이자 ‘뉴욕 지성계의 여왕’, 그리고 ‘대중문화의 퍼스트레이디’로 미국 문화의 중심에 우뚝 섰다.
미국 펜클럽 회장을 역임하는 동안(1987 ~ 1989)에는 한국을 방문해 구속 문인의 석방을 촉구했고, 1993년에는 사라예보 내전 현장에 가서 ‘고도를 기다리며’를 상연하는 등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의 면모도 아낌없이 보여 줬다. 2003년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 ‘독일출판협회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한 ‘사진에 관하여’ (1977)와 ‘전미도서상’ 소설 부분 수상작인 ‘인 아메리카'(1999)를 비롯해 네 권의 평론집과 여섯 권의 소설, 네 권의 에세이, 네 편의 영화 시나리오와 두 편의 희곡이 있으며 현재 32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널리 읽히고 있다.
2004년 12월, 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유해는 파리의 몽파르나스 공동묘지에 안장됐다.
– 역자 : 김유경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2006년 현재 동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하며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M.C.에셔, 무한의 공간』 (다빈치 2004), 『그는 지도 밖에 산다』 (갈라파고스 2006)가 있다.

○ 출판사 서평
수전 손택은 다독(多讀)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책 ‘강조해야 할 것’은 그녀의 다양한 관심과 폭넓은 독서 범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저서다. 따라서 이 책은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여러 작가들과 작품들을 소개해주는 인문학적 참고서이기도 하다. 개별 작가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당 작가와 작품을 읽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그럴 수 있는 여건이 충분치 못한 일반 독자들에게는 두말할 나위 없이 훌륭한 참고서들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도 이 책은 폭넓은 독서를 원하는 국내 독자들의 요구에 부응해준다.
Ⅰ. 내가 본 것들 – 예술에 온 정신이 팔린 심미주의자
<영화>
손택은 많은 예술 중에서도 영화가 가장 높은 수준에서 실천되고 있다고 확신한다. 파스빈더의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을 소개하면서, 소설의 지연되고 열려있는 형식과 점진적으로 증대되는 에너지를 영화가 어떻게 구현해내는지 알려준다. 또한 초산업적 영화 시대에서 영화를 하나의 시적 오브제로 여기는 영화애호가들이 점차 사라져감을 아쉬워 하지만, 단순히 영화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에 대한 특정한 취향을 통해 영화의 부활을 기대한다.
<회화>
모든 예술은 자신만의 수단을 가지고 재현되며 어떤 것도 다른 매체로 번역될 수 없다. 그저 우리가 보는 것이 우리가 얻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손택이 계속 침묵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욱에스트의 그림에서 예술 작품 안의 결정 원칙이자 예술가가 자필로 서명한 의지를 발견하며, 호지킨의 캔버스 테두리에서는 예술의 형식을 배치하는 예술가 고유의 어법을 생각한다.
<춤>
무대에 올려진 육체의 변화를 춤이라고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춤은 육체 안에 존재하는 무엇을 보여주는 동시에 육체를 초월하는 무엇을 보여주는 것이다. 차일즈와 커스틴을 비롯한 무용수와 안무가들이 닿으려는 곳은 보다 높은 위치에 있다. 이들이 표현하는 춤은 더 높은 집중의 세계, 즉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집중이 하나가 되는 세계로 보인다. 따라서 무용수들은 관객보다도 가혹한 ‘춤의 신’이 보내는 시선을 인내하며 춤이 실현하려 하는 궁극의 경지인 ‘초월’을 꿈꾼다.
<사진>
손택은 실제 사물뿐만 아니라 이미지까지 다룰 수 있는 이미지의 생태학을 필요로 했다. 일종의 환경보호 같은 개선책으로 그녀가 보호하고자 했던 이미지는 어떤 것들일까? 그녀는 ?이탈리아 사진 백년사?에서 얄팍해져버린 한 문화의 깊이를 아쉬워하고, 벨록의 연작들에서 솔직한 모습을 그리워한다. 볼랜드는 조작하지 않는 신뢰를 통해 얻어낸 사진으로 다름의 차이를 보여주며, 매플소프는 기록하고자 하는 충동보다는 예술이 되고자 하는 충동을 표현한다. 손택은 이 사진들에 대해 무엇을 느끼는가는 우리가 결정할 문제라고 말한다. 결국 사진은 의견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니, 의견인가?
Ⅱ. 내가 읽은 것들 – 새로운 감수성의 사제
<시와 산문>
문학은 시와 산문이라는 양당 체제로 구성된다. 시는 완벽한 언어 가공물로 산문의 현대성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츠베타예바의 산문은 시와 같은 고양된 분위기를 보여준다. 또한 ?필그림 호크?, ?잠 못 이루는 밤?, ?어느 대학의 풍경? 등의 산문에서도 시적인 언어의 다양한 속성들을 찾을 수 있다. 언어 외에 새로운 것이란 없다. 강렬한 어휘 선택으로, 뛰어오르는 구두점으로, 쾌활한 문장 리듬으로 인간관계의 고통을 망각하게 하는 것. 더 섬세하고도 게걸스러운 방식의 앎을, 감정이입을, 견제 방식을 고안하는 것에서 형용사의 놀라운 생명력을 발견한다.
<작가와 작품>
유럽 중심의 세계 문학 전통에서 소외당한 마샤두 지 아시스의 ‘사후’에 대한 놀라운 작품 ?트리스트럼 샌디?. 뛰어난 소설적 장치로 비탄에 잠긴 정신을 표현하는 제발트. 자가옙스키의 지혜를 얻는 기획. 글쓰기 자체에 몰입한 바르트. 가슴을 울리는 발저의 작품과 정상을 조롱하는 곰브로비치 등등. 손택은 이 작가들의 작품이 문학의 자존심을 지켜낸다고 평가한다. 우리의 현재와 과거는, 모두 문학에 빚을 지고 있다.
<읽기와 쓰기>
독서라는 그 유체이탈된 환희의 순간은 우리에게 자아가 제거된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한다. 그 ‘자아가 완전히 제거된 상태’는 진실로 천국이라 할 수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뭔가를 특정한 방식으로 표현하도록 자신에게 허락해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의 내적 자유를 찾는 것이다. 손택은 읽기와 쓰기가 작가로서 가져야할 필수조건이라 말한다. 이를 통해 손택은 해방적인 감정을 맞이하며 특권을 누린다. 문학으로 확장된, 문학으로 가득한, 문학을 가리키는 자의식을 갖는 것보다 더 큰 특권이 있겠는가?

Ⅲ. 그곳과 이곳 – 열렬한 실천가
<30년이 지난 후>
?해석에 반대한다?가 세상에 나온 지 30년이 지났다. 손택이 그렸던 세상은 그 후 얼마나 달라졌을까? 그녀는 ?해석에 반대한다?가 지나간 시대에 대한 영향력 있고 선구적인 기록으로 읽힌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아이러니를 가지고 바라볼 수밖에 없다고 고백한다. 그 에세이에서 표현된 미적 취향과 판단은 널리 퍼졌을 수도 있지만 그 판단에 깔려 있는 가치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곳과 이곳에 바치는 비가 (悲歌)>
손택은 현재의 몇몇 요소들이, 자신이 사랑한 문화와 세계를 재편성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문화적이고 정치적인 지형도를 그리면서 과거를 파괴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의 지식인들이 스스로에 대해 형성하는 최근의 관념은 바로 혼돈, 무책임성, 이기주의, 비겁함, 그리고 행복의 추구이다. 그들에겐 ‘그곳’과 ‘이곳’의 거리가 너무 멀다. 손택은 그들의 행복이 아닌 우리의 행복을, 그곳이 아닌 이곳에서 이루기를 바란다.
<지식인이라는 역할에 답하며>
지식인의 임무는 완수되지 않았다. 불의에 항거하고, 희생자를 옹호하며, 지배적인 권위주의적 충성심에 도전하는 지식인에 대해서는 많이 이야기되어 왔지만 대부분의 지식인들은 순응적이다. 예를 들면 그들은 부당한 전쟁을 기꺼이 지지한다. 그녀에게 지식인이란 모든 것에 상관없이 정신 그 자체의 삶을 실천하는 데, 따라서 잠재적으로는 그것을 옹호하는 데 헌신하는 ‘자유로운’ 지식인을 의미한다. 그녀는 여전히 지식인이라는 부름에 등을 돌리지 않는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서적소개 – 강조해야 할 것 (수전 손택 / 이후[시울] / 2006.4.21)](https://chedulife.com.au/wp-content/uploads/강조해야-할-것-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