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이제 당신 차례요, Mr. 브라운 : 영국노동당이 다시 이기는 길
앤서니 기든스 / 인간사랑 / 2007.9.20
‘제3의 길’의 저자이며, 영국 노동당의 ‘철학사령관’이라 할 앤소니 기든스 교수가 고든 브라운 수상 취임에 즈음하여 노동당 집권 10년의 공과 (功過)를 평가하고 앞으로 노동당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공공 서비스 분야를 위시한 국내정치의 여러 분야와 외교정책 분야까지 평가하고 또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데,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중도좌파로서 노동당의 이념적 지향과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 기존 정책의 고쳐야 할 점과 보완해야 할 점들을 날카롭게 지적 또는 제시하고 있다.
3기 연속 집권을 하고 있는 영국 노동당이 4기 집권을 위해서는 당의 정체성과 정책을 재정립하는 일이 필수불가결하다. 앤소니 기든수 교수는 3기 연속집권을 가능하게 한 핵심적인 정책들을 그대로 이어가며, 성공적이지 못한 정책과 문제점이 제기된 정책은 근본적으로 혁신하기를 주장한다.

그는 노동당이 싸워야하는 적이 보수당이 아닌, 장기집권에 따른 대중의 지리함임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경제적 번영과 사회적 정의의 조화라는 해법과 함께 “미래와의 계약” 이라는 이름의 16개 구체적인 실천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경제적 번영과 사회적 정의라는 모두가 꿈꾸는 이상을 추구하는 영국노동당의 비전도 속에서 오늘날 우리의 문제와 미래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 목차
감사의 말씀
역자서문
제 1장 지난 10년
제 2장 경쟁자들
제 3장 변화하는 세계
제 4장 공공 서비스
제 5장 평등제
6장 생활양식 바꾸기제
7장 다문화주의제
8장 섬나라 의식 떨쳐버리기제
9장 진보적 합의제
10장 미래와의 계약
○ 저자소개 : 앤서니 기든스 (Anthony Giddens, Baron Giddens)
앤서니 기든스 (Anthony Giddens, Baron Giddens)는 1938년 1월 18일, 영국 런던 에드먼턴에서 출생했다.

현대 사회학계의 세계적인 석학인 그는 사회 이론과 계층론 분야에서 널리 알려져 있는 영국의 대표적인 사회학자다. 독일의 위르겐 하버마스와 함께 유럽 지성의 쌍벽을 이루며 ‘영국의 자존심’으로 불릴 만큼 대중적 지지와 학문적 권위를 인정받는 거장이다. 특히 사회 이론 분야에서 유럽의 지적 전통과 현대적 흐름을 반영한 ‘사회 구조화 이론’으로 독자적인 이론 체계를 구축하였으며, 사회주의의 경직성과 자본주의의 불평등을 극복하는 ‘제3의 길’이라는 새로운 사회 발전 모델을 주창하였다. 이 ‘제3의 길’은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와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등 유럽을 이끄는 중도좌파 정치가들의 이론적 바탕이 되었다. 기든스는 고전 사회학자들의 이론을 검토하는 작업부터 현대성에 관한 논의에 이르기까지 사회 이론가로서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세계적인 사회학자가 사회학 입문서를 쓴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기든스는 혼신의 힘을 다하여 이 책을 계속 보완하며 제8판에 이르렀다. 그의 저작은 전 세계 29개 국어로 번역되어 널리 읽히고 있는데, 기든스 자신이 폴리티 (Polity)라는 학술 전문 출판사를 공동 설립해서 매년 80여 권의 학술 서적을 간행하는 출판인이기도 하다.
영국 헐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으며 (1959), 런던정치경제대학교 (LSE)에서 사회학 석사 학위를,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6). 영국 레스터대학교 사회학 강사 (1961 ~ 1970), 케임브리지대학교 강사와 교수 (1970 ~ 1997)를 거쳐 런던정치경제 대학교 학장 (1997 ~ 2003)을 역임했다. 현재 런던정치경제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로 있다.
주요 저서로 『자본주의와 현대 사회 이론』(1971), 『선진 사회의 계급 구조』(1973), 『사회학 방법의 새로운 규칙』(1976), 『사적 유물론 비판』(1981), 『민족 국가와 폭력』(1985), 『근대성의 결과』 (1990), 『근대성과 자아 정체성』(1991), 『친밀성의 변동: 현대 사회의 성, 사랑, 에로티시즘』(1992), 『좌파와 우파를 넘어서』 (1994), 『사회학의 변론』(1996), 『제3의 길: 사회 민주주의 쇄신』(1998), 『노동의 미래』 (2002)가 있다.
– 역자 : 김연각 (金淵珏)
1957년 경북 영양에서 출생한 정치학자로 서울대학교 정치학과에서 학사 석사를 거쳐 박사학위를 취득했다.1994년 이래 서원대학교 법정학부에 재직했으며 저서로는 『김정일시대의 북한』 (공저, 1997) 등이 있고, 역서로 『국제관계의 이해』 (공역, 2002) 등이 있고, 최근 논문으로 “북한의 통치이데올로기: 1955-2007” (2007)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제 1장 지난 10년: 노동당의 성공과 실패
신노동당 판 국제공산당가 (國際共産黨歌):
인민의 깃발은 장밋빛 분홍색, 그대가 생각하는 것만큼 붉지는 않다네.
그대가 비록 백만장자라 해도안심하고 토니 블레어에게 표를 주어도 된다네.
그대가 고급 정장을 입어도 좋고우리는 정말 야유를 보내지 않으리.
그래서 인민은 우리가 아직도 진지하다고 생각하며,
우리는 적기가 (赤旗歌)를 1년에 한 번 부른다네.
이것은 물론 훌륭한 시가 아니지만, 그 의미는 매우 분명하다. 사실 적기가는 노동당 연례총회에서 이미 사라졌고, 다른 행사에서 가끔 이용될 뿐이다. 지금의 노동당이 당의 전통적 가치와 빈곤층 이익 대변이라는 임무를 포기하고 순전히 중간계급 정당으로 되고 말았는가 그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계급구조는 크게 바뀌었다. 오늘날 인구의 대다수가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 분야나 지식기반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 이제 모든 중도좌파 정당들은 과거에 비해 더 넓은 범위의 연합을 추구해야 할 형편이다.
제3의 길이라는 말이 특별히 멋있는 용어인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 용어는 쉽게 농담의 소재로 이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갈 수 없는 길 (no way), 우윳빛 길 (Milky Way, 은하수), 프랑크 시나트라의 나의 길 (My Way) 이런 식이다. 나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제 제4의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말을 수도 없이 듣는다. 그리고 제3의 길이라는 용어가 새로운 것도 아니다. 내가 추적해 보니 이 말이 처음 사용된 것은 19세기 말이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인지 모르지만 신노동당이 이 말을 채택한 이래로 이 말은 널리 오해되었고 많은 경우 그런 오해는 의도적인 것이다.
내가 보기에 이 용어는 오늘날의 사회경제적 생활에 영향을 주고 있는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여 중도좌파가 자신들의 사상을 한 단계 격상시키기 위해 채택한 일종의 상표이다. 이 용어를 사용할지 말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세계 각지의 사회민주주의자들이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기존의 접근방법과 정책 프로그램을 재검토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제1의 길”이란 전통적인 사회민주주의, 영국의 경우 구노동당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국가, 케인즈 식의 수요관리, 그리고 득표의 주된 기반으로서 노동계급 등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신념에 기반을 둔 것이다. 2차대전 이후 약 40년 동안 중도좌파 진영 안에서 다소간의 동요도 있었다. 그리고 사회민주주의라는 용어가 다른 정당의 정치적 입장을 표현하는 것으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보수당의 소위 “1민족 보수주의자들” (one-nation Tories)도 한때 복지국가의 중요성, 혼합경제의 중요성을 인정하였다. — 본문 중에서
○ 출판사 서평
재 영국 노동당은 당의 역사상 매우 중요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창당 이래 처음으로 3기 연속 집권을 하고 있고 이제 4기 집권에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당수와 수상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지도자가 등장하였다는 사실 자체가 활력을 줄 수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당의 이념적 입장과 정책 전망을 철저히 재정립하지 못한다면 4기 집권은 어려울지 모른다.
당의 이념과 정책 전망을 어떻게 재정립할 것인가? 『제3의 길』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영국 노동당의 ‘철학사령관’이라 할 앤소니 기든스 교수는 당의 3기 연속 집권을 가능케 해 주었던 핵심적인 정책들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동당의 정책 중에 성공하지 못한 정책과 새로운 문제가 불거진 정책은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당 4기 집권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개혁을 표방하고 있는 보수당이 아니라 정치 일반에 대한 대중의 염증 (厭症)이라 보고 있다.
저자는 노동당이 4기 집권에 성공하려면 대다수 유권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이상을 내걸고 그것에 도달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들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말하는 이상이란 경제적 번영과 사회적 정의를 조화시키면서 양자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다.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저자는 소위 “미래와의 계약”이라는 이름으로 16개 항을 제시하고 있다.
영국의 상황과 우리나라의 상황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르다.그러나 경제적 번영과 사회정의는 거의 보편적인 가치라 할 수 있다.달리 말하면 이 양자를 동시에 실현한다는 것은 비단 영국 사람들만의 이상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상인지도 모른다. 문제가 되는 것은 어떻게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것인가 하는 문제, 즉 실현방법의 문제이다.이런 관점에서 보면 3기에 걸친 영국 노동당의 경험과 미래를 위한 청사진을 담은 이 책은 이 땅의 진보를 바라는 모든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교훈과 시사를 줄 것이며, 경우에 따라 반면교사 구실도 할 수 있을 것이다
○ 독자의 평 1
이 책은『제3의 길』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영국 노동당의 ‘철학사령관’이라 할 앤소니 기든스 교수가 고든 브라운 수상의 취임에 즈음하여 노동당이 집권했던 과거 10년간의 공과를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기 위해 쓴 글이라고 한다. 그는 영국 노동당이 창당 이래 처음으로 4기 연속집권을 앞둔 상황에서 4기 집권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개혁을 표방하고 있는 보수당이 아니라 정치 일반에 대한 대중의 염증 (厭症)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나라마다 정치환경과 현재의 상황이 많이 다르겠지만 그의 상황평가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많은 점들을 생각하게 만든다고 하겠다.
저자는 노동당이 4기 집권에 성공하려면 대다수 유권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이상을 내걸고 그것에 도달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들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말하는 이상이란 경제적 번영과 사회적 정의를 조화시키면서 양자를 동시에 추구하는 ‘제3의 길’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저자는 소위 “미래와의 계약”이라는 이름으로 16개 항을 제시하고 있다. 앤소니 기딘스의 주장중에 우리와 연관이 큰 부분들을 중심으로 몇 가지 살펴보자.
1.산토끼와 집토끼 문제
중도좌파 정권의 공통점으로 집권에 성공하자마자 과거의 지지자(집토끼)들의 실망감과 불만도가 커진다는 것이다. 본래의 이상을 포기하였다거나 변화의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불만이다. 집권해서 산토끼까지 쫒다보면 집토끼의 비현실적 기대치가 현실화되는, 어느 정권에서나 적용되는 자연스런 현상으로 보인다.
2.정치의 ‘가운데 마당’을 장악하기
보수주의로 퇴행하라는 것이 아니라 정책에 대한 광범위한 지지를 얻기 위해 중도를 왼쪽으로 이동시키라는 것이다. 기존의 당론에 집착하기보다는 시민들이 원하는 것을 반영해 중도좌파의 방향으로 이동하라는 지적이다. 이슈에 끌려가기보다는 이슈를 선점하라는 지적이기도 하다.
3.일하게 만드는 복지
복지란 손에 무얼 쥐어주는 것(hand-out)이 아니라 손을 움직여 일하게 하는것(hand-up)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권리(좌파)나 의무(우파)만을 강조해서는 안되고 양자가 조화된 시민권 협약을 만들어야 한다. 사회적 정의실현은 부자보다 빈자에 맞추어 실시하라. 이러한 주장들은 실질적 기회의 평등과 이를 바탕으로 한 경제적 활력을 꾀하자는 기든스의 ‘제3의 길’의 핵심내용들이다.
4.교육과 의료같은 공공서비스에 투자하기
사람이 맨 앞에 있어야 하고 정부는 이런 서비스를 가능케 해주는 국가(enabling state)가 되어야 한다. 근본적 개혁이 필요한 분야가 교육과 의료보험이다. 국가에 의한 중앙집권적 서비스 제공은 효율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 제3섹터, 시민간의 책임이 나누어져야 한다. 필요한 규제는 대중의 이익을 가장 잘 대변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앤서니 기든스의 <제3의 길>이나 최근 톨레츠키의 <자본주의 4.0> 모두 시장기능의 원활한 작동과 함께 정부의 적절한 규제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정부의 규제는 시장기능의 실패를 보완하는 선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규제방법도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좀 더 정교하게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는 점에는 큰 차이가 없는 듯하다.
어느 사회나 경제적 번영과 함께 사회적 정의를 추구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도 상당히 크다고 하겠다. 격랑이 예상되는 2012년 정치판에서 과연 정치권이 과연 어떻게 국민의 바람을 제대로 읽고 진정한 대안을 제시하는지, 그리고 누가 국민의 마음과 지지를 얻은 최후승자가 될지 담담하게 지켜볼 뿐이다.
○ 독자의 평 2
지난 2007년은 영국과 한국의 국민들과 진보세력에게 서로 다른 의미로 중요한 해였다. 영국 국민은 사회민주주의의 기치를 내건 집권 노동당의 집권 2기 동안의 실적을 평가하는 총선을 치루어야 했고 한국 국민들은 10년 동안 집권해온 민주개혁을 표방한 민주당의 실적을 평가하는 대선을 치러야 했다.선거 결과는 두 나라에서 전혀 반대로 나타났다.
총선 결과 영국의 집권 노동당은 3기 연속으로 다수당이 되었고 대선 결과 한국의 집권 민주당은 한나라당(이명박 후보)에게 패배하였다. 몰론, 단순히 노동당과 민주당을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할 수도 있다. 영국과 한국이 국가와 민족의 형성에서부터 역사, 현재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고 정당을 비교해도 영국의 노동당과 한국의 민주당은 역사와 주체, 성격과 구조, 이념과 정책에서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영국 노동당은 1906년에 창당되었고 지금까지 보수당과 함께 영국 양당구조를 형성해 왔다. 노동당은 창당에서 2007년까지 당원이 급격하게 줄었음에도 40만명(1997년)~20만명(2007년)으로 구성되어 있고 노동조합 등 주요 계급, 계층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어 명실상부하게 영국 국민으로 구성된 정당이라 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의 민주당은 2003년에 창당한 집권 열린우리당을 해체하고 2008년 새롭게 창당하였다. 한국의 정당은 1946년 처음 창당된 이래 2011년까지 수십 개의 정당이 창당, 분당, 합당, 해산을 거치면서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물론, 그런 과정은 한나라당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의 정당은 ’진성당원’은 어느정도 존재하지만 실질적인 당원이나 조직운영 체계는 존재하지 않고 중앙당 조직체계와 국회의원, 지방의원, 자치단체장, 정치지망자로 이루어진 일종의 ’명사정당’이라 할 수 있다. 명확한 이념이나 정책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도 가지고 있지 않다. 현대적인 정당에 필요한 이념, 정책, 조직, 당원, 운영방식을 보이고 있는 정당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정도인데 그들은 아직 대중적으로 큰 지지를 얻고 있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당과 민주당, 보수당과 한나라당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나는 두 가지 이유에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첫 번째 이유는 노무현 전대통령이 관심 있게 읽고 주변에 추천한 책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이고 다른 이유는 내일 이 책의 저자인 앤서니 기든스의 저작인 <기후변화의 정치학>을 교재로 하여 세미나를 진행하는데 있어 기든스의 과거 저작들을 살펴봄으로써 기든스의 생각과 의견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함이다.
이 책은 제목에 딸린 부제 – ’영국 노동당이 다시 이기는 길’ – 를 봐도 알 수 있듯이 노동당의 상원의원이자 정책 브레인이 기든스가 2007년 총선에서 노동당이 또다시 승리하고 집권하기 위하여, 그 해에 토니 블레어(Anthony Charles Lynton Blair)에 이어 영국 의회의 수상으로 선출된 고든 브라운(James Gordon Brown)에게 ’선거 승리 전략’을 조언하는 내용이다. 기든스는 노동당 집권 10년의 공과 과를 평가하고 향후 노동당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노동당은 2010년 5월 총선에서 패배하고 브라운이 사임하고 에드 밀리밴드를 새로운 당수로 선출)
이 책을 한국어로 번역한 역자는 민주노동당원으로 활동 중인 김연각인데, 그는 영국과 한국의 현실과 조건이 많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번영’과 ’사회정의’가 보편적인 가치이기 때문에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 역시 기본적으로 보편성을 띨 수밖에 없기에 한국과 민주노동당에게 이 책이 많은 교훈과 시사점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미 20세기 말에 <제3의 길>이란 저서를 통하여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기든스는 대체로 노동당의 10년 집권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중도좌파로서 노동당의 이념적 지향과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검토하고 보완하고 새로 제시하고 있다.
– 세부적인 내용을 정리하면,
[머리말]에서 저자는 자신이 어떻게 학자의 길에서 학자와 정치를 병행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저서 <제3의 길>이 1998년 미국 민주당 대통령 클린턴과 블레어 총리의 대화를 계기로 하여 써졌음을 밝힌다.
[개설]에서 저자는 오랜 기간 야당으로 머물다가 20세기 후반에 ’제3의 길’을 내세우면서 승리했던 노동당의 10년 집권이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한다. 그는 21세기에 필요한 새로운 정책 전망, 정책내용이 풍부한 전망으로서 ’제3의 길’을 선택함으로써 노동당이 자신의 운명을 바꾸었다고 말한다. ’제3의 길’은 좌파의 기치, 사회민주주의의 이념을 진정으로 수호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노동당이 집권하는 동안 영국은 효과적인 거시경제정책에 힘입어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누렸고 완전고용에 가까운 결과를 거두었다. 지속적인 성장을 기초로 공공서비스 분야와 빈곤퇴치 조치(1997년 이후 200만명이 빈곤에서 탈출)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가능했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저자는 노동당이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고 구체적인 정책방향을 제시한다. 국가의 역할과 공공서비스의 성격에 대해 더 명확한 정의를 제시해야 하고 더 명시적으로 평등주의를 지향해야 하며, 탈중앙화와 권한이양 문제에 대해 진지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핵무기 확산과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국민들의 생활양식을 바꾸는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 복지국가의 개념을 ’적극적 복지’를 제시하면서 복지를 경제적 역동성과 생산성에 초점을 맞추고 더 다원주의적으로 이끌어야 함을 주장한다. 외교문제에 있어서는 이라크 철수를 모색하고 EU의 역할을 강화하여 기후변화, 에너지 안보, 이민, 국제범죄, 마약, 밀입국 등의 문제를 다루어야 함을 이야기한다.
노동당이 4기 집권에 성공하려면 대다수 유권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이상을 내걸고 그것에 도달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들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말하는 이상이란 경제적 번영과 사회적 정의를 조화시키면서 양자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저자는 소위 “미래와의 계약”이라는 이름으로 16개 항을 제시하고 있다.
1장. [지난 10년 : 노동당의 성공과 실패] ’제1의 길’인 구좌파의 정치철학과 ’제2의 길’인 신자유주의는 극적으로 변해가는 현실세계의 요구에 부응할 수 없음을 주장한다. 그리고 저자는 영국 노동당이 1990년대 초 이래 미국의 신민주당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음을 인정한다. 1990년대에 미국의 신민주당의 정책방향인 선택, 경쟁, 시장식 인센티브, 기회, 책임, 공동체, 시민권 협약, 자유무역, 민주주의 확산 지원 등의 상당수 아이디어가 영국 노동당에게 전수되었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20세기 말에 수정된 노동당의 강령(’8대 테마’)는 경제를 우선하라, 정치의 가운데 마당을 장악하라, 권리와 함께 의무에 기반을 둔 새로운 시민권 협약을 만들라, 사회정의를 추구함에 있어 부자보다 빈자에게 집중하라, 무엇보다도 교육과 의료보험 같은 공공서비스 분야에 투자하라, 어떤 이슈에서도 우파에게 양보하지 마라, 이민은 대개 받아들이되 사회에 이익이 되지만 그래도 이민은 규제되어야 한다, 적극적인 외교정책을 추구하라”이다.
저자는 노동당 정부가 대체로 성공적인 정부였다고 평가하면서 남아있는 문제점들을 지적한다. 그리고 그 사례로 이데올로기 정립의 실패, 사회정의에 대한 충실성 부족, 헌법개정과 권한이양 문제, 기업 자본주의에 대한 영향력 제고 실패, 환경 의제 도입 거부, EU 결합 실패, 이라크 전쟁 등 외교 난맥상 등을 들고 있다.
2장. [경쟁자들 : 브라운대 캐머런] 저자는 고든 브라운 신임 총리와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David William Donald Cameron), 자유민주당의 멘지스 켐블을 비교하면서 브라운의 장단점을 지적한다. 보수당과 자유당이 당내 화합과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새로운 철학과 정책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고 노동당과 차별화시키지 못한다고 분석하면서 브라운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다.
3장. [변화하는 세계 :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저자는 ’세계화는 세계사회의 상호의존성 증대’라고 정의하면서 거스를 수 없는 추세임을 인정한다. 그리고 세계화에 대한 지나친 찬양과 저주 모두를 비판하면서 위협과 기회를 모두 가져오고 있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세계화가 지역 구석구석까지 영향을 미치는 구체적인 사항들을 지적한다. 그 사례로 산업간 기업간 경쟁, 일자리 축소, 임금 경쟁, 기후변화, 국제테러, 이민, 빈곤, 정신병 등을 말한다.
저자는 급변하는 세계속에서 노동당이 구노동당이 아닌 신노동당으로 계속 남아야 하고 다음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7가지 원칙을 열거한다. 7가지는 1. 계속해서 경제에 강조점을 둘 것, 2. 가운데 마당을 포기하지 말 것, 3. 교육에 높은 우선 순위를 둘 것, 4. 빈곤에 대한 공격을 재개하고 확장할 것, 5. 범죄나 반사회적 행위에 맞서 싸울 것, 6. 경제적 이민을 효과적으로 규제할 것, 7. 국제 테러의 위협에 소홀하지 말 것을 말한다.
4장. [공공 서비스 : 사람을 맨 앞에 두기] 저자는 노동당이 그동안 국가의 개념을 ’가능케 해주는 국가 Enabling state’이었으며 앞으로는 이에 더하여 ’확신을 주는 국가 Ensuring state’를 추가해야 함을 주장한다. 그리고 노동당의 가장 중요하게 추진하는 정책이자 핵심 강력인 ’공공 서비스’가 총선에서 가장 큰 변수임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공공 서비스’에 대해 새롭게 정의를 내리고 공공 서비스의 상당 부분이 유럽 다른 국가보다 뒤처지게 되었음을 역사적인 맥락에서 검토한다.
저자는 공공 서비스의 효율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관-민 제휴관계’가 더 확장되어야 함을 주장하고 추가 세금징수 없이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수단을 제안한다.
그리고 공공 서비스 수혜자들의 참여가 중요함을 지적하면서 특히 교육과 의료 분야에서 ’선택’을 도입할 것과 ’수익자 부담’을 확대할 것을 주장한다. 국민건강보험의 경우 의사결정 과정을 분권화시키고 다양하고 유연한 제도를 도입해야 함을 역설한다.
5장. [우리는 더 평등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에서 저자는 시장 또는 자본주의적 기업이 경제적 효율성의 열쇠이고 번영의 열쇠라는 점에서, 시장이 본래부터 자유로운 소비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시장의 기업들은 법을 만들지 않고 군대를 보유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원칙적으로 시장에서의 경쟁이 가격을 끌어내리는 동시에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실험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시장이 만들어내는 결과가 자본주의 자체를 움직이는 동기와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 사회민주주의자들이 ’시장친화적’이어야 함을 주장한다.
그리고 시장친화적인 가운데 사회적 보호와 일자리 창출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한데 이것을 위해 ’유연안전성 flexicurity’와 가능한 최저임금이 핵심임을 제시한다. 기업의 경우 책임성을 강화해야 하고 추가적인 세금보다 세금의 조정이 필요함을 주장한다.
저자는 아동빈곤 해소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으며 결론으로 영국의 뿌리 깊은 불평등을 조장하는 구조적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16개 정책 분야를 제시한다. 여기에는 아동빈곤 감축, 전통적 재분배 장치 유지,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 고용보험과 임금보험의 가능성, 노인 일자리 창출, 고착화된 빈곤 해결, 자산형성 제도, 빈곤의 전기적 특성 고려, 임시노동시장 검토, 여성의 경제적 지위 향상, 여성 노인 배려, 생활방식의 변화, 빈곤층 학보모의 학교 선택권 강화, 사립학교 변화 유도, 대학 입학 제도 보완, 부자의 사회적 의무 강화이다.
6장. [생활양식 바꾸기 : 새로운 의제] 저자는 적극적 복지를 추진하기 위해 4개 분야 – 장애, 고령, 건강, 기후변화 – 에 대한 개입을 확대할 것을 주장한다. 적극적인 복지란 ’사전예방적’인 것이고 ’사회문제의 근원을 찾아 그것과 씨름하는 자세’를 뜻한다. 4대 분야는 정부의 적극적인 복지정책만이 아니라 생활양식의 변화를 함께 이루어내야 상당부분 개선시킬 수 있음을 지적한다.
저자는 영구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소시키기 위해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한다. 그것은 이산화탄소 가격제의 도입, 기술발전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정책의 도입, 각 가정의 소비 패턴 변화 유도, 취약성에 대해 시급한 국가적 평가 실시를 말한다.
7장. [다문화주의 : 포기하기 없기!] 저자는 여러가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하여 이민이 영국에게 위협이자 기회임을 설명하고 영국에 필요한 기술 이민 등은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저임금 일자리를 중심으로 하는 낮은 이민은 계속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노동당은 ’다문화주의’를 방어해야 함을 역설한다. 다만, ’다문화주의’가 사회 속에 다양한 문화가 따로 따로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유지되는 제도와 정치, 문화라는 틀 속에서 각 문화가 조화롭게 교류함을 뜻한다.
8장. [섬나라 의식 떨쳐버리기]에서 저자는 영국인에게 내재하고 있는 ’섬나라 의식’을 떨쳐내기 위해 ’상징’과 ’의례’를 중시하고 영국과 노동당이 EU와의 협력과 EU의 강화에 기여해야 함을 주장한다. 외교문제에 있어서는 이라크로부터 가까운 장래에 영국군을 철수해야 하고 국제테러에 대처하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외교에 있어서는 협상, 협력, 국제법 존중이 무력 사용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짐을 인정하여 ’공격적 다자주의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9장. [진보적 합의를 형성하는 방법]에서 저자는 스마트폰과 인터넷 등을 통해 문자매체나 전자매체 등 새로운 매체가 일상적 민주화의 진행과정과 동일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사람들이 ’소극적 신뢰’에서 ’적극적 신뢰’로 변화됨을 말한다. 이는 ’심의민주주의’가 어느 때보다도 더 중요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노동당이 논의 중인 헌법개정안에 심의민주주의를 더 많이 도입해야 하고 심의적 과정을 개정안의 기초 가운데 하나로 삼아야 함을 주장한다. 그 방향은 ’탈중앙화’와 ’주변부 집단의 참여’이다.
10장. [미래와의 계약]에서 저자는 노동당의 목표가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를 위하여 번영하는 사회, 공정하고 개방된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이를 위해 정부와 시민 사이에 ’미래와의 계약’을 합의하는 것이 중요함을 주장한다. ’미래와의 계약서’의 조항은,
1. 경제적 성공이 다른 많은 것들의 기초이므로 가장 중요하다. 안정적 성장과 지속적인 저물가, 최저임금의 꾸준한 상승과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유연안정성, 생산성 향상과 빈곤층의 생존기회 향상, 유인을 위한 규제
2. 삶의 많은 영역에서 국가의 개입. 국가는 시장 부문과 시민사회, 그리고 개인과 협력관계 유지, 시민들의 선택권과 목소리
3. 정부 자체와 교육 의료 분야에서 권한이양. 심의민주주의 실험
4. 기후변화를 통제하고 적응하는 것을 시민의 권리와 의무의 필수항목으로
5. 환경세와 세금 인센티브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세제도 개편
6. 평등주의 정당의 강화. 경제적 역동성과 일자리 창출과 빈곤 완화가 정책의 우선순위로.
7. ’어린이 먼저!’ 아동빈곤 축소
8. 직장과 가정에서 여성의 지위 향상
9. 교육과 의료분야는 정책의 상위 순위 유지
10. 사해동포주의적 국가로서 영국의 통합성 유지
11. 이민은 엄격히 규제
12. 정체성과 사회의 가치관을 지키는 것은 다문화주의의 전제조건
13. “범죄에 강경하게, 범죄의 원인에 강경하게”
14. 국제 테러리즘에 대한 적절한 조치
15. EU와의 협력. 역할 강화
(단순한 비교는 여전히 어렵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왜 영국 노동당이 2007년 총선에서 승리했는지, 한국의 민주당이 2007년 대선에서 패배했는지 그 이유를 분석하는데 중요한 요인을 파악할 수 있다. 이 책에 국한하여 본다면 정당의 이념과 정책, 역사와 교훈, 정치경제사회에 대한 분석과 대안제시 등에 있어서 노동당과 민주당은 비교하기조차 어렵다.(한나라당도 마찬가지..) 한국의 정당 내부 지도자나 유력인사, 정책 브레인 중에서 기든스만큼 소속 정당에 대해, 국가의 역사와 현실에 대해, 정책내용과 평가에 대해, 경제와 사회문화에 대해, 외교에 대해 전체적, 기본적으로 알고 있고 평가할 수 있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 물론, 그 이유는 영국 노동당의 역사와 한국의 정당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고 더 깊이 내려가면 영국의 정치사, 근현대사와 한국의 정치사, 근현대사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전쟁 이후 5~60년만에 국민 1인당 GDP를 2만 달러로 올려놓은 한국민의 저력이 정치와 사회문화에서 발휘할 수 없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국가와 국민을 위하고 사회정의와 평화통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외부적인 조건이나 상황을 핑계댈 수는 없는 것이다.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이 책 속에 들어있는 노동당의 정책 브레인이자 유럽의 저명한 학자로서 기든스의 평가와 전략은 종합적이고 명쾌하다. 그리고 영국과 노동당이 처해있는 현실과 조건도 잘 파악할 수 있었다. 아무리 노동당의 이념과 정책이 수정주의이고 ’짬뽕’이라고 해도 한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책 속에 나열되어 있는 영국 국민들의 생활과 조건은 부럽기 그지 없었다. 한국의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수준이 영국의 1980~ 1990년대 수준까지만 되어도 국민들이 훨씬 행복해질 것이다.
그럼에도 저자가 ’제3의 길’의 이념이나 좌파의 가치, 사회민주주의의 가치를 언급하고 제시하지만 내가 부족하고 어리석은지는 몰라도 저자의 이념이나 가치가 명쾌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아마 <제3의 길>을 읽어보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읽고 보니 직전에 읽은 기든스가 왜 <기후변화의 정치학>을 후속작으로 펴냈는지 알 것도 같다. 책 속에 나타난 바와 같이 영국 국민들과 정치인들이 모두 ’온실가스’와 ’기후변화’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EU가 주도하고 있는 국제적인 협의와 협상이 계속 구체적인 결과로 나타나지 않은 것을 답답해하고 있을 것이다. 책 속에서 저자는 EU의 역할에 대해 크게 기대하지 않고 있음에도 국제적으로 기후변화와 에너지 안보 문제를 처리하는데 있어 EU말고 다른 대안이 없음을 인정한다.
기든스의 ’제3의 길’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 이 책은 <제3의 길>이 아니고 ’노동당 집권 전략’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저자의 글 속에 부분적으로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제법 있었다. 저자의 이야기대로 영국 총선을 준비하기 위해 급하게 써서 발간한 책이기 때문에 저자의 의도나 자세한 주장이 들어있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지적할 것은 지적하고 넘어가야 하겠다.
먼저, ’세계화’에 대한 정의와 태도에 관한 것이다. 저자의 주장대로 세계화는 과학기술에 힘입은 바 크고 각 개인과 지역, 국가의 ’내부와 외부에서 동시에 밀어닥쳐 오는 것’임을 나 역시 원칙적으로 인정한다. 그리고 세계화가 ’상호의존적’이고 양방향의 과정인 것도 맞다. 하지만, 저자의 주장처럼 세계화가 ’힘의 불균형 체제’가 아니라고 정의할 수는 없다.(p.98)
영국을 비롯한 유럽 각국이 사회정의와 경제적 평등주의를 추구하고 일정한 성과를 달성한 것은 역사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통제되지 않는 자본주의’의 위험성 때문이다. ’통제받지 않는 자본주의’는 18세기부터 제2차 세계대전까지 수 많은 선량한 사람들을 말 그대로 ’도탄’에 빠트리고 고통과 죽음, 불행과 빈곤의 나락으로 빠트렸다. 세계화 역시 자본주의 시스템이 기초로 작용하기 때문에 통제받지 않을 경우 국가 시스템이 건강하지 못한 많은 빈곤국가와 개발도상국가를 동일한 처지로 내몰 것이다. 영국과 유럽의 경우에도 자칫 잘못하면 중산층 이하 계층이 심각한 타격을 받아 그동안 이루어낸 ’평등수준’을 위협할 것이다.
두번째, 헤지펀드에 대한 과소평가. 저자는 헤지펀드가 자본시장의 구조적 위험요인이 아니라 그 반대의 효과를 갖는다는 주장에 동의하고 있다.(p.173) 하지만 저자가 잘못 판단했다는 것은 계속 드러나고 있다. 한국의 경우만 하더라도 IMF 이후 지속적으로 헤지펀드에 의한 부동산과 기업의 주식 헐값 & 불법 인수가 문제로 나타나고 있고 ’수익성’ 이외에 아무런 관심이 없기 때문에 국민경제나 개별기업, 시장참여자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세번째, 저자는 국제적인 테러가 종교적 근본주의만이 테러 위협의 유일한 원천이 아니라고 하지만 종교적 신념과 지정학적 목적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p.292) 이런 인식은 다분히 서구 중심적, 서구 편향적이고 특히 영미식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21세기 국제적인 테러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구국가가 16세기부터 20세기까지 지구 전역에 끼쳐온 영향에 대한 ’역풍 blowback’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찰머스 존슨의 <블로우 백>에 자세하게 나타나 있다.
○ 독자의 평 3
‘앤서니 기든스’ 영국의 사회학자 라고 한다. 또한 토니 블레어 전수상의 취임 초부터 노동당의 이념정립에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깊이 관여한 노동당의 철학사령관 이라고 한다. 그가 고든 브라운 수상 취임에 즈음하여 노동당이 집권했던 지난 10년의 공과를 평가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영국이라는 무대와 우리의 현실은 많이 다르지만 경제적 번영과 사회정의는 보편적 가치이며, 그 가치를 실현하는 방법 역시 보편성을 띨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은 많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1997년부터 10년 동안 영국의 노동당이 3기 연속 집권을 하고 난 후, 4기 집권을 위하여 필요한 정책과 당의 정체성을, 지난 10년의 공과를 평가하여 어떻게 바꾸고 혁신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쓰고 있다. 우리가 1998년부터 10년 동안 소위 진보세력이 집권을 하였으나, 3기 집권에 실패한 것을 보면서 왜 우리에게는 ‘기든스’ 같은 사람이 없나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도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아쉬움을 표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중도좌파 정당들의 공통된 경험은 집권에 성공하자마자 왕년의 지지자들이 실망감을 표한다고 한다. 흔히 나타나는 불만사항은 좌파 집권당이 본래의 이상을 포기하였다거나, 혹은 변화를 추구하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것이라고 한다. 보수당은 하이에나처럼 물어뜯고, 언론은 과대포장 하여 불안을 부추기고, 지지자들은 아우성을 친다고 한다. 어찌 이리 우리의 처지와 딱 들어맞는지, 역사의 발전이란 것이 결코 어느 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닌 전세계적으로 보편성을 가진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가 있다.
‘기든스’는 노동당 10년의 집권을 평가하면서 경제, 정치, 사회정의, 공공서비스, 외교등 모든 분야에 걸쳐 성공적인 정책들은 그대로 추진하고, 문제가 제기된 정책들은 당의 정체성에 맞게 변화시키기를 요구하고 있다. 그가 제시하는 정책들을 읽으면서 그는 전통좌파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중도좌파를 선호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는 정치의 가운데 마당을 장악하라고 신노동당에 요구하고 있다. 가운데 마당을 장악한다는 것은 보수주의로의 퇴행이 아니라, 사회민주주의 정책들에 대한 광범위한 지지를 위하여 중도를 왼쪽으로 이동시키는 일 이라고 한다. 가운데 마당은 정당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표로 결정된다면서 영국 신노동당의 목표는 중간을 왼쪽으로 옮기는 일을 계속해야 하는 것, 그래서 나라 전체를 사회민주주의 국가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또 권리와 의무에 대하여서도 이야기 한다. 전통적 좌파는 의무보다 권리를 훨씬 더 강조하는 경향이 있지만 권리에만 기반을 둔 사회는 공동체의식을 상실케 하고, 우파는 시민의 의무를 강조하지만 자유가 없는 사회는 권위주의로 타락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그는 권리와 의무에 기반을 둔 새로운 시민권 협약을 만들어 영국이 더 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외교정책을 논하면서도 영국이 EU안에서 하나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토니 블레어는 노동당이 세번이나 선거에서 승리하게 만들었지만, 이라크전에서 너무멀리 나아갔다고 비판하고있다. 국제테러의 위협에 소홀해서는 안되지만, 증거도없이 일방적으로 미국의편을 들었다는것은 EU와 미국사이에서 자리를 잡지못한 영국의 입장을 보여주는것이며, 이제는 미국과 거리두기 및 EU속에서 하나가 될수있기를 요구하고 있다.
‘기든스’는 사회주의자답게 공공부문과 복지에 있어서도 빈자를 위한 정책들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그는 공공서비스 분야, 즉 교육, 건강보험, 환경 등에서 선택과 다양성의 방향으로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부유층 사람들은 공식적으로 선택의 여지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도 선택권을 행사하는 방법을 찾아낼 것 이지만, 물질적이든, 상징적이든 자본을 갖지 못한 바닥층 사람들은 그렇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공공부문의 개혁은 이런사람들의 생존기회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가능케 해주는 국가’에 대해 이야기 한다. 국가는 사람들이 스스로 삶을 개발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하여 그것에 필요한 자원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일단 자원과 능력을 제공 받으면 사람들은 혼자 힘으로 살아가도록 방치된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그는 생활양식을 바꾸는 것으로부터 복지분야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다문화주의를 영국에 정착시키는 것과 국민적 정체성의 재정립으로 섬나라 의식을 떨쳐버리기를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그는 경제적 번영과 사회적 정의의 조화 속에서 세계화에 대처하고 또 그것으로부터 이익을 취할 수 있는 사회의 능력이 중요함을 이야기하면서 영국사회의 불평등을 완화시킬 수 있는 정책, 즉 빈곤아동 문제,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 여성노동 문제, 교육문제, 부유세 도입등 16가지의 구체적인 정책틀을 미래와의 계약이라는 이름으로 제시하고 있다.
유럽의경우 대부분의 국가들의 정책을보면 사회민주주의의 정책들이 많다. 그들이 비록 사회민주주의가 아닌 자본주의를 지향하고 있지만서도, 공공부문이나 복지정책은 사회주의성격이 강하다. 설사 우파가 집권한다할지라도 이러한 정책들은 변하지않고, 오히려 더 강화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공공부문의 공공성이나 복지가 별볼일없는 한국에서 그나마도 전부 뒤집어버리고 마는 행태를볼때 그들이 한없이 부럽기만 하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왜 ‘기든스’ 같은 사람이 없는지 안타깝기도 하다. 교조적이지도 않고, 좌파라는 이념에 함몰되어 있지도 않고, 나름대로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더 큰 대의를 위하여 지난시절을 반성하고, 그 위에서 또 다른 변혁을 꿈꾸는, 그리고 그것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그런 사람들이 왜 없는지 아쉬울 따름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