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쉬광핑 : 루쉰의 사랑 중국의 자랑
윤혜영 / 서해문집 / 2008.9.5
- 『아큐정전』을 지은 루쉰의 집에서 맺어준 첫째 부인인 쉬광핑
열일곱 살이라는 나이 차, 사제 관계로 만났다가 부부가 되는 것에 대한 세상의 따가운 시선을 극복한 루쉰과 쉬광핑. 쉬광핑은 어린 시절부터 인습에 저항하는 당찬 면모를 보였으며, 부모가 마음대로 정한 혼약을 파기하고 도시로 나가 여성 최고학부에서 학업을 닦으며 나라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꿈을 키웠다. 베이징여자사범대학 시절에는 낡은 사고방식에 젖어 학생들의 애국, 개혁에 대한 열망을 짓밟은 교장을 배척하는 운동에 앞장서기도 한 쉬광핑의 얘기를 담았다.

○ 목차
책머리에
1 전족을 할 뻔하던 소녀가 당찬 신여성으로
왜 쉬광핑인가|성차별에 대한 반항과 자의식의 성장|반항 정신과 애국: 5?4의 격랑과 후폭풍 속에서|학생운동의 전선에서: 베이징여자사범대학의 교장 배척
2 루쉰과 함께 걸은 길
루쉰과 만나다: 동경에서 사랑으로|투쟁과 함께 자란 애정|베이징의 국민혁명 운동과 쉬광핑|국민혁명의 본고장 광저우에서 겪은 분투와 좌정|루쉰의 그늘 속 동반자
3 새로운 중국을 만든 투사의 쓸쓸한 뒷모습
거목의 그늘을 벗어난 투사: 여권 주장과 항일운동|행동하는 지식인|신중국의 여성 지도자
나머지 이야기
중국 근현대사와 함께 보는 연보
유촉
참고 문헌
○ 저자소개 : 윤혜영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중학 시절까지 충남에서 자랐고 고교 진학 이후 지금까지 서울에서 살고 있다. 인도철학에 대한 관심에서 1971년 서울대 동양사학과에 입학했지만, 유신 독재가 기승을 부리는 숨 막히는 대학 공간에서 제국주의 열강과 자국의 거대한 유산 덩어리에 의해 만신창이가 되어 가는 근대 이후 중국에 관심이 꽂혔다.
유신 독재보다 더욱 서슬 퍼런 5공 치하의 공포 상황에서, 무력을 앞세워 권력을 장악한 역사의 실세가 어떻게 안으로부터 붕괴되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는가 하는 문제와 씨름한 결과 《중국현대사연구 : 북벌전야 북경정부의 내부적 붕괴과정(1923~1925)》을 펴냈다.
인간의 총체적인 삶을 규정하는 구조에 대한 관심에 매몰되어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 하나하나의 삶을 들춰 보는 데까진 관심이 미칠 겨를이 없다가 취업의 벽에서 남녀 차별을 실감하고서야 여성의 삶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역사를 다시 보고 남성, 그들만의 역사가 아니라 여성도 함께 살아간 역사를 되살려 보자는 새로운 과제를 마음에 품었다.
1992년부터 한성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격동기 중국을 살아 간 여성들의 삶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특히 애국과 여성해방이라는 과제와 씨름하면서 새로운 중국 건설을 여성해방보다 우위에 둔 중국 신여성들의 삶과 그 영향을 파헤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작업한 결과 《쉬광핑 : 루쉰의 사랑, 중국의 자랑》을 펴내기도 했다. 현재는 근대 이후 중국 여성의 삶을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 출판사 서평
- 루쉰의 그늘에 갇히기에는 너무 아까운 쉬광핑
『아큐정전』을 지은 루쉰은 중국 근현대 문인 중 세계적으로 가장 알려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가 세상뿐 아니라 가족에게마저 이해받지 못한 채 고립되었을 때 위로가 되고 왕성한 집필을 이끌어 낸 동반자 쉬광핑이라는 이름은 낯설기만 하다. 중국사를 연구한 저자도 루쉰의 작품을 접한 지 3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뒤에야 쉬광핑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열일곱 살이라는 나이 차, 루쉰의 집안에서 맺어 준 첫째 부인의 존재, 사제 관계로 만났다가 부부가 되는 것에 대한 세상의 따가운 시선을 극복한 루쉰과 쉬광핑. 두 사람의 결합에는 물론 남녀 간의 사랑이 중요하게 작용했겠지만, 세상의 중심으로 자부하던 유구한 역사를 뒤로하고 서구 열강에게 시달리던 중국이 살 길을 함께 고민하는 동지애 또한 뜨거웠다. 쉬광핑은 어린 시절부터 인습에 저항하는 당찬 면모를 보였으며, 부모가 마음대로 정한 혼약을 파기하고 도시로 나가 여성 최고학부에서 학업을 닦으며 나라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꿈을 키웠다. 베이징여자사범대학 시절에는 낡은 사고방식에 젖어 학생들의 애국, 개혁에 대한 열망을 짓밟은 교장을 배척하는 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 중국을 넘어 아시아인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여성의 삶
그런데 루쉰을 만난 쉬광핑은 맹렬한 기세로 외세와 구습에 도전하던 투사의 모습을 접고 루쉰의 그늘에서 내조에 주력한다. 근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꼽히는 루쉰이 아내에게 한 달 내내 나가서 고생스럽게 일하고 월급을 받아 봐야 자기가 글 두 편 쓰면 벌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니 집에서 자기를 도와 달라고까지 했다는 사실은 충격이다. 물론 루쉰이 죽은 뒤에는 쉬광핑이 다시 여성계·문화계의 대표 격으로 새로운 중국의 건설에 앞장서며 활발한 활동을 보였지만, 당 지도부 안에서 갈등이 빚어지는 동안에도 안타까울 정도로 한결같이 공산당 영도하의 사회주의 건설에 대한 믿음을 노래했다. 카미유 클로델처럼 거목인 남편이나 연인에게 눌려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치지 못하고 정당한 평가도 받지 못한 여성의 예가 많다. 그런데 서구 여성과 쉬광핑의 처지에는 차이점이 있다. 서구 여성들은 망국의 위기의식을 느끼고 구국의 전사가 되어야 한다는 소명 의식을 갖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20세기 초반 세계사에서 중국이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를 떠올려 보자. 중국뿐 아니라 한국 등 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이 서구 여러 나라와 일본의 제국주의적 침략에 희생되지 않았던가. 그리고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여성들은, 여성으로서 강한 자의식이 있었다 해도 구국을 위해 여권을 혁명에 종속시키며 살 수밖에 없었다. 오늘 한국에 사는 독자들이 쉬광핑에게 눈길을 주어야 하는 이유, 쉬광핑의 삶이 독자들의 아쉬움과 함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오늘의 중국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캉유웨이가 주도한 개혁 운동인 무술변법부터 신해혁명, 5·4운동, 중국공산당 창당, 국공합작, 만주사변, 상하이사변, 7·7사변, 일본의 항복, 국공내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등을 거쳐 문화대혁명까지. 쉬광핑의 생애는 중국 근현대사의 격변과 맞물려 있기에, 그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은 곧 중국의 오늘을 만든 역사를 알아 가는 과정이다.
쉬광핑은 일찍이 자신이 전근대 여성과 신시대 여성 사이의 과도적인 인물이라 과감히 앞서 나가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여성운동, 항일운동, 민주 운동에 기여한 업적 외에도 유소년기로부터 말년에 이르기까지 그의 삶 자체만을 놓고 보아도 근대 이후 중국 여성의 선구적인 삶의 한 형태를 보여 주는 것으로 의미가 깊다. 20세기 후반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중국 여성이 활발하게 사회 활동을 할 수 있게 된 바탕에는 쉬광핑과 같은 이들의 삶이 밑거름으로 쌓여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국내외의 중국 여성사 연구사상 처음으로 쉬광핑의 전모를 그려 낸 이 책이 남성만의 역사가 아니라 여성이 함께한 역사를 온전히 복원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고 할 수 있다.

○ 독자의 평 1
내가 처음 루쉰을 접하게 된 계기는 대학생 때 선배들에게 리영희 교수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이다. 중국과 한국을 비교하며 현실 비판을 하는 리영희 선생님의 책을 요약한 이야기였다. 그래서 알게 된 중국 작가 루쉰에 대해 궁금해서 작품을 하나 읽어봤다. 루쉰의 아큐정전은 짧았지만, 매우 강렬했다. 훌륭한 작가이구나라는 선입견이 생겼다.
이후 1학년을 지나 고학년이 되면서 중국사에 대한 수업을 듣게 되었다. 중국근현대사는 영화와 소설, 토론, 역할극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는데. 루쉰이 신문화운동 때 크게 활약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단순한 문학가가 아니라 일종의 혁명가였다. 그 때부터 루쉰을 존경하는 마음이 생겼다.
30대에 중국인 남자친구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중국에 대한 호감을 드러내며 루쉰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남자친구는 내가 루쉰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신기한 것 같았다. 내가 신문화운동을 꺼내며 잘못된 민족주의 때문에 속상해 하지 말고, 함께 잘 지내보자고 말을 했는데. 잘 전달되었는지는 의문이다. 남자친구는 내가 루쉰에 이어 신문화운동에 대해 말하자 대체 어떻게 알았는지 신기한 것 같았다.
어쨋거나 이렇게 루쉰은 나와 내 남자친구 사이를 이어주는 하나의 연결점 같은 존재였다.
우연히 쉬광핑이라는 여성을 다룬 얇은 책을 보게 되었는데, 루쉰의 아들을 낳은 여자라고 한다. 루쉰은 어머니가 맺어준 전근대 사고방식을 지닌 아내가 있었다. 그 아내와 혼례는 치렀지만, 가까이 하지 않고 어머니를 봉양하게 두었다. 그러고 나서 40살이 넘어 교수로 있을 때 여제자였던 쉬광핑과 사랑에 빠졌다. 세간의 비판이 무서웠는지 둘은 바로 동거를 하지 않았는데. 왜 둘이 사랑에 빠졌는지 도통 이해가 안된다. 이 책의 저자는 루쉰의 그늘에 가려 안보이는 여성 문학가 쉬광핑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책을 썼지만, 오히려 나에게는 루쉰에 대해 존경심을 거두게 한 책이다. 쉬광핑의 업적이 잘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 독자의 평 2
한국내 번역된 책과 국내 저자가 쓴 책을 다 합쳐서 유일무이한 쉬광핑 연구서이다. 중국 현지에서도 쉬광핑에 대한 연구는 1998년 탄생 100주년 기념 문집이 나온 이후에야 시작되었다고 하니 그럴 법도 하다.
쉬광핑은 루쉰의 두번째 부인으로 루쉰 만년 10년간 루쉰을 내조하고 사후 기념 사업을 총지휘했다는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그러나 1998년 무술변법운동이 실패로 들어간 해에 태어난 그녀는 반봉건 혁명, 공화혁명, 반일 투쟁과 공산혁명이란 중국 근현대 시기를 산 신여성의 한 전형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녀는 스스로 전족을 풀고, 아버지가 정해준 혼담을 파혼시켰으며 중국 남방의 광저우에서 먼 동북 텐진까지 유학가서 신식 여성 교육을 받았다. 5.4운동의 영향으로 텐진과 이후 베이징에서 학업을 하면서 학내 민주운동과 각 지역의 여성운동, 반일 혁명운동에 나서 날카로운 시사평론을 발표한 실천하는 지식인 여성이기도 하다. 그러나 18세 연상 유부남 스승인 루쉰과 결혼한 이후, 그녀는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루쉰을 내조하며 10년간 주부로만 지낸다. 루쉰 사후에야 다시 사회 활동에 나선다. 세상에는 쉬광평의 인생 후반기 30년의 삶이 루쉰과 관련하여 전집 발간과 상하이의 루쉰 기념관 건립 등 추모 사업 쪽 활동 위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쉬광핑은 열렬한 공산주의자로 중앙 당과 여성계의 지도적 인물이었다.
이 책은 루쉰 관련 서적에서 단편적으로만 알려진 쉬광핑에 대해 그녀의 전모를 밝혀 준다. 그녀가 쓴 글 등 1차 사료를 많이 인용한 점이 돋보인다. 그리 저자의 평가는 많지 않다. 상당히 많은 관심이 가는 언니인데, 아직 연구서가 많이 나와 있지 않아 아쉽다. 살아서 루쉰과 결혼생활을 할 당시에는 그의 그림자 노릇을 해야했고, 사후에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루쉰의 후광으로 활동했다는 말만 듣는 그녀의 삶이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