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중세 동물지 : 서양 중세의 동물 상징
주나미 / 오롯 / 2017.11.27
- 12~13세기 필사본 7종의 내용을 종합한 국내 최초의 완역본 : 서양 동물 상징의 의미를 역사적ㆍ문화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길잡이
10~15세기에 중세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동물지 (Bestiarium)’를 최초로 한국어로 옮긴 책이다. 동물지 문헌들이 가장 활발히 제작되었던 12세기 말부터 13세기 중반까지 잉글랜드에서 만들어진 7개 필사본의 내용을 종합하여, 동물지의 완성된 형태를 구현하였다.
동물지는 중세의 설교ㆍ조각ㆍ속담ㆍ도장ㆍ문장ㆍ우화 등의 수많은 분야에 두루 활용되어, 다양한 연령과 계층의 사람들에게 폭넓게 영향을 끼쳤다.

그래서 중세의 동물 상징이 지니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며, 중세인의 신앙과 가치관, 풍속과 상식 등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에도 중요한 단서가 된다.
나아가 오늘날 다양한 문화 상품을 통해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서양의 동물 상징을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시각으로 이해하는 데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 목차
해설 | 동물로 보는 중세 사회와 문화
- 신의 창조물
천지창조 | 세상의 모양 | 창조의 5단계 | 창조의 6세대 | 아담의 이름붙이기 - 걸어다니는 동물
사자 | 호랑이 | 파르두스 | 표범 |안탈롭스 | 유니콘 |스라소니 |그리핀 |코끼리 | 비버 | 아이벡스 | 하이에나 | 본나콘 | 원숭이 | 사슴 | 염소 | 모노케로스 | 곰 | 레우크로타 | 악어 | 만티코라 | 파란드루스 | 여우 | 산토끼 | 카멜레온 | 에알레 | 늑대 | 개 | 양 | 숫염소 | 멧돼지 | 황소 | 낙타 | 나귀 | 말 | 오노켄타우루스 | 고양이 | 쥐 | 족제비 | 두더지 | 겨울잠쥐 | 오소리 | 고슴도치 | 개미 - 날아다니는 동물
새들의 본성 | 비둘기 | 매 | 산비둘기 | 참새 | 펠리컨 | 헛간올빼미 | 오디새 | 까치와 딱따구리 | 큰까마귀 | 수탉 | 타조 |독수리 | 두루미 |솔개 | 앵무새 | 따오기 | 제비 | 황새 | 지빠귀 | 수리부엉이 |후투티 | 올빼미 | 박쥐 | 갈까마귀 | 나이팅게일 | 거위 | 왜가리 | 세이렌 | 계피새 | 에르키니아 | 자고새 | 물총새 | 물닭 | 불사조 | 칼라드리우스 | 메추라기 | 까마귀 | 백조 | 오리 | 공작 | 검독수리 | 벌 | 비둘기와 페린덴스 나무 - 기어다니는 동물
뱀에 대하여 | 용 | 바실리스크 | 살무사 | 아스피스 | 스키탈리스 | 안피베나 | 이드루스 | 보아 | 이아쿨루스 | 시렌 | 셉스 | 디프사 | 도마뱀 | 뱀의 본성 | 벌레 - 물에 사는 동물
고래 | 세라 | 돌고래 | 바다돼지 | 황새치 | 톱상어ㆍ바다전갈 | 악어 | 강꼬치고기 | 노랑촉수 | 숭어 | 물고기의 습성 | 놀래기 | 빨판상어 | 뱀장어 | 곰치 | 문어 | 전기가오리 | 게 | 성게 | 조개ㆍ뿔고동ㆍ굴 | 거북이 | 개구리 - 나무
나무에 대하여 | 종려나무 | 월계수 | 사과나무 | 무화과나무 | 나무딸기 | 견과나무 | 소나무 | 전나무 | 삼나무 | 편백나무 | 노간주나무 | 플라타너스 | 참나무 | 물푸레나무 | 오리나무ㆍ느릅나무 | 포플러나무ㆍ버드나무 | 고리버들 | 회양목 - 인간
인간의 본성 | 인간의 혼과 몸 | 인간의 감각 | 머리와 얼굴 | 팔과 손 | 가슴과 등 | 허리와 다리 | 근육과 장기 | 인간의 생애 - 신비한 돌
부싯돌 | 아다마스| 진주 | 열두 가지 보석 | 돌의 효능
옮긴이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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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엮은이 : 주나미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서양중세사를 전공했다.『12-13세기 동물지에 나타난 기독교적 상징과 이념』이라는 주제로 박사 학위 논문을 썼다.
두산백과사전의 역사·신화 분야 전문 집필자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번역한 책으로는 『곰, 몰락한 왕의 역사』(미셸 파스투로), 『맨더빌여행기』(존 맨더빌), 『유령의 역사』(장클로드 슈미트), 『중세 동물지』(작가 미상), 『돼지에게 살해된 왕』(미셸 파스투로)이 있다.
○ 책 속으로

“세상은 공처럼 둥근 모양이며, 그것을 이루고 있는 요소들이 마치 알의 내부처럼 나뉘어 있다. 알의 겉은 껍질로 완전히 둘러싸여 있다. 껍질 안쪽에는 흰자가 있고, 흰자 안쪽에는 노른자가 있으며, 노른자 안 에는 ‘지방 방울’이 있다. 세상도 마찬가지이다. ‘천상’이라는 껍질로 사방이 둘러싸여 있고, 그 안에는 평온하고 맑은 ‘하늘’이 흰자처럼 갇혀 있다. 그리고 맑은 하늘 안에는 혼잡한 ‘대기’가 노른자처럼 있고, 다시 그 안에 노른자의 지방 방울처럼 ‘대지’가 들어 있다.”— p.28
“아담은 최초로 모든 생물들을 그것들이 따르는 타고난 본성에 맞추어 현존하는 질서에 알맞은 이름으로 불러 주었고, 그것이 그대로 그들 저마다의 이름이 되었다. 그리고 나중에 인간 종족들은 자신들의 언어로 제각기 동물들에게 이름을 붙였다. 아담이 처음 동물들에게 붙여준 이름은 라틴어도 그리스어도 아니었고, 또 다른 이방의 언어도 아니었다. 그것은 대홍수 이전에 두루 쓰이던 언어인 히브리어로 된 것이었다.”— p.30
“사자는 수탉, 특히 하얀 수탉을 두려워한다. 짐승의 왕인 사자는 전갈의 작은 침에 고통스러워하고, 뱀의 독에 죽기도 한다. ‘레온토포네스’라고 불리는 작은 짐승이 있는데, 이 동물은 붙잡히면 불이 붙어 타오른다. 그 재를 뿌려서 오염시킨 고기를 교차로에 던져 놓으면 사자는 그것을 먹고 죽는다. 아주 조금만 먹어도 그렇게 된다. 그래서 사자는 본능적으로 레온토포네스를 증오한다. 그리고 기회가 될 때마다 그것을 뒤쫓아 잡아서는 입으로 물어뜯지 않고 발로 갈기갈기 찢어서 죽인다.” — p.37-38
“레오파르두스는 암사자와 파르두스가 간통하여 태어난 동물이다. 그 둘의 결합에서 제3의 종이 태어난 것이다. 플리니우스는 『자연사』에서 수사자와 암컷 파르두스의 짝짓기와 수컷 파르두스와 암사자의 짝짓기는 모두 노새나 버새처럼 열등한 후손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 p.41
“스라소니의 오줌은 굳으면 ‘리구리우스’라고 불리는 값진 보석이 된다. 스라소니들은 이것이 값지다는 것을 알고 있다. 스라소니 들이 오줌을 싸고 난 뒤에 최선을 다해서 흙으로 덮어두려고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질투심이 많아서 자신의 배설물이 인간의 손에 넘어가 쓰이는 것을 참지 못한다.”— p.49
“하이에나라고 불리는 동물이 있는데, 묘지에 살며 시체를 먹는다. 그것은 어떤 때는 수컷이었다가 어떤 때는 암컷인 불결한 동물이다. 하이에나는 척추가 딱딱하게 하나로 되어 있어서 몸 전체를 돌리지 않고서는 뒤를 돌아보지 못한다.” — p.57
“악어는 위선자나 방탕하고 탐욕스러운 사람을 나타낸다. 자만심을 덕지덕지 바르고 잔뜩 부풀어 오른 그는 방종의 타락으로 얼룩지고 탐욕의 병폐에 사로잡혔을지라도 사람들 앞에서는 엄격하고 나무랄 데 없이 계율을 잘 지키는 척을 한다. 악어는 밤에는 물에서, 낮에는 땅에 서 산다. 위선자들은 방종한 삶을 살면서도 고결하고 올바른 삶을 산다는 평판을 즐긴다. 그리고 자신들의 악행을 깨닫고 비탄의 노래를 부르다가도 언제나 자신들이 살아왔던 익숙한 삶으로 되돌아간다.” — p.72
“인도에는 만티코라라고 불리는 동물이 있다. 그 동물은 잇달아 교차하며 맞물리는 삼중으로 된 이빨과 사람의 얼굴, 회청색 눈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피부는 피처럼 붉은 색이며, 사자와 같은 몸통과 전갈의 침과 같은 꼬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피리소리 같은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를 낸다. 만티코라는 사람고기라면 사족을 못 쓴다. 그 동물은 발힘이 매우 강해서 아무리 넓고 높은 장애물이라도 뛰어넘을 수 있다.” — p.73
“황소는 설교가들을 상징한다. 그들은 말로 사람들 마음의 땅을 잘 갈아서 천상의 풍작을 가져올 씨앗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숫염소는 악마의 타락을 따르고, 스스로를 악덕의 털로 덮는 자들이다.” — p.95
“정신적인 의미에서 멧돼지는 악마를 의미한다. 그 짐승이 지닌 난폭함과 힘 때문이다. 야생인데다가 제멋대로여서 ‘숲의 짐승’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 p.96
“나귀와 암컷 나귀는 음란한 바람둥이를 가리킬 때 쓰이기도 하고, 순한 사람이나 어리석은 이교도들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영적인 의미에서 나귀는 야비하고 음탕한 존재로 이교도들을 의미한다.” — p.107
“야곱의 암양들은 교배를 한 뒤에 물에 비친 숫양들을 보고는 그들과 같은 색의 양들을 임신했다. 암말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사람들이 임신한 암말들 앞에 고귀한 종마를 가져다 놓자, 암말들은 그 종마와 모습이 닮은 새끼를 낳았다고 한다. 비둘기 사육사가 매우 아름다운 비둘기를 무리 안에 놓으면, 그것을 본 임신한 비둘기들은 그 아름다운 새와 닮은 새끼들을 낳았다. 이것이 임신한 여성들에게 흉악한 용모를 가진 짐승들을 보지 말라고 하는 이유이다. 개머리유인원이나 원숭이와 같은 짐승 말이다. 임산부가 그것들을 보고 그와 닮은 아이를 낳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임신을 해서 열정이 절정에 달해 있을 때에 보거나 상상한 것을 닮은 자식을 낳는 본성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동물들은 짝짓기를 하는 동안 밖에서 본 모양을 안으로 전하고, 그렇게 전해진 모습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 p.115
○ 출판사 서평
- 동물로 보는 중세의 사회와 문화

‘동물’은 오랫동안 역사가들에게 외면 받아왔다. 하지만 인간은 언제나 자신 이외의 다른 동물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인간과 동물의 관계는 인간이 생존을 유지해가는 사회적ㆍ문화적 양식에 끊임없이 변화해왔다. 이런 점에서 동물도 인간 역사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한 사회가 동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좋고 나쁨의 가치판단과 분류체계를 통해서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양식과 가치관을 더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중세 유럽 사회가 동물들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는 다양하게 전해진다. 3세기 무렵에 근동 지역에서 처음 나타났던 《피지올로구스(Physiologus)》를 비롯해 사냥서ㆍ수의학서ㆍ농경서ㆍ승마 교습서ㆍ동물도감ㆍ동물우화집ㆍ매 훈련 서적 등 중세에도 동물을 소재로 한 문헌들은 다양한 형태로 활발히 제작ㆍ유포되었다. 집단을 상징하는 문장(紋章)이나 채색수사본의 여백, 그림ㆍ조각 등에 표현된 동물들도 중세인들이 동물들과 맺고 있던 관계나 저마다의 동물들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들이다.
하지만 중세 유럽 사회의 동물에 관한 사고와 문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서기 1천년 무렵에 나타나 인기를 끌었던 ‘동물지 (Bestiarium)’라는 장르의 문헌들이다. 10세기에 교회의 성직자와 수도사들의 손끝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 문헌들은 12~13세기 프랑스와 잉글랜드를 중심으로 활발히 제작되고 보급되었다. 그러다 15세기 이후부터 점차 쇠퇴하였는데, 오늘날에도 상당한 수량의 필사본들이 전해지고 있어서, 이 장르가 당시에 얼마나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 중세 동물 상징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밑바탕
중세 동물지를 가리키는 라틴어 표현인 ‘베스티아리움 (Bestiarium)’이라는 말은 ‘동물’을 가리키는 ‘베스티아 (Bestia)’라는 낱말에서 온 것으로, ‘동물에 관한 것’이라는 뜻이다. 영어로는 ‘베스티아리 (Bestiary)’, 프랑스어로는 ‘베스티에르(Bestiaire)’라고 부른다.
중세 동물지는 동물마다 항목을 구분해서 삽화와 함께 그 동물에 관한 내용을 서술하고 있다. 그래서 얼핏 보기에는 근대의 동물백과와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중세 동물지는 근대의 동물백과와는 달리 동물의 해부학적 구조나 행동 양태를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 오히려 동물의 본성, 곧 그 동물이 상징적으로 지니고 있는 도덕적ㆍ종교적ㆍ사회적 의미를 서술하는 것에 주된 목적을 두고 있다.
이처럼 중세 동물지에는 동물들의 다양한 특성들이 신앙이나 도덕, 인생의 교훈과 상징적으로 묶여 있다. 그리고 중세의 설교ㆍ조각ㆍ속담ㆍ도장ㆍ문장ㆍ우화 등의 분야에 두루 활용되었으며, 어떤 장르보다도 다양한 연령과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에게 폭넓게 인기를 끌고 큰 영향을 끼쳤다.
따라서 중세 동물지는 중세의 동물 상징이 지니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될 뿐 아니라, 중세인의 신앙과 가치관, 풍속과 상식 등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동물지 안에는 중세 교회의 이데올로기ㆍ중세 유럽 사회의 민속과 상식 등이 생생하게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늘날까지 필사본들이 비교적 풍부히 잘 보존된 상태로 전해지고 있어서 시대와 지역에 따른 변동을 살펴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 중세의 상상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보물창고
제작 시기와 지역 등에 따라 필사본마다 수록하고 있는 동물의 수와 내용 등이 다 다르지만, 동물지 장르로 분류되는 문헌들에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특징들이 공통으로 나타난다.
첫째, 동물지에는 사자ㆍ곰ㆍ원숭이ㆍ개ㆍ 까마귀ㆍ고래 등 실재하는 동물만이 아니라, 용ㆍ유니콘ㆍ불사조ㆍ그리핀처럼 다양한 지역들의 다양한 전통들에서 비롯된 상상의 존재들도 나온다. 신비한 돌이나 식물에 관한 설명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물론 그 가운데 일부는 유니콘처럼 실재하지 않는 상상의 존재이다. 예컨대 인도에 있다는 ‘페린덴스 (perindens)’라는 나무는 매우 달콤한 과일이 열릴 뿐 아니라, 비둘기들의 천적인 용이 그 나무의 그림자만 봐도 기겁을 하고 도망치기 때문에 비둘기들의 안전한 휴식처가 된다는 식이다.
둘째, 실재하는 것이든 상상에만 있는 것이든 동물지에는 겉모습ㆍ행동ㆍ습성ㆍ본성뿐 아니라, 이름의 기원ㆍ관련된 신화와 믿음ㆍ다른 동물이나 인간과 맺는 관계 등이 그 동물의 ‘특성’으로 서술되어 있다. 동물지의 동물은 인간과 분리되어 있지 않으며, 늘 인간의 의식과 삶 안에서 어떤 특정한 의미를 획득한다. 그리고 동물지에서는 신화나 민속과 같은, 오늘날에는 비과학적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에서 비롯된 요소들도 동물의 객관적인 특성으로 설명된다. 하이에나는 어떤 때는 수컷이었다가 어떤 때는 암컷으로 마음대로 변할 수 있는 동물이며, 딱따구리한테는 점치는 능력이 있다는 식이다. 그래서 동물지에는 고대의 전통으로부터 이어진 유럽 사회의 민속과 신앙, 속설 등을 보여주는 내용들이 풍부히 담겨 있다.
셋째, 동물지는 두 개의 단어와 개념, 두 가지 사물ㆍ사건ㆍ상황 사이의 얼마간 막연한 유사성이나 상응성에 기초해서 관계를 밝히면서 감춰진 진실을 찾으려는 모습을 보인다. 중세 동물지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생물인 동시에 초자연적인 것의 의도된 상징적 재현이다. 그래서 모두 감춰진 의미에 대한 어떤 상징적 역할을 담당한다. 유니콘의 이마에 솟아 있는 한 개의 뿔은 하느님과 그리스도가 하나라는 의미를 상징한다고 여겨졌고, 머리는 있고 꼬리는 없는 원숭이는 하늘의 천사였다가 종국에는 완전히 소멸될 악마를 나타낸다고 해석되었다. 곧 중세 동물지에서 자연은 신의 세계가 비추어지고 있는 거울이자, 신의 뜻을 이해하기 위한 단서였던 것이다.
이런 특징 때문에 근대에 들어서면서 한때 동물지는 경멸과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근대 자연과학의 관찰 결과와 비교하며 동물지의 ‘비과학성’을 강조했고, 그러면서 그것을 중세의 ‘낡고 뒤처짐’을 상징하는 것처럼 여겼다.
하지만 현재가 아니라 그 시대의 맥락 안에서 바라볼 때, 동물지는 중세인들의 삶의 양식과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특히 역사학ㆍ인류학ㆍ문화학ㆍ언어학 등의 경계를 허물고 연구 주제의 범위를 넓히려는 역사인류학에 그것은 매우 흥미롭고 의미 있는 연구 대상이 된다. 동물지는 동물들에 대한 가치평가와 분류를 통해서 중세의 사회와 문화가 지닌 특성과 그것의 변화 과정을 그 시대의 가치체계 내부로부터 심층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동물지에 표현되어 있는 중세의 상상과 상징은 주관적인 독창성이 아니라, 교육과 관습 등을 통해 사회화된 감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동물지 안에 교묘히 감춰져 있는 그 시대의 정치적ㆍ종교적ㆍ도덕적 메시지와 규범들, 지배 논리, 사회 갈등과 불안 등을 통해서 중세인의 사고와 문화를 더욱 생생하게 살펴볼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나아가 동물에 대한 이러한 상징체계는 사회가 변화해도 끈질기게 이어지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므로 중세 동물지는 오늘날 다양한 문화 상품을 통해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서구의 동물 상징을 역사적으로 이해하는 데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 7종의 필사본 내용을 종합한 국내 최초의 완역본
이 책은 이러한 의미를 지니는 중세 동물지를 국내 최초로 완역한 것이다. 나아가 동물지 장르가 가장 융성했던 시기라고 할 수 있는 12세기~13세기에 잉글랜드에서 제작된 다양한 계통의 필사본들의 내용을 종합해서 중세 동물지의 모습을 가장 총체적인 형태로 구현해 놓고 있다. 이 책이 번역의 기초로 삼은 것은 영국 애버딘대학에 소장되어 있는 〈애버딘 필사본〉이다. 13세기 초에 라틴어로 제작된 이 필사본은 가장 화려하게 만들어진 필사본 가운데 하나일 뿐 아니라, 후대에도 계속 내용을 추가되면서 동물지 장르가 발전해가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보존 과정에서 내용의 일부가 유실되었는데, 그 내용은 같은 계통의 자매 필사본으로 옥스퍼드대학에 소장되어 있는 〈애쉬몰 필사본〉에서 찾아서 보충했다. 그리고 12세기 말에서 13세기 사이에 제작된 다른 필사본들의 내용을 함께 비교ㆍ검토하여 저본으로 삼은 두 필사본에 빠져 있는 항목과 내용들을 찾아 함께 수록하였다. 그래서 중세 동물지 장르의 가장 종합적이고 완성된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이 책은 다양한 필사본에서 선별한 삽화를 풍부히 수록하고 있으며, 그 삽화들을 가져온 필사본의 서지정보도 목록으로 정리해서 첨부해 놓고 있다. 동물지 필사본들은 채색삽화를 싣고 있는데, 매우 화려하고 정교하게 그려진 필사본도 있고, 매우 해학적이고 상징적으로 묘사된 필사본도 있다. 그래서 동물지의 채색삽화는 그 자체로 동물지가 제작되던 각 시대와 사회의 변화와 특징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뒷날 동물지의 내용과는 별도로 삽화만 따로 시도서 등의 가장자리 그림으로 실리기도 했으며, 문장이나 교회 건축물의 장식물 등에 쓰이기도 했다. 이처럼 동물지의 채색삽화는 그 자체로 중세의 동물 상징 연구에 매우 중요한 자료인데, 한국어 번역본은 동물마다 삽화를 함께 수록해 상징 연구에도 도움이 되게 하였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