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미겔 스트리트
V. S. 나이폴 / 민음사 / 2003.11.29

- 2001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나이폴의 자전적 연작소설
저자는 18년이나 살았던 중남미 트리니다드 섬의 현실에 대한 체험을 토대로 타락한 식민지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인물들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담담하게 술회한다.
도덕적 퇴폐와 무기력에 휩싸인 미겔 스트리트 거주민들의 좌절과 광기를 묘사한 작품으로 모두 열일곱 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트리니다드 섬에서도 하류 계층 사람들이 사는 ‘미겔 스트리트’를 무대로 소년 ‘나’의 관점에서 바라본 식민지 상황이 빚어낸 섬나라 주민들의 절망과 방황을 드러내고 있다.
○ 목차
- 보가트
- 이름 없는 물건
- 조지와 핑크 하우스
- 그가 선택한 직업
- 맨맨
- B. 워즈워스
- 겁쟁이
- 꽃불 전문가
- 타이터스 호이트, I.A.
- 모성의본능
- 푸른 수레
- 사랑, 사랑, 사랑만이
- 기계의 천재
- 경계심
- 군인들이 오기까지
- 해트
- 내가 미겔 스트리트를 떠난 경위
작품 해설/이상옥-좌절과 광기의 변주곡들
작가 연보

○ 저자소개 : V. S. 나이폴 / 비디아다르 수라즈프라사드 나이폴 (Vidiadhar Surajprasad Naipaul)
저자 V. S. 나이폴 (비디아다르 수라즈프라사드 나이폴, Vidiadhar Surajprasad Naipaul)은 1932년 카리브 해의 영국령 트리니다드 섬에서 인도계 부모 아래 태어났다.
1948년 트리니다드 정청의 해외 유학 장학금을 취득했고, 1950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 입학, 유니버시티 칼리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이후 BBC의 카리브 지역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등 방송인, 저널리스트로도 활동했다.
23세 때부터 창작을 시작하여 1957년 첫 소설 『신비한 안수자』를 발표했다.
1959년에 발표한 『미겔 스트리트』는 나이폴의 초기 대표작으로 그에게 작가로서의 명성을 안겨준 작품이다.
나이폴은 「콘래드의 암흑」을 포함한 콘래드 관련 논설문을 집필하기도 했는데, 제3세계 출신의 ‘탈식민주의 작가’인 그는 지식인과 소외의 문제를 강하게 파헤치고 있으며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콘래드와 비교되기도 한다.
그 외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비스와스 씨의 집』, 『흉내』, 부커 상 수상작 『자유 국가에서』, 『게릴라』, 『인도-상처 입은 문명』, 『신자들 사이에서-이슬람 기행』, 『세계 속의 길』 등이 있다.
– 역자: 이상옥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을 거쳐 뉴욕주립대학교(스토니부룩)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1965년부터 서울대학교에서 가르치다가 정년퇴임 후에는 들꽃 탐사에 열중해왔다. 『조셉 콘라드 연구』 및 『이효석의 삶과 문학』 등을 썼고, 산문집 『두견이와 소쩍새』 『가을 봄 여름 없이』와 『이제는 한걸음 물러서서』 외에 번역서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 콘라드의 『암흑의 핵심』 기싱의 『헨리 라이크로프트의 내밀한 기록』 등을 냈다.
근년에는 『이효석전집』 (전6권,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을 책임편집했다.

○ 책 속으로
약 육 개월이 지난 후 조그만 소문이 트리니다드 섬에 번져나가면서 모든 사람들 어처구니없게 만들었다.
그 영국 공군 선수권자라고 하던 사람이 실은 영국 공군에 소속된 적이 없으며 권투선수로서도 전혀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었음이 판명되었던 것이다.
해트는 말했다.’글쎄 말이야. 이런 곳에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게 도대체 뭐야?’ (본문 중에서)
“포포 아저씨, 무엇을 만들고 계세요?”나는 묻곤 했다.“얘야, 그것이 바로 문제란다. 이름 없는 물건을 만들고 있거든.” 그래서 나는 포포를 좋아했다. 나는 그가 시를 지을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p.1
“얘야, 아침이 되어 햇빛이 빛나고 아직도 시원한 때 잠자리에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 햇살을 받으며 약간의 럼을 마실 수 있다고 생각하면 기분 좋은 일이거든.”-p.2
“여유가 생겨 얻게 되기만 하면 꼭 즐길 수 있으리라고 생각되던 것도 막상 얻게 되면 좋아지지 않는 법이야.”-p.3
내가 그 제복을 입고 나타나던 날, 엘리아스는 나를 때리려고 했다.
˝네 어머니가 무슨 수를 썼길래 그 자리를 얻었지?˝ 그가 소리쳤다. 내가 그에게 달려들고 있을 때 에도스가 싸움을 말렸다.
에도스는 말했다. ˝저 앤 그저 서러워서 시기하고 있을 뿐이야. 진심으로 그런 말을 한 게 아냐.˝
그때 엘리아스는 이른바 거리의 귀족들 중의 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는 청소차를 몰고 있었다.
˝이 일을 하는 데는 아무 이론도 필요가 없어.˝ 엘리아스는 늘 말하곤 했다. ˝ 이 일은 실용적이야. 나는 이 일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다니까.˝ (4장. 그가 선택한 직업 中, p.56)

그는 내 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오,너도 그것을 볼 수 있구나. 나는 늘 네가 시인의 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그는 슬퍼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바로 그 점이 나로 하여금 엉엉 울음을 터뜨리게 만들었다.
그는 나를 그의 가냘픈 가슴으로 끌어당긴 후에 말했다. ˝너 우스운 이야기를 하나 들어보련?˝ 그는 내 기분을 돌리기 위해 미소를 지었다.
(…) ˝내가 이 이야기를 마치거든 너는 돌아가서 다시는 나를 찾아오지 않겠다고 약속하기 바란다. 약속하겠니?˝
(…) ˝좋다. 그렇다면 들어봐. 소년 시인과 소녀 시인에 대해서 네게 들려준 그 이야기 말이야. 너 그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니? 그 이야기는 진실이 아니었어. 그건 내가 꾸며낸 이야기였거든. 또 시라든지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다는 시에 대해 내가 지껄인 말 또한 모두 진실이 아니었어. 그거야말로 네가 들어본 이야기 중에서도 가장 우스꽝 스러운 이야기가 아니었니?˝ (p.80)
해트가 말했다. ˝만약에 어떤 사람이 자기 스스로 쟁취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것을 비웃음의 대상으로 삼기 시작한다면, 우리로서는 그것을 보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 수가 없단 말이야.˝ (8장 꽃불 전문가 中, p.106)
해트가 말했다. ‘만약에 어떤 사람이 자기 스스로 쟁취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것을 비웃음의 대상으로 삼기 시작한다면, 우리로서는 그것을 보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 수가 없단 말이야.’-p.107

○ 출판사 서평
2001년 제100회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로 선정된 V.S. 네이폴의 1959년작 연작 장편소설이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미겔 스트리트>는 제3세계 식민화의 폐해를 그리고 있지만, 비극성보다 희극성을 강조함으로써 절망을 오히려 더 깊게 각인시킨다.
소설의 배경은 1930년대, 트리니다드 섬의 수도인 포트 오브 스페인의 슬럼가 ‘미겔 스트리트’.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17편의 연작 단편에 하나씩의 에피소드로 갈무리되어 있다. 어조가 유쾌할 수 있는 것은, 에피소드들이 어린 소년의 눈을 통해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야기들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실패담’이다. 미겔 스트리트의 주민들은 가난, 무기력, 퇴폐에 절은 공동체에서 벗어나려 이런 저런 도피의 길을 모색하지만 대부분 실패하고 만다. 영국와 스페인의 식민통치가 남긴 악습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부패, 중혼, 폭력 등에 찌들어버린 트리니다드는 개인을 덫처럼 조이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독자의 마음에 쐐기를 박는다. 작가의 분신임에 확실한 소년 ‘나’는 해외로 나가기로 결심한다. ‘나’는 장학금을 얻으러 가서 이렇게 고백한다. “딱히 무엇을 공부하러 가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이곳을 떠나야겠다는 것 뿐입니다.”
○ 추천평
예민한 성찰과 꺼질 줄 모르는 투시력이 결합된 나이폴의 작품은 우리에게 억압의 역사를 직시하게 해준다. – 스웨덴 한림원
놀라울 정도로 통찰력과 재치가 있는 작품이다. 재미있고 날카로운 관찰로 가득 차 있다. -《옵저버》
『미겔 스트리트』는 『포기와 베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상기시키지만, 나이폴의 작품은 자신만의 세계를 뛰어난 감각으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놀랍다. -《뉴욕 타임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