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근대적 시공간의 탄생
이진경 / 그린비 / 2010.9.5
97년 초판이 발행되었던 ‘근대적 시공간의 탄생’의 개정증보판인 이 책은 근대적 시간과 공간 개념의 탄생 및 그 탄생을 규정한 역사에 대한 분석을 통해, 오늘 우리가 당연시하는 삶의 패턴, 고정되고 불변할 것 같은 이 시간과 공간이, 사실은 함께 살고 함께 움직이는 동료들과 새롭게 만들고 바꿀 수 있는 것임을 이야기한다. 특히 개정증보판에서는 전판의 글에 근대를 넘어선 인간의 조건에 대해 말하는 ‘인간’을 넘어선 인간이 새로 추가되었으며, 칼라 도판과 편집으로 독자들의 가독성을 높였다.
저자가 시간과 공간의 계보학을 통해 궁극적으로 말하려는 바는, 시간과 공간이 함께 활동하는 사람들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언제나 우리의 시간을 맞추어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간을 화폐로 환산하고, 모든 관계를 그 안에 가두는 삶의 방식에 대해 화폐를 비자본주의적으로 사용하는 것이야말로, 그 시간에서 벗어나는 한 가지 방법임을 저자는 말한다.
이렇듯 저자가 근대는 시간-공간을 탐사하며 바로 여기, ‘우리’로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창안해 보자는, 그럴 수 있다는 제안과 독려를 전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우리의 말과 행동과 사고를 제약하고 조절하고 통제하는 근대적 시간과 공간 개념에 대한 계보학적 탐사를 하는 저자를 따라, 집이나 학교 일터 등 일상생활에서 우리를 ‘근대인’으로 생산하는 배치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 목차

개정증보판 서문
서문
1장 시간의 역사에 관한 강의 : 사회적 시간의 역사이론을 위하여
1) 삶의 리듬과 사회적 시간
2) 시간적 질서, 혹은 리토르넬로
3) 순환적 시간과 직선적 시간
4) 신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
5) 시계적 시간
6) 자본주의의 시간
7) 시간과 속도
2장 시선의 역사에 관한 강의 : 근대적 시선의 체제와 주체화
1) 시선과 권력
2) 시각과 응시
3) 르네상스적 시선과 바로크적 시선
4) 투시법과 근대적 시선
5) 근대적 시선의 체제와 주체
6) 투시적 시선-기계
3장 공간-기계와 공간적 신체 : 공간-기계의 개념적 요소들
1) 기계와 공간-기계
2) 공간-기계와 공간적 배치
3) 공간과 신체
4) 공간의 신체와 욕망
5) 자율주의적 공간-기계를 위하여
4장 근대적 시간-기계와 공간-기계 : 근대적 시.공간의 탄생
1) 시간, 공간과 생활양식
2) 역사적 선험성으로서 시간과 공간
3) 분석의 두 가지 차원
4) 근대과학의 시간 공간 개념
5) 근대사회의 시간-기계와 공간-기계
6. 시간 공간 개념과 시간 공간-기계
7. 결론을 대신하여
5장 진보의 시간과 시간의 진보 : 근대적 진보 개념의 시간 구조에 관하여
1) 진보와 시간의 문제
2) 진보 개념의 성분들
3) 근대적 진보와 시간 개념
4) 진보를 넘어선 진보
보론: ‘인간’을 넘어선 인간, 근대를 넘어선 인간의 조건에 관하여
찾아보기
○ 저자소개 : 이진경 (본명 : 박태호)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구자들의 코뮤넷 [수유너머 104]에서 활동하며, 박태호라는 이름으로 서울산업대 기초교양학부에서 강의하고 있다. 전태일의 유령, 광주시민의 유령들과 더불어 공부하고 전투하며 80년대를 보냈다. 이진경이란 필명으로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방법론』(1987)을 썼고, 그 책이 허명을 얻은 덕분에 본명은 잃어버렸다. 사회주의 붕괴 이후 근대성에 대한 비판적 연구를 시작하였고, 그 첫 결과물이 『철학과 굴뚝청소부』(1994)였다. 그 뒤에도 자본주의와 근대성에 대한 이중의 혁명을 꿈꾸며 『필로시네마』(1994), 『맑스주의와 근대성』(1997), 『근대적 시공간의 탄생』(1997), 『수학의 몽상』(2000), 『근대적 주거공간의 탄생』(2000) 등을 썼다.
혁명을 꿈꾸면서 만나게 된 맑스와 푸코, 들뢰즈/가타리 등을 친구로 사귀게 되었고, 이들의 우정 어린 가르침 속에서 사유하면서 『철학의 외부』(2002), 『노마디즘』(2002), 『자본을 넘어선 자본』(2004), 『미-래의 맑스주의』(2006), 『모더니티의 지층들』(2007), 『문화정치학의 영토들』(2007), 『외부, 사유의 정치학』(2009), 『코뮨주의:공동성과 평등성의 존재론』(2010), 『역사의 공간』(2010), 『불온한 것들의 존재론』(2011), 『대중과 흐름:대중과 계급의 정치사회학』(2012), 『만국의 프레카리아트여, 공모하라!』(2012), 『뻔뻔한 시대, 한 줌의 정치』(2012), 『삶을 위한 철학수업:자유를 위한 작은 용기』(2013), 『마르크스는 이렇게 말하였다』(2015), 『파격의 고전』(2016), 『불교를 철학하다』(2016) 등의 책을 썼다. 지금은 ‘공부를 좋아하는 자들의 코뮨’이라고 스스로 믿고 있는 <수유너머 104>에서 자본주의의 외부를 사유하고 실험하고 실행하고 있다.
○ 책 속으로
“여기서 우리는 시간의 자본주의적 배치를 이루는 요소들을 분명하게 추출할 수 있다. 시간과 행동의 대응관계를 정의하는 시간표-기계, 그것에 부합하게 행동했는지를 확인하는 시계,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상벌을 주는 처벌-기계의 세 가지가 그것이다. 이 세 가지 요소가 반복적으로 계열화되면서 시간-기계의 자본주의적 배치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p.61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집이라는 공간-기계와 그 안에서 행해지는 신체적 행동의 양식화된 대응이 ‘건강한 신체’에 대한 욕망을 통해 이뤄진다는 것이다. 즉 건강에 대한 욕망을 통해 자신의 신체나 배우자의 신체, 아이들의 신체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 혹은 그런 통제의 시선을 의식해 스스로 알아서 행동하게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근대적 집-기계와 관련된 공간 내 신체를 ‘가공’하는 것은 이러한 욕망의 배치로 인해 가능해졌으며, 이로 인해 가공과 통제라는 양상마저 없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p.145
○ 출판사 서평
.리를 근대인으로 살게 하는 근대적 시공간의 계보학! ― 근대적 시간과 공간 개념에 대한 쉽고도 명쾌한 분석서
출퇴근 시간이면 여지없이 꽉 막히는 도로, 점심시간이면 쏟아져 나온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식당,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며 하루를 보낸 날은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몰려드는 자괴감……. 그리고 “시간은 금이다”라는 프랭클린의 격언에 아무 거부감 없이 끄덕이게 되는 감각까지. 이런 생활습관과 사고방식은 어디에서 기원한 것일까?
.“시간은 금이다” ― 근대적 시간의 탄생
너무 당연해서 그 기원을 묻기조차 멋쩍어지는 이런 관습은 사실 ‘근대’라는 새로운 시간의 도래와 함께 탄생한 것이다. 근대적 시간의 탄생. 이 시간은 지난 역사의 ‘순환적 시간’ 관념과는 달리 ‘직선적 시간’으로, 한번 지나면 되돌릴 수 없는 것으로 우리 의식에 자리 잡았고, 자본주의의 탄생과 함께 이 시간 개념에는 ‘속도’가 더해졌다. 정해진 시간 안에 무엇이든 ‘빨리’ 처리하는 것이 보편적 미덕(美德)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그러나 중세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이, 인류학자들의 연구는 각 사회마다 고유한 시간 개념이 있음을, 아직(?) ‘근대’를 맞지 않은 지역의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보여 준다.
예전에는 각 사람들의 삶의 리듬이 커다란 자연의 변화에 맞추어 사회적 시간을 형성했다면, 근대의 시간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리듬에서 분리된 형식으로 점점 독립되었으며, 그것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고 포획해 결국 자본주의적 시간이 만들어 낸 사회적 시간에 개인의 리듬을 송두리째 맞추게 하는 과정이었다. 그 속에서 느림이나 한가로움은 낭비와 게으름, 무능력과 동일한 것이 되어 비난받게 되었다. 자신의 리듬과도, 또 자연의 리듬과도 상관 없이 자본주의의 속도에 끌려가며, 자기 스스로를 규율하고, 그 속도와 시간을 내면화하는 단계에 이르게 된 것이다.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의 분절 ― 근대적 공간의 탄생
공간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가 종교의 여부를 떠나 성당에 들어갈 때와 집에 있을 때, 직장에서 일할 때의 행동과 말과 사고가 다 달라지는 데서 알 수 있듯, 공간은 특정한 방식으로 우리의 행동을 제약하고 조직한다. 그런데 근대의 공간은 명확한 기능적 분리를 통해 ‘구획화’를 가속화시켰다. 예컨대 17세기 이전에는 ‘집’이라는 곳이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이 명확하게 구별되어 있지 않았는데, 이후로는 ‘집’에는 ‘공적 공간’의 영역이 없어지다시피 되었고, ‘침실’은 사적 공간 중에서도 가장 내밀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학교 역시 마찬가지다. 교단이 있고, 학생의 책상이 일렬로 배열된 학급은 근대에 형성된 것인데, 이는 그 속에서 활동하는 교사와 학생의 행동을 규제한다. 교사는 학생 전체를 감시하는 위치에, 학생은 감시받는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책상을 원형으로 배치한 교실과 일렬로 배치한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의 방식이 같지 않을 것이라는 건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이처럼 배치에 따라 달라지는 ‘공간’을 ‘공간-기계’라는 개념으로 파악하며, 근대적 공간의 배치가 어떤 삶의 변화를 가져왔는지 추적한다.
.다른 시간과 공간의 창안을 위하여
저자가 시간과 공간의 계보학을 통해 궁극적으로 말하려는 바는, 시간과 공간이 함께 활동하는 사람들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가 언제나 우리의 시간을 맞추어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간을 화폐로 환산하고, 모든 관계를 그 안에 가두는 삶의 방식에 대해 화폐를 비자본주의적으로 사용하는 것이야말로, 그 시간에서 벗어나는 한 가지 방법임을 저자는 말한다. 예컨대 근대적 시간 개념 속에서는 나에게 주어진 일만 최대한 빨리 끝내면 되지만, 옆의 동료가 시간 내 끝내기 힘든 버거운 일을 맡은 것을 함께 나누어 도와줄 때, 우리는 근대적 시간으로부터 작은 탈주를 시작한 것이다. 집이라는 내밀하고 사적인 ‘소유’의 정점인 공간을 나눌 때, 즉 혼자서는 방 한칸 구할 수 없는 우리들이 함께 모여 방 두 개짜리 집을 구해 함께 생활할 때, 우리는 ‘근대적 공간’의 개념에서 한 발 나아가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낸 것이다.
분절화와 구획화를 기본으로 하는 근대적 시공간은 우리를 ‘나 자신’과 ‘내 소유’만을 생각하는 외로운 개인으로 만들어 놓는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서 있는 곳에서 조금만 눈을 돌려 동료와 친구와 시간-공간을 함께 나눌 때, 그 용법을 조금만 바꾸어 볼 때, 더 이상 ‘외로운 개인’이 아니라 ‘우리’로 살아갈 수 있다. 이 책의 저자가 근대적 시간-공간을 탐사한 이유는 바로 여기, ‘우리’로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창안해 보자는, 그럴 수 있다는 제안과 독려에 있는 것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