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시련
아서 밀러 / 민음사 / 2012.5.25
‘시련’은 1692년 세일럼에서 있었던 마녀 재판을 소재로 당시 뉴잉글랜드 지방을 휩쓸었던 집단 광기와 1950년 초반에 미국을 휘몰아친 또 다른 광기인 매카시즘 사이의 보편적 유사성을 통해서 인간 본성에 내재된 문제들에 대해서 말하는 회곡이다. 저자는 연속되는 역사의 흐름 안에서 이 두 개의 사건이 보여 주듯이 유사하게 되풀이디고 있는 사회 현상의 원인과 과정을 규명하고 그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촉구하고자 한다.

청교도 이념이 지배하는 폐쇄적이고 금욕적인 개척자 사회 매사추세츠 주 세일럼. 그곳에 부임한 패리스 목사의 조카 애비게일은 영악한 소녀로, 일시적인 내연 관계에 있던 존 프록터를 향한 배덕적인 욕망에 불타 그의 아내 엘리자베스를 증오한다. 그런던 어느날 패리스 목사는 흑인 노예 타투바와 동네 소녀들이 모여 벌인 집히를 현장에서 발견하고 마녀 행위의 징후를 의심하면서 본격적인 마녀 심판이 시작된다. 저자는 이 마녀 사냥 과정에서 집단 안에서 어떻게 개인이 희생당하는지에 대해 세세한 심리묘사와 대사를 통해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 목차
작가 노트
시련
부록
작품해설
작가연보
○ 저자소개 : 아서 밀러 (Arthur Miller, Arthur Asher Miller)
1915년 미국 뉴욕 출생. 빵집 배달원, 자동차 부품 회사 점원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쳐 미시건 대학에 재학하면서 극작 활동을 시작했다. 대학 졸업 후 뉴욕 연방 연극 프로젝트에 참여해 라디오극과 드라마 대본을 집필했다. 1944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행분의 사나이』가 평단의 호평에도 공연 나흘 만에 막을 내렸으나, 1947년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퓰리처 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 작품은 2년 동안 742회 공연되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연극계 최고의 걸작’이라는 평을 받았다. 입센의 작품을 각색한 『인민의 적』(1950), 세일럼 마녀재판을 소재로 쓴 『시련』(1953) 등은 당시 미국의 매카시즘 열풍에 대한 비판으로 받아들여졌고, 그 때문에 반미 지식인으로 몰려 법정에 서기도 했다.

1956년 영화배우 마를린 먼로와 결혼함으로써 주목을 받았으나 1961년 이혼, 이듬해 오스트리아 출신의 사진작가 잉게 모라스와 재혼했다. 1964년 『추락 이후』와 『비시에서 생긴 일』을 발표하고 1983년 베이징 인민극장에서 『세일즈맨의 죽음』을 연출했으며, 자서전 『시간의 굴곡』(1987)을 출간하는 등 말년까지 집필과 연극 관련 활동을 쉬지 않았다. 2005년 코네티컷의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 역자 : 최영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오클라호마대학에서 석사, 오클라호마주립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0년에 31년간 봉직한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직에서 은퇴했다. 『연극의 이해』, 『서양 대표 극작가선』, 『현대 영어권 극작가 15인』, 『아일랜드, 아일랜드 : 아일랜드로 가는 연극 여행』 등에 공저자로 참여했고, 나딘 고디머의 『보호주의자』, 셰익스피어의 『오셀로』, 『맥베스』, 아서 밀러의 『대가』, 『모두 나의 아들』, 『시련』을 번역했으며 『셰익스피어 비극』을 공역했다.
○ 독자의 평
연극 시련을 보기 전에 사전 학습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애비게일과 아이들이 숲에서 춤을 추었던 것은 그저 호기심으로 시작된 놀이였겠지요. 누군가의 영혼을 불러내어 이야기를 듣는 것은 무서워 주저하게 되는 일이지만, 그 신비로움에 매료되어 어렸을 때 한두 번쯤 볼펜을 마주 쥐고 귀신을 불러 질문을 해보거나 그 옆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나 지켜보곤 했죠. 하지만, 그 맞잡은 손 중 하나가 거짓된 대답으로 유도한다면, 오지 않은 귀신은 실체가 되고 대답할 수 없는 자의 대답이 실현이 되고, 어리석은 자들의 믿음이 더해지면 그 결과는 볼펜을 움직였던 자의 의도대로 진행되겠죠.
예쁜 외모로 시선을 받으나 제대로 된 보호자를 갖지 못한 애비게일은 외모와 임기응변에 능한 거짓된 말솜씨로 아이들의 대장 노릇을 하는 아이입니다. 목사의 조카로 체면이 깎이지 않도록 조용한 삶을 살아야 함에도 속에서 끓어오르는 욕망과 욕심은 삶을 가만두지 않죠. 자식을 연이어 잃어 슬픈 퍼트넘 내외는 자신의 자식들이 왜 죽었는지 알아내기 위해 영혼을 부를 수 있는 티투바에게 딸을 보내고, 그날 밤 아이들은 숲속에서 춤을 추며 영혼을 불러들이는(또는 누군가를 저주하는) 의식을 진행합니다. 하지만, 누구 하나 영계와 맞닿는 능력을 갖고 있지 않기에 그저 기괴한 춤을 추는 행사로 끝날 수밖에 없었습니다만, 그 장면을 패리스 목사가 목격합니다. 목사의 딸인 베티 패리스는 놀라서 일으키는 경기인지, 그 상황을 벗어나려고 아픈 척을 하는 것인지 모호한 상황으로 누워 있어 패리스 목사의 속을 태우죠. 희곡의 장면은 여기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마을에서는 ‘마녀’에 대한 이야기들이 떠돌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딸이 마녀로 몰려 자신의 자리를 잃을까 두려워하는 패리스 목사의 상황에 ‘마녀’로 몰리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아이들의 행동이 겹쳐집니다. 아이들은 티투바를 마녀로 몰아세우고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고백이 응원을 받게 되자, 평소 마음에 들지 않았던 사람들을 ‘마녀’로 몰기 시작하면서 사소한 복수를 시작합니다. 그 복수는 뜻밖의 호응을 얻어, 사람들의 마음에 누군가를 고발하고픈 마음을 불러일으키고 이 아이들은 마녀 감별사가 되어 법정에서 권위를 얻습니다. 정의롭지 않은 자의 권위가 댄포스 부지사라는 심판으로 사람들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자의 권위를 만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킵니다.
피해자와 마녀 사이에 일어나는 이 영적인 문제는 오로지 피해자의 고발에 증거를 의존합니다. 그런 까닭에 판결은 간단합니다. 악마에 쓰였었으나 다시 하나님을 받아들여 새사람이 되겠다고 고백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죠. 고발을 당하였으나 자신이 마녀 이거나 악마에게 사주를 받았다고 증언하지 않는 자들을 교수형에 처하기 시작합니다. 탄력을 받은 법무 행정은 멈출 수가 없고 아이들의 말과 행동이 거짓으로 의심되는 순간에도 자신의 결정을 번복하기 싫은 댄포스의 의도와 맞물려 정의는 점점 멀어집니다. 선량한 자들이 자신과 가족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탄원서를 제출하고 누군가의 욕심을 증명하기 위해 증거와 증언도 찾아냅니다만, 그 노력은 무용합니다. 결국, 프록터가 자신의 아내를 고발한 애비게일의 말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애비게일과 불륜을 저질렀다는 것을 말하게 됩니다만, 자신의 불륜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죠.
주민들의 신앙의 힘을 이용하여 자신의 삶을 개선하고 싶은 목사, 자신의 자리에서 법무 행정을 이끌어 가고 싶은 자, 부지사의 신입을 얻고 싶은 자, 단지 아내가 읽고 있는 책이 궁금한 자, 상황을 잘 이용하여 재산을 늘리고 싶은 자, 평소에 앙심을 품었던 사람에게 벌주고 싶은 자, 자신의 신념에 현재의 상황을 끼워 맞춰 판단하는 자들이 만들어낸 ‘죄’ 때문에 세일럼은 지옥으로 변합니다. 악마를 인정하고 없는 죄를 뉘우 처 살아남거나 자신의 신앙을 부정하며 악마를 인정할 수 없다면 죽음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죠. 작가는 매카시즘을 보며 1692년에 세일럼에서 일어난 마녀사냥을 불러냅니다. 광기의 정도는 다를 바 없습니다. 우리의 역사에도 아주 가까운 시기에 일어나난 광기가 아주 가라앉지 않아, ‘빨갱이’라는 이름을 뒤집어 씌워 몰아가 상대의 삶을 망가트리는 일이 있었죠. 지금도 그 무기로 쓰시는 분들도 종종 볼 수 있죠. 흥미롭게 읽었으나, 이 놀라운 이야기가 하나도 놀랍지 않아 놀라운 경험을 하였습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