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정치의 재발견
울리히 벡 / 거름 / 1998.8.31
현재 사회 도처에서 출현하고 있는 새로운 현상에 부응하여 민족주의나 인종주의에 편승하는 역근대화의 보수정치를 비판하고 재귀적 근대화의 새로운 참여정 치를 구체적으로 실천할 것을 주창한 정치서.

○ 목차
1. 서론 / `그리고`에 대한 물음
2. 도덕이 짊어지는 샘, 생태학: 시작을 위한 대화
3. 비판이론으로부터 위험사회의 자기 비판으로
4. 재귀적 근대화의 개념과 이론
5. 근대의 어두운 면이 드러나다: 역근대화
6. 사회로 되돌아온 개인들: 亞정치
7. 또 다른 근대로 가는 길
8. 정치의 재발견
9. 의심의 기술
○ 저자소개 : 울리히 벡 (Ulrich Beck, 1944 ~ 2015)
세계적인 석학이자 저명한 사회학자인 울리히 벡은 1944년 당시 독일 포메른 주의 슈톨프 (현재 폴란드의 스웁스크)에서 태어났다.

프라이부르크 대학과 뮌헨 대학에서 법학, 사회학, 철학, 정치학 등을 수학하였다. 뮌헨 대학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뮌헨 대학 사회학과 교수를 지냈다. 현재 뮌헨 대학 사회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 런던정치경제대학 (LSE) 초빙교수로 있다. 1995~97년 독일 바이에른 및 작센 자유주 (州) 미래위원회 위원을 역임하기도 했다.
저서로 『정치의 재발견』(거름, 1998), 『위험사회』(새물결, 1999), 『사랑은 지독한,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 혼란』(공저, 새물결, 1999), 『아름답고 새로운 노동세계』(생각의나무, 1999), 『지구화의 길』(거름, 2000), 『적이 사라진 민주주의』(새물결, 2000), 『세계화 이후의 민주주의』(공저, 평사리, 2005), 『위험에 처한 세계와 가족의 미래』(공저, 새물결, 2010), 『글로벌 위험사회』(도서출판 길, 2010), 『세계화 시대의 권력과 대항권력』(도서출판 길, 2011), 『경제 위기의 정치학』(돌베개, 2013), Das Kosmopolitische Europa (2004), Nachrichten aus der Weltinnenpolitik (2010) 등이 있다.
– 역자 : 문순홍
○ 언론소개
정치의 재발견 _ 趙祐奭 (문화일보,1998-09-09)
하루에 오가는 1조5천억 달러 규모의 투기성 금융자본의 위력은 ‘근대’를 떠받쳐온 기둥인 국민국가의 울타리를 흔들어 놓은지 이미 오래다. 유엔 내에 ‘지구경영위원회’에서 나타나듯 ‘세계’를 단위로 한 ‘지구 내정 (world domestic politics)’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세인 정보화 역시 지금까지의 시간 · 공간 개념을 일거에 무너뜨린다.
뿐인가. 지구화 정보화를 축으로 하는 두 개의 거대한 수레바퀴 아래 고용 감소와 노동계급의 약화, 생태계 위기, 가정의 해체 현상등이 보다 분명해지고 있는가 하면 분배정의와 민주주의, 복지국가를 둘러싼 근대적 개념 자체가 형해화하고 있다. ‘민족국가의 종언’ (오마에 겐이치) ‘노동의 종말’ (제레미 레프킨) ‘노동계급과의 결별’ (앙드레 고르츠)이 거론되는가 하면, 새로운 문명의 계절을 이해하고 규정짓기 위한 세계 일급학자들의 움직임도 기민하다. 글로벌리제이션 (로버트슨, 래시) 脫 (탈)근대성 (리요타르) 후기 근대성 (앤터니 기든스) …
확실히 모더니즘의 프로젝트는 마침표를 이미 찍었는지 모른다. 인류사의 프로젝트가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근대 이후’의 신세계를 규정하기 위해 기존 논의와 차별성을 갖는 또 다른 담론이 국내 지식사회에 상륙해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제2현대’담론을 담은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 (뮌헨대 교수)의 핵심저술 ‘정치의 재발견’ (거름, 문순홍 옮김). 영국사회에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일급 이론가 앤터 기든스와 펴낸 공저 ‘위험 사회’로 유럽학계에 영향력을 갖고 있는 울리히 벡의 신간이다.
이번 신간에서 보다 분명해진 그의 제2현대론 담론을 두고 유럽내 보수주의자들은 ‘좌파의 포장술’이라고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고, 좌파는 ‘상상력이 돋보이는 언어의 서커스’라고 비판한다. 중요한 것은 그의 이론들은 모더니즘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는 사다리를 걷어차 버리는 탈현대론자들과는 차별성이 있고, 우리 지식사회에 適實性 (적실성)이 있다는 점이다.
확실히 울리히 벡의 제2현대론 메시지는 기존 모더니즘 · 탈모더니즘 논의에 새로운 암시를 던져준다. 우선 이 담론은 ‘멍석의 크기’가 널찍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凡用性 (범용성)과 포괄성이 뛰어나 후기산업사회와 그 안의 인간 삶의 변화를 설명하기에 좋은 패러다임이라는 말과 통한다.
무엇보다 이미 사회변화를 설명하는 이론틀로서는 무력해진 고전적 근대화이론이나 정치경제학의 이론틀을 대체하기에 효과적이다. 저자의 이론에 동조하건 하지 않건간에 우리의 입장에서는 ‘사회과학 따로 철학 따로’가 아니라 이를 같이하는 작업의 시너지 효과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
울리히 벡의 제2현대론의 명제를 요약하자면, “모더니티가 모더니티를 해체시켰다. 이미 노후화한 어미의 몸 (모더니티)을 해체하고 나온 신생아가 바로 제2현대”라는 것이다. 보자. 현대사회를 이뤄온 3개 범주는 ‘기술진보’, ‘경제성장’, ‘도시화’로 요약된다.
문제는 20세기 후반 산업사회의 경험에서 보듯 이들 범주가 자신을 배태한 모더니즘 원칙과 정면으로 상충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기술진보와 경제성장 등은 전대미문의 환경재난으로 연결되고 있다. 환경재난의 위험은 가뭄 지진 등 재래식 위험과 다르다.
울리히 벡의 지적대로 그 위험은 외부에서 다가오지 않는다. ‘정책결정 과정에 이미 숨어있다’는 것이 그의 절묘한 표현이다. 기든스와 함께 울리히 벡은 그것을 ‘만들어진 위험’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이것은 기존 근대화이론으로는 설명이 안된다는 입장이다. 왜 그런가.
“근대화이론이야말로 이 위험을 만들어낸 조건을 제공한 원인제공자다. 역설적이지만 근대화가 근대화의 한계조건을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다. 따라서 제2현대 국면에서 기술진보는 ‘대안적 기술진보’로 바뀌어야 하며, 경제성장은 ‘생태친화적 성장’으로 바뀐다.”
여기에서 나오는 것이 울리히 벡의 제1현대 (단순 근대)에서 제2현대 (재귀 현대)로의 전환이다. 제2현대는 ‘성찰적 현대’라고 할수 있다. 모더니즘 시기에 배척받거나 억압되었다가 다시 돌아오는 가치들인 감성, 兩價性 (양가성) 등의 문제들과 진지한 씨름을 요구받는다. 이런 변화는 혁명적인 단절이 아니다.
단절적이면서도 동시에 연속적이다. 즉 기존 산업사회를 땅속에 묻어 전면 폐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시적 표현을 구사하는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그것은 친숙한 것과 바람직한 것의 결합이다. 자명했던 근대화 과정에서 전혀 계획되지 않았던 것이 비밀스럽게 완성된다.”
여기까지 그의 학문적 견해는 다분히 산술적이고 공학적인 냄새를 풍긴다. 이런 짜깁기 냄새는 아류 연구자들일수록 짙지만, 울리히 벡은 아류학자가 아니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전혀 다른 현대의 길’ 개척 가능성 서술대목에서 빛난다. 이 영역이 배척받아온 제3세계와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즉 기존 산업사회의 전제와 윤곽을 해체하고 현대를 보다 급진전시킬 경우 제2현대의 길은 열린다.
여기서 요구받는 덕목들은 ‘이것이냐 저것이냐’ (or)의 논리가 아니고, ‘그리고’ (and)의 논리다. 세계의 불확실성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데카르트 이후 금과옥조였던 線形的 (선형적)합리성의 세계는 깨진다. 이성 대신 ‘감성적 이성’이 요구된다. 바꿔 말하면 낙관주의 대신 ‘긍정적 회의주의’가 등장해야 한다. 개인의 삶도 종래 일벌레에서 ‘개성화한 예술적 삶’이 중시된다. 제2현대는 개인들이 자기전기를 쓰는 시대여야 한다는 것이다.
울리히 벡의 제2현대론은 확실히 ‘비빔밥의 논리’다. 하버마스, 푸코, 데리다 등 금세기 주요연구자들의 테마의 흔적이 많다. 카오스 이론, 노장사상 등 지적 유행목록들도 차례로 나열되고 막상 울리히 벡의 목소리는 찾기 어렵다. 따라서 절충주의라고 지적할 만도 하지만, 빌려온 이론을 솜씨있게 꿰매는 內功 (내공)만은 인정할 만하다. 착종된 현상황에서 그가 보여주는 성찰은 허무주의와 낙관주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데 성공하기 때문에 각별하게 경청할 만하다.
번역은 매우 훌륭하다. ‘울리히 벡의 독일어 원전을 독일어로 번역해도 어려울 것’이라는 말도 있지만 수년이 걸린 작업은 1급에 속한다. 책뒤에 수록된 저자와의 인터뷰 내용과 방대한 번역자 해제 등도 참조할 만하다. _ 趙祐奭 (문화일보, 1998-09-09)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