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경제민주화를 말하다 : 극단적 양극화와 반복되는 위기 사이에서 새로운 경제를 꿈꾸다
원제 : People First Economics
노암 촘스키 외 / 위너스북 / 2012.07.23
.좀 더 넓은 시각으로 경제민주화를 바라보라!
대선을 앞둔 대한민국에서 핫키워드로 떠오른 말이 있다. 바로 ‘경제민주화’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여러 가지 제안과 논의, 그리고 의견의 차이는 다분히 정치적으로만 들릴 뿐,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아울러 매우 협소한 부분에서 진행되는 논의가 마치 경제민주화의 전체인 것처럼 호도되고 있다. 예컨대 재벌의 규제 여부, 부의 공정한 분배 여부 등 한정적인 주제들에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을 붙인 탓에, 경제민주화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혼란스럽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경제민주화란 보다 넓은 시각에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인간다운 가치를 누리며 살 수 있도록, 경제의 여러 부분을 개혁하는 것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세계적인 석학 노암 촘스키는 『경제민주화를 말하다』를 통해 경제민주화의 핵심 가치와 그 지향점을 제시한다. 이들의 날카로운 지적과 대안을 읽노라면, 협소하고 답답한 논쟁 중심의 경제민주화가 아닌, 거시적인 경제민주화의 흐름을 알 수 있다.
– 목차

한국어판 서문 왜 지금 새로운 경제로의 전환을 꿈꾸는가
서문 경제민주화를 향한 태동은 시작되었다
제1부 너무도 무능한 시장경제와의 결별
– 경제민주화, 위기의 경제를 넘어 완벽한 경제를 꿈꾸다
금융의 붕괴를 기회로 · 경제민주화라는 새로운 가능성의 도래
‘이상한 나라’의 경제, 허점을 드러내다 · G20 정상들의 무능함 · 우리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나서자
실패한 시장은 버려라 – 우리 모두를 위한 지속가능한 경제
선진국의 버블과 후진국의 그늘 · 세계 경제는 재편의 수순을 밟고 있다
‘보이지 않는 손’의 허상 – 경제적 다원주의에 대한 찬양
시장기능은 과연 작동하는가 · 정부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 자본을 제대로 배분하지 못한 결과 ·
그래서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
보이는 것과 다른 것들 – 국가자본주의의 이면에 숨은 진실
과거가 예견한 어두운 미래 · 금융과 권력의 야합을 깨라 · 가진 자들을 위해 일하는 IMF · 국가 주도적 경제성장 정책의 필요성 · 중대하고 의미있는 움직임들
글로벌 위기 이후의 세계 – 그린 뉴딜(Green New Deal)
누구를 위한 신용인가 · 금융위기가 가져올 더 큰 위기 · 그린 뉴딜을 제안한다 · 위기 탈출을 위한 그린 뉴딜의 제안
무한히 반복되는 문제들 – 정의로운 과세체계의 수립
세금을 회피하는 꼼수를 차단하라 · 생태적 케인스주의의 대두
신자유주의의 족쇄를 벗어라 – 탈세계화의 필요성
신자유주의의 만트라 · 위기를 극복할 11가지 대안
반복되는 위기가 가져온 근원적 물음들 – 경제부터 환경까지
은행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 주택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 일자리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 · 시장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 돈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 신용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 금융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 경제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 · 조세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 · 환경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이자에 대한 불편한 진실 – 금융의 기득권에 대항하라
독을 지닌 금융 · 부채의 증가를 막아라 · 우리 세대가 감당해야 할 중대한 투쟁
은행의 무능함 – 금융의 규제가 시급한 이유
돈을 찍어내는 권한을 폐지하라 · 실현 가능성 · 저축으로 돌아가라 · 규모가 문제다 · 낯선 상품들을 정리하라 · 금융상품 매매에 세금을 부과하라 · 리스크와 보상을 연계하라 · 조세피난처를 폐쇄하라 · 새로운 금융시스템의 시작
세금을 회피하는 부자 괴물들 – 조세피난처에 메스를 대라
세금 속에 숨은 오랜 유착의 악취 · 합법적인 세금 탈루, 그 아이러니 · 조세피난처를 없애라
일자리가 최우선이다 – 노동을 통한 발전의 재분배
노동자들을 위한 시스템의 확립 · 개발도상국의 적극적 참여 창구가 필요하다 · 금융보다 생산을 강화하라
제2부 시장경제가 외면한, 다수를 위한 새로운 경제
– 공정한 경쟁과 기회의 평등, 분배의 정의를 실현할 합리적 대안
모든 위기에서 세계를 구하는 방법 – 자본주의의 파괴적 습성을 버려라
오픈 소스, 공익 확대하기 · 지구의 온도 낮추기 · 부의 공정한 분배 · 서서히 속도를 높여 확대하기
토착민 대통령의 호소 – 다양성이 존재하는 통합을 위하여
강대국만의 자본주의에 대항하다 – 개방형 반자본주의를 통한 자원의 사회적 공유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결함 · ‘사회적 공유’의 효과 · 10가지 정책 계획
환경보호를 가장한 꼼수 – 국제기후협상의 불합리함
같은 배를 탄 처지 · 공정한 지점 · 계속 이어나가기 · 협상 테이블에서 무엇이 논의되었나 · 향후 나아갈 길
탄소배출권 뒤에 숨은 강대국의 오만함 – 환경에 대한 시장적 접근을 경고함
탄소배출권거래제도의 은밀한 속임수 · 환경을 팔아먹는 거대 자본들
지금은 세계 빈곤과 맞서 싸울 최적기 – 경제성장 모델에 대한 도전
다수를 위한 새로운 모델 · 공공부문의 회복 · 정의와 재분배 · 인권, 환경의 지속가능성 · 민주적 통제력을 되찾아라 · 위기는 변화를 촉구하는 경제의 경고
참고한 문헌 및 웹사이트
– 저자소개 : 노암 촘스키 (Avram Noam Chomsky)

1928년생 유대계 미국 언어학자이자 철학자, 인지과학자. 사회비평가이자 정치운동가로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변형생성문법 이론의 창시자로서 20세기 언어학에 가장 중요한 공헌을 한 학자로 꼽힌다. 1955년부터 MIT에서 강의를 시작해 현재는 MIT 언어학과 명예교수로 있다. 언어학뿐 아니라 철학, 사상사, 당대의 이슈, 국제문제와 미국의 외교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 관해 글을 쓰고 강의해왔다. 국내 번역된 저서로 『촘스키의 통사구조』『촘스키, 사상의 향연』『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불평등의 이유』『파멸 전야』등 다수가 있다.
. 조지프 스티글리츠 (Joseph E. Stiglitz)
정보 비대칭성의 결과에 대한 연구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석학. 예일 대학, 스탠퍼드 대학, 듀크 대학, 옥스퍼드 대학, 프린스턴 대학 교수를 거쳐 현재 컬럼비아 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MIT에서 폴 새뮤얼슨의 지도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조교수가 되었고, 불과 27세에 예일대학교 정교수가 되었다. 듀크대학교, 스탠포드대학교, 옥스퍼드대학교, 프린스턴대학교에서 교수를 역임했으며, 36세에는 일명 ‘예비 노벨상’이라 불리는, 뛰어난 연구업적을 쌓은 소장 경제학자에게 수여하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의 주인공이 되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경제자문회의 의장을 지내며 정부 개혁을 주도했고, 이후 세계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수석 부총재 겸 수석 경제학자를 지냈다. 세계은행 수석 부총재로 근무할 당시 아시아 외환 위기에 대응하는 국제통화기금의 재정 긴축, 고금리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또한 자신이 속한 세계은행의 정책이 후진국의 빈곤과 빈부 격차를 심화시킨다고 비판하다가 미국 정부와의 갈등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세계에서 가장 빈번히 인용되는 경제학자 가운데 한 명으로, 2011년에는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거시 경제학, 공공 경제학, 정보 경제학의 대가이며 소득 재분배, 자산 리스크 관리, 기업 지배 구조, 국제 교역 조건 등을 연구하고 있다.
정보경제학이란 새 분야를 개척한 이론가이자 백악관과 세계은행 등에서의 행정경험을 지닌 거물 실무가인 그는 모두가 인정하는 엘리트코스를 거치고 세계 경제권력의 핵심에 있으면서도 주류 경제권력의 잘못된 행태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는 점에서 남다른 면모를 보여왔다. 특히 학자적 명성만큼이나 반골적 성향으로 유명한 그는 미국 행정부와 국제경제기구가 주도하는 지금까지의 세계화를 가차 없이 비판하고 개발도상국과 빈곤국가들을 옹호해온 대표적인 인사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들 나라에 자본개방, 고금리, 긴축재정 등을 처방한 IMF과 미국 재무부의 조치를 통렬히 비판해 한국에도 잘 알려진 바 있다. 저서로는 『세계화와 그 불만』을 비롯해 『모두에게 공정한 무역』 『시장으로 가는 길』 『스티글리츠의 경제학』 『스티글리츠의 거시경제학』 『스티글리츠의 미시경제학』,『경제학자들의 목소리』『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 『1990년대의 경제 호황』등이 있다.
.역 : 김시경
중앙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10여 년 동안 출판계에서 기획편집자 겸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비이성적 과열의 시장》《나를 위한 행복한 구속: 다짐》《위대한 마케팅》 《기적의 비전 워크숍》《오래된 그리스 신화》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하지만 몇 년 전에 내가 주장했듯이, 경제의 거시적 문제들은 광범위한 시장 실패들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 마해 시장기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시장의 실패는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영향력을 지닌다. 네 명당 한 명 꼴로 실업상태에 있는 어떤 경제가 있다면,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 없이 명백할 것이다. 하지만 시장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지 하지 않는지를 어떻게 안단 말인가? …… 이런 희망은 그릇된 것이다. 정보는 약간의 비대칭성만으로도 극단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현대의 수많은 정책이 기초로 삼고 있는 일반적 신고전파 모델은 완벽하지 않았으며, 애덤 스미스는 큰 오류를 범했다. 달리 말해, 정보가 불완전할 때마다 시장을 움직이는 손이 종종 보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사실상 그 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항상 거기에는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공히 더 잘 살도록 만들어줄 수 있는 정부 개입이 있다. —pp.46~47, ‘보이지 않는 손’의 허상
상당히 충격적인 사실은, 부유한 국가들에 대한 위기 대처 방안이 빈국들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합의안들과 거의 정반대라는 점이다. 그래서 소위 개발도상국들이 금융위기에 처하면 IMF는 금리 인상과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 허리띠 졸라매기, 채무 전액 상환, 민영화 등등의 조치를 제시한다. 이는 미국에 내놓은 처방과 완전히 상반된다. 미국에 제시된 처방은 금리 인하와 거액의 정부자금을 동원한 경기부양책, 국유화-물론 이런 표현을 쓰지는 않는다- 등이다. 분명, 약자에 대한 일련의 법규와 강자에 대한 또 다른 법규들이 존재한다. 이는 특별히 새로울 것 없는 엄연한 현실이다. IMF에 관해 말하자면, 이 기구는 독립적인 기관이 아니다. 사실상 미국 재무부의 한 부서나 다름없다. 공식적으로는 그렇지 않지만 기능상으로는 꽤 그렇다. 미국 행정부의 한 책임자는 IMF를 ‘신용공동체의 집행관(credit community’s enforcer)’이라고 정확히 꼬집기도 했다. 부유한 국가에서 가난한 나라로 제공된 대출이나 투자가 부실해질 경우 IMF가 나서서 채권국들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확실한 조치를 취해주기 때문이다. —pp.66~67, 보이는 것과 다른 것들
이제는 우리가 어느 정도의 정치적 토대를 확보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가가 관건이다. 맹렬한 비난만으로는 당연히 역부족이다. 이 위기에 맞서서 가치 있는 개혁을 이루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관한 비전을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 기회를 제대로 붙잡아 은행들을 통제하고 국제적 과세체계를 밀어붙여야 한다. 모든 것이 국경에서 막혀버리는 게 현실이지만, 우리는 세계화된 세상에 살고 있다. 이 사실은 규제와 투자 및 시민의 통제에 있어 큰 함의를 지닌다. …… 여론과 정당과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노력해야 하는데, 이는 우리 제안들 중 최소한 일부에 관해서만이라도 우리 스스로가 주류가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 사람들은 실패했다. 이제 모두가 그 사실을 알 수 있으며 그들은 정부들이 굉장히 다른 무언가를 하지 않는 한 그들 역시 실패하리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희망하는 근본적인 변화가 일종의 윈윈 전략인 까닭이다. —pp.98~99, 무한히 반복되는 문제들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진 금융서비스 부문은 속성 다이어트에 돌입해야 하고, 그 대신 ‘실물 경제’가 부양되어야 한다. 너무 많은 폐해를 낳은 인센티브 문화는 인센티브 자체를 금지하는 방법으로 꽤 쉽게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공적 구제자금의 도움을 받는 기업의 경영진은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받은 것을 대중에게 되돌려줘야 한다. 경영진의 월급도 최대한도를 지정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금융 상품 판매에 붙는 커미션도 불법으로 규정해야 할 것이다. …… 이제 철저한 규제를 받으며 맡은 바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는, 사람 중심의 금융을 강력히 요구하자. 하지만 아직도 몇몇 트레이더들은 금융이 ‘새로운 교통신호를 받아’ ‘환경 친화적인’ 활동 영역들로 이동 중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따라서 굳이 규제할 필요까지는 없ㅅ다고 말한다. 이 말에 속지 마라. 많은 금융인들이 탄소거래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으니 말이다. 이 시장 자체도 파괴적인 금융시장들이 낳은 하나의 아류다. 이런 투기꾼들은 친환경적 사업에서도 또 다른 끔찍한 버블을 만들어낼 공산이 크다. 고객과 대중을 잘못된 길로 유인한 은행가와 투기꾼 그리고 신용평가기관 및 회계감사관에 대한 법적 조치를 요구하자. —pp.129~130, 반복되는 위기가 가져온 근원적 물음들
그러나 이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기업들의 탈세 규모는 훨씬 더 대단하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범죄행위와 부정부패, 탈세에서 비롯되어 국경을 넘나드는 자금 규모가 연간 1조에서 1조 6,000억 달러에 이르며, 이 중 절반에 해당하는 5,000억에서 8,000억 달러가 제3세계 국가들에서 흘러나온다. 반면 부유한 국가들이 현재 빈국에 대한 원조 자금으로 지출하는 돈은 약 1,000억 달러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원조 자금으로 유입된 1달러당 5달러에서 8달러가 협상 테이블 아래에서 새나가고 있는 셈이다. 7,000억 달러에서 1조 달러에 이르는 영리 목적의 탈세를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자행되는 탈세 총액은 단연 역대 최고 수준이다. 역사상 부자와 빈자 사이에 이렇게 큰 격차가 벌어진 적은 지금껏 한 번도 없었다. —p. 177, 세금을 회피하는 부자 괴물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구제금융이 시행되는 동안 느낀 것은, 우리 주위에 돈이 굉장히 많다는 것이다. 이 돈이 근본적으로 불공정하고 지속 불가능한 금융과 경제시스템을 지원하는 데 쓰이고 있는데도, 정부들은 거의 아무런 조치를 내걸지 않고 돈을 은행에 빌려준다. 이와 동시에 자유시장이 30년 동안 세뇌시킨 신조들 탓에 대부분의 국가와 국민들은 적절한 의료 및 연금시스템을 제공하거나 임금을 높이기 위해 공공서비스에 자금을 지원하거나 공익을 확대하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북반구든 남반구든 공히 부자들은 나날이 재산을 더욱 불려나가면서도 훨씬 적은 세금을 내고 있다. 정책연구협회(Institute of Policy Studies, 이하 IPS)가 발표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1955년 미국에서 소득세 최상위 400명이 납부한 세금은 2006년의 최상위 400명보다 3배 더 많았다. IPS가 계산하기로는, 만일 2006년에 가장 부유한 400명이 1955년도 소득세 최상위 400명이 납부한 만큼의 소득세를 냈더라면, 2006년에 미 재무부는 400명의 갑부들에게서만 359억 달러나 더 많은 세수를 거둬들였을 것이다.—pp.219~220, 모든 위기에서 세계를 구하는 방법
– 출판사 서평
.한국사회에 부는 경제민주화의 바람
요즘 한국 정치/경제계의 최대 이슈는 경제민주화이다. 새누리당 박근혜부터 민주당 문재인까지 여야를 막론한 대부분의 대선 주자들이 경제민주화의 실현을 최대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을 정도다. 이에 발맞춰 새누리당에서는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을, 민주당에서는 경제민주화포럼을 출범시켜, 좀 더 국민들에게 다가서는 정책적 대안들을 이끌어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치계의 발 빠른 움직임과는 다르게, 다수의 국민들은 ‘경제민주화’가 무엇인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아직 갖고 있지 못하다. 여야 간 경제민주화를 바라보는 시각도 다른데다가, 재벌을 철폐해야 한다는 쪽과 재벌과 타협을 해야 한다는 쪽으로 나뉘는 그 진행 방향에 대한 의견도 가지각색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국민의 눈과 귀를 호도하기 위한 속 빈 강정’이라는 의견에서부터 ‘공정한 경제로 나아가기 위한 최선의 대안’이라는 의견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되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말하다》의 저자 조지프 스티글리츠와 노암 촘스키 등 세계의 석학들은, 이 책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수렴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경제민주화’는 사실 어려운 개념이다. 또한 아직 확실하게 정의할 만큼 진전이 되지도 못한 상태다. 하지만 수많은 국가와 사람들 사이에서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고, 저자들은 이런 움직임이 경제민주화를 향한 발걸음이라고 생각한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경제민주화의 진행 방향이 부자보다는 가난한 다수가, 무역보다는 생산이, 금융보다는 노동이 더 중요시되고 권리를 보장받는 새로운 경제시스템의 구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경제민주화는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
‘경제민주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는 현재 한국사회의 경제적 현실을 되돌아보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세계적 경제위기로 촉발된 경제 불안정은 현재 한국사회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하우스푸어의 증가와 기업 도산으로 인한 실업, 높아져만 가는 취업 장벽, 그리고 생활고로 인한 자살이 매주 신문지상을 장식할 정도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또한 국가 경제의 허리를 책임지는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비율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상위 1%의 부유한 재벌과 권력층들은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한쪽에서는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목숨을 끊는 반면, 최고 부유층을 위한 사치품의 수입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현실은, 우리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너무나 잘 보여준다. 따라서 이런 문제점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들이 정치권으로부터 확산되기 시작했고, 그것이 경제민주화라는 움직임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민주화를 말하다》에서는 좀 더 크고 넓은 시각으로, 경제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할 방법들을 제시한다. 현재 한국에서는 재벌의 철폐냐, 타협이냐가 경제민주화의 최고 이슈이지만, 사실은 그보다 더 크고 더 다양한 문제들에까지 경제민주화의 개념을 확산해야 한다. 이 책에서는 기본적으로 ‘약자’인 사람들에게 좀 더 많은 경제적 이익이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선진국보다는 개발도상국을 비롯한 가난한 국가들, 부자보다는 가난한 사람에게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경제적?환경적?사회적 혜택을 되돌려서, 소외되거나 고통받는 사람들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주장이다. 이를 위해 금융수익과 조세 회피, 정보의 독점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부를 쌓아가는 부자들과 다국적기업, 금융회사들을 제재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를 위해 노암 촘스키와 조지프 스티글리츠 등은 정부의 역할 강화와 규제의 확대를 주장하고, 사실상 부유한 선진국들의 심부름꾼으로 전락한 IMF와 세계은행, 국제무역기구 등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아울러 자원의 독점과 고갈을 막아, 그동안 가난한 국가의 국민들이 누리지 못했던 환경적 이점을 되돌려줘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조세피난처의 폐쇄, 제3세계국가들과의 무역형평성, 정의로운 과세체계의 수립 등도 함께 다룸으로써, 경제민주화의 영역이 어디까지 확산되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아울러 오픈 소스를 통한 공익의 확대, 그린 뉴딜, 생태적 케인스주의, 금융 개혁 등 구체적이고 폭넓은 대안을 통해, 소수의 부자가 아닌 다수를 위한 새로운 경제로 나아갈 올바른 길을 제시한다.
.우리 모두의 참여만이 경제민주화를 앞당긴다!
당연하게도, 국가 간의 경제적 불균형은 각 개인 간의 경제적 불균형과 꼭 닮아 있다. 부유한 사람은 직접 노동을 하지 않으면서도 각종 금융수익과 조세 회피, 정보의 독점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부를 쌓아가고 있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부의 사다리를 올라갈 수가 없다. 금융의 가치는 증가했지만, 그보다 중요한 노동의 가치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는 부유한 자들을 더 살찌게 해주었지만, 그들이 축적한 모든 부는 가난한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경제적 불평등과 차별을 언제까지 두고 볼 수만은 없다. 이제 우리는 다수의 권리와 이익이 보장되는 경제민주화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 무역보다는 생산이, 금융보다는 노동이, 부자보다는 가난한 다수가 더 중요시되고 권리를 보장받는 새로운 경제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돈보다 인간이 중심이 되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담보하는 경제로 나아가자는 경제민주화의 주장은, 이제 단순한 하나의 의견이 아니라 세계가 직시해야 할 당면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이 책에 담긴 내용만으로 경제민주화를 앞당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현재 경제민주화는 그저 걸음마를 뗀 상태에 불과하다. 한국에서 정치적 민주화를 세우는 데 숱한 인고의 세월이 필요했듯,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이루기 위해서는 국민 전체의 합의와 지지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의 핵심 가치는 아직 완성되지 않는 경제민주화의 개념을 독자들에게 알리고, 독자 스스로 주권을 가진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이 책의 제안들은 최소한 우리가 왜 현재까지의 경제시스템에 이의를 제기해야 하고, 변화를 위한 움직임에 동참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풀어줄 수 있을 것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