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법철학
G. W. F. 헤겔 / 한길사 / 2008.4.10
이 책은 헤겔 법철학의 기본 취지인 독일어 Recht로 총괄되는 법의 본질을 정리하고 있다.
헤겔의 법철학은 뿔뿔이 흩어져 있는 덕목을 기반으로 행해지는 개별적인 삶의 자세보다도 오히려 그가 속해있는 가족을 망라한 아니 이마저도 넘어서는 전체 사회의 질서체계 내에서 옳고 바른 것을 추구하고 있다. 헤겔에 따르면 법의 지반은 ‘정신적인 것’으로 그의 출발점은 의지이며 이는 더욱 자유로운 의지이다. 그는 인간정신의 가장 깊은 내면에 깃든 주관적 정신의 활동영역을 넘어서는 상호연관된 공동의 장으로서의 객관적인 사회조직 또는 기구의 활동체계에 관한 것임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자유의지를 바탕으로 헤겔은 이 책에서 이성과 현실이 국가라는 형태로 합일되는 모습을 그려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 목차

법의 본질, 그리고 근대 시민사화와 국가에서 법의 역할
서문
서론 : 법철학의 개념
1부. 추상법
1장 재산(소유)
2장 계약
3장 불법
2부. 도덕
1장 기도와 책임
2장 의도와 복지
3장 선과 양심
3부. 인륜성
1장 가족
2장 시민사회
3장 국가
헤겔연보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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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 게오르그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1770 ~ 1831)
독일의 철학자이자 독일 이상주의 (理想主義, Idealismus) 철학의 이론을 완성한 거장. 1770년 독일 남부 슈투트가르트에서 궁정관리의 장남으로 태어났으며, 튀빙겐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했다. 졸업 후 1793년에 스위스로 가서 당시 베른의 영향력 있는 정치가인 폰 슈타이거 (von Steiger) 집안의 가정교사로 일하며 이 가문이 소장한 방대한 양의 서적을 읽는 기회를 가졌다. 여기서 얻은 폭넓고 심오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활용하여 훗날 그는 자신의 철학체계를 세울 수 있었다.

1801년 독일 동부 예나 (Jena) 대학교의 강사직에 임명된 후 불후의 명저 ‘정신현상학’ (Phänomenologie des Geiste, 1807년)을 썼고, 이어서 두 번째 저서인 ‘논리학’ (Wissenschaft der Logik, 1812년)을 출간하였다. 1816년에 하이델베르크대학교 교수로, 1818년에는 당대의 유명한 철학자 피히테의 뒤를 이어 베를린대학교 교수로 임명되었고, 세 번째 명저인 ‘법철학 강요’ (Grundlinien der Philosophie des Rechts, 1821년)를 출간하였다. 대학 강사 시절인 1802년에 당시 독일문화의 중심지였던 드레스덴을 비롯해, 1822년 브뤼셀, 1824년 빈, 1827년 파리와 프라하, 칼스바트로 여행하면서 수많은 전시, 공연, 오페라 등을 관람하였고, 특유의 독창적이고 진지한 예술 감각을 익혔다. 이를 바탕으로 하이델베르크대학교와 베를린대학교에서 ‘미학 또는 예술철학’ (Ästhetik oder Philosophie der Kunst) 강의를 하였으며, 이 내용을 제자인 하인리히 구스타프 호토 (Heinrich Gustav Hotho)가 정리하여 그의 사후 출간한 것이 바로 ‘미학강의’ (Vorlesungen über die Ästhetik) 이다.
일찍이 스피노자와 칸트, 루소 그리고 괴테의 영향을 받았으며, 열아홉 살에 직접 겪은 프랑스 혁명은 그가 이성과 자유에 바탕을 둔 철학을 과제로 삼는 데 하나의 단초가 되었다. 또한 루소의 사상, 고대 그리스의 철학과 예술 나아가 칸트, 피히테 등 당대의 주요 철학들을 깊이 탐구하면서 근대의 온갖 분열된 상황에 맞서 삶의 근원적인 총체성을 되살리려는 이상을 세웠다.
근대철학과 문화, 사회 안에서 주체와 지식의 대상인 객체, 정신과 자연, 자아와 타자, 권위와 자유, 지식과 신념, 계몽주의와 낭만주의 사이의 긴장과 모순으로 가득 차 있는 현상을 헤겔은 ‘절대정신’을 중심으로 하는 자신의 철학체계 안에서 합리적으로 규명하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당대 최고의 철학자로 인정받던 헤겔은 1831년 병으로 사망했지만, 1820년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헤겔학파’를 통해 독일은 물론 세계적으로 그의 철학이 널리 전파되면서 후세에 큰 영향을 끼쳤다.
– 역자 : 임석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뒤, 프랑크푸르트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강사, 명지대학교 철학과 교수를 지냈으며 1987년 한국헤겔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헤겔의 노동의 개념>, <시대와 변증법>, <헤겔 변증법의 모색과 전망>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세계철학사>, <이데올로기와 유토피아>, <역사 속의 이성>,<대논리학>,<마르크스 사상사전>,<피히테와 셸링 철학체계의 차이>,<철학사 강의> 등이 있다.
○ 출판사 서평
독일어의 ‘법’, 즉 ‘Recht’는 법이라는 뜻말고도 ‘정의’, ‘권리’, ‘정당성’과 같은 의미를 함유하는데, 바로 이렇듯 옳은 것, 올바른 것, 지당한 것을 어떻게 정의하고 밝혀내는가가 법의 철학이 추구하는 법의 본질문제가 된다.
인간은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단순한 유아적·단일적이 아닌 가족이라는 공동성을 걸머진 존재이다. 가족의 테두리 안에서 벌써 그는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며 살아가는 방식에서 타자(他者), 즉 가족 성원과의 상관적인 연계망 안에 갇혀 있는 존재이다. 따라서 무엇이 올바른 삶의 자세이고 어떻게 하는 것이 삶의 정도(正道)를 가는 것이냐 하는 판단은 자타를 망라하는 이 공동성을 떠나서 있을 수 없다.
따라서 뿔뿔이 흩어져 있는 상호무관한 단독자의 위치에서 정직, 성실, 예절과 같은 덕목을 기반으로 행해지는 개별적인 삶의 자세보다도 오히려 그가 속해 있는 가족을 망라한 아니, 이마저도 넘어서는 전체 사회의 질서체계 내에서 옳고 바른 것, 즉 독일어 ‘Recht’로 총괄되는 법의 본질을 추구하는 것이 헤겔 법철학의 기본취지이다.
○ 독자의 평
– 헤겔과 ‘법’의 정의
독일어 Recht는 크게 세 의미를 지닌다. 법, 법률, 법규의 의미와 권리, 권한, 자격 등의 의미 그리고 옳음, 정당함, 당연함, 정의라는 의미로 구분된다. 즉 Recht는 법 (규범)이면서도 권리라는 점에서 이중적인 성격을 지닌다. 그렇다면 법이란 무엇이며 그리고 법을 구성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포괄적인 ‘법학’을 다룬 『법철학』을 집어 들게 됐다.
소개할 『법철학』은 철학자 헤겔의 대표적인 저서 중 하나다. 이 책은 헤겔이 철학 교수로서 강의할 당시 필요했던 내용을 모은 교과서로 일컬어 진다. 논리학이 헤겔의 주요 학문인 만큼 ‘법철학’ 또한 남다른 논리적 짜임새가 압권이다. 자칫 다른 개념으로 보일 수 있는 법, 도덕, 인륜성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책의 전반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법철학을 통해 법의 이념 및 개념과 그의 실현을 추구하고자 했으며, 법이 실존해야만 참다운 법이라 일컬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1).
이 책의 본격적인 내용 소개에 앞서 헤겔의 법철학에서 ‘법’의 의미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헤겔의 법(Recht)은 단순히 법률을 뜻하는 용어가 아닌 Recht의 또다른 뜻인 권리, 옳음 등을 모두 포괄하는 광의의 개념이다. 이러한 까닭에 『법철학』은 현대 민법과 유사한 재산법, 친족법 등의 법률 조문뿐만 아니라 개인의 권리와 양심, 더 나아가 가족-시민사회-국가라는 정치학의 틀도 엿볼 수 있다.
360개의 조항으로 이루어진 『법철학』은 서문 및 서론과 본문의 3부로 구성된다. 내용이 방대한 만큼 등장하는 개념도 무수하다. 용어조차 어려운 까닭에 솔직하게 모든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 『법철학』의 본문과 이를 분석한 논문 등을 대조하며 겨우 읽어 나갔음에도 헤겔이 이야기한 즉자·대자적 의지 등의 개념은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얕은 철학적 지식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럼에도 헤겔의 『법철학』이 흥미롭게 느껴졌던 이유는 그가 이야기한 시민사회의 모습이 우리 현대 사회와 닮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헤겔은 빈민구호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인물로 『법철학』에도 빈곤에 관한 대목이 등장한다. ‘빈곤 그 자체가 사람을 천민화하지 않는다’며 천민은 부자나 사회 정부를 향한 분노 여하에 따라 규정된다는 것이다 (§244). 인간이 인간을 결핍하게 만드는 빈곤은 ‘어떤 계급에게 가해지는 불법의 형식’이며 이러한 문제를 퇴치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책을 썼던 1820년대나 지금이나 빈곤은 여전한 문제 중 하나다. 오히려 그때보다 더 극심해진 빈곤에 빈부격차는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한다. 우리는 빈곤을 해결할 수 있을까. 『법철학』은 이와 같은 사회적 고민을 떠올리게 한다.
빈곤뿐만이 아니다. 그는 노동에 따른 인간 소외도 경고했다. 노동의 생산성이 증대되면 그 가치는 떨어진다는 반비례적 관계를 통해, 인간이 기계에 지배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노동이 경제적 차이를 불러일으킴으로써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사람에겐 없어서는 안 되는 노동이 오히려 인간을 지배한다는 주장과 빈부격차를 생성한다는 이야기는 새롭게 느껴졌다.
『법철학』이 흥미로웠던 또다른 이유는 헤겔이 기존의 철학자들의 논리를 하나하나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였다. 헤겔은 칸트의 철학에 영향을 받은 인물이었음에도 그의 철학을 줄곧 비판했다. 『법철학』에도 칸트철학의 핵심 중 하나인 의무론을 비판하고 있었는데, 칸트의 의무론은 ‘인륜의 개념을 이행하지 않으며 단지 공허한 형식주의로써 의무를 위한 의무에 관한 설교 차원 (§135)’이라는 것이다. 칸트 외에도 루소와 폰 할러의 국가론을 비판함으로써 자신의 법철학을 선명히 나타내려는 모습은 신선하게 느껴졌다.
한편 헤겔의 여성관에 아쉬움도 남았다. 『법철학』의 가족편에서 그는 ‘여자의 본분은 본질적으로 결혼에서 성립된다 (§164)’라며 여성의 주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그후 이어지는 §166에서도 남성과 여성의 세계를 구분하며 ‘여성은 철학과 같은 고도의 학문이나 일정한 예술 창작을 위한 적합한 존재는 아니다’라고 적시한다. 사랑을 ‘나와 타자의 일체성을 인식하는 것’이라 정의하고 있음에도 여성을 객체로 바라보는 모순이 아쉬웠다.
헤겔은 『법철학』을 통해 법 (Recht)의 정의와 국가의 형태를 이야기하고자 했다. 그는 철학은 현실에 적용될 수 있어야 하며 이성과 현실에 의해 국가가 성립되기를 바랐다.
그렇다면 현대의 법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독일어 Recht 처럼 법제도, 올바름, 권리 등을 모두 포괄하는 뜻인가. 이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와 함께 우리에게 국가는 어떤 형태인지, 군주제가 아닌 민주정이 정말 옳은 형태인지 등을 『법철학』을 통해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