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분신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 열린책들 / 2010.05.10
– 세계 문학사의 위대한 대문호 도스또예프스끼의 문제작!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또예프스끼 장편소설 ‘분신’. 도스또예프스끼의 초기 작품 중에서 독자와 비평가에게 냉대 받았지만, 연구자들에게는 가장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분신’과 역자 해설, 연보를 수록했다.
하급 관리 골랴드낀이 점차 심리적으로 붕괴해가는 과정을 지루한 전개 방식, 단조로운 인물 구조, 다듬어지지 않은 문체, 반복적인 서술로 그려내고 있다.
리얼리티의 저급한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가난하고 학대받는 사람들의 상황을 사진처럼 자세하게 묘사함으로써 자연주의적인 테마를 한 단계 발전시켜 심리주의의 차원에 올려놓았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처음 쓴 소설 ‘가난한 사람들’로 일약 문학계의 스타로 떠올랐다가 그 다음에 야심차게 쓴 ‘분신’으로 추락한다. 그토록 열광적인 찬사를 보냈던 독자며 비평가들이 갑자기 돌아서 버린 것이다. 그런데도 작가 본인은 이 작품의 성공을 확신했다. “골랴드낀(소설의 주인공)은 저를 성공의 절정으로 데려다 주었답니다.” 실제로는 당시에 망했다. 하지만 오늘날 비평가와 독자들한테는 격찬을 받았다.
‘분신’은 분열된 자아, 그러니까 똑같은 자신인데 정확히는 자신과는 다른 사람을 보게 되는 환상을 그린 소설이다.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는 시대를 너무 앞서갔다. 자신과 꼭 닮았으면서 자신보다 훨등한, 분신(도플갱어)이 갑자기 나타나서 서로 갈등한다는 이야기다.
자아 분열 혹은 다중 인격, 또는 도플갱어를 다룬 이야기는 대개 복잡하고 애매하고 우울하다. 하지만 때로는 아주 대박나는 재미를 주기도 한다. 개인적 체험으로는 대개 다 별로였다. 아무래도 심리적으로 쾌감이나 통쾌감이 없는 탓인 듯.
다중인격 살인자를 다룬 영화, 제임스 맨골드의 ‘아이덴티티’를 끝까지 흥미롭게 봤다. 과연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 싶었기 때문에 그랬다. 알고나면 허탈하지만, 보는 내내 재미는 있다.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 ‘적의 화장법’은 이 소재 ‘자아분열’로 반전을 만든다. 곰곰 생각해 보니, ‘지킬과 하이드’도 있다. 스포일러가 되려나.
이 소설 ‘분신’을 바탕으로 혹은 아이디어를 차용해서 만든 영화도 있다. 나탈리 포트만이 주연으로 나오는 ‘블랙 스완’은 두 개의 인격으로 분열되면서 강렬한 긴장감을 만들긴 했지만 딱히 재미있다고 하긴 그렇다. 영화 ‘더블 : 달콤한 악몽’은 보다가 잤다. 영화적인 것과 소설적인 것은 아무래도 다른 듯.
소설 ‘분신’은 우리의 실제 사회 생활을 극사실주의 판타지로 보여준다. 너무나 공감하고 심히 절감해서 무서울 지경이다.
우리는 자신의 참된 자아가 아니라 가면, 즉 거짓된 자아를 연기하고 있다. ‘분신’의 주인공처럼 자아 분열 정신병에 걸릴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사회생활은 때때로 자아에 많은 상처와 스트레스를 준다. 대개들 가장 미운 사람 1순위가 직장상사 아닌가. 그리고 비굴하게 사는 자기 자신이 2순위겠고.
하급 관리 골랴드낀의 심리적 붕괴, 그의 일상, 그의 자존심, 그의 자의식은 오늘날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다음은 이 소설 ‘분신’의 일부다. 길을 가다가 아는 사람 만났을 때 주인공이 속으로 중얼거리는 소리다. “‘인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대답을 해, 말아? 아는 체를 해야 하는 거야, 뭐야, 이거?’ 우리의 주인공은 엄청난 고민에 빠져 머리를 짜내기 시작했다. ‘내가 아니고, 놀랄 정도로 나랑 닮은 누구 다른 사람인 척할까?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태연하게 쳐다 봐?'”
마음에 없으면서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야 한다. 속으로는 화가 풀릴 때까지 저 인간을 때려주고 싶은데 얼굴은 웃으며 입은 덕담을 말한다. 통제를 못하고 분출해 버리기도 하지만 가끔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첫 번째 소설 ‘가난한 사람들’에서 인물의 외부 모습과 주변 환경 묘사가 아닌 인물의 심리, 심중 묘사에 초점을 맞춰 썼다. 두 번째 소설 ‘분신’에서는 분열된 심리의 모습을 그려냈다. 미래의 문학 수법을 써내고 있었던 것이다.
소설 ‘분신’은 뒤에 나올 대작의 서곡이다. 특히, ‘죄와 벌’을 미리 보는 느낌이다. 소심함과 자의식, 그리고 갈팡지팡하는 성격에 혼자서 중얼거리는 주인공. 종종 꿈이나 환각에 빠져서 현실을 이탈해 버린다. 빛과 그림자처럼 쌍둥이 분열자아의 캐릭터들인 라스꼴리니꼬프와 스비드리가일로프.
○ 목차
분신- 뻬쩨르부르그 서사시
위대한 소설의 전주곡
도스또예프스끼 연보
○ 저자소개 : 도스토예프스키 (Fyodor Mikhailovich Dostoevskii)
러시아의 심리학자이자 소설가이다.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과 세계에 존재하는 불변의 진리를 종교·철학·사상적 관점에서 예술적으로 승화시켜 20세기 문학 전반에 심오한 영향을 주었다. 톨스토이와 함께 19세기 러시아 리얼리즘 문학을 대표하며 인간 심성의 가장 깊은 곳까지 꿰뚫어 보는 심리적 통찰력으로, 특히 영혼의 어두운 부분을 드러내 보임으로써 20세기 소설 문학 전반에 심오한 영향을 주었다.
모스크바 말린스키 시립병원 의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사형선고를 받은 사형수로서 사형 집행 몇 분 전에 특사를 받은 바 있었고, 4년간의 시베리아 유형생활과 불치의 간질병 등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질곡과 고난을 다 겪으며 살았다. 절망적인 인생을 살아왔던 그였지만, 인간 내면의 추악함에만 집착하지 않고 영혼의 아름다움과 궁극적인 정화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가 집필한 전 작품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상적 기조는, 인간 생활에 있어서 모순되는 선과 악의 투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죄와 벌』『백치』『악령』『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등 그의 장편소설들은 삶의 지혜와 영혼의 울림을 전달하는 데 예술이 매체로 이용된 뛰어난 본보기이며, 그에게 세계문학사상 가장 위대한 소설가의 한 사람이라는 명성을 안겨주었다.
모스크바 빈민구제병원 의사의 차남으로 태어나 15살 때까지 생가에서 지냈다. 공병학도와 작가 시절을 보낸 페테르부르크는 이야기의 무대로서 여러 편의 작품에 등장한다. 1846년 첫 작품 『가난한 사람들』로 비평가 펠린스키로부터 ‘제 2의 고골리’라는 격찬을 받으며 화려하게 문단에 데뷔하였다. 데뷔 전에 도스토옙스키로부터 직접 작품을 건네받아 읽었던 네크라소프는 감동을 받은 나머지 밤중에 그의 집을 찾아갔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데뷔는 화려했을지 모르나, 이어서 발표한『이중인격』은 혹평을 면치 못했다.
그 후 미하일 페트라셰프스키 주재의 이상적인 사회주의 모임의 일원이 되었다는 이유로 1849년 당국에 의해 체포되었다. 사형판결을 받고도 총살형이 집행되기 직전에 황제의 명으로 특별 사면되어(이 일련의 특사는 모두 계획된 것이었다고 전해진다) 시베리아에 유형을 가는 것으로 감형되었고, 옴스크에서 1854년까지 유배생활을 하였다. 이 시기의 체험을 바탕으로 나중에 『지하실의 수기』를 펴냈다. 그 밖에도 『백치』 등의 작품에 사형집행 직전의 심정을 묘사하는 등 이 사건 이후 그의 작품 색깔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형을 마치고 군대에서 사병으로 근무한 후 1858년에 페테르부르크로 귀환한다. 이 무렵에 이상주의적 사회주의자에서부터 기독교적 인도주의자로의 사상적 변화를 겪었다. 그는 다시 창작에 정열을 쏟아 그는 다시 창작에 정열을 쏟아 『스테판치코포의 마을』 『학대받고 멸시받는 사람들』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이후 유럽 여행을 떠난 도스토예프스키는 한때 도박에 빠져 빚에 시달리면서도 계속되는 창작 활동을 통해 『악어』 『도박사』 『영원한 남편』 등을 써내려갔고,『백치』『악령』을 잡지『루스키 베스트니크』에 연재했다. 또한 그 시기에 그를 세계적인 대문호로 만들어준 작품『죄와 벌』을 발표하였고 호평을 받았다.
1858년 페테르부르크로 돌아와서『온순한 여인』을 비롯한 몇 작품들을 모아『작가일기』라는 제목의 책으로 발표했다. 『우스운 자의 꿈』은 이듬해에『작가일기』에 추가되어 발표되었다. 1878년부터 1880년까지 도스토예프스키는 그의 마지막 작품인『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루스키 베스트니크』에 연재한다. 1881년 1월 28일, 고질적인 폐질환이 악화되어 6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으며, 유해는 같은 달 31일에 페테르부르크 소재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사원 묘지에 안장되었다.
최근 한국에서 그의 작품을 ‘돈’이라는 코드로 재해석 하기도 하였다. 지주 출신인 톨스토이, 투르게네프, 곤차로프 등 다른 작가가 돈에 초연했던 것과 달리, 그는 돈에 얽힌 작가의 개인사와 소설 속 주인공의 복잡한 심리를 풀어내었으며, ‘가난한 사람들’부터 최후의 대작 ‘카라마조프…’에 이르기까지 돈은 도스토예프스키 소설의 중심 모티브라고 분석하였다.
○ 출판사 서평
뻬쩨르부르그 서사시”라고도 불리는 작품. 『가난한 사람들』로 일약 러시아 문단의 총아로 떠오른 도스또예프스끼가 벨린스끼와 만나면서 그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 보이는 작품이다. 당시 문단의 많은 관심과 다양한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삶의 의욕을 상실한 채 그럭저럭 살아가는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하급 관리 골랴드낀 앞에 어느 날 그와 똑같이 생긴, 그러나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제2의 골랴드낀이 등장한다. 이러한 『분신』은 의식의 분열이라고 하는 도스또예프스끼 창작의 가장 중요한 테마를 예고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 독자의 평
분신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중에서 가장 문체와 구성이 조잡하고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내용이 산만하고 정신없는 것은 주인공 골랴드낀의 심리 상태를 그대로 반영해서 나타난 결과이므로, 그 점이 이 소설의 단점이 될 수는 없다고 본다. 하지만 정신 착란 증세를 보이는 주인공 골랴드낀의 두서없는 말과 행동은 나까지 머리가 어지럽게 만든다.
초반에는 작은 골랴드낀이 도플갱어인가? 싶었는데, 이야기가 전개될 수록 작은 골랴드낀은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이 아닌 스스로가 만들어낸 가상의 존재, 자신의 다른 인격일 뿐이었다. 작은 골랴드낀은 골랴드낀이 곤란해할 행동을 저지르며 골랴드낀을 궁지로 몰아간다. 작은 골랴드낀은 억압된 자아의 발현으로서 골랴드낀과 정반대의 성격과 행동을 보여준다.
살다보면 나자신이 답답하게 느껴져 나와는 정반대의 또다른 자신이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 상상해보곤 한다. 모든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에 대한 동경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골랴드낀처럼 자신에게만 보이는 분신을 만들어내는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매우 소름끼치고 무섭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