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오이디푸스
볼테르 / 여운 / 2016.8.21
극작가로서의 삶을 볼테르에게 열어 준 ‘오이디푸스’는 원전 작가인 소포클레스와 프랑스 고전 비극의 거장인 코르네유, 두 대가에게 내민 도전장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 작품이다. 또한 작가가 되는 것을 반대한 부친에게서 물려받은 성을 버리고, ‘볼테르’라는 필명을 쓰면서 태어난 첫 작품이기도 하다.
18세기 극작계를 풍미한 볼테르는 고대 그리스 비극의 전통과 이를 계승한 17세기 프랑스 고전주의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가라 할 수 있다. 오이디푸스 비극은 저주받은 왕의 파멸을 통해, 인간의 판단과 행위를 초월하는 운명의 무서운 힘을 보여 준다. 볼테르는 새로운 인물과 성격을 창조하거나 또는 다른 극적인 요소를 추가하여, 그리스의 비극을 근대적인 시각에서 재해석함으로써 시대에 맞는 극작품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

부친 살해와 근친상간을 저지르게 된다는 끔찍한 예언을 들은 오이디푸스는 잔혹한 운명을 피하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하지만, 운명 앞에서 인간의 노력이란 헛된 것이다. 비극이 설정하는 인간은 의식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죄를 범하도록 예정된 운명에 매이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비극은 인간의 이와 같은 왜소함을 드러내어 관객의 공포와 연민을 자극하는 한편, ‘죄에 대한 모든 책임이 오직 인간에게만 있는가?’라는 의문점을 제시하는 장르이기도 하다.
○ 목차
볼테르의 생애
옮긴이의 말
오이디푸스 (1막~5막)
부록 – 변장한 오이디푸스 (1장~15장)
오이디푸스 가계도
작품 해설
○ 저자소개 : 볼테르 (Voltaire, 본명 : 프랑수아 마리 아루에)
18세기 계몽주의를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시인, 극작가, 비평가, 역사가인 다재다능한 작가 볼테르 (필명)는 ‘프랑수아 마리 아루에 (Franois Marie Arouet)’라는 이름으로 1694년 11월 21일 파리에서 태어났다. 유복한 공증인의 아들로 태어난 볼테르는 열 살에 예수회가 운영하던 루이 르그랑 (Louis le Grand) 학교에 들어가는데, 이 학교에서 금세 두각을 드러내고 평생 이어갈 교유관계들도 형성한다. 한편, 열두 살이 되었을 때 대부 (代父)인 샤토뇌프 신부가 그를 쾌락주의적이고 무신론적인 귀족들과 시인들이 모이는 ‘탕플 (Temple)’이라는 문학 살롱에 데리고 간다. 17세에 루이 르그랑 학교를 떠나면서 아버지에게 문인이 되고 싶다고 말하지만 아버지는 이에 반대하며 법조계를 택하라고 강경하게 권한다. 그래서 법학 대학에 등록은 하지만 탕플을 계속 드나들면서 사치와 방탕을 선망한다.

이후에도 소 (Sceaux) 성 (城)의 문학 살롱을 드나들면서 재기를 발휘하며 문학적 재능을 증명해 보이던 그는 청년 시대에 섭정 오를레랑 공을 풍자한 시의 작자로 간주되어 바스띠유에 갇혔다가 출옥한 뒤, 볼떼르란 필명으로 24세라는 아주 이른 나이에 『오이디푸스 (Oedipus)』(1718)라는 비극 작품으로 유명해진다. 그 시대의 많은 작가들이 그렇듯 볼테르도 존중받는 장르였던 비극과 시로써 작품 활동을 시작했던 것이다. 작가로서의 볼테르는 비극 작품들과 서사시, 역사물 등을 통해 빠른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이런 작품들은 오늘날에는 별로 읽히지도 않거니와 잘 알려져 있지도 않다.
반면, 나중에 재미삼아 쓰고 익명으로 출간한 콩트들이 오늘날까지 매우 잘 알려져 있다. 그중 가장 많이 읽히고 널리 알려진 작품은 『캉디드 (Candide, ou l’Optimisme)』(1759), 『자디그 (Zadig, ou la Destinee)』(1748), 『랭제뉘 (L’Ingenu)』 (1767)다. 디드로의 『백과전서』 집필에도 참여하는 등 철학자로서, 작가로서, 행동하는 양심으로서 평생 왕성한 활동을 벌인 볼테르는 84세까지 장수를 누렸지만, 프랑스 대혁명은 보지 못하고 1778년 5월 30일에 죽었다. 1791년에는 국가를 위해 큰 공헌을 한 인물들만 들어가는 팡테옹 (Pantheon)에 안치된다.
프랑스 계몽기의 대표적 철학자로 꼽히는 볼테르는 프랑스의 지성사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종교적 광신주의에 맞서서 평생 투쟁했던 그는 관용 정신이 없이는 인류의 발전도 문명의 진보도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그의 저서들 속에는 당대의 지배적 종교 권력이었던 가톨릭에 대한 비판이 꾸준히 등장한다. 그의 생각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가 전통적 가치들의 토대인 기독교 정신을 무너뜨리려 하고, 풍기를 문란케 한다고 비난했다. 나이가 70세에 가까웠을 때는 그 유명한 ‘칼라스 사건’을 계기로 종교적 불관용의 희생자들을 변호하고 돕는 활동들을 사재를 털어가면서까지 적극적으로 벌여서 오늘날까지도 관용의 상징적 인물로 손꼽히고 있다. 그는 생전에는 대시인으로 대접받았지만, 그의 재능의 본질은 풍자 작가, 명쾌하고 기지에 찬 프랑스적 산문 작가의 전형에 있으며, 특히 철학적 에세이와 우화 소설에 뛰어났다. 이신론 (理神論), 이성론의 입장에서 초자연을 강하게 부정하고 신랄하게 성서를 비판해, 후세에 그의 이름은 회의 정신의 상징이 되었다. 계몽주의의 보급을 통해 대혁명의 정신적 기반을 형성하는데 크게 공헌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철학의 간』(1734), 『깡디드』(1759), 『관용론』(1763), 『철학사전』(1764) 등이 있다.
– 역자 : 김덕희
한국외국어대학교 프랑스어과를 졸업한 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2대학에서 불문학 석사 및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프랑스어과에서 가르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연극적 환상·오라스』, 『세계의 민담-프랑스편』, 『프랑스 단막극 선집 (공역)』, 『연극 텍스트의 분석』, 『코르네유 희곡선 (공역)』, 『프랑스 연극미학 (공역)』 등이 있다. 이 밖에도 「코르네유의 ‘연극적 환상’과 복잡성의 미학」, 「에우리피데스와 라신 비극 속 이오카스테와 안티고네」, 「소포클레스, 코르네유, 볼테르의 오이디푸스 비극 속 아버지」 등 다수의 논문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 출판사 서평
– ‘볼테르’는 다르다! : ‘오이디푸스’에서 빛나는 볼테르의 독창성
볼테르 극의 독창성은 특히 주요 등장인물의 변화에서 발견된다. 볼테르는 이오카스테의 욕망을 부각시키기 위해, 그녀가 라이오스와 결혼하기 전에 사랑한 옛 애인 필록테테스를 등장시켰다. 오이디푸스 이야기를 다룬 다른 작품들에서는 이오카스테가 테베의 이익을 위해 결혼하여 새 남편 오이디푸스를 사랑하는 것으로 설정되지만, 볼테르 극에서는 필록테테스가 등장하여 이오카스테의 사랑이 달리 해석될 여지를 준다. 그는 이오카스테가 가문이나 국가의 이익이 아닌, 오로지 그녀 자신을 위해 진심으로 사랑한 남자이기 때문이다.
또한, 볼테르의 필록테테스는 자신의 행위를 다른 것과 맞바꾸려 하지 않는다. 즉, 왕좌나 왕비와 같은 세속적인 보상을 탐하지 않는다. 그는 스핑크스가 수수께끼를 내어 테베를 괴롭히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지만, 설령 알았더라도 수수께끼를 풀기보다는 괴물을 아예 베어 버렸을 것이다. 괴물이 내는 애매한 수수께끼에나 휘둘릴 인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볼테르 극의 또 다른 독창성은 오이디푸스의 부친 살해 장면에서 돋보인다. 소포클레스는 친부를 살해하는 장면에서 단지 어느 골목길에서 이방인끼리 시비가 붙는 것으로 설정했다. 이는 평범한 일상에서 벌어진 것으로 보이는 사건의 뒤에 숨겨진 운명의 엄청난 기획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러나 볼테르는 소포클레스와 달리 오이디푸스 자신의 의지보다는 ‘운명의 힘’을 더욱 강조한다. 오이디푸스는 신의 도움으로 승리를 거두었다고 말한다. 이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는 부친 살인죄에 대한 ‘인간 오이디푸스’의 책임이 경감되는 면도 있다.
볼테르 극에서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칼에 찔려 죽어 가면서도 무언가를 말하려 하는 듯 팔을 내밀며 눈물을 흘린 라이오스의 모습을 기억한다. 이는 아버지가 아들을 알아보았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장면으로, 이전의 다른 ‘오이디푸스’들에서 부친 살해와 근친상간을 막기 위해 아들을 버리는 준엄한 아버지로 그려져 온 라이오스와는 다른 모습이다.
또한, 디마스와 이오카스테의 대사는 볼테르의 종교관을 보여 준다. 오이디푸스의 충성스런 신하인 디마스는 왕권과 법을 통제하기 위해 신권을 남용하는 사제들의 악행을 고발하는가 하면, 이오카스테는 신의 능력은 맹신에서 비롯되며, 그 맹신 때문에 아들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볼테르는 이들을 통해 ‘신에게 저항’하는 근대적인 인간상을 제시하고자 했다. 이오카스테는 신이 내린 운명을 인간이 ‘거부’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살아남아 테베를 다스리라는 신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운명을 거부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오카스테의 마지막 대사에는 ‘자유’에 대한 인간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나를 억누른 그 지독한 운명의 한가운데서조차 나로 하여금 죄를 짓게 한 신을 부끄러워하게 만든 것이 바로 나였다는 사실을!”
– 부록 『변장한 오이디푸스』 – 원작의 변신, 또 하나의 흥행작!
볼테르의 『오이디푸스』를 국왕 전속 이탈리아 극단의 배우였던 도미니크가 패러디한 작품으로, 1719년 4월 17일에 초연되었다. 볼테르의 『오이디푸스』가 흥행에 성공하자, 즉시 패러디 작가들의 표적이 되었다. 당시 패러디 극은 장터 극단이나 이탈리아 극단이 즐겨 공연하는 장르였다. 그래서 한 극작품이 코메디 프랑세즈에서 절찬리에 상연되고 나면, 대개 서너 편의 패러디 극이 뒤따라 상연되곤 했다. 때로는 패러디 작품이 원작품보다 더 인기가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이 책의 부록에 수록된 『변장한 오이디푸스』는 당대에 가장 잘 된 패러디 극 중 하나로 꼽힌 작품이다.
수년 동안 전쟁터에 나가 있던 핀브렛트(볼테르 극의 필록테테스)가 부르제(테베)로 돌아와 옛 애인 콜롱빈(이오카스테)이 마을에 난입하던 큰 늑대를 죽인 트리블랭(오이디푸스)과 재혼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첫 남편인 피에로(라이오스)가 포도주를 사러갔다가 살해되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과부가 된 콜롱빈은 마을을 위해 용감무쌍한 트리블랭과 재혼한 것이다. 마을은 다시금 원인모를 재앙에 휩싸이게 된다. 이에 마을을 구하려고 노력하던 트리블랭은 피에로를 살해한 범인을 알아내고자 추적한다. 그 과정에서 다름 아닌 자신이 범인일 뿐만 아니라, 콜롱빈과 피에로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익살스러운 서민극으로 재탄생한 패러디 극은 이탈리아 극단의 화려한 의상과 노련한 연기로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볼테르 극의 영웅 필록테테스가 허풍스럽고 이기적인 핀브렛트로 변신하고, 정숙하고 고상한 이오카스테는 남편을 잃으면 급하게 재혼해야 하는 콜롱빈으로 바뀐다. 이렇듯 비극 속 영웅담과 고상한 정절이 패러디되어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 것이다.
오이디푸스와 달리 매우 현실적인 인물인 트리블랭은 엄청난 운명의 비밀이 밝혀지자, 스스로 눈을 멀게 하고는 맹인 수용소로 향한다. 콜롱빈 역시 비극 속의 이오카스테와는 달리, 침대 속으로 들어가 쉬려는 일상적인 행동을 보인다. 이는 그녀가 트리블랭을 떠나보내자마자 또 다시 세 번째 남편감을 기다림을 넌지시 알려 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맹인 수용소로 가겠다고!
아! 너무도 슬프고 가련한 생각만 하는구나!
누가 감히 저런 영웅적인 행동을 할 수 있겠어?
그런데, 몸이 안 좋고, 온몸에서 힘이 빠지는구나.
클로딘, 부탁이 있는데, 와서 침대를 좀 따뜻하게 덥혀 줘.”
귀족적이고 이상적인 가치를 무너뜨리고 평범하고 현실적인 가치를 부각시켜, 보다 많은 공감대와 보다 인간적인 연극을 추구했기에, 패러디 극은 당시에 대중적인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다.
○ 독자의 평
그리스의 희곡 작가인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는 너무나도 유명한 작품입니다.
그래서 많은 유사한 작품들이 나오게 되었는데, 볼테르의 오이디푸스 역시 원전을 모방한 작품의 하나입니다.
이 책에서는 볼테르의 오이디푸스와 볼테르가 활동하던 그 당시 유행했던 많은 패러디 작품 중에 “변장한 오이디푸스”라는 작품이 함께 실려 있습니다.
옮긴이의 말과 작품해설, 오이디푸스 가계도를 여러 판본과 비교해 놓은 표를 함께 보면 작품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오이디푸스 작품의 한결같은 내용은 라이오스 왕과 이오카스테 왕비의 아들인 오이디푸스를 태어나자마자 불길한 예언의 신탁에 따라 버리지만, 결국은 신탁이 실현되어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여 아이들까지 낳고 살다가 나중에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오이디푸스와 이오카스테의 비극적인 결말이 공통을 이루고 았습니다.
볼테르의 오이디푸스에서는 이오카스테 왕비의 첫사랑인 필록테테스가 등장하고, 오이디푸스의 눈을 먼저 멀게하고, 다음에 이오카스테 왕비가 죽음으로 맞는 결말이 원전과는 차별화가 되어 있습니다.
작품을 조금 비틀어서 보자면 라이오스 왕이 죽을 당시에는 노인이었고, 오이디푸스는 젊은 청년이었는데, 좁은 길목에서 사소한 말다툼으로 노인을 죽였다는 것과 어머니인 이오카스테 왕비는 꽤나 나이가 든 여성이었을텐데 젊은 청년과 결혼하여 아이를 넷씩이나 낳는다는 것도 현실성이 많이 떨어지는것 같습니다.
물론 이야기는 이야기로만 봐야겠지요.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