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인간, 그 본성과 세계에서의 위치
아르놀트 겔렌, 니컬러스 칼도 / 지식을만드는지식 (지만지) / 2015.3.31
‘인간 그 본성과 세계에서의 위치’는 인간학적 원리의 정립에 초점을 맞춘다. 인간학적 원리의 정립을 위해 겔렌은 먼저 인간과 동물의 생물학적인 근본 차이를 규명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모둥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서론에서 철학적 인간학에 관한 저자의 전체적인 구상을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
○ 목차

해설
지은이에 대해
제1장 생물학적 특수 문제로서의 인간
제2장 단계적 도식에 대한 거부
제3장 인간에 대한 원초적 정의
제4장 인간 개념 논의의 계속
제5장 행위와 언어
제6장 행위와 충동
제7장 충동 과잉과 통제
제8장 부담 면제의 법칙: 의식의 역할
제9장 동물과 환경 세계, 그 선구자인 헤르더
옮긴이에 대해
○ 저자소개 : 아르놀트 겔렌 (Arnold Gehlen), 니컬러스 칼도 (Nicholas Kaldor)
– 아르놀트 겔렌 (Arnold Gehlen, 1904∼1976)

아르놀트 겔렌 (Arnold Gehlen, 1904∼1976)은 1904년 독일 동부의 라이프치히에서 태어났다. 라이프치히대학에서 유기적 철학을 주장한 드리슈 (H. Driesch)의 지도 아래 1927년에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1930년에는 ‘실제적인 정신과 비실제적인 정신’ (Wirklicher und Unwirklicher Geist)이라는 논문으로 교수 자격시험에 합격했다.
1933년에 프랑크푸르트대학교 정교수가 되었고, 이듬해에 라이프치히대학교로 돌아와 드리슈가 정년퇴임한 자리를 이어받았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중 나치에 대한 참여와 동조로 전후에 재판을 받았고, 아헨공과대학에서 정년퇴임했다. 겔렌의 주요 관심 분야는 철학적 인간학이고, 이에 대한 그의 기본적인 입장은 ‘인간 생물학’이다.
주요 저서로는 ‘국가와 철학’ (Der Staat und die Philosophie, 1935), ‘인간, 그 본성과 세계에서의 위치’ (Der Mensch, seine Natur und seine Stellung in der Welt, 1940), ‘원형적 인간과 후기 문화’ (Urmensch und
Spätkultur, 1956), ‘인간학적 탐구’ (Anthropologische Forschung, 1961) 등이 있다.
– 니컬러스 칼도 (Nicholas Kaldor)
헝가리에서 태어나 20세기 중반에 영국에서 주로 활약했던 경제학자다. 그는 처음에는 신고전파 전통이 강한 런던경제대학 (London School of Economics)에 재직하면서 명성을 얻었으나, 케인스의 일반이론이 출간되자 케인스 혁명에 적극 동조해 조앤 로빈슨 등과 더불어 소위 케임브리지학파 내지 포스트 케인스학파의 선두 주자로서 활약했다.
칼도의 학문적 기여는 경제학의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있어서, 젊은 시절에는 미시경제학, 특히 후생경제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이 분야의 중요한 학술적 기여로 칼도•힉스 보상원리 (Kaldor-Hicks Compensation principle)를 들 수 있다], 케인스 혁명 이후에는 거시경제학 분야에서 많은 저작을 남겼다. 특히 그는 경제성장론 분야에서 기술 진보의 내생성과 규모수확체증 (Increasing returns to scale)에 주목해 소위 내생적 성장론의 관점을 선구적으로 제시했고, 그 밖에 경기변동론이나 거시적 분배론 등의 분야에서도 중요한 기여를 했다.
경제 이론 연구뿐 아니라 현실 참여도 활발해 이 책에서도 보듯 직접 경제정책 입안에 참여하기도 했고 여러 분야와 관련된 경제정책 관련 논문도 왕성하게 집필했다. 1960년대에는 영국 노동당 정부의 경제정책 자문관으로 활약했고, 이후에는 인도 등 개도국들에서 조세개혁이나 경제 발전 관련 자문 역할을 하기도 했다.
1974년에는 영국 정부로부터 남작 작위를 받았으며, 1986년 78세를 일기로 타계하기까지 케인스경제학을 옹호하고 신고전파 방법론을 비판하는 저술 활동을 활발히 전개했다.
– 역자 : 이을상 (李乙相)
부산대학교 교양교육원 강사, 부산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 전임연구원이다. 부산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아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석사 학위를 받고 정훈장교로 근무했다. 1993년 동아대학교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동아대, 부경대, 동의대, 동서대, 부산대, 신라대 등에서 강의했고, 동아대학교 석당연구원 전임연구원, 동의대학교 인문대학 문화콘텐츠연구소 연구교수 등을 거쳤다. 새한철학회의 제4회 만포학술상(1999년)과 대한철학회의 제4회 운제학술상(2014)을 받았다.
저서로 『인간복제의 윤리적 성찰』(공저, 2017), 『생명과학의 철학』(2013), 『양심』(공저, 2012), 『사회생물학,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공저, 2007), 『죽음과 윤리』(2006), 『인격』(공저, 2007), 『인간과 현대적 삶』(공저, 2003), 『사람됨과 삶의 보람』(공저, 2000), 『가치와 인격』(박사 학위 논문, 1996), 『교양철학』(공저, 1994) 등이 있다. 역서로는 『도덕적 인식의 기원』(2016), 『신경과학의 철학』(2013), 『윤리학』(2014), 『인간, 그 본성과 세계에서의 위치』(2010), 『공감의 본질과 형식』(2009), 『우주에서 인간의 위치』(2008), 『공리주의』(2008), 『지식의 형태와 사회』(2007), 『동정의 본질과 형식』(2003), 『공리주의』(2002), 『인간학적 탐구』(1999), 『행위철학』(1999), 『윤리학에 있어서 형식주의와 실질적 가치윤리학』(1998), 『현대의 철학적 인간학』(1994) 등이 있고, 그 밖에 다수의 논문과 기고문이 있다.
○ 책 속으로
Der Mensch ist schließlich vorsehend. Er ist ?ein Prometheus? angewiesen auf das Entfernte, auf das Nichtgenw?rtige in Raum und Zeit, er lebt ?im Gegensatz zum Tier? f?r die Zukunft und nicht in der Gegenwart.
인간은 궁극적으로 예견하는(vorsehend) 존재다. 인간은?프로메테우스처럼?아무리 먼 곳이라도 자신의 힘을 미치고, 전혀 비현실적인 시간과 공간 속에도 힘을 미친다. 인간은 ?동물과 반대로? 미래를 지향하면서 살고, 현재 시간 속에 갇혀 살지는 않는다. — 본문 중에서
○ 출판사 서평
이 책의 저자 겔렌은 철학의 궁극적 목적을 인간학적 원리에 입각해 근대 서구 기술 문명의 본성을 해명하는 것에 둔다. 이를 위한 선행 작업으로서 이 책은 인간학적 원리의 정립에 초점을 맞춘다.
인간 : 문화적 존재
인간은 자연적 삶의 조건을 구성하는 유기적 기관을 갖추고 태어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동물이 자연 속에서 발전시켜 온 감각과 본능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에서 ‘결핍 존재’로 규정된다.
결핍 존재로서의 인간은 자연 속에서 ‘무능력자’다. 그런데 인간은 자연적인 무능력자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지구의 전역에 걸쳐 계속 번식하고 자연을 정복해 가는가? 그것은 바로 인간만이 미래를 예측할 수 있고, 계획된 공동 활동의 성과를 토대로 하여 살아가기 때문이다. 즉 인간은 자연조건을 자의적으로 구성하고, 자연의 예측과 변경을 통해 생존을 위한 기술과 수단을 마련한다. 이러한 인간 활동이야말로 자연적 활동과는 다른 것이다. 그것은 오직 ‘문화’ 개념에 의해서만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겔렌에 의하면 문화란 인간의 활동을 통해 변경시킨 야성적 조건들의 총체다.
인간은 문화 속에서 살아간다. 아니 문화 속에서만 살 수 있다. 이런 문화야말로 인간의 ‘제2의 자연’이다. 그러나 이런 문화를 자연 속에서는 찾을 수 없다. 오히려 문화란 기술적으로 가공하고 적합하게 만든 대용 세계를 의미한다.
인간 : 행위하는 존재
겔렌은 인간을 행위하는 존재로 규정한다. 자연적인 삶의 조건이 결핍되어 있다는 것은, 인간이 환경으로부터 풀려나 있다는 것이고, 즉 세계를 향해 개방되어 있다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세계란 인간에게 열려 있는 공간이고, 이러한 개방성이야말로 가장 전형적인 인간적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세계 개방성은 인간 행위의 전제가 된다.
한편 세계 개방성이 인간의 본질적 징표라 할지라도, 그것은 동시에 인간적 결점일 수 있다. 왜냐하면 인간이 환경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은, 곧 인간에게는 자연적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어떤 보호막도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어떤 보호막도 부여받지 못한 인간의 세계 개방성은 자연적 삶의 조건에서는 엄청난 삶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겔렌에 의하면 그것은 ‘근원적으로’ 인간이 짊어질 수밖에 없는 하나의 ‘부담’이다. 보호막이 없는 인간에게는 엄청나게 많은 자극이 홍수처럼 밀려오는, ‘자극의 과잉’현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자극의 홍수 속에서 보이는 것을 만져 보는, 이른바 시각과 촉각의 공동 작업을 통해 자연적 사실을 정리하고 조직화하며, 또한 자신의 경험 속으로 이를 끌어들인다. 이로써 생소하고 당황스럽던 자연 세계에서 점차 친숙함을 획득해 간다. 겔렌에 의하면 이러한 감각 운동 과정이 곧 자연 세계에서 오는 부담을 해소시키는 ‘부담 면제의 과정’인 것이다.
부담 면제란 인간학적 관점에서 볼 때 ‘세계 개방성’에 기초한 인간의 실천적 결과다. 그러나 행위론적 관점에서 본다면 부담 면제는 다시금 문화 창조의 전제가 된다. 왜냐하면 문화란 자연으로부터 오는 자극의 과잉에 대해 인간이 스스로 만든 일종의 ‘보호막’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자신의 고유한 행위를 통해 문화를 창조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이리하여 겔렌의 인간학적 탐구는 인간을 ‘문화적 존재’로 규정하는 것에서 완성된다.
○ 이을상이 뽑아 옮긴 아르놀트 겔렌 (Arnold Gehlen)의 ‘인간, 그 본성과 세계에서의 위치’ (Der Mensch, seine Natur und seine Stellung in der Welt)
인간은 왜 동물이 아닌가?
인간은 무능한 동물이다. 빠르지 못하고 강하지 못하며 높이 날 수 없고 깊이 헤엄칠 수 없다. 환경으로부터 자유로운 인간이 그로부터 버림받지 않기 위해 선택한 길은 보편 기능과 문화 창조다. 퇴화함으로써 진화했다.
형태학적으로 볼 때 인간은 모든 고등 포유동물과 달리 주로 결핍(Mängel)으로 규정된다. 이 개념은 엄밀한 생물학적 의미에서 이따금 비적응성, 비전문성, 원시성, 즉 비발달성으로 특징지어진다. 따라서 인간은 본질적으로 소극적이다. 인간에게는 날씨에 따라 자연적으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털이 부족하다. 자연적 공격 기관도 없지만, 도망가기에 적합한 체격도 아니다. 동물 대부분은 인간보다 감각이 훨씬 더 예민하다. 그러나 인간은 바로 이러한 참된 본능이 결핍되어 있고, 본능의 결핍은 생존에 위험한 것이다. 인간은 유아기와 아동기에 걸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랜 기간 보호가 필요하다.
‘인간, 그 본성과 세계에서의 위치’, 아르놀트 겔렌 지음, 이을상 옮김, 76쪽.
겔렌이 인간을 결핍 존재로 파악한 까닭은
무엇인가?
그는 생물학과 형태학의 관점에서 인간을 고찰했다. 결핍의 근거를 다음과 같이 들었다. 첫째, 인간은 생존에 가장 불리한 육체를 지니고 태어났다. 둘째, 자립하기까지 긴 성장기를 거쳐야 한다. 셋째, 환경의 다양한 요소를 감당할 능력이 없다.
헤르더의 결핍 존재 개념을 이어받은 것인가?
그렇다. 헤르더는 ≪언어 기원론≫에서 인간에게 신체의 고통과 영혼의 격정을 드러내는 기관이 없다고 했다. 동물이 자연에서 발달시켜 온 감각의 탁월성과 본능이 인간에게는 결핍되어 있다고 본 점에서 겔렌도 마찬가지다. 둘 다 인간이 결핍을 보완하기 위해 언어와 문화를 창조했다고 설명한다.
‘인간, 그 본성과 세계에서의 위치’는 어떤 책인가?
인간학적 원리를 해명하는 책이다. 겔렌은 철학이 궁극적으로 인간학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인간학의 원리에 입각해 근대 서구 기술 문명의 본성을 드러내려 했다. 이 책은 그 선행 작업이었다.
인간학적 원리를 해명하기 위해 어디서 출발하는가?
인간과 동물의 생물학적 근본 차이를 규명한다. 다른 생물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지만 인간에게만 고유하게 나타나는 생물학적 원리를 찾고자 했다.
인간은 동물과 생물학적으로 어떻게 다른가?
동물은 자연 환경에 적응하기 쉽도록 종에 따라 특수화한 기관과 본능을 가졌다.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요소다. 인간은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기관을 갖지 못했다.
왜 인간에게는 자연조건에 적합한 기관이 없는가?
퇴화했기 때문이다. 동물이 공격과 방어, 도피를 위한 기관을 특수화했듯, 인간도 합목적적 활동으로 자신의 기관을 특수화한 것이다.
퇴화했다는 증거가 있는가?
네덜란드 해부학자 볼크의 발견을 예로 든다. 엄지손가락이 짧아진 점, 몸에 털이 없는 점, 두개골이 튀어나오고 그 아래에 치아가 배열되어 있는 점, 골반의 구조 등이다.
퇴화한 신체 구조는 인간 활동을 어떻게 바꾸었는가?
엄지손가락이 짧아져 손놀림이 한결 정교해졌다. 몸에 털이 없기 때문에 불을 사용하게 되었다. 두개골이 튀어나와 전두엽이 발달했다. 치아 배열은 말하는 기능과 관련된다. 골반 구조가 바뀌어 직립보행이 가능해졌다.
인간이 자연적 무능력을 극복할 수 있었던 전략은 무엇인가?
인간에게는 예견하고 학습하는 능력이 있다. 자연조건을 자의적으로 구성하고, 자연을 예측하고 변경해 생존을 위한 기술과 수단을 마련한다. 도구를 만들어 사용함으로써 다른 동물들과 싸워도 살아남을 수 있었고, 불을 사용했기 때문에 추운 지방에서도 살 수 있었다. 지구 전역에 걸쳐 계속 번식하고 자연을 정복했다.
겔렌이 인간의 특징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프로메테우스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간은 프로메테우스처럼 아무리 먼 곳이라도 자신의 힘을 미치고, 전혀 비현실적인 시간과 공간에도 힘을 미친다. 동물과 반대로 인간은 미래를 지향하면서 살고, 현재 시간 속에 갇혀 살지는 않는다.”
인간의 문화 창조력을 암시하는 말인가?
그렇다. 동물은 환경이 바뀌면 죽는다. 인간은 어떤 환경조건에서도 살아남는다. 기술과 문화 때문이다. 겔렌은 문화를 ‘제2의 자연’으로 규정했다. 문화는 기술적으로 가공하고 적합하게 만든 대용 세계다.
문화 창조 가능성을 설명하는 원리는 무엇인가?
‘세계 개방성’과 ‘부담 면제’다.
세계 개방성이란 인간의 어떤 태도를 가리키는가?
동물은 특수화한 유기적 기관을 이용해 환경에 적응해 속박된 채 살아간다. 인간은 특수화한 기관이 없기 때문에 환경에서 자유롭다. 인간의 자유로운 정신 태도를 ‘개방적’이라 한다. 개방적 정신 태도는 세계를 향한 것이다. 동물이 환경에서 살아가듯 인간은 세계에서 살아간다. 동물이 환경에 갇혀 사는 것과 달리 인간은 세계를 무한히 만들어 간다.
환경에서 자유롭다는 것은 인간에게 긍정인가, 부정인가?
어떤 자연의 보호막도 부여받지 못한 인간의 세계 개방성은 자연적 삶의 조건에서는 엄청난 삶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부담은 환경에서 오는 자극의 과잉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인간은 공동생활과 사회생활로 자연에서 오는 부담을 극복할 수 있었다. 여기서 사회제도가 생겨났다. 이것이 부담 면제의 과정이다.
인간의 행위와 동물의 행동의 결정적 차이는 무엇인가?
동물은 유전에 따라 본능적으로 행동한다. 인간은 본능이 퇴화한 채 생존에 기여할 수 있도록 행위한다. 인간의 행위는 경험적 노력과 교육에 따른 학습으로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다.
겔렌의 주장은 철학사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
당시 눈부시게 발달한 생물학은 인간을 생물의 한 구성원으로 보려는 경향이 있었다. 그는 인간의 생물학적 징표를 철학적 인간학의 근본원리로 승화함으로써 철학이 생물학으로 바뀌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막스 셸러와 함께 ‘철학적 인간학’의 창시자로 추앙받는다.
원전에서 얼마나 뽑아 옮겼나?
원전은 3부로 구성되었다. 이 책은 1부 서론을 모두 옮겼다.
서론만 옮긴 까닭은?
서론에서 철학적 인간학에 관한 전체적인 구상을 상세하게 밝힌다. 겔렌의 철학적 인간학에 대한 근본 사상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내용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을상이다. 동의대학교 인문대학 문화콘텐츠연구소 연구 교수다.
○ 독자의 평 1
본고는 겔렌 (Arnold Gehlen, 1904~1976)의 철학적 인간학 (Philosophische Anthropologie)을 그 핵심개념을 통해 조명하려는 것이다. 철학적 인간학이란 인간에 관한 철학적 교설을 의미한다. 인간의 문제가 철학의 역사에서 배제된 적은 여태껏 한번도 없었지만, 철학적 탐구의 출발점으로서 인간을 전제하는 “인간론” (Menschlehre)과 달리 철학적 인간학은 모든 개별학문이 이룩한 성과를 받아들여 인간에 대해 종합적으로 고찰하는 “보편학” (univesale Wissenschaften)인 동시에 오직 인간에게서만 찾아볼 수 있는 고유한 “인간학적 원리” (menschliche Prinzip)의 형성을 목표로 한다. 철학적 인간학의 개념을 처음으로 정립한 것은 독일의 철학자 막스 셸러 (M. Scheler)의 공적이다. 셸러는 생명의 원리와는 다른 삶에 대립하는 정신으로부터 인간학적 원리를 이끌어낸다. 그러나 겔렌은 셸러와 달리 인간의 생물학적 특징과 인간의 행위에 주목하여 인간학적 원리를 형성하고, 이로써 인간의 본성과 세계 속에서 차지하는 인간의 지위를 해명하려고 했다. 나아가 인간학적 원리에 기초하여 인간 문명과 문화의 본질을 밝히려고 했다. 이런 겔렌의 노력은 1940년에 발간된 『인간- 인간의 본성과 세계 속에서 인간의 지위』(Der Mensch, seiner Natur und seine Stellung in der Welt, Frankfurt, 1940)와 1956년에 발간된 『원인과 후기문화』(Urmensch und Spätkultur, Frankfurt, 1956)에 함축적으로 나타나 있다. 앞의 책에서 겔렌은 인간학적 원리의 형성에 주력한 반면에, 뒤의 책에서는 근대 서구의 기술문명의 본성을 인간학적 관점에서 낙관적으로 진단하고 있다.
○ 독자의 평 2
겔렌과 셸러의 논지
- 살아있는 생명체가 발생시키는 미세한 전기장을 감지하는 능력을 먹이사냥과 바다 항해에 활용하는 귀상어는 과연 어떻게 이런 능력을 발휘하는 걸까? 열을 볼 수 있는 능력으로 어둠 속에서도 위협적인 사냥꾼인 비단구렁이와 살무사는 어떻게 이런 육감이 작용하는 걸까? 향유고래는 동물의 왕국에서 가장 큰 소리를 내며 깊은 바다에서 오징어를 사냥하는데 소리로 어떻게 시각 능력을 발휘하는 걸까?
- 인간의 존재감을 설명하기 전에 동물의 초감각을 먼저 생각해봤다. 인간이 위와 같은 능력을 갖고 있다면, 아마도 초인이라 부를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겔렌은 철학의 긍극적 목적을 인간학적 원리에 입각해 근대 서구 기술 문명의 본성을 해명하는 것에 두고 있다.
- 따라서 저자는 인간학적 원리의 정립에 초점을 맞춘다. 인간학적 원리의 정립을 위해 저자는 먼저 인간과 동물의 생물학적인 근본 차이를 규명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동물은 그 종(種)에 특수화된 기관이 발달되어왔다. 따라서 동물은 일정한 환경에 대한 자연적 적응이 언제나 용이하게 수행되도록 스스로 형성되고 변화된다.
- 그렇다면, 인간은 어떠한가. 사실 인간은 생존을 위한 모든 ‘기관적인 수단이 결여’된 상태이다. 자연을 지배하는 것같이 보이지만, 자연 앞에서 ‘생존’하기 위한 시스템이 매우 미약하다. 자연이 부여한 고유한 무기도 없고, 공격과 방어는 물론 도피를 위한 기관도 허약하다.
- 그렇다면, 감각일까? 예지능력일까? 이러한 점이 동물들보다 뛰어나다고 볼 수 있을까? 헤르더는 이러한 점에서 인간은 ‘결핍 존재’라고 했다. 자연적 삶의 조건을 구성하는 유기적 기관을 갖추고 태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자 겔렌은 이러한 테제를 이어받고 있다. 그 역시 인간에게는 동물이 자연 속에서 발전시켜 온 감각과 본능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인간을 ‘결핍 존재’로 규정한다.
- 그렇다면 인간은 왜 아무런 기관적 장비도 갖추고 태어나지 못한 것일까? 그 이유에 대해 겔렌은 인간에게는 감각과 본능이 상실된 것이 아니라 ‘퇴화’되었다고 대답한다. 즉 그것은 유구한 진화사를 통해 동물이 자신의 합목적적 활동에 적합하게 기관을 특수화했듯이, 인간도 합목적적 활동을 통해 자신의 기관을 특수화해 온 결과, 본능이 퇴화되었다는 것이다. 겔렌이 아무래도 무리수를 드는 느낌이 드는 대목이다. 생물학적 차원에서 퇴화되는 것은 반대로 발달되는 기능이 따르기 마련인데, 그렇다면 발달된 부분은 무엇인가?
- 겔렌은 이 점에 대해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인간은 자연적인 ‘무능력자’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지구 전역에 걸쳐 계속 번식하고 자연을 정복해 가는가? 그것은 바로 인간만이 미래를 예측할 수 있고, 계획된 공동 활동의 성과를 토대로 하여 살아가기 때문이다.” 즉, 인간은 자연조건을 자의적으로 구성하고, 자연의 예측과 변경을 통해 생존을 위한 기술과 수단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 활동이 자연적 활동과 구별되는 것이다. 이를 ‘문화’라고 부른다. 겔렌에 의하면 문화란 인간의 활동을 통해 변경시킨 야성적 조건들의 총체다.
- 이 책을 읽다보면, 유사한 제목과 테제의 책이 오버랩된다. 막스 셸러의 [우주에서 인간의 위치 / 지만지,2012]이다. 두 책의 제목도 매우 흡사하다. 셸러와 겔렌의 공통점은 두 사람 다 독일 태생이라는 것이다. 셸러는 겔렌보다 꼭 30년 전에 태어났다. 셸러가 세상을 떠나기 한 해 전에 겔렌은 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니까 셸러의 입장에서 겔렌은 아들뻘인 후학이다. 겔렌은 이 책의 테마를 셸러에게서 얻었다고 짐작된다.
- 예상했던대로 겔렌은 이 책에서 셸러를 언급한다. 다짜고짜 겔렌은 셸러의 논리를 ‘선입견’이라고 부른다. 셸러가 살아 있으면 이를 어떻게 받아 들였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셸러는 ‘철학적 인간학’의 창시자로 기록된다. 칸트는 일찍이 철학의 근본 물음을 “인간이란 무엇인가”로 설정했지만, 셸러는 더 나아가 철학적 인간학이 종래의 ‘인간론’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선을 긋고 있다.
- 그렇다면 겔렌은 셸러에게 어떤 논리로 딴지를 거는 걸까? 셸러는 ‘지능’이 동물과 인간을 본질적으로 구별하는 징표인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을 던지며 스스로 답한다. 셸러의 말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새로운 원리는 모든 생명체 일반에 대립해 있는 원리이며, 우리가 삶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의 바깥에 서 있는 원리인 정신이다. 정신의 본질은 실존적으로 풀려나 있음, 유기적인 것과의 의존성에서 분리되어 있음이다. 이러한 정신을 지닌 존재는 더 이상 충동에 얽매여 있지도 않고, 환경에 얽매여 있지도 않다. 정신을 지닌 존재는 환경으로부터 자유롭고, 세계 개방적이다.”
- 겔렌의 반론이다. “셸러의 학설 속에는 말하자면 본능, 습관, 실천적 지능, 인간적 지능이라는 하나의 단계적 도식이 들어 있는데, 이것은 일반적으로 범하는 편견이다. 그 이유는 두 가지 가능성 때문이다. 그 하나는, 이미 동물도 가지고 있는 실천적 지능과 인간의 지능 사이에는 단지 점진적인 구별만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동물에서 인간에 이르는 연속적인 이행이 가능해지고, 인간은 동물적 ‘특성’을 풍부하게 지니고 있거나 정교화하고 복잡하게 만듦으로써 정의 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것은 고전적인 계통발생론에 따른 것이다. 다른 하나는, 동물과 인간을 구별해주는 본질적으로 인간적인 것은, 단순히 지능이라는 특수한 소질 속에서 찾아 질 수 있는 ‘정신’이라는 어떤 특수한 성질이라는 것이다. 정신은 실천적 지능에 이르기까지 모든 선행적 성취에 대립한다. 그리하여 정신은 탈자연화되어 있다.”
- 이 책에서 겔렌이 펼치는 논지 속 부각되는 키워드 중 ‘부담 면제’에 시선이 머문다. 다시 동물과 인간을 대비할 수 밖에 없다. 동물은 비록 환경에 의존적이라 할지라도 환경에 의해 생존을 보호받고 있다. 이에 반해 어떤 보호막도 부여받지 못한 인간의 세계 개방성은 자연적 삶의 조건에서는 엄청난 삶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겔렌은 이러한 점이 ‘근원적으로’ 인간이 짊어 질 수 밖에 없는 ‘부담’이라는 것이다. 내겐 두 사람의 논지를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더 없는 ‘부담’으로 남는다. 두 사람의 책을 함께 읽으면 ‘우주에서, 세계에서 인간의 본성과 그 위치를 숙고해보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든다. 나는 좀 더 두 사람과 대화를 나눠봐야겠다. 따로 또 같이 불러서 이야기를 좀 더 들어봐야겠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