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숭고 : 불안과 기만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조숙의 / 파람북 / 2022.6.7
비속한 현실 너머 신성이 깃든 저 아득한 세계,
고요와 순수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고난의 여정
조각가 조숙의가 자신의 예술적 지향을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낸 예술론이다.
저자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서 주관하는 가톨릭 미술상 본상을 수상하고 한국여류조각가회 회장을 역임한 중견 조각가이며, 현재 인천 가톨릭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인간의 내면에 깃든 신성과 숭고의 미학을 탐구해오고 있다.
현대과학의 눈부신 성과는 인간의 내면은 파편화되고 정신성을 훼손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는 멀어지고 신과 인간의 관계 또한 불편해졌다.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물신주의는 우리 모두를 알게 모르게 속물적 존재로 전락시켰다. 저자의 생활철학이자 예술관이라고 할 수 있는 숭고의 미학이 소중하게 다가오며 빛을 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가 문명의 척도로 여기고 있는 과학기술이 우리의 삶을 충만하고 윤택하게 해주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우리는 결코 포기하는 일이 없다. 기대를 넘어서 확고한 믿음으로 자리 잡고 있기까지 하다. 이 믿음은 실상 물질에 대한 미신이자 맹신에 지나지 않는다. 기술의 진보가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며, 우리의 존재의 가치를 실현해 줄 것이라는 착각은 오래 앓아온 현대인의 고질병이다.

○ 목차
서문 004
Ⅰ 숭고한 인간
이 찬란한 계절에 018
여기, 내가 있다는 것 025
여자로 태어남에 대하여 033
아, 어머니 038
따스한 2층 방 044
열려라 참깨! 049
한 인간 마리아 056
목마름 058
기다림의 문 앞 064
동떨어진 시선, 발견의 아우라 067
숭고한 인간의 모습 처음 만난 인체 조각 075
Ⅱ 눈 내리는 아침
흔들리는 존재 Alberto Giacometti 085
〈죽음의 문〉과 제2차 바티칸 공의회 Giacomo Manz? 099
Ⅲ 흙으로 빚다
고통의 문제 121
완전한 예술가 128
피상적인 현대인 136
신비스러운 인간의 얼굴 141
자기를 보여주는 얼굴 148
집을 나온 탕아, 현대미술 151
편향된 질주, 진화된 숭고 155
Ⅳ 정적의 울림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168
그리운 장익 주교님 177
“이것이 네 점수다” 183
풍랑이 일 때 188
겸손은 능력을 불러온다 196
아우슈비츠의 에디트 슈타인 Edith Stein 206
감사의 글 220
○ 저자소개 : 조숙의
조각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대학원에서 「현대조각에 있어서 성 (Holiness)과 실존 (Existence)의 문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1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서울, 제네바, 뉴욕 등에서 17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창작활동과 더불어 20여 년간 교직 생활을 했으며, 2000년부터 인천 가톨릭대학교에 재직하면서 가톨릭 예술의 본질을 탐색하는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다.
2007년 『월간조선』에서 주관하는 ‘평론가 선정 현대작가 55人’에 선정되었고, 2015년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서 주관하는 ‘가톨릭 미술상 본상’을 수상했다. 한국 조각계의 중심에 굳건히 자리매김해오고 있는 한국여류조각가회 회장을 역임했고, 가르멜수도회 제3회원으로 2021년 은경축을 지냈다. 현재 고요한 창작 생활과 연구 활동으로 다음 세대의 꿈나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요 작품 및 소장처로는, 제네바 UN 대한민국대표부 소녀상, 과천시민회관 로비 벽면 부조 무동답교놀이, 2005년 서울 가톨릭대학교 개교 150주년 기념 조각 (신학대학, 혜화동), 맨발 가르멜수도회 영성센터 청동문과 성미술 작품 (명륜동 한국본부), 일만 위순교자현양동산 위로의 주님상(인천 강화도), 나자로마을 나자로상 (의왕시), 겟세마니 피정의 집 십자가의 길 (강원도 인제), 성가소비녀회 인천관구 성가족상, 성당 성미술 작품,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정하상기념경당의 가족상, 정약종 등 5人의 초상 조각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두 번째 유형의 관람객은 자녀를 예술가로 키우고 싶어 하는 조력자들이다. 하지만 문제는 집 나온 탕아와 같은 난해한 현대미술을 접하면서 소위 전문가도 현기증이 나는 이 실제적 현실을 어느 정도 선에서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이 점이 내게 늘 과제로 남겨졌다. 예술가의 앞날에 대하여 길을 묻는 그들에게 몇 마디로 간단하게 대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_005쪽
인간 지성에 바탕을 둔 인문과학이 아무리 인간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수평적인 차원만을 설명해 줄 수 있을 뿐이다. 그의 존재가 본래 어디서부터 창조되고 유래했는지 또 궁극적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 하는 인간 존재의 핵심을 꿰뚫는 질문에 대해서는 전혀 답을 주지 못한다. 그러기에 철학을 비롯한 제반 인문과학은 인간에 대한 단편적인 이야기들만 제시할 수 있을 뿐이다. 피상적인 삶에 몰린 현대인에게 우선 ‘고요한 시간’을 가질 것을 제안하며, 누구든지 갈 수 있는 이 고요의 길을 통해서 만나게 되는 숭고한 인간의 내면세계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_008쪽
신비로운 인체를 탐색하는 인체 조각의 세계도 마찬가지이다. 이토록 섬세하게 설계된 신비로운 인체는 바로 ‘영적인 몸’이다. 인간은 정신적이고 영적이며 신비로운 존재이면서도 문젯거리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존엄한 존재임이 틀림없다. 존엄하면서도 문젯거리이기도 한 ‘아이러니’야말로 인간 존재를 관통하는 ‘숭고한 인간’을 보여준다. _009쪽
친구는 왕관을 쓴 소년이 그려진, 요즈음 말로 ‘명품’으로 대접받던 왕자표 크레파스를 펼쳐놓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나는 그곳에 멈추어 서고 말았다. 가지런히 줄지어 있는 크레파스의 형형색색의 색깔들이 꿈결처럼 신비로웠다. 이토록 다채로운 색의 세계가 어떻게 펼쳐질까? _021-022쪽
현실과 맞서 자신의 어떤 주장을 하면서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가라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 적절한 시기에 온유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주지 않는다면, 그들은 결코 우리의 자존을 빼앗을 수 없다”라는 간디의 말처럼, 좌절을 느끼고 있다면 그건 우리가 어느 정도 허용했고 어느 정도 방치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_051-052쪽
간혹 과시욕으로 목에 힘이 들어간 사내들이 위엄을 부리지만, 그들도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저절로 허리가 굽는다. 인간은 누구나 나약한 존재인 것이다. 인생은 낯선 초막에서의 하룻밤과 같다고 했던가? 모든 것은 다 지나가고 있다. 두려워할 것은 오직 후회하지 않을, 단 한 번의 나의 인생 여정이다. _055쪽
수정같이 맑고 아름다운 자연의 숨결은 살아 있는 우주의 맥박을 느끼게 하는 듯 신비롭다. 지금의 모든 것은 되어진 것이 아니라 되어가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내게 속삭여 주는 듯했다. 어떻게 이 한줄기의 바람이 이토록 고마울 수 있는 것일까. _066쪽
내가 로마 외곽의 자코모 만추 미술관을 찾았을 때 그는 고된 수행자처럼 살아온 그간의 고달픈 투쟁을 멈추고 미술관 입구 오른쪽 잔디밭에 고요히 잠들어있었다. 그 주변에는 경쾌하게 그어진 둥그런 곡선의 작품 위로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것 같은 새들이 앉아 주인을 위로하는 듯, 조각가가 잠들어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꾸밈없이 조용한 미술관을 겸한 작업실은 영락없이 만추를 닮아 있었다. _101쪽
창의적인 예술가는 자기 자신만의 일종의 방언 같은 것이 존재한다. 수련을 통해서 획득되는 하나의 조형 언어일 것이다. 좋은 작가는 모든 것을 새롭게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는 혜안을 지니고, 자신만의 다양한 방언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_128쪽
‘고통당하는 인간’은 언제나 피해갈 수 없는 중요한 중심 화두이다. 예술가뿐만 아니라 인간에 대한 어느 정도의 애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고통의 문제를 쉽게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람의 생물학적 구조나 심리상태, 사회생활, 심지어 영혼의 문제까지 진지하고 성실한 관심을 가지고 연구한다고 하더라도 인간이 당하는 고통을 간과한다면 인간의 가장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를 빼놓는 것이다. _134쪽
종교와 예술은 한 뿌리에서 돋아난 두 개의 문화 현상이다. 종교는 덧없는 인생에 영원한 세계를 열어주는 것이라면, 예술은 초월적인 아름다움을 형상화함으로써 질료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구현해 내는 창조적 작업이다. 이 얼마나 이상적인 조합인가? _159-160쪽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게 되는 달갑잖은 낯선 풍랑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이는 가능한 한 빨리 그 원인을 제거하라는 명령이고 다시는 그런 원인을 만들지 말라는 하나의 경고인 것이다. 덤으로 저편에는 우리 자신보다 훨씬 더 선한 방향으로 우리를 이끄는 돌봄의 섭리가 있다. _191-192쪽

○ 출판사 서평
- 내면으로부터 심층으로부터 길어올린 존재에 대한 통찰과 숭고의 미학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아가지만, 사실 우리는 내면에 해결되지 않은 상처와 아픔의 가시를 품은 채 살아간다. 조각가로서의 저자의 작업은 말하자면 훼손당하고 파편화된 인간의 삶을 어루만짐으로써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이다. 존재의 존엄을 회복하고 구원에 한 걸음 더 다가서고자 하는 방편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저자는 자신의 작업과정에서 무엇보다 내면을 주목한다. 우리는 세상과 관계하고 있는 방식 안에서 세상을 인식하므로,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선 세상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세상을 보고 있는 자기 자신 안을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흙을 주물러 인체를 조형하는 것은, 인간의 고통을 직시하고 아픔과 갈등을 받아들이고 화해의 길을 모색하는 일에 다름 아니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희생〉에서 주인공이 온 마음을 담아 바닷가에 죽은 나무를 심고 물을 주는 것처럼, 저자가 흙을 빚어 온전한 생명이 깃들기를 기도하는 것처럼 이 책은 그런 숭고한 마음이 담긴 책이다. 글에 스민 진정성과 저자 작품 도판들에서 우리는 그것을 발견해낼 수 있을 것이다.

○ 추천사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 조각가 조숙의(베티) 선생님은 한국 가톨릭교회 내외에 많은 작품을 제작하셨습니다. 조숙의 선생님은 작품활동을 통해 특히 삶의 고통의 문제에 깊이 천착하시며, 내면의 ‘고통의 문제’가 인간 구원과 관련되어 있음을 통찰하였습니다. 고통의 신비가 인간 정신의 숭고함을 드높이며, 숭고한 인간의 영혼이 창조주 하느님을 찬미하게 됨을 작품을 통해 보여주십니다. 조 선생님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예술과 영성은 별도의 가치가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숭고하다’의 사전적인 의미는 ‘뜻이 높고 고상하다.’입니다. 조 선생님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숭고함은 하느님을 향한 뜨거운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예술가의 인생 여정과 예술을 함께 녹여낸 이 책을 통해 많은 이가 조 선생님 작품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고 그 안에 흐르는 깊은 영성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이 일 (미술평론가, 전 홍익대학교 교수) : 조숙의의 조각은 조형의 순수성이라는 차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체 고유의 형태적 특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하여 인체의 본질적인 형태적 충만감을 유감없이 살려내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부조(浮彫) 작품에서 드러나는 주제나 기법, 조형적 발상, 형상과 배경이 혼연일체가 된 면 처리는 이례적이며 야심적이라 할만하다. 또한, 자신의 한 작품에 〈자신 안을 쳐다보다〉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있거니와, 이것은 조각가로서 대상(인간)을 바라보는 일관된 시각을 대변해주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는 조각가의 깊은 인간 응시의 자세를 말해주고 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