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수전 손택의 말 : 파리와 뉴욕, 마흔 중반의 인터뷰
수전 손택, 조너선 콧 / 마음산책 / 2015.4.15
– 파리와 뉴욕에서 수전 손택과 함께한 시간, 35년 만에 완전히 공개된 마흔다섯 살의 인터뷰
1978년은 수전 손택에게 특별하다. 전해인 1977년 역작 ‘사진에 관하여’를 출간해 한창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었고, 1974년 유방암 선고를 받고서 수술과 투병으로 보낸 2년여 동안 구상한 또 다른 역작 ‘은유로서의 질병’이 출간된 해이기 때문이다. 1978년 수전 손택은 정확히 마흔다섯, 이를테면 사십 대의 절정에 이르렀고, 그간의 신념과 저서 그리고 자신의 일상을 돌아보는 일은 죽음을 관통해 생의 한가운데로 돌아온 그녀에게 남은 생의 방향을 잡는 일이 될 터였다. 그래서 수전 손택은 이즈음의 한 인터뷰에서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는 앎을 얻었지만, 또한 지금 죽지 않았다는 사실에 희열을 느낀다”고 말하며, 자신에 관한 가십거리 담론이 싫어서 오랫동안 묻어두었던 깊은 속내를 털어놓았고, 그럼으로써 ‘살아 있음’을 재확인/재증명했다. 요컨대 인터뷰를 통해 그는 자기 삶의 전권이 여전히 자신에게 있음을 말하고 있었다.
‘수전 손택의 말’은 이런 수전 손택이 1978년 롤링스톤과 가졌던 인터뷰를 오롯이 담은 책이다. 다양한 매체의 인터뷰를 엮은 것이 아니라, 하나의 긴 인터뷰를 원래의 호흡대로 담았다. 인터뷰에서 수전 손택은 자신의 책들의 내용과 표지에 관한 소소하고 즐거운 에피소드를 늘어놓을 뿐 아니라, 카프카, 베케트 등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 빌 헤일리 앤 더 코메츠, 척 베리 등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션, 그리고 글쓰기에 관한 지론은 물론이고 파리와 뉴욕 등 자신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는 도시들에 관해서도 서슴지 않고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문학, 영화, 음악, 사회, 성, 사랑, 여행 등 다양한 주제에 걸쳐 생기 있게 긴장과 이완을 번갈아가는 수전 손택의 말에서 여지없이 그만의 지성이 배어난다. 정갈하게 통제한 언어로 자기 노출을 삼가던 평소와 달리, 조금은 압력을 뺀 ‘사람 손택’의 진정한 모습을 보는 일이 즐겁다.
이 인터뷰는 1978년 6월 파리에서, 다섯 달 뒤인 11월 뉴욕에서 모두 12시간에 걸쳐 이루어졌고, 그중 3분의 1만이 롤링스톤 1979년 10월 4일 자에 게재되었다. 인터뷰 전문이 공개된 것은 35년 만에 이 책을 통해서가 처음이다.
○ 목차
서문┃조너선 콧
수전 손택의 말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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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 수전 손택, 조너선 콧
– 저자 : 수전 손택 (Susan Sontag)
미국 최고의 에세이스트이자 평론가, 소설가로 1933년 1월 뉴욕에서 태어났다. 첫 소설 ‘은인’ (The Benefactor, 1963)과 에세이 ‘캠프’에 대한 단상’ (Notes on ‘Camp’, 1964)을 발표하면서 문단과 학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66년 평론집 ‘해석에 반대한다’에서 서구 미학의 전통을 이루던 내용과 형식의 구별,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구별에 반기를 들며 화려한 명성을 얻었다. 그 뒤 극작가, 영화감독, 연극연출가, 문화비평가, 사회운동가 등 끊임없이 변신을 거듭한 손택은 ‘새로운 감수성의 사제’이자 ‘뉴욕 지성계의 여왕’, 그리고 ‘대중문화의 퍼스트레이디’로 미국 문화의 중심에 우뚝 섰다.
미국 펜클럽 회장을 역임하는 동안(1987 ~ 1989)에는 한국을 방문해 구속 문인의 석방을 촉구했고, 1993년에는 사라예보 내전 현장에 가서 ‘고도를 기다리며’를 상연하는 등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의 면모도 아낌없이 보여 줬다. 2003년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 ‘독일출판협회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한 ‘사진에 관하여’ (1977)와 ‘전미도서상’ 소설 부분 수상작인 ‘인 아메리카'(1999)를 비롯해 네 권의 평론집과 여섯 권의 소설, 네 권의 에세이, 네 편의 영화 시나리오와 두 편의 희곡이 있으며 현재 32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널리 읽히고 있다.
2004년 12월, 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유해는 파리의 몽파르나스 공동묘지에 안장됐다.
– 저자 : 조너선 콧 (Jonathan Cott)
에디터이자 작가. [롤링스톤]의 창립 공신이다. [롤링스톤]을 통해 존 레넌, 밥 딜런, 글렌 굴드, 레너드 번스타인 등과 명대담을 남겼고 책으로 출간했으며, [뉴욕타임스] [뉴요커] 등에 오랫동안 기고했다. 『옴 세티를 찾아서(The Search for Omm Sety)』 『기억의 바다에서(On the Sea of Memory: A Journey from Forgetting to Remembering)』 등 20여 권의 책을 냈다. 뉴욕에 살고 있다.
– 역자 : 김선형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르네상스 영시 연구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세종대학교와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연구교수로 재직했다. 옮긴 책으로 『다시 태어나다』, 『시녀 이야기』,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 『캐주얼 베이컨시』, 『바보들의 결탁』, 『곤충극장』, 『프랑켄슈타인』, 『셀린』, 『가재가 노래하는 곳』, 토니 모리슨의 『빌러비드』, 살만 루슈디의 『수치』, 카렐 차페크의 『도롱뇽과의 전쟁』,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등이 있고, 2010년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로 유영번역상을 수상했다.

○ 책 속으로
수전 손택의 시각은 달랐다. “나는 인터뷰라는 형식을 좋아해요.” 그녀는 언젠가 내게 말했다. “대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문답을 좋아하기 때문에 인터뷰를 좋아하는 거죠. 그리고 내 사고의 상당 부분이 대화의 소산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어떤 면에선 글쓰기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혼자 해야 하고 그래서 나 자신과의 대화를 꾸며내야 한다는 사실이에요. 이건 본질적으로 자연스럽지 못한 활동이거든요. 저는 사람들에게 말하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은둔자가 되지 않을 수 있는 거죠. 그리고 대화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낼 기회를 주죠. -「서문」에서
당신은 지금의 우리가 존재하는 양상의 전부와 과거의 우리 모습 모두가 문학 덕분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책들이 사라진다면 역사도 사라질 것이고, 인간 역시 사라질 것이라고요. 나는 당신의 말이 옳다고 확신합니다. 책들은 우리 꿈 그리고 우리 기억의 자의적인 총합에 불과한 게 아닙니다. 책들은 또한 우리에게 자기 초월의 모델을 제공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독서를 일종의 도피로 생각할 뿐입니다. ‘현실’의 일상적 세계에서 탈피해 상상의 세계, 책들의 세계로 도망가는 출구라고요. 책들은 단연 그 이상입니다. 온전히 인간이 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서문」에서
프루스트 전공자인 제 친구가 아내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된 적이 있어요. 그는 끔찍한 질투심에 시달렸고 심한 상처를 받았어요. 그때 그는 질투를 다루는 프루스트의 작품을 완전히 다른 기분으로 읽게 되었고 질투의 본질에 대해 사색하기 시작하면서 그 관념들을 계속 집요하게 파고들었다고 내게 말했어요. 그 과정에서 프루스트의 텍스트들은 물론이고 자신의 경험과도 전적으로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되었다고요. (…) 과거에 프루스트의 작품에서 질투에 대해 읽을 때는 자기 경험의 일환이 아닌 무언가를 읽는 사람의 방식으로 읽었던 거죠. 정말로 체험해보기 전까지는 진심으로 실감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 19쪽
나는 항상 상대의 잘못을 탓하기보다는 책임을 지는 쪽을 선호합니다. 나 자신을 희생자로 보는 게 정말 싫어요. 차라리 뭐랄까, 내가 이 사람과 사랑에 빠지기를 선택했는데 알고 보니 개새끼였어, 이렇게 말하는 게 나아요. 그건 ‘내가 한’ 선택이었으니까요. 더욱이 다른 사람을 탓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남을 바꾸기보다는 나 자신을 바꾸는 게 훨씬 쉽거든요. – 34쪽
성적인 전형들에 대해서 말하자면 말이죠, 얼마 전 밤에 빈센스대학 세미나에 초청을 받아 갔다가 데이비드(손택의 아들 데이비드 리프)와 겪은 상황이 있어요. 세미나가 끝나고 데이비드와 나 말고도 네 사람이 같이 커피를 마시러 갔습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세미나에서 같이 온 사람들이 모두 여자였어요. 테이블에 다 같이 앉았는데 그중 한 여자가 프랑스어로 데이비드에게 말하더군요. “아, 딱한 남자 같으니. 여자 다섯하고 한 테이블에 앉게 돼서 어떡해요!” 그러자 모두 웃음을 터뜨렸어요. 그래서 내가 그 여자들에게 말했습니다. 모두 빈센스대학의 교수였지요. “지금 무슨 말들을 하고 계시는지 알아요? 얼마나 자존감이 낮은 건지 아시냐고요?” – 38쪽
독서는 제게 여흥이고 휴식이고 위로고 내 작은 자살이에요. 세상이 못 견디겠으면 책을 들고 쪼그려 눕죠. 그건 내가 모든 걸 잊고 떠날 수 있게 해주는 작은 우주선이에요. 그러나 제 독서는 전혀 체계적이지 못해요. 굉장히 빨리 읽는다는 점에서는 아주 운이 좋은 편이죠. 대다수 사람들에 비해 저는 속독가라고 생각되는데, 많이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대단히 유리하지만 어디 한 군데 진드근히 머무르지 않기 때문에 단점도 많아요. 저는 그냥 전부 흡수한 후에 어디선가 숙성되기를 기다리거든요.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무식하답니다. – 66쪽
사실 탐욕스럽게 퍼져 나가는 파시즘적 문화 충동이라는 게 저도 있다고 봅니다. 전통적인 사례를 들자면, 현대 대중문화에서 우리가 활용하는 모든 사례에 앞서는 전례가 있죠. 바로 니체입니다. 니체는 정말로 나치즘에 영감을 주었고, 그의 저작들에는 나치 이데올로기를 예시하고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내용들이 실제로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저는 니체를 전부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언제든 그런 방식으로 발전될 수 있는 사상이라는 걸 부정할 생각도 없지만요. – 73쪽
투손에서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건 어마어마한 변화였죠. LA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버클리로 갔다가 시카고대학으로 진학했고, 다음에는 하버드대학원으로 갔어요. 그리고 캘리포니아에서 잠시 지내다가 뉴욕으로 갔어요. 사람들은 제가 뉴요커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스물여섯이 되어서야 이사한걸요. … 마침내 고향 모스크바에 돌아온 마샤(1967년 소련에서 태어난 러시아 언론인 겸 작가로 1981년 미국으로 이주했지만 10년 뒤 다시 모스크바로 돌아와 지금까지 살고 있다) 같은 기분이었죠. 전 항상 뉴욕에 살고 싶었고, 그렇게 될 거라는 걸 알았어요. 내가 선택해서 뉴요커가 된 사람이죠. – 184쪽

○ 출판사 서평
– 파리와 뉴욕에서 수전 손택과 함께한 시간, 35년 만에 완전히 공개된 마흔다섯 살의 인터뷰
1978년은 수전 손택에게 특별하다. 전해인 1977년 역작 『사진에 관하여』를 출간해 한창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었고, 1974년 유방암 선고를 받고서 수술과 투병으로 보낸 2년여 동안 구상한 또 다른 역작 『은유로서의 질병』이 출간된 해이기 때문이다. 1978년 수전 손택은 정확히 마흔다섯, 이를테면 사십 대의 절정에 이르렀고, 그간의 신념과 저서 그리고 자신의 일상을 돌아보는 일은 죽음을 관통해 생의 한가운데로 돌아온 그녀에게 남은 생의 방향을 잡는 일이 될 터였다. 그래서 수전 손택은 이즈음의 한 인터뷰에서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는 앎을 얻었지만, 또한 지금 죽지 않았다는 사실에 희열을 느낀다”고 말하며, 자신에 관한 가십거리 담론이 싫어서 오랫동안 묻어두었던 깊은 속내를 털어놓았고, 그럼으로써 ‘살아 있음’을 재확인/재증명했다. 요컨대 인터뷰를 통해 그는 자기 삶의 전권이 여전히 자신에게 있음을 말하고 있었다.
『수전 손택의 말』은 이런 수전 손택이 1978년 [롤링스톤]과 가졌던 인터뷰를 오롯이 담은 책이다. 다양한 매체의 인터뷰를 엮은 것이 아니라, 하나의 긴 인터뷰를 원래의 호흡대로 담았다. 인터뷰에서 수전 손택은 자신의 책들의 내용과 표지에 관한 소소하고 즐거운 에피소드를 늘어놓을 뿐 아니라, 카프카, 베케트 등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 빌 헤일리 앤 더 코메츠, 척 베리 등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션, 그리고 글쓰기에 관한 지론은 물론이고 파리와 뉴욕 등 자신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는 도시들에 관해서도 서슴지 않고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문학, 영화, 음악, 사회, 성, 사랑, 여행 등 다양한 주제에 걸쳐 생기 있게 긴장과 이완을 번갈아가는 수전 손택의 말에서 여지없이 그만의 지성이 배어난다. 정갈하게 통제한 언어로 자기 노출을 삼가던 평소와 달리, 조금은 압력을 뺀 ‘사람 손택’의 진정한 모습을 보는 일이 즐겁다.
이 인터뷰는 1978년 6월 파리에서, 다섯 달 뒤인 11월 뉴욕에서 모두 12시간에 걸쳐 이루어졌고, 그중 3분의 1만이 [롤링스톤] 1979년 10월 4일 자에 게재되었다. 인터뷰 전문이 공개된 것은 35년 만에 이 책을 통해서가 처음이다.
그해 [롤링스톤]지에 인터뷰 기사를 게재한 바 있는 콧이 손택의 사후에 편집도 논평도, 그 어떤 다른 매개도 없이 열두 시간에 걸친 긴 대화 속에서 포착한 그녀의 ‘육성’을 그대로 다시 한 번 ‘옮겨 적어’야겠다고 결심한 건, 아마도 인터뷰어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첨언과 해석의 권리를 포기하고 불필요한 신화의 양산에 동조하지 않겠다는 뜻일 것이다. 그리하여 이 책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몰개성적 ‘글’이 아니라 1978년 싱그러운 어느 여름날, 파리와 뉴욕이라는 특수한 시공간에서 발화된 사적이고 특수한 ‘말’을 성실하게 포착한다. 추임새와 웃음소리를 포괄하는 이 대화 속 수전 손택의 말에는 목소리가 있고, 체온이 있고, 감정이 배어난다. 그녀의 삶을 종단하는 서사는 없지만, 그녀 삶의 짧은 한 순간을 함께 횡단하는 체험이 있다. -「옮긴이의 말」에서
– ‘글’이 아닌 ‘말’로 읽는 수전 손택, 사람 손택 내면의 방으로의 초대장
수전 손택의 시각은 달랐다. “나는 인터뷰라는 형식을 좋아해요.” 그녀는 언젠가 내게 말했다. “대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문답을 좋아하기 때문에 인터뷰를 좋아하는 거죠. 그리고 내 사고의 상당 부분이 대화의 소산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어떤 면에선 글쓰기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혼자 해야 하고 그래서 나 자신과의 대화를 꾸며내야 한다는 사실이에요. 이건 본질적으로 자연스럽지 못한 활동이거든요. 저는 사람들에게 말하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은둔자가 되지 않을 수 있는 거죠. 그리고 대화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낼 기회를 주죠. -「서문」에서
인터뷰에 대해 수전 손택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인터뷰는 그에게 “자신과의 대화를 꾸미는 일” “자연스럽지 못한 활동”에서 벗어나는 일이었고, 자신이 진정 생각하는 바를 알아내는 길이었다. 그래서 『수전 손택의 말』은 작심하고 쓴 그의 다른 저서들과는 결이 다르지만, 그 자체로 수전 손택 저서이자 수전 손택의 글과 철학과 취향과 생활을 한데 담은 진정성 있는 기록이 될 수 있었다.
수전 손택의 내밀한 모습을 담아내는 데에는 인터뷰어인 조너선 콧의 역할이 큰 몫을 했다. [롤링스톤] 구상 단계부터 함께한 창립 공신 에디터이자 저술가인 조너선 콧은, 인터뷰 중에도 언급하듯, 수전 손택이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강의하던 시절 학부 수업을 들은 학생이었다. 졸업 후 그는 [롤링스톤] 유럽 지역 편집자를 맡고 기고하는 등 수전 손택과 꾸준히 교집합을 이루어갔고, 수전 손택이 『사진에 관하여』를 출간하고 『은유로서의 질병』 출간을 눈앞에 두었을 무렵 오랜 기다림 끝에 인터뷰를 제의했다. 그래서 『수전 손택의 말』은 수전 손택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에, 사제 간의 라포를 바탕으로, 그 어떤 인터뷰보다 편안하게 발화된 밀도 높은 대화를 담게 되었다. 최소한만 개입하며 일상 화제부터 철학적 난제까지 수준 높은 질문을 던지는 조너선 콧과, 모든 질문을 내다본 듯 다부진 답변을 내어놓는 수전 손택, 이 두 사람의 대화에는 여느 저서와 다른, 아늑한 거실에서 와인을 사이에 두고 나누는 말처럼 생생하고 느긋한 현장감이 있다. 수전 손택과 조너선 콧이기에 가능했던 화학작용이 이 책에 고유성을 더한다.
콧 / 프랑스의 삶과 문화에 특별한 동질감을 느끼시는 것 같은데요.
손택 / 그건 확실해요. 정말 그랬죠. 애초에 그래서 거기 정착하게 된 거예요. 전 머릿속에서 상상 속 프랑스를 그리고 있었어요. 발레리와 플로베르와 보들레르와 랭보와 지드로 이루어진 세계였죠. – 183쪽
뉴욕은 내가 굳건한 소속감을 느끼는 장소고 내 본거지라는 느낌을 주며 내가 돌아갈 곳이기도 해요. – 187쪽
수전 손택의 꾸미지 않은 모습을 담을 수 있었던 데엔 인터뷰 장소 또한 중요했다. 사후 수전 손택이 안장되었을 만큼 큰 친밀감을 형성했던 파리, 그리고 “뉴욕 지성계의 여왕”이라는 수식어에서 알 수 있듯 수전 손택의 거점이지 않은 적이 없었던 뉴욕. 수전 손택이 강한 소속감을 느낀 이 두 도시에서의 인터뷰는 수전 손택에게 홈경기와 같은 것이었고, 그 덕에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인 ‘분위기’를 자유롭고 편안하게 이끌어낼 수 있었다. 파리와 뉴욕이 주는 안정감 안에서 수전 손택은 말하기를 자극받는다. 작품을 이야기할 땐 냉철하게, 가족을 이야기할 때 애틋하게, 세상을 이야기를 할 땐 비딱하게, 이 책에서 그는 누구의 선입견도 작용하지 않은 바로 그 수전 손택으로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전한다.
– “군더더기 없고, 정확하고, 요란하지 않고, 꾸밈없는” 수전 손택의 확실한 기록
1965년의 일기에서 수전은 다짐한 바 있다. “[파리리뷰]의 릴리언 헬먼만큼 명료하고 + 권위적이고 + 직접적인 말투를 갖출 수 있을 때까지 인터뷰는 일절 하지 않을 것.” 그로부터 13년 후, 6월 중순의 어느 햇살 맑은 날 나는 16구에 자리한 수전의 파리 아파트에 도착했다. 그녀와 나는 거실의 소파 두 개를 차지하고 앉았고, 나는 우리 사이에 놓인 테이블에 카세트테이프 녹음기를 꺼내놓았다. 그리고 나는 내가 던지는 질문들에 대한 그녀의 명료하고 권위적이고 직접적인 답변을 경청했다. 수년 전 스스로 목표로 했던 화법을 터득한 게 분명했다. -「서문」에서
이 인터뷰가 이루어진 1978년, 수전 손택은 보다 명료하고 권위 있고 직접적인 말투를 갖춘, 완전체에 가까운 수전 손택이었다. 여타 작가와 작품에 대해서 호불호가 더욱 뚜렷해졌고, 사회에는 보다 강한 발언을 할 수 있을 만큼 입지를 다졌다. 더욱이 암과 고투한 끝에 다시 삶을 찾은 상태였다. 그래서 모든 것이 분명해진 이때의 수전 손택의 말은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하다. 아집과 자만에서가 아니라, 버릴 것과 취할 것에 대한 확신에서 내뱉는 수전 손택의 당찬 말들이 긴 대화에 빼곡하다.
제라드 맨리 홉킨스와 듀나 반스를 열렬하게 좋아했죠. 지금은 둘 다 도저히 못 읽겠더라고요. 그렇지만 각자 그 나름대로 훌륭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그냥 그 사람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모든 걸 배웠고, 그들의 글쓰기가 내 머릿속에 새겨져 있어서 줄줄 외울 정도라는 말이죠. 그 작가들을 철저히 흡수했는데 다시 읽는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외려 그 두 작가에게서 배운 게 뭐든 거기서 탈피하고 싶을 뿐이에요. – 132~133쪽
수전 손택은 직접적인 화술과 행동가적 면모 때문에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정형화된 이미지를 가져왔다. 하지만 『수전 손택의 말』에서 그는 ‘사람 손택’의 모습이 두드러진다. 행동가, 비판자라는 고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순간순간 강렬한 모성을 드러내기도 하며 어린 시절 도시들을 오가며 자란 쓸쓸한 기억을 털어놓기도 한다. “전 자신을 스스로 창조했다는 생각을 해요. 그게 저한테는 효과가 있는 착각이에요”라며(194쪽) 스스로 일군 것을 기특해하는 모습이 더없이 인간적이다. 타인의 입이 아니라 본인의 입으로 조직하는 수전 손택의 형상은 선도 면도 아닌 입체다. 12시간에 달하는 긴 호흡을 함께하다 보면 냉철하되 인간적이며 “군더더기 없고, 정확하고, 요란하지 않고, 꾸밈없”는 다양한 매력의 수전 손택을 느낄 수 있다.
○ 추천평
감명 깊게 읽었음에도 정작 지은이를 기억 못하게 만드는 책이 있습니다. 어떤 예외적인 텍스트는 작가를 미치도록 궁금하게 만들지요. 친근하게 다가와서는 불쑥 자신만의 내면의 방으로의 초대장을 독자에게 건네주는 듯한 텍스트를 써내는 작가가 그렇습니다. 저에겐 수전 손택이 그런 예외적 존재입니다 .
“군더더기 없고, 정확하고, 요란하지 않고, 꾸밈없”는 문체를 구사한다고 소문난 손택입니다. 하지만 제가 손택의 문장을 읽으면, 머릿속에서 그만의 글쓰기 비법에 대한 궁금증이 사라집니다. ‘사람?손택’에 대한 관심이 문장 스타일의 비법에 대한 호기심을 압도해버리니까요.
언젠가 기회가 있으면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던 사람입니다. 안타깝게도 그는 세상을 떠났지만 다행히 여기 인터뷰 기록 속에서 우리는 ‘사람?손택’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에서 손택은 자신의 책과 사랑 그리고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 인터뷰 기록을 읽는 동안 전 마치 손택과 와인을 함께 마시고 있는 착각에 빠졌습니다. 저는 이 책에서 뛰어난 문장으로 유명한 ‘에세이스트?손택’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사람?손택’과 만났습니다. 그래서 전 와인을 마시며 이 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 노명우(사회학자)

○ 독자의 평 1
수전 손택의 글은 <사진에 관하여>가 처음이었다. 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어떻게 이런 관점으로 볼 수 있을까. 놀랐다. 그리고 ‘사진’이라는 매체에 대한 내 생각도 영향을 받았다. 그녀에게 설득된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그녀는, 치열하고 지적이지만 같이 이야기 하면 나의 저열하고 세속적인 속성을 들켜버릴 것 같아 대화는 꺼리게 되는 그런 ‘분’이었다. 암과 투병하며 질병에 관한 글을 썼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도 ‘대단하다’는 생각 한 편에, 가까이 하기엔 가슴으로 너무나 먼 존재였다. 그러다 무슨 책을 샀는지는 모르겠으나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책갈피를 사은품으로 받게 되었고, “사람은 ‘무엇’에 대해서든 철학을 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서 사랑에 빠지면 사랑이 뭔지 생각하기 시작하잖아요.” 라는 문구에 끌려,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파리와 뉴욕을 오가며 인터뷰했던 내용을 그대로 옮긴 형식이라는 점에서 안심하고 책을 펴들었다. 다른 누군가에 의해 말이 편집된다는 것은 언제나 왜곡의 가능성이 있다. 인터뷰 전문을 그대로 읽어도 역시, 나 자신의 생각에 의해 왜곡되어 이해될 수 있지만, 그건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니 어쩌겠는가. 아무튼 그녀, 수전 손택은 내가 상상했던 모습보다 훨씬 강렬했다.
“독서는 제게 여흥이고 휴식이고 위로고 내 작은 자살이에요. 내가 모든 걸 잊고 떠날 수 있게 해주는 작은 우주선이에요”라고 할 정도로, 엄청난 독서량을, 게다가 문장 하나하나와 생각을 모두 흡수해서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고 동화하며 (혹은 통렬히 비판, 반대하며) 지내온 시간을 느낄 있었다. 잠이 오지 않는 새벽 시간이면, 양을 세는 대신 독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위대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모은 문학 선집의 리스트를 만든다고!!
더 놀라운 것은 글쓰기에 관한 태도다. 온갖 충동의 시스템 전체를 필사하는 일이며, 온몸에서 글이 샘솟는다는 말에서 ‘리스펙트’라고 자막을 넣어주고 싶었다. 무언가에 관해 글을 쓰고 나면 자신은 그 영향들을 완전히 소진해버리고, 거기를 출발점으로 반박하고 다른 대안들을 시도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고 했다. 절대 같은 강물에 발을 씻을 수 없다는 건 머리로만 이해했는데, 그녀는 정말 그런 삶을 살았나보다. 그래서 야심만만하고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사람들과 만나고 싶기 때문에 캘리포니아보다는 뉴욕에 사는 것을 선호하노라고, 다만 캘리포니아 (자연- 정상적으로 죽고 사는 것을 접할 길-이 있는 곳)에 접근성이 있어야만 한다는 분에서 참 분명하게 자신을 알고 있고 솔직하게 표현하는구나 생각했다.
“내가 원하는 건 내 삶 속에 온전히 현존하는 것이에요.”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질병과 공범이 될 수도 있어요.”
나의 짧은 독서는 가끔 정희진님의 글을 읽으며 수전 손택을 생각하곤 했는데, 두 분은 결이 다르시다. 수전 손택은 글에 자신을 빌려는 주지만 드러내기를 극히 꺼리는 타입이라면 정희진님은 그런 의식을 굳이 하지 않으신다. 내 인상일 뿐. 아무튼 나는 이 책을 덮으며 수전 손택의 <은유로서의 질병>을 장바구니에 클릭하고 있다.
○ 독자의 평 2
오늘 신문 기사 하나를 보니, “경제, 경영”보다 “인문학”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습니다. 어느 사회가 문화적 성숙기에 접어들면, 이처럼 인문의 영역이 제 대접을 받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한편으로는 뿌듯하기도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과연 지금 대중에게 각광 받는 “인문”이 그 본연의 인문이며, 주목의 참된 값어치를 하고 있는 분야일까 하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이런 평가와 반성의 역할이 전적으로 “인문학자”들의 손에만 맡겨져 있는 것도 불안했고, 몇 년 전 이윤기씨와 그리스 신화 해석의 권위를 두고 일었던 작은 분쟁도 생각나서 씁쓸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인문의 도구는 어디까지나 책이 그 첫째 중요성을 띠겠고, 따라서 “책에 대한 책”, 메타북이 최근 연달아 나오는 건 당연하기도 하고 환영받을 만한 일인 것 같습니다. 이 책은 강창래 선생의, (스스로 밝히고 있는 것처럼) 6년여의 기뢱 시간을 가진 작품이고, 기획의 의도와 편집도 참신하며, 무엇보다, 한국의 기성 세대가 길게는 저 식민지 시절부터 구축해 놓은 패러다임을 전복하려는 관점을 깊숙히 깔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바로 지금” 불고 있는 인문학 바람의 정체와 향방을 어느 정도 대변한다는 의의가 있습니다.
이런 메타북을 쓰시려면 세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하나는, 말 그대로 인문 현상의 지난 역사와 현황에 대해 박식해야 하고, 다음으로 책 에 대한 넓은 식견이 있어야겠으며, 마지막으로 동시대에 나온 우리, 그리고 다른 나라의 메타북에 대해 분석이 잘 되어 있는 저자라야겠죠. 강창래 선생의 명망과 실력은 사실 누구나 인정하며, 이 책에서도 그의 빼어난 자질은 증명되고 있습니다. 책은 뭐니뭐니 해도 읽어가면서 배울 게 있어야 하고, 이 책에서 우리 독자들이 깨치고 습득해야 할 지식은 너무도 많았습니다. 게다가 이 책을 접한 분이라면 누구나 동의하시겠지만, 얼마나 모양이 예쁘게 만들어졌습니까?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아 이 책은 모습만 멋지고, 그 담은 내용은 시시한 아포리즘 아닐까 하고 괜한 의심까지 하지 않을지 공연한 걱정이 될 만큼입니다.
다만 저는, 다분히 의도적이셨을 편집 중 일부, 즉 책의 맨 앞에 포르노그래피의 의의와 역사를 배치하신 데 대해서는, 읽는 내내 불편함을 지울 수 없었네요. 우선 저자는 푸코식의 관점, 체제의 기능적 수월성을 갖추느라 대중과 지식인을 일단 억압하고 들려 한다는 권력을 상정하고 있습니다만, 이런 분석틀이 과연 현대 한국에 들어맞을 지는 큰 의문입니다. 음 란물의 단속, 혹은 성 표현에 있어 일정 제재와 제한이 가해져야 한다는 압력은, 대중과 대치되는 권력 쪽에서 나온다기보다, 사회로부터 요구되는 자연스러운 흐름에 가깝습니다. 오히려 권력 (그렇게 규정할 정도로 충분히 강한 실체가 있다면)은, 노출과 욕망을 자극하여 돈벌이를 하려는 자본의 압력에 순응하여, 풍속 단속의 의무를 방기하고 있고, 보다 못한 대중이 “이를 규제하라!”는 볼멘 소리를 내는 형편에 가깝지 않을까요? 한국의 현실에 맞지 않는 도식화한 프레임을, 챕터 내에서 무리하게 끌고 간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다음으로, 영화 “래리 플린트” 에 나오는, 살인과 포르노그래피 간의 유비는 한마디로 난센스입니다. 래 리 플린트는 파렴치한 장사치일 뿐인데, 언제부터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투사로 둔갑했는지 참 모를 일입니다. 왜 이런 경우에만, 그 신랄한 자본의 대중 조작 기제 타령이 쑥 들어가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성은 그 자체로 아름다우나, 공공의 장소에서 표현될 때 문제가 되는 것이고, 성을 은밀한 장소와 시간에서 정해진 파트너와만 향유하는 습성은 인류의 본성이라고 해도 됩니다. 이는 권력의 강제가 아닌 우리의 도덕적 본성의 요구입니다. 예컨대 과연 지상파에서 낯뜨거운 성인 영화가 24시간 흘러나옴이 민중의 요구에 부합하는 걸까요?
잘 읽히지 않는 고전의 문제를 다룬 다음 장도, 뭔가 논의의 초점이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입니다. 코페르니쿠스의 저작은 인문사의 의의를 지니기 이전에, 기술 서적으로서의 가치가 더 우선이었습니다. 천문학 서적이 <데카메론>, <우신예찬>과 달리 잘 잃히지 않으리라는 건 당연한 예상이고, 필요한 이들에 의해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읽히는 현상도 지극히 당연합니다. <프린키피아>를 두고 “그 누구도 제대로 읽지 않았을 저작”이라 평하는 것은 들었습니다만, 한때는 당대의 지식 수준을 너무 앞서가서, 그리고 지금은 상당 부분이 시대에 뒤떨어져서 완독이 힘든 건 사리상 당연합니다. <일리아스> 같은 고전이 잘 읽히거나 정독되지 않는다는 의미와는 달라도 크게 다릅니다.
그러나, “권장도서 목록”을 통해, 새로운 형태로 금서 목록을 지정하고 있다는 지적은 깊이 새겨야 할 것 같습니다. 권장도서란 사실, 지성의 본질에 반하는 난센스적 개념입니다. 더군다나 가장 자유롭게, 창의적으로 발전해야 할 청소년, 청년의 지성에 강요되는 목록이란, 공동체의 발전(이런 목표에 최소한의 합의가 이뤄졌다면)에 장애가 되기까지 하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일체의 지향점이 없이 무규범으로 방치되거나, 의도적으로 질서의 문란을 조장하기까지 한다면, 책과 교양을 통해 인식과 지성의 고양을 이루려는 인간 보편의 목적에 반할 것입니다. 중요한 건 중용의 도를 어느 정도 유지해 나가느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 독자의 평 3
1978년 롤링스톤지 지에 실렸던 인터뷰의 전문을 엮은 책이다.
편집하지 않고 전문을 실어서 좀 두서없고 산만한 편이다.
인터뷰의 시작으로 선택된 질문은 수전 손택이 유방암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된후에 즉시 질병에 대한 사유를 하게되고 그 결과로 ‘은유로서의 질병’을 쓰게된 사연에 대한 것이다.
병에 걸렸다는 사실로 인해 질병을 생각하기 시작한 건 확실히 그렇습니다. 제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제게 사유할 거리니까요. 생각은 제가 그냥 하는 일의 일환입니다. 비행기 사고를 겪고 유일한 생존자가 되었다면 비행의 역사에 흥미를 가졌을 가능성이 높지요 … (중략) … 그런데 사유하지 않으면 흔히 통용된은 클리셰를 옮기는 매개체가 되기 십상이거든요. 상당히 계몽된 형태의 클리셰라 하더라도 말이지요. p 25-26
수전 손택의 말(또는 글)은 그녀의 치열한 사색의 결과물이다. 그녀의 글이 세상을 더 복잡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진실이라고 느끼는 것을 글로 쓰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경우 큰 기쁨이 되기도 한다고 수전 손택은 말한다. 예를들면, 은유로서의 질병을 읽고나서, 심리치료만 받던 암환자가 화학요법(항암치료)을 받게 된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물론 세상에는 반대의 경우도 많다. 항암치료를 받던 암환자가 대체요법에 대한 책을 읽고 항암치료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은유로서의 질병’과 베트남 전쟁에 대해 썼던 에세이는 내가 살아오면서 내가 쓰고 있는 글이 진실일 뿐 아니라 실제로 아주 유용하며 즉각적이고 실용적인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던 단 두 번의 사례였어요. p31
수전 손택의 저서 표지에 대한 언급을 포함해서, 그녀의 저서를 두루 접하지 않았으면 다소 지루할수 있는 인터뷰 내용들이지만, 수전 손택의 팬이라면 팬심으로 충분히 극복할 만한 지루함이다. 책에서는 발견하지 못했을 멋진 말들도 많이 나온다.
전 자신을 스스로 창조했다는 생각을 해요. … 버클리, 시카고, 하버드, 굉장히 훌륭한 교육을 받았는데도 말이지요. 기본적으로 내가 독학자라고 생각해요. 한번도 누군가의 총아가 되어본 적이 없었고, 누가 밀어준적도 없고, 내가 ‘출세’한 것도 누군가의 연인이나 아내나 딸이라서가 아니었어요 p194-195
끊임없이 사유하기를 원했던 손택의 인터뷰는 역시 사유에 대한 언급으로 마무리된다. “뉴욕 지성계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게 아니다.
그 무엇보다 끔찍한 일이라면 아마 내가 이미 다 쓰고 얘기한 내용에 동조하게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그게 아마 날 그 무엇보다 불편하게 만들 거예요. 왜냐하면 그건 내가 생각하기를 멈추었다는 뜻일 테니까요. p196-197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