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질주하는 세계
앤서니 기든스 / 생각의나무 / 2000.2.29
이 책은 케인즈 이후 영국이 낳은 가장 저명한 사회학자로 손꼽히는 앤서니 기든스가 1999년 BBC방송을 통해 다섯 차례에 걸쳐 강연한 내용을 한데 모아 엮은 것이다. 방송강의를 위해 평이하게 씌여진 원고임에도 불구하고 다루어지는 주제는 경제학, 정치학, 문화인류학, 사회심리학 등 사회과학의 여러 분야를 아우르며, 그 논점 역시 최근이 저작들을 통해 제시한 사유나 연구 성과들과 일관되게 맞물려 있다.
우리는 어떠한 변화를 겪고 있는가? 이러한 변화의 원인은 무엇이고, 그 과정은 어떻게 전개되며, 어떠한 결과를 낳을 것인가? 우리는 이 변화하는 시대에서 어떠한 가치와 규범을 지향하며 살아갈 것인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이 책은 사회학계의 거장만이 할 수 있는 평이하면서도 체계적인 해답을 제공한다. 소파에 편안히 앉은채 TV프로그램에 나온 명사의 강연을 집중해 듣는다는 기분으로 읽으면 좋을 책이다.
– ‘세계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세계적 사회학자 기든스의 평이하고도 명쾌한 해설서
영국의 석학 앤서니 기든스가 BBC방송에서 다섯 차례에 걸쳐 강연한 원고를 모은 것이다. ‘제3의 길’로 유명해진 기든스는 이 책에서 과학 기술 경제의 세계화가 인류에 미칠 영향을 상술하고 있다.
○ 목차

책앞에 – 급격하게 돌아가는 세계 앞에 선 우리
옮긴이의 말 – 박찬욱
1. 세계화
2. 리스크
3. 전통
4. 가족
5. 민주주의
『질주하는 세계』더 깊이 읽기
책뒤에 – 고마움을 전하며
부록1 – 세계화와 그에 대한 한국적 대응/윤선구
부록2 – 앤서니 기든스의 저서 목록
○ 저자소개 : 앤서니 기든스 (Anthony Giddens, Baron Giddens)
앤서니 기든스 (Anthony Giddens, Baron Giddens)는 1938년 1월 18일, 영국 런던 에드먼턴에서 출생했다.

현대 사회학계의 세계적인 석학인 그는 사회 이론과 계층론 분야에서 널리 알려져 있는 영국의 대표적인 사회학자다. 독일의 위르겐 하버마스와 함께 유럽 지성의 쌍벽을 이루며 ‘영국의 자존심’으로 불릴 만큼 대중적 지지와 학문적 권위를 인정받는 거장이다. 특히 사회 이론 분야에서 유럽의 지적 전통과 현대적 흐름을 반영한 ‘사회 구조화 이론’으로 독자적인 이론 체계를 구축하였으며, 사회주의의 경직성과 자본주의의 불평등을 극복하는 ‘제3의 길’이라는 새로운 사회 발전 모델을 주창하였다. 이 ‘제3의 길’은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와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등 유럽을 이끄는 중도좌파 정치가들의 이론적 바탕이 되었다. 기든스는 고전 사회학자들의 이론을 검토하는 작업부터 현대성에 관한 논의에 이르기까지 사회 이론가로서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세계적인 사회학자가 사회학 입문서를 쓴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기든스는 혼신의 힘을 다하여 이 책을 계속 보완하며 제8판에 이르렀다. 그의 저작은 전 세계 29개 국어로 번역되어 널리 읽히고 있는데, 기든스 자신이 폴리티 (Polity)라는 학술 전문 출판사를 공동 설립해서 매년 80여 권의 학술 서적을 간행하는 출판인이기도 하다.
영국 헐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으며 (1959), 런던정치경제대학교 (LSE)에서 사회학 석사 학위를,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6). 영국 레스터대학교 사회학 강사 (1961 ~ 1970), 케임브리지대학교 강사와 교수 (1970 ~ 1997)를 거쳐 런던정치경제 대학교 학장 (1997 ~ 2003)을 역임했다. 현재 런던정치경제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로 있다.
주요 저서로 『자본주의와 현대 사회 이론』(1971), 『선진 사회의 계급 구조』(1973), 『사회학 방법의 새로운 규칙』(1976), 『사적 유물론 비판』(1981), 『민족 국가와 폭력』(1985), 『근대성의 결과』 (1990), 『근대성과 자아 정체성』(1991), 『친밀성의 변동: 현대 사회의 성, 사랑, 에로티시즘』(1992), 『좌파와 우파를 넘어서』 (1994), 『사회학의 변론』(1996), 『제3의 길: 사회 민주주의 쇄신』(1998), 『노동의 미래』 (2002)가 있다.
– 역자 : 박찬욱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미국 아이오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프랭클린 마샬 대학 정치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주요 저서로는『비교정치강의 1, 2, 3』,『한국 민주주의의 미래』,『미래 한국의 정치적 리더십』등이 있다.
○ 책 속으로
킬트 스커트는 산업 혁명의 산물이었다. 그것이 겨냥한 바는 유서 깊은 관습을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 반대, 곧 스코틀랜드 고지 사람들을 히스 수풀에서 끌어내 공장으로 데리고 오는 것이었다. — p. 87-88
세계는 점점 더 우리의 통제 아래 있다기보다는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멀리 달아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결코 역사의 정복자가 될 수는 없을지라도, 멀리 달아나는 우리의 세계를 붙잡아 순순히 뒤따라오게 할 방도를 찾을 수 있을 것이고 또한 그렇게 해야만 할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세계는 어떻게 변화하고 인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리는 세계가 변화하는 것을 느끼면서 한편으로 희망을 갖고 성취의 가능성을 점쳐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심리적 불안과 긴장감을 감출 수가 없다. 이러한 시점에서 기든스의 『질주하는 세계』는 독자들에게 변화에 대한 심층적 사고와 지혜로운 대응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하고 싶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 출판사 서평
속도, 디지털, 세계화, 금융시장, 정보통신. 21세기 초입부터 우리 주위를 바싹 맴돌고 있는 단어들이다. 현재 우리는 불가항력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변화에 직면하고 있으며, 변화야말로 현대성의 중심 이미지가 되었다.
이렇듯 세계는 거칠고도 빠르게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괴력을 발휘하며 엄청난 속도로 운행되고 있다. 매스 미디어의 발달로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넘어 전 세계는 연결되고 있으며, 한 지방의 경제적 운명은 세계 자본주의 시장의 영향 아래 놓이게 되었다. 그 결과 일상적인 삶도 세계적 세력에 의해 구조화되고 있다.
한편의 인간은 희열에 들뜨고 있고, 다른 한편의 인간들은 불확실성으로 말미암아 무력감과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그야말로 현대화의 양면성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케인즈 이후 영국이 낳은 가장 저명한 사회학자로 불리는 기든스는 세계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화는 새로울 뿐만 아니라, 혁명적이라고 주저없이 말할 수 있다. …세계화는 경제적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이고 기술적이며 문화적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세계화의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인정하면서도 세계화의 결과 지방과 국가의 문화적 정체성이 말살되고,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며, 서구적 질서로 전일화된다는 우려를 먼저 앞세운다. 그러나 기든스는 이러한 현상들은 세계화가 가져오는 결과 중 하나일 뿐이며, 세계화는 민주주의의 확대, 여성의 해방, 그리고 부의 창출을 실현시킨다고 본다. 그럼에도 현재 세계화가 유발시키는 부정적 문제들 또한 명백하다 하겠다. 따라서 기든스는 세계화를 관리하기 위한 기존 제도의 재구성과 새로운 제도의 창출을 주장한다.
– 세계화 (Globalisation)
세계화란 말이 갑자기 유행어로 등장했다. 그러나 현재 세계화란 개념은 명확하지 않으며 세계화에 대한 지성인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기든스는 세계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회의주의자나 세계화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는 급진주의자 양 입장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기든스는 결국 세계화는 자본의 운동이나 통신 기술의 운용에서만 아니라 개인의 일상 생활, 국가와 국가간의 관계 등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세계화를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볼 수 없으며 문화적, 정치적, 기술적 현상이라고 정의한다.
– 리스크 (Risk)
중세에는 리스크(risk)라는 개념이 없었다. 리스크는 근대와 자본주의의 산물이다. 과거에서 벗어나 불확실한 미래를 개척하려고 모험을 무릅쓰는 근대산업문명과 자본주의는 리스를 내재적으로 안고 있다 할 수 있다.
기든스는 리스크를 두 가지 유형으로 설명한다. 하나는 외부적 리스크로 전통이나 자연 등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제조된 리스크로 이는 세계에 대한 발전하는 지식의 충격으로 창출되는 것이다.
현재 야기되는 리스크는 대부분 생태환경적 리스크, 원자력 활용의 리스크, 세계 자본주의 경제가 안고 있는 리스크, 전통적인 결혼과 가족 생활을 변화가 수반하는 리스크 등 제조된 리스크이다. 그러나 인간 생활의 혁신을 위해서 리스크는 필요하다. 리스크의 능동적 수용은 경제와 혁신적 사회의 핵심요소이기 때문이다. 세계화 시대에 산다는 건 리스크를 안고 있는 다양한 새로운 상황에 대처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전통 (Tradition)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스코틀랜드의 민속의상인 킬트 스커트는 18세기초 노동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존의상을 편하게 고쳐 만든 결코 전통적이지 않은 의복이다. 이처럼 우리가 전통으로 알고 신봉하는 것들은 가까운 과거에 창안된 것들이다.
많은 사람들은 세계화의 충격으로 일상에서 전통의 지배력이 약화되리라 예측한다. 그러나 기든스는 전통은 생활에 지속성과 형식을 부여하기 때문에 필요하며 앞으로도 존속할 것이라고 말한다. 과거 전통사회에서의 전통은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창안되었으며 허위적이며 권력의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특정 가치에 대한 배타적이고 맹목적인 신앙을 내세우는 근본주의적 시각의 전통은 마땅히 배격되어야 하나 다른 전통과 비교되어 효과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한 유지될 것이다. 결국 전통은 생활에 지속성과 합리성을 부여하기 때문에 필요하며, 앞으로도 존속될 것이다.
– 가족 (Family)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변화 중 어느 것도 우리의 개인적인 삶 즉 성, 친척관계, 결혼과 가족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보다 더 중요하지 않다.”
기든스는 세계화가 이렇듯 사적영역에서도 진행되고 있음을 강조한다. 전통적 가족의 해체. 양성 평등, 생식으로부터 벗어난 자유로운 성행위, 동성애의 확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근대 사회에서는 성과 애정 관계, 부모와 자식 관계, 친구 관계에서 정서적 교감에 바탕을 둔 친밀성이 중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 상황 속에서 기든스가 내놓는 처방전은 정서의 민주주의 (democracy of emotions)다. 정서적 민주주의의 주요 원리는 동등한 권리와 의무, 상호 신뢰, 대화를 통한 의사 소통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사적인 영역에서의 민주주의와 공적인 영역에서의 민주주의는 깊은 연관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 민주주의 (Democracy)
“민주주의는 아마도 20세기의 가장 강력한 이념일 것이다.” 기든스 1970년대 중반 이후 남유럽, 라틴아메리카, 동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등 비서구 지역으로 확산된 민주화의 물결에 대해 논한다. 기든스는 이러한 민주화의 배후에는 세계화 현상이 있다고 설파한다. 권위주의적 정부 형태와 독재 정권은 존립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기든스는 또한 서유럽의 기존 민주국가들의 대의민주주의도 보완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새로운 요구와 쟁점의 해소를 위해 투명하고 효과적인 민주적 정부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민주주의의 발전 문제는 국내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초국가적으로 대처해야 하며, 세계주의적 관리 운영 (governance)이 요청된다고 주장한다. 유럽연합은 이러한 측면에서 개척적인 사례가 된다.
세계화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에 다가가려는 독자를 위한 기든스의 추천도서목록 수록
기든스는 세계화, 리스크, 전통, 가족, 민주주의 등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를 심도 있게 연구하려는 독자들을 위해 각 주제를 다루고 있는 최근에 출간된 도서들을 간단하게 소개한다. 전공 분야의 대학생이나 지식들의 참고가 될 목록이다.
– 세계화 시대,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질주하는 세계』의 뒷부분에는 윤선구(서울대 강사) 박사의 「세계화와 그에 대한 한국적 대응」이라는 논문을 수록했다. 세계적 차원에서 논의되는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에 대한 전 세계 진보진영의 대응은 대체로 두 가지로 정리된다. 신자유주의는 자본의 이윤율 증대를 위한 임의의 전략이므로, 신자유주의에 편입되는 것을 거부하자는 입장이고, 다른 하나는 신자유주의는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므로 수용하면서 파생되는 문제들을 보완하자는 것이다. 우리의 입장은 어떠해야 하는가. 윤선구는 신자유주의의 대두 원인을 살펴보고 신자유주의에 대한 현실적 대안은 전면적 수용도, 전면적 거부도 아닌 제3의 길임을 보이고 이 서구의 대안이 우리에게 적용되기 위해서는 시장과 민주주의의 발전이 선행되어야 함을 역설한다.
○ 독자의 평 1
무엇을 위해 질주 하는가 ? 과연 세계화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 단지 경제적, 정치적, 기술적 그리고 문화적인 것의 통합이 전부인가 ? 그 속에는 과연 휴매니티가 숨을 쉬고 있을까 ? 책을 읽기전에 책 제목을 두고 잠시 생각을 해봤다. 세계화를 지극히 긍정적으로 한 편으론 적극적으로 펼쳐가는 저자의 논리는 대영제국의 후손 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에 의해 ‘질주하는 세계’ 로 되어 가고 있는가 ? 잠시 눈을 들어 나의 위치, 우리 나라의 위치, 아시아..아니 우리 인류가 지구상에서 부딪고 지내는 이 흐름이 과연 어찌 되어 가고 있는가를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두 가지 리스크에 대한 이야기. 전통이나 자연의 경험에서 오는 외부적 리스크와 세계에 대한 우리의 발전하는 지식의 충격으로 인해 창출되는 리스크. 후자의 경우는 제조된 리스크라 칭하기도 하는데 이는 어떤 수준의 리스크가 존재하는지 짐작도 못하고 대비해야 할 시기 또한 놓치고 마는 문제점이 있다.
전통에 대해 – 저자는 전통적이라 함이 까마득한 과거가 아닌 기껏 지난 수세기의 산물이라 한다. 세계화 과정은 학자와 사상가들이 전통과 관습에 기울이는 관심보다 근대화 또는 근대적인 것에 대해 몰두하는사실에서도 나타나는데..전통을 가볍게 처리해서 안되지만,공교롭게 전통이라는 생각 그 자체가 근대성의 창조물이라는 것에는 이의를 제기 할 수가 없다. 전통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은 전통은 시간에 따라 진화되거나 변화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신화라는 논리.
가족에 대해 – 세계화란 흐름앞에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슈. 아니 어쩌면 제일 먼저 다뤄야할 화두이다. 개인적이고 정서적인 견지에서라도 세계화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앞서야 하는 부분이다. 전통적으로 가족은 하나의 경제 단위이자 남녀 불평등이 강하게 내재 되어 있었다. 점차적으로 양성 평등은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이자 행복이란 이름으로 자리잡는다.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던 영양의 무리 중 하나가 무엇에 놀라 뒤를 돌아 볼 틈이 없이 냅다 뛰자 얼결에 같이 뛰는 다른 무리처럼 무조건 뛰고 보자가 아닌 ‘보고 뛰는’ 우리의 모습이 되기 위해서 접해 볼 만한 책이다. 방송용 원고를 텍스트로 삼아서 그런가 내용의 흐름이 부드럽다.
○ 독자의 평 2
기든스가 ‘제3의 길’이라는 정치노선을 제안하면서 블레어의 신노동당의 이데오롤그로 변신하였을 때 많은 사람들이 실망하였다. 나름대로 진지한 지식인의 면모를 가지고 있던 기든스의 ‘제3의 길’은 진지함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을 뿐 아니라 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당장 의심되기 시작했기 때문.
이 책은 기든스의 ‘제3의 길’의 논지를 요약한 것이다. 대중강연용의 원고라서 기든스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명확하게 드러내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다소 현학적인 책인 ‘제3의 길’ 보다는 그 정치적 의도가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굳이 ‘제3의 길’이라는 사회자유주의적 정치노선을 더 비판하는 일까지 이 글에서 할 필요는 없겠지만 몇가지만 짚고 넘어가자. (사실, 유럽 사민당들의지난 2년여의 집권 기록은 그들이 신자유주의자들일 뿐이라는 것을 대중적으로 증명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오히려 너무 길었다.)
‘제3의 길’은 신자유주의도 사민주의도 아닌 새로운 노선이라는 의미로 제안된 것이다. 그러나 꼭 그런 구도에서만 ‘제3의 길’인 것은 아닌데, 기든스는 이 책에서는 ‘세계화’에 대한 입장에 있어서도 ‘제3의 길’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듯하다.
기든스는 ‘세계화에 대한 분분한 논의’를 두가지로 구분한다.
하나는 회의론자. 그들은 세계화에 대한 논의는 말뿐인 것이라고 말하며 세상은 여전히 비슷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금진론자. 이들은 세계화는 사실 그대로 존재하고 더구나 그 결과는 어디서나 감지될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기든스는 대담한 사기를 치는데, 회의론자들은 정치적 좌파에 속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급진론자의 인식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곧 이어 양자는 모두 세계화는 경제적일 뿐 아니라 정치적이라는 점을 잊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래서 ‘제3의 길’이다.)
기든스가 ‘경향’이라고 말하든 어찌되었든 좌파들이 세계화의 진전이라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세계화에 반대한다’고 말해야하며, 보다 정확히는 ‘금융세계화에 반대한다’고 말해야한다. 기든스는 마치 좌파들은 현실의 진행을 인식하지 못하는 고지식한 자들인양 표현하고 있지만 이러한 왜곡은 상대를 비난하는 가장 손쉽고도 비겁한 수단일 뿐이다.
다른 점은 기든스가 어쩔 수없다고 생각하는 금융세계화가 세계 민중들의 삶을 파탄낸다면 중단되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든스는 경제적 세계화는 단지 일부일 뿐이라고 강변하고 있으나, 실상 문화나 정치의 세계화 자체도 금융세계화에 종속되는 것이라는 점은 너무나 쉽게 부정하고 있다. 문화의 세계화를 가져오는 CNN등의 미디어의 세계화도 자본의 세계화 과정의 하나인 것이며, 정치의 세계화는 국제적인 (금융)자본의 움직임에 대한 세계적 수준에서의 부르조아 정치를 위한 과정인 것이다.
기든스는’세계화’를 모든 현상의 원인이자 결과인 듯이, 모든 것을 알려주는 도깨비 방망이인양 말한다. 기든스가 말하는 ‘세계화’는 원인도 목적도 없다. 그냥 그렇게 되고 있는 것이다. (황당한 순환론)
그러나 불행히도 현재의 세계화는 원인이 분명하며 그 목적도 분명한 하나의 사회적 과정이다.그 원인은 금융자본의 지구적 운동인 것이며, 목적은 금융자본의 증식이다. 예를 들어 현재의 인터넷 열풍과 같은 것도, 그 근저에는 세계적인 금융대도시(뉴욕-런던-도쿄)의 금융거래를 연결하기 위한 인프라의 구축이 있다는 점을 상기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의 세계화, 즉 세계 문화의 아메리카화도 아메리카 영화-미디어 자본이 세계적 수준에서 축적을 시도하기 때문이라는 것도 떠올릴 수 있다. (스크린 쿼터 논쟁을 보라!)
그러나 기든스의 대담함은 이러한 정세적인 논의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사회학자로, 경제학자들이 비웃을 경제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이 대목에 와서는 스스로 정치학자들보다 정치를 더 잘 안다고 말하려는 참이다)
○ 독자의 평 3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설명하기는 무척이나 지난한 일인 것 같다. 그 이유로는 2000년를 맞이한 지금의 시기가, 가속도 경쟁의 절정이기 때문이거니와 우리가 시대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는 동시대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전 내한과 함께 우리에게 더욱더 친숙해진 기든스의 새로운 책 ‘질주하는 세계’는 변화의 가속만큼이나 복잡하게 전개되어지는 세계에 대한 설명을 담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 과학철학, 인공지능, 생명공학 등등 전문적 분야의 최첨단으로 치닫고 있는 현 시대를 설명하는데 추상적 개념과 새로운 조어들의 난무로 일관해온 요즘의 학적 유행과는 다르게, 기든스의 책은 사회학이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객관의 견지에서 세계에 대한 입문서로서 역할을 충분히 해 주는 것 같다. 그리고 어려운 대상에 대한 쉬운 설명의 근본이 작가의 개괄적 지식의 나열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각 분야에 대한 성실하고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한 설명이기에 독자에게로의 소통이 더 원활한 것 같다. 강의 내용을 출판한 것이기 때문일까 읽으면서 제 3의 길로부터 이어지는 결론들의 확인 작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좌파와 우파라는 이데올로기적 극단과, 사회민주주의(제1의 길)와 신자유주의(제 2의 길)라는 경제적 틀의 대립을, 중도적 입장에서 풀어나가려는 것이 어떻게 보면 다원주의 또는 중도주의의 무책임한 결론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중도적이며 회색적 입장이 그 대안의 구체성과 학자적 순결성을 담보로 한다면 쉽게 보이지만 가장 어려운 실존적 선택이 될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기든스가 현 시대에 가장 주목받고 인정받는 학자로서의 지위를 얻게 된 이유가 아닌가 싶다. 실제로 기든스가 열거하는 시민운동을 통한 비정부 기구등의 활동이 한국의 선거 현장에서, 미국에서 있었던 IMF회담 현장에 현실로서 나타났기에 그 설득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기든스의 이론이 책 제목과 같이 질주하는 세계 즉 진행형의 이론이며, 궁극의 세계에 대한 명확한 제시라는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것 같다. 비정부 기구들이 결국 어떤 식의 정치 세력화가 이루어질 것인지, 정부, 자본가, 시민기구 등 이들 다자간의 조화를 위한 조건의 충족과 유지발전, 그리고 영원한 조화란 존재치 않았다는 역사적 교훈으로 볼 때, 이후의 세계에 대한 언급은, 내가 기든스에 대한 욕심이 너무 과한것인지 몰라도, 아쉬움이 남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기든스를 이해하기에 가장 적당한 책이 질주하는 세계라는 생각이 들었다.몇몇 적당치 않은 기든스의 멘트만을 접한 사람들은 기든스를 자칫 세계화를 옹호하는 사람으로 오해할 여지가 많았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광고 카피의 무책임성에 기인한 것이기도 한데 세계화라는 유행어의 수혜를 보고자 기든스와 세계화를 등식 관계로 올리는 오류를 많이 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든스의 이전 책들이 사회과학에 대한 관심이 없는 독자들에게 쉽게만은 다가갈 수 없는 난해한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기든스의 질주하는 세계는 새로운 이론에 대한 욕구 충족보다는 시대를 이해하는 입문서로서 매우 유익했으며, 현 시대에 대한 안테나를 갖고자 하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인상깊은 구절]
킬트 스커트는 산업 혁명의 산물이었다. 그것이 겨냥한 바는유서 깊은 관습을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 반대, 곧 스코틀랜드 고지 사람들을 히스 수풀에서 끌어내 공장으로 데리고 오는 것이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