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전염병의 문화사
아노 카렌 / 사이언스북스 / 2001.7.31
전염병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사람이다. 사람을 통해서 병은 전염되고 진화하며 대체로 더 강해진다. 즉 사람과 병균은 같이 살아온 것이다. 싸우며 때로는 숨으며.
이 책은 그렇게 같이 살아온 역사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우리가 이렇게 살았기에 병균은 어떻게 행동했으며 병균이 어떻게 행동했기에 우리는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 무엇보다도 ‘공생’의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다. 어쩌면 적이 아니라 동반자일 수 밖에 없는 병균. 의학은 물론 역사와 문화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읽을 수 있다.
○ 목차

1장 상호 적응의 무도회 : 새로운 질병들은 어디에서 오는가?
2장 최초의 질병: 질병은 생명만큼이나 오래되었다
3장 혁명과 재앙: 더욱 밀집된 인구 집단을 기다리는 생물학적 폭탄
4장 도시의 영광과 오욕: 무엇이 아테네의 황금시대를 끝냈는가?
5장 바로 그 역병, 페스트!: 로마 제국을 강타한 생태계의 공격
6장 나병과 결핵, 그리고 다시 페스트: 비잔틴과 몽골 제국의 붕괴
7장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무기: 콜럼버스는 신대륙에 무엇을 가져갔는가?
8장 발진 티푸스와 매독의 승리: 나폴레옹은 왜 러시아 정벌에 실패하였는가?
9장 콜레라와 인플루엔자의 대학살: 세균 사냥꾼 파스퇴르와 코프의 등장
10장 세균들의 정원: 바이러스성 열병이 휩쓴 20세기
11장 현대의 흑사병, 에이즈!: 문명화된 인간에게 닥친 전염병의 재앙
12장 진화된 질병들의 등장: 광우병은 어디에서 왔는가?
13장 영원한 자연의 경쟁자: 미래의 질병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 저자소개 : 아노 카렌( Arno Karlen)
과학 저술가, 교육가. 저서로는 『Biography of a Germ』,『Napoleon’s Glands an other ventures in Biohistory』,『Sexuality and homosexuality』,『White Apples』등이 있다.
– 역자 : 권복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의사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가천의대를 거쳐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의학교육학교실에서 재직 중이다.
○ 책 속으로

페스트와 바일병 (Weil’s disease) 등의 병은 원래 쥐의 전염병인데, 페스트는 감염된 쥐벼룩에 의해서 침입하고, 바일병은 쥐오줌에 오염된 물에 상처난 피부가 접촉할 때 사람에게 침입한다. 공수병 (恐水病)도 야생동물이 병원소이며, 사람에게는 야생동물에 물리거나 야생동물에 물려서 감염된 개에게 물릴 때 침입한다. 병원체의 기주인 사람도 이 병원체의 침입과 감염에 대한 감수성 또는 저항성이 개체에 따라 다르므로 발병여부나 증세의 정도가 다양하다.— p.116
매독균은 수천 년 전에 건조하고 차가운 기후의 신석기 촌락으로 퍼졌는데, 여기서는 사람들이 전신에 옷을 입었다. 의복은 이 균이 새로운 숙주에 들어가는 것을 방해했으므로, 이 균은 따듯하고 축축한 입과 성기로 후퇴하였다.— p.194
…콜레라는 계급을 구별했지만, 그것은 설교단이나 신문 사설에서 되풀이되는 도덕적인 이유에서가 아니었다. 부자들은 상대적으로 깨끗한 집에 자신을 안주시킬 수 있었고, 심지어 고립된 시골 별장에서 생활할 수도 있었다. 그들은 가난한 이들보다는 더 깨끗한 물과 음식을 얻을 수 있었고, 콜레라균에 노출될 만한 일을 거의 또는 전혀 하지 않았다. 콜레라는 선원, 세탁부, 가정부, 그리고 일상적으로 콜레라균을 함유한 물과 접촉하는 일을 해야 하는 부류의 사람들에게서 특히 번성하였다. 설령 콜레라가 부유한 가정의 구성원 누군가를 강타하더라도 더 나은 개인 위생 덕분에 다른 이들에게는 비교적 덜 전염되었다. 가난한 이들 사이에서는 오물과 혼잡이 2차 감염을 더욱 부채질했다. 콜레라균은 또한 잘 못 먹어서 모든 종류의 감염병에 대해 취약해진 이들에게 더욱 잔인하였다.— p.206
…콜레라는 계급을 구별했지만, 그것은 설교단이나 신문 사설에서 되풀이되는 도덕적인 이유에서가 아니었다. 부자들은 상대적으로 깨끗한 집에 자신을 안주시킬 수 있었고, 심지어 고립된 시골 별장에서 생활할 수도 있었다. 그들은 가난한 이들보다는 더 깨끗한 물과 음식을 얻을 수 있었고, 콜레라균에 노출될 만한 일을 거의 또는 전혀 하지 않았다. 콜레라는 선원, 세탁부, 가정부, 그리고 일상적으로 콜레라균을 함유한 물과 접촉하는 일을 해야 하는 부류의 사람들에게서 특히 번성하였다. 설령 콜레라가 부유한 가정의 구성원 누군가를 강타하더라도 더 나은 개인 위생 덕분에 다른 이들에게는 비교적 덜 전염되었다. 가난한 이들 사이에서는 오물과 혼잡이 2차 감염을 더욱 부채질했다. 콜레라균은 또한 잘 못 먹어서 모든 종류의 감염병에 대해 취약해진 이들에게 더욱 잔인하였다.— p.206
○ 출판사 서평

– 생명이 탄생한 태초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병원성 미생물이 함께한 공존의 역사
인간은 머나먼 조상 시절부터 수많은 질병들과 싸워왔다. 정확히 말한다면 “맞서 싸운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당한 것’이었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각자의 생존 방식과 진화 형태에 따라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방식도 바꾸어왔다. 즉, 인간이 행동 방식이나 주변 환경을 바꿈에 따라 다른 생명체들의 생존 양식도 함께 변해 왔다.
그리하여 질병의 양상도 다양한 형태를 띠며 진화해왔다. 인간에게 새롭고 더 해로운 “질병”이 발생했다면, 그 새로운 질병은 해당 병원체의 새로운 생존 방식을 의미한다. 인간과 병원성 미생물의 이러한 역사적 관계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윌리엄 맥닐과 같은 일군의 전염병 학자들이 등장한 1970년대부터이다.
하지만 그러한 연구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생소하여 질병에 대한 이해 자체가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질병의 등장이나 과거에 유행한 질병의 재래(再來)와 같은 현상에 대해 주먹구구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특히 해마다 여름에는 식중독, 겨울에는 인플루엔자(독감)로 만성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
이 책 ‘전염병의 문화사'(Man and Microbes)는 시대와 지역을 골고루 아우르면서 질병, 특히 전염병을 위주한 감염성 질병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보여준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은혜로운 미생물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인간과 병원성 미생물들의 역사적 관계는 핏빛으로 물들어 있다. 특히 그들로 인한 수많은 전염병들은 인간의 역사를 바꾸어왔다.
아테네의 황금 시대를 끝장내고 나중에 신대륙의 원주민을 몰살시킨 홍역과 두창, 로마와 몽골 제국을 강타한 흑사병, 러시아 정벌에 나선 나폴레옹의 50만 대군을 전멸시킨 발진티푸스, 20세기 초에 전세계에서 2,000만 명의 대학살을 이끈 인플루엔자 등은 인간의 허약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병원성 미생물이 지닌 생물학적 권력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인간이 행동과 환경을 바꾸고, 더 멀리 더 빠르게 여행하고, 새로운 음식을 먹거나 성행위의 방식을 바꿈에 따라 새로운 질병이 등장하였다. 이 책의 표현에 따르면, 전염병이란 “더욱 밀집된 인구 집단을 기다리는 생물학적 폭탄”과 같다. 오랜 세월을 거쳐 진화하거나 외부로부터 새롭게 유입된 병원체는 자신에게 낯선 “처녀인구집단”을 공격하여 “신선한” 번영을 일으켜 정착의 기반을 마련한다.
그 후 시간이 흘러 그 인구 집단이 자신에게 적응하게 되면 토착 질병으로 남아 안정된 생활 터전에서 오랫동안 존속한다. 그러다가 그 생활 터전이 변하면 다시 진화하거나 이동하여 새로운 처녀인구집단을 공격하게 된다. 이러한 관계는 인간이 있기 이전부터 있어왔으며, 현대에 이르러서는 더욱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이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알아차린 것은 불과 1세기도 되지 않았다.
비록 19세기 후반에 파스퇴르와 코흐가 세균에 대한 연구를 통해 질병 이해에 대한 기반은 닦아놓았지만 그것이 인간과 병원성 미생물의 공진화(共進化)에 대한 이해를 의미하지는 않았다. 이 책은 세균, 바이러스, 병원성 단백질과 같은 각종 병원성 미생물들이 언제 어떠한 방식으로 인간을 공격하였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들이 인간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중개 역할을 한 많은 매개체vector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성병처럼 인간 간의 직접 접촉에 의해 감염되는 전염병이 있는가 하면, 상당수의 전염병은 모기나 진드기 또는 쥐와 같은 매개체를 통해 전파된다. 따라서 매개체에 대한 이해도 매우 중요하다. 오랫동안 감염원을 몰랐던 흑사병의 매개체는 왕쥐였고, 인플루엔자와 말라리아의 매개체는 모기였다.
매개체에 대한 이해는 인간과 동물이 함께 감염될 수 있는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이해로까지 확장된다. 고대부터 인간은 많은 동물들을 가축화시켜 왔고, 또한 많은 식물들을 작물화시켜 왔다. 그럼으로써 인간은 많은 인수공통감염병도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개회충, 톡소플라즈마증, 유구낭미충 같은 상당수의 기생충성 질환은 인수공통감염병으로 분류되며, 현대의 흑사병이라 일컬어지는 에이즈는 인간이 아프리카원숭이를 가까이하게 되면서 옮았다. 아래의 목차를 보면 대강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 책은 단순히 의학사 내지 질병사에 관한 전문 서적이 아니다.
이 책은 인간이 수십만 년 동안 질병으로 인해 겪어온 오랜 고난과 질곡의 역사를 보여준다. 그리고 때로는 인간의 관점에서, 때로는 병원체나 질병의 관점에서 변화하는 시대와 세상을 바라보는 색다른 흥분을 자아낸다. 궁극적으로 독자들은 병원성 미생물들을 하나의 진화하는 생명체로 인식하여 그들과 공존하거나 그들의 공격에 대비하는 방법을 인식하게 된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