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로드 짐 1•2
조셉 콘래드 / 민음사 / 2022.5.30

순수한 영혼에 몰아닥친 불행과 절망의 풍랑진실과 존엄을 되찾기 위해 떠난 고독한 항로의 끝콘래드는 이 작품에서 견고한 성격을 가지고 있지 못할 뿐 아니라 난해할 정도로 복잡하며 인격적 분열까지 보이는 현대인의 전형을 훌륭하게 그려 냈다.
자신의 꿈과 이상이 현실에서 실현될 수 없음을 깨닫고 절망하는 주인공 짐은 서유럽 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심각한 정신적 위기를 대변한다.
콘래드는 전지적 작가와 짐의 친구 말로, 그리고 말로가 쓴 기록을 읽은 작가 등 다양한 시점을 사용하고, 이들의 서술 속에서 시간 순서를 자주 전도시키며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이러한 다양한 시점 및 시간의 차용은 기존 서술 기법의 한계를 극복하고 현대적 인물의 복잡한 내면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또 짐의 행위 속에 내재하는 도덕적 의미의 불확실성에 대한 독자의 인식을 부단히 일깨운다.
–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서술 기법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짐은 재래 소설의 주인공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그의 이야기를 담을 소설 역시 재래의 소설과는 다른 서술 형식을 요구한다. 여기서 『로드 짐』의 두 번째 현대 소설적 특징이 등장한다. 자아 정체감의 상실, 신념의 흔들림, 자기 파멸적 탐닉과 같은 불확정성이 특징인 짐의 성격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소설의 구조도 재래의 ‘닫힌’ 구조보다는 ‘열린’ 구조가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열린’ 구조란 바꿔 말하면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짐이라는 인물의 성격이 단정적으로 말하기에는 지나치게 복잡하기도 하지만, 작품의 주(主) 서술자인 말로나 작가 자신도 처음부터 자신 있고 확고한 서술을 포기하고 있다. 예를 들면 제1장의 첫 문장은 이러하다. “그는 키가 6피트에서 1인치 혹은 아마 2인치쯤 모자랐고……” 이런 서술 방식은 작품이 발표될 당시에는 비평가들에 의해 “서술 방법상의 결함”으로 지적되었지만, 훗날 다른 작가들에 의해 널리 채택됨에 따라 현대 소설의 특징적 관행으로 정착되었다.

작품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어느 동남아 지역에서 기선 한 척이 조난하자 짐이라는 이름으로만 알려진 한 간부 선원은 승객들의 안위를 외면한 채 다른 간부들과 함께 구명정으로 탈출한다. 그 후 그 기선은 침몰하지 않았음이 알려지고 그 선원은 자기가 선원 수칙을 저버린 데 대한 책임으로 선원 자격증을 박탈당한 후 동남아 각지를 떠돈다.
결국 그는 어떤 오지에 정착하게 되고 자신의 비행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원주민들 사이에서 지배자적 지위에 오르는 데 성공하지만, 이내 바깥세상에서 찾아온 해적 일당과의 대결에서 실패한 후 자살이나 다름없는 죽음을 맞는다. 이 간단한 줄거리는 콘래드의 새로운 서술 기법에 의해 다양하게 서술되고 있다.
○ 목차
– 1권
작가의 노트
로드 짐
– 2권
로드 짐 (계속)
작품 해설
옮긴이 후기
작가 연보

○ 저자소개 : 조셉 콘래드 (Joseph Conrad), 유제프 테오도르 콘라드 나웨즈 코르제니오브스키
영국의 소설가이자 해양문학의 대표적인 작가.
1857년 당시 폴란드 영토였던 우크라이나의 베르디체프에서 출생했다.
본명은 유제프 테오도르 콘라드 나웨즈 코르제니오브스키 (Jozef Teodor Konrad Nalecz Korzeniowski)로, 영국으로 귀화한 후 조셉 콘래드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독립운동에 연루된 부친을 따라 러시아의 유형지에서 지내다 1869년 고아가 되자 외삼촌이 있는 폴란드로 돌아왔다.
1874년 외가의 반대를 무릅쓰고 프랑스의 마르세이유로 떠나 선원이 되었다. 이후 선원으로 경력을 쌓으며 바다를 누비다가, 1887년 싱가포르와 보르네오를 오가는 선상에서 틈틈이 집필을 시작하여 1895년 첫 소설 『올마이어의 어리석음』을 발표했다.
그 후, 1924년 캔터베리의 묘지에 묻힐 때까지 『어둠의 심연 (Heart of Darkness)』 (1899), 『로드 짐 (Lord Jim)』(1900), 『노스트로모 (Nostromo)』(1904), 『서구인의 눈으로 (Under Western Eyes)』(1911) 등 20여 권의 소설을 남겼다.
– 역자: 이상옥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및 대학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립대학교에서 영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를 역임하고 2013년 지금은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와 이효석문학재단 이사장으로 있다.
논저로는 『조셉 콘라드 연구』, 『이효석의 삶과 문학』 등이 있고, 번역서로는 『젊은 예술가의 초상』과 『암흑의 핵심』, 『굴뚝청소부 예찬』 등이 있다. 『두견이와 소쩍새』, 『가을 봄 여름 없이』 같은 산문집을 펴내는 등 활발한 작품활동과 함께 야생화를 탐사하고 카메라에 담는 일에도 마음을 쏟고 있다.

○ 출판사 서평
– 진실과 존엄을 되찾기 위해 떠난 고독한 항로의 끝 : 다양한 기법으로 현대 소설의 시작을 알린 기념비적 작품
“그는 자기 자신에게 진실했어. 그렇지 않은가? 그는 목숨을 구했지만, 그의 발이 딛고 설 땅이 없었고 눈이 바라볼 광경도 없었고 귀에 들릴 목소리 또한 없었으니 그 목숨은 끝났던 거야.”
드넓은 세계와 미지의 인생에 대한 동경으로 선원을 지원한 청년 짐은 운행 중 풍랑을 만난다. 일대 혼란이 벌어진 배 안에서 무력감으로 괴로워하던 그는 돌연 승객을 버리고 탈출한다.
얼마 후 배가 침몰하지 않았음이 밝혀지고, 짐은 법적 처벌과 함께 세간의 도덕적 비난에 시달린다.
선원 자격을 박탈당한 후 동남아 각지를 떠돌던 짐은 어느 오지 마을에 정착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그곳에서 지배적 위치까지 오른 그는 바깥세상에서 찾아온 해적 일당의 습격을 받는다.
콘래드는 이 작품에서 성격이 견고하지 못할뿐더러 난해할 정도로 복잡하며 인격적 분열까지 보이는 현대인의 전형을 훌륭하게 그려 냈다.
자신의 꿈과 이상이 현실에서 실현될 수 없음을 깨닫고 절망하는 짐은 서구 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심각한 정신적 위기를 대변한다.
콘래드는 현대적 인물의 복잡한 내면을 표현하기 위해서 이야기 속에 다양한 시점과 시간을 도입함으로써 재래 기법의 한계를 극복하고 짐의 행위 속에 개재된 도덕적 의미의 불확실성에 대한 독자의 인식을 부단히 일깨운다.

1.관점 혹은 화자의 다양함
모두 45개 장으로 나눠져 있는 이 소설에서 처음 4개 장은 외관상 ‘전지적’임이 분명한 작가 콘래드에 의해 서술되고 있으므로 재래의 삼인칭 소설의 서술 관행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음 31개 장은 짐을 직접 만나 대화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짐의 행적을 목격하기도 했던 이야기꾼 말로의 입을 통해 서술되며 작가를 비롯한 몇몇 사람이 장시간에 걸쳐 그의 이야기를 들은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거의 모두 인용 부호 속에 담겨 있다. 마지막 10개 장은 말로가 직접 참여하거나 목격하지 못한 파투산에서의 사건들에 대한 기록이며, 그가 여러 증인들의 단편적 증언 내용을 뜯어 맞추어 일관된 이야기가 되도록 편집하고 기록한 것이다. 콘래드는 다원적인 서술 관점의 활용을 통해 이 소설을 읽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작품으로 만들면서도 짐의 행위 속에 개재된 도덕적 의미의 불확실성에 대한 독자의 인식을 부단히 일깨우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말로는 이 같은 인식을 촉구하는 데 그칠 뿐 짐의 행위가 지닌 도덕적 의미를 명쾌하게 드러내거나 평가하지 않음으로써, 재래의 전통적 서술자들과는 다른 ‘현대적’ 서술자로서 독자들에게 다가오고 있다.
2.빈번한 시간의 전도
『로드 짐』에서 시간은 여러 번 전도된다. 예를 들면 파트나 호가 침몰을 모면했다는 사실을 짐이 심판정에 섰다는 사실보다 뒤에 밝힌다든지, 브라이얼리 선장의 자살을 짐이 배에서 뛰어내린 상세한 경위보다 앞세운다든지 함으로써 콘래드는 이 소설을 처음 읽는 사람들을 상당히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콘래드가 짐의 행위가 지닌 심층적 의미를 캐기 위해 다양한 관점을 통한 도덕적 논평을 가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예술적 요구가 작가로 하여금 시간 전도 기법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 즉 짐이라는 현대적 주인공의 종잡기 어려운 정체를 파악하고 그의 행적이 지닌 도덕적 함의를 드러내기 위한 방편으로서 시간 전도의 기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현대 소설을 개관해 볼 때 관점과 시간 순서의 다양한 변동이라는 기법은 이제 별로 낯설지 않다. 그러나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와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이 단행본으로 간행된 것이 각각 1922년과 1925년이었고 심지어 포드 매독스 포드의 『훌륭한 군인』까지도 1915년에야 발간되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콘래드의 주요 작품들이 모두 이들보다 10여 년 내지 20여 년이나 앞서서 발간되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즉 콘래드의 작품들은 모두 현대 소설의 실험적 원형이라 할 수 있고, 특히 그중에서도 『로드 짐』은 원형 중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 추천사
콘래드의 작품들은 현대 소설의 실험적 원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그중에서도 『로드 짐』은 원형 중의 원형이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다. ─ 이상옥, 「작품 해설」에서
– 『로드 짐』은 읽기 어려운 책이다. 인간의 나약함과 두려움에 대한 비통한 느낌을 절절히 전해 주기 때문이다. 동시에 위대한 독창성의 산물이며, 현대 소설에서는 만나기 힘든 마법 같은 작품이다. ─ 《뉴욕 트리뷴》
– 특이한 내러티브, 절제되면서도 열정적인 문체, 생생한 묘사, 정교한 심리 분석이 결합된 걸작. ─ 《스펙테이터》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