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러셀, 북경에 가다
버트런드 러셀 / 천지인 / 2009.4.30
.“동양의 지혜를 배우지 않고 멸시한다면, 서양 문명은 종말로 치달을 것이다.”
20세기의 위대한 지성인이자 행동하는 양심이었던 버트런드 러셀. 이 책은 러셀이 중국 문제를 진단하고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한 저작이다. 러셀이 이 책을 집필할 당시는 1차 세계대전이 막 끝났을 무렵이었다. 전쟁의 참혹한 기억과 흔적이 채 가시지 않고 있었다. 그는 세계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더욱 끔찍한 환란이 전 세계를 휩쓸어 인류를 멸망시킬 것이라고 생각했다. 러셀은 이때 중국을 떠올렸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오랜 문명을 간직한 나라였고, ‘다행히도’ 아직 ‘서구의 나쁜 물’이 들지 않은 나라였다. 그래서 ‘갈 데까지 간’ 서구인들에게 중국이라는 창을 통해 이렇게 경고하고 싶었던 것이다. “동양의 지혜를 배우지 않고 멸시한다면, 서양 문명은 종말로 치달을 것이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세계의 자본을 급속히 빨아들이고 있다. 러셀이 우려했던 대로 중국이 ‘잘못된 서구에 물들고 있는’ 상황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바로 80여 년 전 러셀이 했던 말을 다시 상기시키고자 우리 앞에 다가왔다.
○ 목차

서문
들어가는 글
1. 중국에서 세계 문명의 희망을 찾다
중국을 다시 보아야 한다 | 동양의 지혜를 배우자 | 볼가 강에서 깨닫다
2. 공자의 나라
시황제를 위한 변명 | 서구인이 몰랐던 중국의 역사 |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중국의 인구 문제 | 중국 문명을 빚어낸 표의문자, 한자 | 효가 애국심보다 낫다 | 과거제도의 가치
3. 제국의 황혼
허풍선이 건륭제? | 서구 열강의 식탁으로 전락하다 | 그들만을 위한 문호개방 | 담보 잡힌 제국
4. 현재의 중국, 무엇이 문제인가
미완의 혁명 | 군벌 할거 시대 | 인구 증가와 빈곤의 악순환 | 개항장, 백인들의 도시 | 중국의 가장 큰 희망, ‘젊은 중국’ | 본성을 중시하는 중국인
5. 또 하나의 동양, 일본
명목상의 정부, 실질적인 정부 | 서양 문물은 좋지만, 기독교는 싫다
6. 일본, 동양 속의 서양을 꿈꾸다
현대 일본 정치의 기원 | 만들어진 전통, 천황과 신도 | 숨은 권력자가 정치를 좌우하다 | “천황은 일본 제국 위에 군림한다” | 출생률을 줄여야 한다
7. 대륙을 겨냥하는 일본
일본의 두 가지 야망 | 만주로 진출하는 일본 | 중국의 분열을 이용해 영향력을 넓히다
8. 1차 세계대전과 중일 갈등
일본의 21개조 요구 | 일본의 음모 | 주춤거리는 일본 | 또 하나의 갈등, 극동과 러시아
9. 워싱턴 회의
산동의 권익을 되찾다 | 시베리아를 둘러싼 러일 갈등
10. 극동을 둘러싼 현재의 세계정세
위선적인 미국 | 자유주의가 필요한 나라, 일본 | 러시아의 한계와 가능성 | 평화가 가까워질수록 자유는 멀어진다
11. 중국 문명, 어떻게 다른가
장자, 공자, 부처가 공존한 나라 | 지나치게 오만하여 싸울 줄 모르는 나라 | 종교는 여러 가지지만, 도리는 오직 하나다
12. 유머러스한 중국인, 탐욕스러운 중국인
지금 당장이 중요하다 | 개인주의가 엄연히 살아 있다 | 여론을 잘 따르는 중국인 | 탐욕스럽고 비겁하고 냉담하다
13. 긴 잠에서 깨어나다
고전 교육의 역할 | 미국 주도의 고등교육, 그 장점과 한계 | 중국 주도의 독자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14. 중국 주도의 공업화를 위하여
중국의 생명선, 철도 | 광산을 독자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 공업은 중국 독립의 초석
15. 중국의 미래는 세계의 미래
질서정연한 정치가 필요하다 | 산업 개발에 힘써야 한다 | 의무교육을 시행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나오는 글
미주
찾아보기
편집자 후기
○ 저자소개 : 버트런드 러셀 (Bertrand Arthur William Russell, B.A.W. 러셀)

철학자, 수학자, 사회운동가, 교육자, 노벨 문학상 수상자.
영국 수상을 두 차례 지낸 존 러셀 경의 손자로, 케임브리지대학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수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1910년에 화이트헤드와 함께 『수학 원리』를 출간하여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이후 비트겐슈타인의 철학 세계에 영향을 줬을 뿐 아니라 분석철학의 토대를 마련했다. 또한 논리학·인식론·존재론·윤리학·사회철학 등 철학 전반에 분석적 방법을 적용해 독창적 견해를 발표했고, 기호논리학도 확립했다. 제1차 세계 대전 중에 전쟁과 징병을 반대하는 글을 써서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쫓겨나고, 6개월간 옥고를 겪었다. 1927년에는 아내 도라 블랙과 함께 영국에 진보적인 대안 학교를 설립했고, 1938년부터 하버드대, 뉴욕시립대 등 미국의 여러 대학에서 철학을 강연했다. 1950년에 『러셀 서양철학사』, 『인간 지식』, 『결혼과 도덕』 등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과학의 힘을 믿는 무신론자이자 개혁적 자유주의자인 그는 1955년에 핵무기의 위험성을 알리고 평화적인 해결을 촉구하는 ‘러셀 아인슈타인 성명’을 발표하고, 각국의 과학자와 함께 군축 평화 문제를 논의하는 ‘퍼그워시 회의’를 개설했다. 이후 ‘100인 위원회’를 결성하여 88세에 대중적인 시민 불복종 운동을 전개했고, 1963년에 ‘버트런드 러셀 평화 재단’을 설립했다. 그 외에도 베트남 전쟁, 인도·중국 국경 분쟁, 쿠바 미사일 위기 등 당대 많은 현안에 적극 참여했다.
주요 저서로는 『러셀 서양철학사』를 비롯하여 『철학의 문제들』, 『행복의 정복』, 『권력』,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러셀의 교육론』, 『자유와 조직』, 『러셀 자서전』 등 70여 권이 있다.
– 역 : 이순희
서울대학교 영어영문과를 졸업했고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나쁜 사마리아인들》 《거대한 불평등》 《아프리카의 운명》 《1587년 아무 일도 없었던 해》 《나, 다이애나의 진실》 《마음을 열지 않는 아이들을 위한 113가지 교육 법칙》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두 가지 위험한 길
중국이 반드시 피해 가야 할 두 가지 위험한 길이 있다. 첫 번째 위험은 중국이 고유의 특징을 깡그리 잃어버리고 완전히 서구화되어, 이 불행한 행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위태롭고 영리한 산업 국가, 군사 국가의 대열에 합세하는 길이다. 두 번째 위험은 외세의 공격에 저항하면서 군사 부문을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강력한 반외세 보수주의를 취하는 길이다. 이런 위험은 이미 일본에서 진행되고 있고, 중국에서도 언제라도 나타날 수 있다. 중국 문화의 미래는 이런 위험성을 배태하고 있는 정치, 경제 문제와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다. — p.25
.한 가닥 가냘픈 희망
세계의 ‘문명화된’ 국가들은 앞으로 백 년 안에 봉쇄 작전과 독가스, 폭탄, 잠수함, 그리고 흑인 용병에 의지해 서로를 파괴할 것이고, 권력과 돈은 없으나 평화주의 덕분에 살아남은 국가들이 세계를 이어받을 것이다. 중국이 전쟁으로 내몰리는 것을 피할 수 있다면, 중국을 억압하는 국가들은 결국에는 진이 빠져 중국을 떠날 것이고, 그때가 되면 중국은 모든 서구 제국들이 선호하는 전쟁과 약탈, 그리고 파괴 대신에 인도적인 목적을 추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것은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한 가닥 가냘픈 희망이고, 서구로서도 결코 절망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강대국들이 중용과 관용을 배우지 못한다면, 좋은 일이 일어날 확률은 거의 없을 것이고, 나쁜 일만 잔뜩 생길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 pp.27~28
.효가 애국심보다 낫다
효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의견은 여러 가지로 갈리겠지만, 서구의 애국주의에 비하면 중국의 효는 그다지 해로운 것이 아니다. 물론 효와 애국심은 모두 인류의 일부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들 전체를 배제하라는 의무를 가르친다는 점에서 잘못이 있다. 그러나 애국심은 인간의 충성심을 전투 부대로 향하게 하지만, 효는 (아주 원시적인 사회의 경우를 제외하면)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애국심은 아주 쉽게 군국주의, 제국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 자기 나라의 이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 가장 주요한 방법은 살인이다. 자기 가족의 이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 가장 주요한 방법은 부패와 음모다. 따라서 가족의식은 애국심에 견주면 덜 해로운 것이다. 중국의 역사와 현 상황을 유럽에 견주어보면, 이런 생각이 나올 수밖에 없다. — p.56
.중국의 전쟁은 대개 피를 보지 않는다
유럽에 있는 군대의 수는 중국에 있는 군대의 수에 견주어볼 때 어마어마하게 많고, 유럽의 군대는 훨씬 파괴적인 무기로 무장하고 있다. 휴전 이후 유럽에서 벌어진 전투의 횟수는 같은 기간 중국에서 벌어진 전투의 횟수에 견줄 수 없을 만큼 많다. 중국의 영토를 샅샅이 여행하면서 전쟁의 조짐을 목격하게 되는 경우는 열 번에 한 번 정도일 것이다. 중국의 전쟁은 대개 피를 보지 않는다. 전투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병사들은 싸움의 대의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용병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현재 중국 사람들은 대체로 유럽 사람들에 비해 더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 pp.90~91
.동양 속의 서양을 꿈꾸는 일본
일본인들은 될 수 있으면 열심히 백인을 모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럽인들이 중국에 대해 저지른 범죄의 기나긴 목록 가운데서 일본인들이 흉내 내지 않은 것은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을 우리는 깨닫게 될 것이다. 일본인들은 꿈속에서도 중국인을 대등한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일본인은 백인이 자신을 대등한 사람으로 여겨주기를 바라면서도, 정작 자신은 일본이 백인 국가와는 견줄 수 없을 만큼 우월한 나라라고 여긴다. 일본인의 참된 욕망은 백인과 대등해지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백인을 앞서는 데 있다. — p.153
.“종교의 종류는 여러 가지지만, 도리는 오직 하나다”
백인들이 중국에 가는 동기는 세 가지로 나뉜다. 싸우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그리고 중국인들을 기독교로 개종시키기 위해. 마지막 동기는 이상적이라는 특징이 있고, 영웅적으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삶에 자극을 주었다. 그러나 군인도 상인도, 선교사나 마찬가지로 세계에 서구 문명을 이식시키려는 데 관심이 있다. 이들 세 부류의 인간은 공세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중국인에게는 서구인을 유교로 개종시키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 그들은 “종교의 종류는 여러 가지지만, 도리는 오직 하나다”라고 말한다. 이런 태도를 가진 중국인은 서구인이 원하는 길을 가도록 놓아두는 것에 만족한다. — p.237
.지금 당장이 중요하다
어느 더운 여름날 우리 일행이 가마를 타고 야트막한 산을 넘고 있을 때 있었던 일이다. 길이 가파르고 험해 가마꾼들은 대단히 어려움을 겪었다. 높은 곳에 이르렀을 때 가마꾼들이 쉴 수 있도록 10분 동안 휴식을 취했다. 그들은 당장 줄지어 앉더니 담뱃대를 꺼내 물고 아무 근심이 없는 사람들처럼 웃음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앞일에 대해 염려하는 것을 미덕으로 배워온 나라의 사람들이었다면, 틀림없이 한 푼이라도 더 받아내고 싶어 덥다고 불평을 해댔을 것이다. 그때 유럽인들인 우리는 자동차가 정확한 장소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걱정하며 시간을 보냈다. 유복한 중국인들이라면 우주가 원형으로 회전하는지 직선으로 움직이는지, 혹은 높은 덕망을 가진 사람이 항상 희생정신을 보이는지 아니면 때로는 이기심을 반성하기도 하는지를 두고 토론을 벌였을 것이다. — p.244
.멸망의 길을 걸을 것인가, 세계 문명의 희망이 될 것인가?
만일 중국인이 서구의 인생철학을 받아들인다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를 침략할 것이다.…… 중국인은 자원을 이용하여 안으로는 소수의 부호 정치가들을 만들어내고, 밖으로는 수백만 명을 굶주려 죽게 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결과는 서구가 과학을 이용하여 달성하는 것과 똑같은 결과다.…… 중국도 이런 광기에 참가하게 되면 나머지 나라처럼 멸망의 길을 걸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개혁가들이 중국이 자위 능력을 달성하는 시점에서 멈춰서는 자제력을 발휘하여 외국 정복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을 수 있다면, 또한 중국이 국내적인 안정을 얻는 순간, 열강이 강요하는 물질주의적인 활동에서 눈을 돌려 그 자유로운 힘을 과학과 예술, 그리고 경제 제도의 향상에 쏟을 수 있다면, 중국은 세계 속에서 마땅히 맡아야 할 역할을 할 것이고, 가장 필요한 순간에 인류에게 완전히 새로운 희망을 안겨줄 것이다. — pp.305~306
○ 출판사 서평
.서양 지성인의 손끝으로 중국 문제를 진단하다
20세기의 위대한 지성인이자 행동하는 양심이었던 버트런드 러셀. 우리는 그동안 『러셀 자서전』, 『게으름에 대한 찬양』,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등 주요 저작을 통해 러셀을 만나왔다. 그러나 그가 1920년부터 북경대학 철학과 초빙교수로 1년 동안 중국에 머물렀다는 사실, 그리고 중국에서의 경험과 철학적 고민을 바탕으로 책을 저술했다는 사실을 아는 독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러셀, 북경에 가다』는 러셀이 중국 문제를 진단하고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한 저작이다.
.“동양의 지혜를 배우지 않고 멸시한다면, 서양 문명은 종말로 치달을 것이다.”
러셀이 이 책을 집필할 당시는 1차 세계대전이 막 끝났을 무렵이었다. 전쟁의 참혹한 기억과 흔적이 채 가시지 않고 있었다. 그는 세계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더욱 끔찍한 환란이 전 세계를 휩쓸어 인류를 멸망시킬 것이라고 생각했다. 러셀은 이때 중국을 떠올렸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오랜 문명을 간직한 나라였고, ‘다행히도’ 아직 ‘서구의 나쁜 물’이 들지 않은 나라였다. 그래서 ‘갈 데까지 간’ 서구인들에게 중국이라는 창을 통해 이렇게 경고하고 싶었던 것이다. “동양의 지혜를 배우지 않고 멸시한다면, 서양 문명은 종말로 치달을 것이다.”
.러셀의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중국 혁명의 지도자이나 중화인민공화국 창설자인 모택동은 훗날 러셀을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러셀은 교육을 통해 유산계급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방법을 사용하면 전쟁과 유혈 혁명에 의존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 세계의 교육은 유산계급이 장악하고 있다.……” 러셀이 떠난 후, 중국은 ‘전쟁과 유혈 혁명’으로 사회주의 혁명에 성공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모택동의 러셀 비판은 타당했다. 하지만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권위주의 정권을 유지하면서 세계의 자본을 급속히 빨아들이고 있다. 러셀이 우려했던 대로 중국이 ‘잘못된 서구에 물들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80여 년 전 러셀이 했던 말을 다시 상기해야 하는 이유이고, 이 책을 출간한 이유이다.
– 주요 내용
1920년 러셀은 북경행 기차를 탔다. 북경대학 철학과에서 초빙 교수로 일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북경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편, 전국을 돌아다니며 중국인들을 상대로 강연을 했다. 그의 강연은 중국 지성인들로부터 큰 환영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러셀은 중국인이 자신을 통해서 배운 것 못지않게 중국인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그가 본 중국은 매우 독특한 나라였다. 이집트와 바빌로니아의 문명은 오래전에 사라졌지만, 중국 문명은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오고 있었다. 두 가지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서구와 달리, 중국은 장자, 공자, 부처가 사이좋게 공존한 나라였다. 미국인과 영국인은 미래의 ‘진보’를 위해 현재를 파괴하지만, 중국인은 현재를 중시했다.
그러나 러셀의 관심은 중국에 대한 문명적·문화적 고찰에 머물지 않았다. 당시는 1차 세계대전이 종결된 지 몇 년 되지 않은 무렵이었다. 서구 열강과 일본에게 철도와 광산, 만주와 산동을 잠식당해온 중국은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승전국이 되어 새로운 도약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었다. 러셀은 중국이 이 기회에 그동안 빼앗긴 국권과 각종 이권을 되찾고, 기나긴 무정부상태를 마감할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갈 길이 여전이 멀었고, 러셀은 중국의 문제를 들추어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책 『러셀, 북경에 가다』는 그렇게 해서 탄생했다.
이 책은 중국을 중심에 두고 논의를 전개해나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국 자체를 목적으로 삼아 쓴 것은 아니다. 러셀은 서구가 1차 세계대전을 통해 ‘갈 데까지 갔다’고 생각했다. “서구의 생활 방식은 투쟁과 착취, 끊임없는 변화, 욕구 불만, 그리고 파괴를 강력하게 요구한다. 파괴를 위한 능률주의는 결국 인류를 전멸시킬 것이다.” 그리고 중국도 서구 제국주의와 같은 길을 걷을 위험에 빠져 있다고 우려했다. 러셀은 세계 인구의 사분의 일을 품고 있는 중국마저 잘못된 서구에게 물든다면, 세계의 미래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 편집자 후기 중에서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