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악에서 벗어나기
어니스트 베커 / 필로소픽 / 2023.1.31
“악에 대한 영웅적 승리를 추구하는 인간의 충동으로부터 악이 발원한다”
- 인간 세계의 악의 근원에 대한 퓰리처상 수상작가의 핵심을 꿰뚫는 통찰
1974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인 《죽음의 부정》의 후속편에서, 문화인류학자 어니스트 베커는 죽음을 초월한 불멸에 대한 추구, 완전한 세계에 대한 열망 속에서 만들어지는 삶의 의미나 영웅주의 같은 자기초월의 문화적 상징 장치들이 인간악의 근원이라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문화는 영웅적 죽음 부정의 양식이며, 각 사회는 악과 죽음에 대한 승리를 약속하는 영웅 시스템이다. 불멸을 가져다줄 영웅의 모습은 제사장과 왕, 정치지도자를 거쳐 국가와 자본, 이데올로기에 이르기까지 형태를 바꿔가며 가지를 뻗어나간다. 죽음에 대항한 승리의 가능성에 관한 ‘거짓말’인 문화적 기제로서의 영웅 시스템을 만든 대가는 폭정과 전쟁이며, 이는 필연적으로 타자의 생명을 희생으로 삼아 결국 인간 자신뿐 아니라 자연과 지구에도 크나큰 해악을 불러온다.

문화인류학의 관점에서 오토 랑크/프로이트의 정신분석과 마르크스의 정치경제학을 비판적으로 종합한 이 책은 저자는 산더미 같은 인간 목숨을 대가로 치르는 영웅주의 기제들의 파괴성을 극복하고 악에서 헤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모색한다.
○ 목차
책머리에
머리말
서문 인간 조건: 욕구와 재능 사이에서
1장 원시 세계: 실용 기술로서의 제의
2장 원시 세계: 속죄와 권력으로서의 경제학
3장 불평등의 기원
4장 불평등의 진화
5장 불멸성 권력의 새로운 역사적 형태
6장 돈: 새롭고 보편적인 불멸성 이데올로기
7장 인간악의 기본 역학
8장 사회악의 본성
9장 사회 이론: 마르크스와 프로이트의 융합
10장 회고와 결론: 영웅적 사회란 무엇인가?
인용문헌 및 미주
역자해설
찾아보기

○ 저자소개 : 어니스트 베커 (Ernest Becker)
미국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시러큐스대학교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파리에서 잠시 외교관 생활을 했다.
이후 모교로 돌아와 1960년에 서구 정신의학과 종교 특히 일본 선불교와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5년부터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 샌프란시스코주립대학교 강단에 서며 혁신적인 교수법으로 학생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행정적 마찰과 학문적 견해 충돌로 어려움을 겪었다.
1969년 캐나다로 이주해 사이먼프레이저대학교에서 마지막으로 교수 생활을 시작했으나 암 진단을 받고 49세의 젊은 나이로 숨을 거둔다.
《악에서 벗어나기》는, 인간의 근원적 문제인 죽음, 종교, 악에 관한 그간의 연구들을 망라한 역작으로 1974년 퓰리처상을 받은 《죽음의 부정》과 함께 그의 사상을 세상에 알린 결정적인 책으로 평가받는다.
– 역자: 강우성
서울대학교 영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립대학교(버펄로) 영문학과에서 19세기 미국문학과 데리다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성대학교에서 가르치다가 2008년부터 서울대학교 영문학과와 비교문학과에서 미국문학, 영화, 비평이론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 《불안은 우리를 삶으로 이끈다》, 《포스트휴머니즘의 쟁점들》(공저), 《미술은 철학의 눈이다》(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 《치료받을 권리》, 《천하대혼돈》, 《팬데믹 패닉》, 《어리석음》, 《미국, 변화인가 몰락인가》(공역)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이제 우리는 “자연 상태”의 인간이 자유롭다가 나중에야 자유롭지 않게 된다는 생각이 얼마나 공상적인지 알 수 있다. 인간은 자유로웠던 적이 없으며, 자신의 본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인간은 자신의 내부에 지속적인 삶의 유지를 위해 필요한 속박을 지니고 있다. 랑크가 잘 알려주듯, 루소는 단지 인간 본성의 모든 측면을 이해할 수 없었을 따름이다. 즉 루소는 “모든 인간 존재가 또한 똑같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 다시 말해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권위를 필요로 하며 심지어 자유로부터 감옥을 만들어내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없었다.” _본문 84~85쪽
악을 초래하는 가장 커다란 원인은 모든 인간적 동기를 하나의 거대한 역설에 포함시켰다. 선과 악은 너무도 분리 불가능하게 얽혀 있어서 구별할 수 없다. 악은 선을 낳고, 선한 동기는 악을 낳는 듯하다. 그 역설은 악에 대한 영웅적 승리를 추구하는 인간의 충동으로부터 악이 발원한다는 점이다. 인간을 가장 괴롭히는 악은 자신의 취약성vulnerability이다. 인간은 자기 삶의 절대적 의미를, 우주 속에서 그 의미의 중요성을 보장하는 일에 무력해 보인다. 따라서 인간은 이 삶과 이 세계에서 자신의 우주적 영웅주의를 완수하려 노력함으로써, 악의 창궐을 보장한다. _본문 242쪽
인간은 본시오 빌라도부터 아이히만과 윌리엄 캘리에 이르는 표준적 문화 시나리오에 따라 영웅주의 프로그램을 수행한다. 헤겔이 오래전에 말했듯이, 인간은 악의가 아니라 선의로 악을 초래한다. 인간은 악에 대항하여 영웅적으로 승리하기를 원함으로써 악을 초래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승리하려고 애쓰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동물이자, 자신의 무가치함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_본문 268쪽
죽음을 물리치기 위해 비가시적 우주 존재를 숭배하는 행위는 온갖 제의와 의식을 통해 틀을 갖춘다. 제의 형식이 서고, 제물이 마련되며, 제물로 바쳐질 희생양이 선택되는 일련의 절차가 확립된다.
이와 더불어 제의를 주관하는 공동체의 우월한 지도자와 제의 집행의임무를 띤 샤먼과 사제의 무리 같은 특권 집단이 생겨난다. 공동체의 안녕과 기복을 비는 제물로 바쳐질 희생양의 역할은 내부의 우두머리나 부족 간의 전쟁에서 획득한 포로들에게 할당된다. 개별존재가 아니라 불멸성을 향한 공동의 제의와 형식을 갖춘 인간 집단은 더 이상 자연과 운명의 힘에 취약하지 않고 비가시적 존재의힘과 호응하는 지상의 통제력을 누리게 된다. 제의를 위한 경제활동과 희생양 만들기의 형식은 모두 인간이 타고난 동물성을 일종의죄로 간주하고 거기서 벗어나기 위한 기나긴 속죄의 과정으로 인식된다. 악은 이 속죄 과정의 불가피한 부산물일 따름이다.
악의 첫 번째 모습은 ‘인간 불평등‘이고, 두 번째는 ‘자연의 대상화‘이다. 원시의 평등주의적 공동체에서 널리 시행된 포틀래치 전통은 가시적 신을 욕망하는 집단적 욕구와 제의의 중앙집중화를 통해 특권적 집단이 권력을 누리고 대중들은 거기에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불평등한 사회적 구조로 진화한다. 베커의 이 밑그림은 인간불평등이 권력과 압제를 행하는 계급과 국가의 성립에서 비롯한다고 보는 루소 및 그를 추종한 마르크스주의의 입장과 다르다. 베커가 보기에 루소는 인간의 노예화가 주체의 의지와 무관한 구조적 권력에 있다고 명시하며, 이는 마르크스주의가 표방해 온 정치적해방의 서사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불평등의 기원인 사적소유와 특권계급, 그리고 국가의 폐지가 곧 인간해방의 기치로 정립된다.
베커는 이러한 명확한 정치적 의제가 현실에서 왜 실현 불가능할뿐만 아니라 실제로 이미 실패한 프로젝트인지 비판하고자 한다. 베커에겐 인간의 예속성과 불평등 자체가 아니라 ‘자발성‘이 문제이다. 아니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인간 충동의 ‘내달림 drivenness‘이다. 그가 마르크스주의 사상 및 당시의 소비에트 사회주의가 표방한 의제들에 깊은 의구심을 표한 바탕에는 자기소외를 욕망하는 인간의 자발성에 대한 천착이 깃들어 있다.
이제 우리는 ˝자연 상태˝의 인간이 자유롭다가 나중에야 자유롭지않게 된다는 생각이 얼마나 공상적인지 알 수 있다. 인간은 자유로웠던 적이 없으며, 자신의 본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인간은 자신의 내부에 지속적인 삶의 유지를 위해 필요한 속박을 지니고 있다.
랑크가 잘 알려주듯, 루소는 단지 인간 본성의 모든 측면을 이해할수 없었을 따름이다. 즉 루소는 ˝모든 인간 존재가 또한 똑같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 다시 말해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권위를 필요로 하며 심지어 자유로부터 감옥을 만들어내기도 한다는 것을 알수 없었다.˝ — 319-320쪽

○ 추천사
아나이스 닌(Anaïs Nin) – “혼돈의 우리 시대를 이해하는 데 정말로 필수적이며, 심오하고 양식이 되는 책이다.”
로버트 커쉬 (Robert Kirsch) (《로스앤젤레스타임스》) – “베커가 병상에서 죽어가면서 쓴 탁월하고 도발적인 책. … 절묘한 표현과 박학다식함으로 가득 찬 이 책은 베커를 문화인류학자라는 꼬리표를 훨씬 뛰어넘게 만든다.”
《뉴스위크》 – “꺼져가는 빛에 격렬히 저항하는 마지막 철학적 열정의 모든 흔적을 담고 있는 절박한 에세이. … 그의 마지막 증언의 아름다움(그리고 공포)은 태곳적부터 인간이 어떻게 희생양과 제물을 찾으려 했는지를 가차 없이 분석했다는 데 있다.”
아나톨 브로이어드(Anatole Broyard) (《뉴욕타임스》) – “개인과 문화, 우주 사이를 끊임없이 왕복하는 베커의 책은 인류학, 프로이트, 오토 랑크, 노먼 O. 브라운, 그리고 상당량의 자신의 관찰과 공식을 종합한 것이다.”
《선데이 오클라호만》 – “문화를 통해 죽음을 초월하려는 인간의 분투와 그 결과 발생하는 악에 대한 거장의 연구. … 인간악의 근원에 대한 잊지 못할 귀중한 통찰.”
로버트 제이 리프턴(Robert Jay Lifton) (《뉴욕타임스 북리뷰》) – “사고에 흠뻑 취한 채, 대담하고 무질서하며, 엉뚱하면서도 안목이 높고, 끊임없이 탐색하는 저자의 존재감은 짜릿한 흥분을 일으킨다. … 베커의 어조는 … 절박하면서 생생하다. 그는 여전히 거기에서 논쟁하고, 의심하고, 자신과 토론하면서, 절망한 채로, 좀처럼 인간의 희망의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프로이트에서 마르크스, 랑크에서 브라운뿐만 아니라, 루소에서 홉스, 하위징아, 멈퍼드, 휴 던컨과 케네스 버크에 이르기까지 자유롭게, 심지어 눈부시게 넘나들면서 다시금 그는 비상한 종합 재능을 보여준다. … 베커의 작품은 우리의 조건과 역사에 부합하는 심층심리학의 발전에 강력한 자극제가 된다. 현대의 심리 사상이 그러하듯, 미래의 사회 이론은 베커에게 많은 것을 빚지게 될 것이다. … 이 작품의 힘은 압도적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