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문화의 수수께끼
마빈 해리스 / 한길사 / 2017.8.18
– “문명의 가면을 벗고 진정한 나를 발견하다”
인류학의 향연! 새롭게 다시 태어난 마빈 해리스 3부작
마빈 해리스의 『문화의 수수께끼』(Cows, Pigs, Wars and Witches : The Riddles of Culture)가 번역된 지 35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해리스의 『문화의 수수께끼』를 향한 독자들의 사랑은 여전하다. 이에 답하는 마음으로 번역을 가독성 있게 다듬고 화보를 추가해 좀 더 볼거리 있는 개정판을 출간하게 되었다.
마빈 해리스의 문화인류학 3부작의 제1권『문화의 수수께끼』는 문화인류학 이론 또는 패러다임을 유물론적 관점에서 살펴본 책이다. 해리스는 수수께끼 같은 기이한 문화 현상, 특히 암소숭배, 돼지고기 혐오, 유령화물, 마녀사냥, 구세주 등의 생활양식을 사회 · 경제적으로 분석한다. 해리스가 독특하게 분석해내는 사례들을 보면서 독자들은 문화인류학의 재미에 흠뻑 빠지게 될 것이다.
○ 목차

문화의 수수께끼를 찾아서 옮긴이의 말 15
생활양식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머리말 23
프롤로그 29
거룩한 어머니 암소
현실의 삶과 전통적 생활양식 37|생태계: 단절과 지속 43
금기의 근원 49|관습에 대한 카스트 간의 상이한 의미전달 54
돼지숭배자와 돼지혐오자
합리와 비합리 사이 67|자연공동체와 문화공동체의 갈등과 조화 74
숭배와 축제의 심리극 81|도살제와 단백질 공급전쟁 89
원시전쟁
전쟁, 그 원인과 결과 99|인구증가와 전쟁 104
의식의 순환: 생태계의 균형 113|종족보존과 유아살해 117
미개족의 남성
여성차별과 위계질서 125|남성 우월주의의 극단: 야노마모족 130
결투의 의미 135|승리: 여자의 약탈 142|야노마모족: 개화와 도태 146
포틀래치
과시욕 157|선물의 사회경제학 163|호혜성의 원리 170
호혜성의 파괴: 강자의 선물 175
유령화물
화물과의 접촉과 숭배 185|초기 선교사들의 표리 197
화물숭배: 보상과 처벌 204
구세주
신앙양식의 차이 211|성서 속의 해방전쟁 218|그리스도의 활동 226
메시아적 예언자와 강도 231|전투적 메시아니즘의 교훈 233
평화의 왕자의 비밀
그리스도의 삶과 역사적 상황 239|메시아적 삶의 비밀 246
죽음과 부활 254|메시아의 계시 260|야고보와 바울의 갈등 265
빗자루와 악마연회
마녀와 마법사 273|종교재판 278|광란의 뿌리 285
마녀광란
체제유지와 이단 293|체제유지와 성전 298|마녀사냥 제도의 비밀 303
마녀의 복귀
반문화의 태도와 이론 313|샤머니즘적 초의식 320|반문화와 기독교 326
에필로그 333
문화의 수수께끼 속에 감춰진 사회경제적 의미 개정판을 내면서 341
참고문헌 345
찾아보기 355
○ 저자소개 : 마빈 해리스 (Marvin Harris, 1927 ~ 2001)
미국의 대표적인 문화인류학자로 문화유물론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지성사적 관점에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영향을 받았지만 문화에 대한 자신만의 독특한 유물론적 접근법을 구축했다.

1953년부터 1981년까지 컬럼비아 대학에서 교수로 지내다가 플로리다 대학으로 옮겼다. 미국 인류학협회 인류학분과 회장을 맡기도 했다.
이미 『작은 인간: 인류에 관한 102가지 수수께끼』와 『문화의 수수께끼』, 『문화 유물론』, 『식인과 제왕』 등의 책을 통해 국내에도 폭넓은 독자를 갖고 있는 마빈 해리스는 브라질과 에콰도르, 모잠비크, 인도 등에서 수행한 현지 조사를 통해 수많은 이론서와 대중적인 문화 분석서를 출간했다.
주요 저서로는 『문화의 수수께끼』(Cows, Pigs, Wars and Witches: The Riddles of Culture), 『식인문화의 수수께끼』(Cannibals and Kings: The Origins of Cultures), 『음식문화의 수수께끼』(The Sacred Cow and The Abominable Pig: Riddles of Food and Culture) 등이 있다.
– 역자 : 박종렬 (Park jong ryeol)
서울대 고고인류학과와 같은 대학 인류학과 대학원을 수료하고, 미국 버클리 퍼시픽 종교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인천 살아방교회 목사, 월간 「사회평론 길」의 발행인과 한국기독학생총연맹 총무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기독교장로회 생명선교연대의 회장이다. 역서로『대지의 저주받은 자들』, 『정치와 영성의 해방』등이 있다.
– 역자 : 서진영
이화여자대학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 대학 인류학과에서 석사·박사과정을 마쳤다. 옮긴 책으로는 쿠시넨의 『변증법적 유물론 입문』 등이 있다.
○ 출판사 서평
– 인류학의 거장, 마빈 해리스

마빈 해리스는 미국의 대표적인 문화인류학자다. 그는 문화의 발전과정을 이해하는 열쇠로 ‘생식압력 → 생산증강과정 → 생태환경의 파괴 · 고갈 → 새로운 생산양식의 출현’이라는 도식을 제시한다. 이러한 생태학적 적응양식을 통해 가족제도와 재산관계, 정치 · 경제적 제도, 종교, 음식문화 등의 진화와 발전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해리스는 브라질, 에콰도르 등지에서 현지조사를 했고 문화생태학적 측면에서 식민지주의의 영향, 저개발국가의 문제, 인종과 민족적 상호관계에 대한 비교문화를 연구했다. 1953년부터 컬럼비아 대학 교수를 지냈으며 플로리다 대학 교수 및 미국 인류학협회의 인류학 분과회장도 맡았다. 그는 2001년 사망하기 전까지 문화인류학이라는 넓은 지평을 문화유물론의 관점으로 횡단했다. 해리스의 문화유물론적 관점은 그의 저서 『인류학 이론의 발생』(The Rise of Anthropological Theory), 『문화유물론 : 문화과학을 위한 투쟁』(Cultural Materialism : The Struggle for a Science of Culture), 『문화의 수수께끼』(Cows, Pigs, Wars and Witches: The Riddles of Culture), 『식인과 제왕』(Cannibals and Kings: The Origins of Cultures) 등에서 잘 드러난다.
그중에서도 『문화의 수수께끼』는 인류학 전공자를 위한 전문서라기보다는 일반 대중을 위한 에세이 형식의 교양서이기 때문에 초심자들도 흥미롭게 책을 읽어나갈 수 있다. 해리스의 문화이론의 정수이자 핵심도 잘 담겨 있다.
– 암소숭배의 비밀에서 시작하는 문화의 수수께끼
이 책에서 해리스는 ‘힌두교도가 암소를 숭배하는 이유’ ‘유대인과 이슬람교도가 돼지고기를 싫어하는 이유’ ‘원시전쟁이 발생하는 이유와 그 의미’ ‘남녀의 불평등한 관계’ ‘포틀래치와 유령화물이 생겨난 근본원인’ ‘기독교 문명의 본질’을 탐구한다. 이러한 각기 다른 생활양식은 서로 무관해보이지만 사실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제1장부터 해리스의 논지를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음 장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으며 마지막 장에 도달했을 때는 『문화의 수수께끼』에서 해리스가 말하려는 바를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독자에게 새로운 독서 경험이 될 것이다.
“이 책의 목적은 외견상 비합리적일 뿐만 아니라 설명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생활양식들의 근거를 밝혀보는 것이다. 여기에 나오는 수수께끼 같은 관습 가운데 어떤 것들은 문자 이전의 인간들이나 얼마나 부자인지 과시하기 위해 재산을 불태우는 허풍스러운 아메리칸인디언 추장들 같은 원주민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또 어떤 관습은 굶어 죽을지언정 쇠고기를 먹지 않는 개발도상 사회의 힌두교도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다른 어떤 관습들은 주류문명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는 마녀와 메시아들과도 여전히 관계가 있다. (29쪽)”
가장 처음 등장하는 ‘힌두교도가 암소를 숭배하는 이유’를 간단히 살펴보자.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는 인도인들은 암소를 왜 잡아먹지 않고 오히려 숭배하며 떠받드는 것일까?’ 서구인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이러한 행태를 동양의 신비한 정신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나 비합리적인 힌두교 교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종교적이거나 비이성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행위는 지극히 간편한 일이다. 그러나 과연 인도인들은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에, 신비로운 특유의 문화 때문에 굶어 죽으면서도 살찐 암소를 잡아먹지 않는 것일까?
해리스는 유물론적 관점에서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려고 한다. 쉽게 말해 비용편익 분석이 인도인들의 행동 저변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인도인들이 이성적이지 않고 무지해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 역시 철저한 계산에 입각해 비용보다 이익이 높은 쪽을 선택한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자. 노동력이 부족한 인도 농부들은 암소의 노동력을 극한까지 사용한다. 암소의 우유를 짜내고 암소의 똥을 연료로 사용하고 암소에게 마을의 쓰레기를 먹게 한다. 하루 종일 쟁기를 끌며 농사일을 하게 한다. 결국 인간은 암소에게 수많은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콰키우틀족은 교역자들을 모으기 위해 마을 앞 모래사장에 우리가 토템기둥 (totem poles)이라고 잘못 부르는 통나무 조각상을 세워 눈에 잘 띄게 했다. 여기에 조각된 것들은 조상 대대로 마을 추장들에게 붙인 칭호를 상징화해 표현한 것들이다. 물론 심각하게 배가 고프면 암소를 잡아먹어 허기를 채울 수는 있겠지만 이럴 경우 그들은 곧 후회하게 된다. 암소의 노동력을 장기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즉 인도인들에게는 암소가 살아 있음으로써 자신들이 얻는 이익이 암소를 잡아 먹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크다. 그렇기 때문에 인도인들은 암소 도살을 금기시한다.
해리스의 관점을 따른다면 굶어 죽으면서까지도 암소를 잡아먹지 않는 인도인의 행동이 합리적이고 오히려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서구인들의 시각이 비합리적이다. 해리스는 말한다.
“생활양식의 배경에 감춰진 원인들을 그토록 오랫동안 지나쳤던 주된 이유는 모든 사람이 ‘그 대답은 신밖에 모른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_마빈 해리스”
생활양식의 배경에 감춰진 원인을 스쳐지나가지 않고 적극적으로 규명한다면 암소숭배는 물론 이후에 등장하는 모든 문화현상의 본질까지 파악할 수 있다. 마빈 해리스 문화인류학 3부작의 제1권 『문화의 수수께끼』는 문화현상의 본질을 꿰뚫는 문화 인류학의 향연으로 독자를 안내할 것이다.
○ 독자의 평 1
『문화의 수수께끼』는 기본적으로 인류학 서적이다. 내용이 굉장히 풍부하다는 점에서 놀랐는데, 어쩌면 대충은 들어보았지만 그 소재에 대해 이렇게 자세하게 들어가 보진 않아 발생한 낯선 감정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동물숭배, 전쟁, 성차별, 경제체제, 종교, 신앙 등 생각보다 다양한 인간사회 속 생활양식들의 양상과 그 배경 / 원인을 다룬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는 마빈 해리스의 마인드가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은 그 마인드를 바탕으로
‘원인’을 나름대로 찾아보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그러한 인과결과를 찾아 해매는 사람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어 더욱 매력적으로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인류학 서적을 많이 읽어보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접한 인류학 서적의 내용에는 원시부족 사회에 대한 분석이 주를 이루었던 것 같다. 마빈 해리스 역시 다양한 부족들의 생활양식을 관찰 혹은 인용하며 스스로 던진 질문들, 말 그대로 ‘수수께끼’에 대한 답을 해나간다. 소재들이 상당히 흥미롭고 모든 사람들이 한번 쯤 생각해볼 만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어 재미있게 읽어볼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우선, 인류학자 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는데, 바로 문화상대주의이다. 이러한 태도는 이 책 곳곳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가령 “그런 부류의 전문가들이 ‘이해할 수 없는 동양인의 정신’ 운운하기 좋아하고” 라는 표현이나, “서구인들은 원주민들이 유럽인들의 경제적 · 종교적 생활양식을 이해하지 못한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늘 그렇듯 원주민들은 미개하고 어리석으며 미신에 사로잡혀 문화의 원리들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인상이었다.” 등에서 볼 수 있다.
사실 뒷부분의 종교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전반부의 유기적인 흐름 속에서 사회의 ‘성차별’에 대해 다룬 해리스의 설명이 상당히 흥미롭게 읽혀 조금 소개하고자 한다.
전쟁이 호전적인 인간의 본성에 의해 발발한다는 생각은 나에게도 어느 정도 익숙한 논리였다. 하지만 저자는 이에 대해 반대하며, 오히려 전쟁을 “원시족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상태에 알맞게 생태학적 균형에 따라 인구수를 유지시키는데 필요한 차단 메커니즘의 하나”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독창성이 돋보였다.
특히, 전쟁 중 여아살해관습은 인상적인 소재였다. 이를 어떻게 해서 남성지배 사회로 넘어가게 되었는 지의 메커니즘으로 설명하는데, 첫 장의 암소숭배 관습에서부터 전쟁, 나아가 성차별적 구조의 사회가 어떻게 초기에 자리 잡게 되었는지를 유기적으로 설명한다는 점에서 저자의 치밀함을 읽을 수 있었다.
한 가지 눈에 띠었던 점은, 이 책이 1970년대 저작이라는 것을 고려해보면, 1970년대 당시 미국은 페미니즘 2차 물결인 ‘여성해방운동’의 시기였다. 이때는 1920년 여성참정권 쟁취에 이어, 보다 실질적인 여성해방운동을 위해 미국에서 크고 작은 시위들이 일어나고 운동단체들이 조직되던 시기이다. 이 책에서도 당시 여성해방 운동가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함께 논지를 다루는데 활용하는 점이 특별히 눈에 띠었다.
전체 장 중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은 ‘4장. 미개족의 남성’ 부분이었다. 남성과 여성의 성性에 대한 마빈 해리스의 인식 관점이 잘 드러나는 장인 것 같다. 특히 여성의 ‘육아권’ 논의는 주목해볼만하다. “어린 남자아이에게 공격적인 행위보다 소극적 행위를 칭찬해 ‘남성적인’ 남성으로 성장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는 것도 여성의 권한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결속력 있고 공격적인 인간이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집중해 아이를 키울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어떻게 남성지배 사회로 구성되게 되었는 지를 설명하는 논리를 제시한다.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역사적으로 밝히기 어려운 부분이겠지만, 여러 논의 중 마빈 해리스의 설명방식도 그만의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해리스는 남성우월주의 사회의 면모를 보이는 극단적 사례인 야노마모족의 생활상을 묘사하고 있다. 또한 전쟁과 성적 욕망을 연결시켜 설명하는 부분에서 성이 어떤 방식으로 사회의 구성에 영향을 미쳤는지 해석하고 있다.
후반부에서는 지위경쟁과 과시욕 등을 통해 특정 경제체제의 유형를 설명하고, ‘메시아’를 필두로 제시한 예수와 관련된 역사적 상황, 마녀와 종교재판 등 기독교와 관련해 매우 흥미로운 분석을 보인다. 여기서도 해리스는 인과관계와 사건의 원인을 밝히는 것에 집중한다. 이런 점들에서 이 책의 신선함이 돋보인다고 생각한다. 즉 수수께끼로 설정한 많은 질문들에 스스로 답해가며 인류학적 상상력을 여과 없이 펼쳐보이는 것이다.
마빈 해리스는 사회 속에 형성된 많은 ‘신화’들을 해체하고, 사회를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열쇠를 이렇나 수수께끼에 대한 해석을 통해 찾아내고자 하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현재를 이루는 많은 부분들이 결코 그냥 하늘에서 떨어져 주어진 것이 아니라 어떤 원인과 결과에 의해 구성된 것들임을 느끼게 해주고, 어떤 종류의 우월주의도 객관적 정당성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시선의 중심을 이리 저리 옮겨보도록 자극하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 아닐까 생각한다.
○ 독자의 평 2
인류학이라는 학문은 생소하지만 쉽게 빠져들 수 있는 분야인 것 같다. 생활양식과 문화를 향유하는 인간이라면, 자기 삶을 관찰하는 능력과 이를 다른 시공간에 접목시킬 수 있는 상상력만 있다면, 전문 용어나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기이한 이야기들에 충분히 흥미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이 책은 이론서가 아니라 주제별로 목차가 구성되어 인류학적 상상력을 조금씩 확장해나가는 매우 지적인 에세이로도 읽힌다.
저자가 책 전반에 걸쳐 제시하는 관점은 ‘문화의 신화성을 과학적 방법으로 이해하기’라 할 수 있다. 암소숭배에서부터 돼지숭배 및 돼지혐오, 원시전쟁, 남성 우월주의적 원시사회, 포틀래치, 유령화물, 전투적 메시아니즘, 마녀사냥에 이르는 미신적 문화들은 경제체제, 정치구도, 지리학 및 생태학적 조건을 통해 다각도로 분석되며 ‘성역’에서 벗어난다.
저자는 불가해한 것으로 여겨지던 인류 문화를 전복시키는 자신의 연구가 정치적 혹은 반종교적으로 해석되지 않도록 누누히 주의를 준다. 그러나 이러한 사유 방식이 비효율적인 동시에 비인간적인 기성 문화 저변의 구조를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염원한다.
피임이나 낙태를 위한 안전하고도 효과적인 수단이 없기 때문에 원시인들은 이미 살아 있는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제도화된 수단을 찾는다. 아이들은 이 제도화된 인구축소 수단의 희생물이 되기 마련이다.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더욱 그렇다. 첫 번째 이유는 우선 아이들은 저항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아이들에게 투자한 사회적 / 물질적 투자가 적기 때문이고 세 번째 이유는 유아들과 이어져 있는 감정의 끈이 성인들과 이어져 있는 감정의 끈보다 쉽게 단절될 수 있기 때문이다. — 120-121
인간의 주된 생물학적 적응양식은 해부학적 구조가 아니라 문화다. 나는 고양이나 말이 인간을 지배할 수 없는 것처럼, 단지 키가 더 크고 체중이 더 무겁다는 이유로 남성이 여성을 지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성이 자기 아내보다 무거우면 얼마나 무겁겠는가. 동물 중에는 남성보다 30배나 더 무거운 동물도 있지 않는가. 인간사회의 성적 지배관계는 양성 가운데 어느 성이 더 크고 강인한지가 아니라 어느 성이 방어기술과 공격기술을 장악하고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 126
○ 독자의 평 3
책에서 접할 수 있는 독특한 선물교환 풍습과 마녀 이야기들은 분명 흥미롭다. 세상엔 ‘이런’ 사람들도 있(었)다는 엑조티시즘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한편, 그에 대한 ‘합리적인’ 해명은 깜짝 반전처럼 다가온다. 제목이 풍기던 신비스러운 아우라는 가라앉고, 내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이해가 증진된 것 같은 뿌듯한 기분이 밀려온다. 분명 이 책은 무지(無知)가 야기하는 오해와 편견을 해소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자가 설명하고 있는 바로 ‘그 사람들’의 목소리는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을지도 모른다. 특히 거대한 세계화와 합리화의 물살에 휩쓸려 사라지기 직전의 문화와 언어, 신화를 고수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해리스가 주장하는 ‘비신화화’가 자신들의 삶에 축적된 시간들을 뿌리 뽑는, 치명적인 위협으로 느낄 수도 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